고색이 창연하구나. 아름다운 호텔 <쉐라톤 그랜드(그랑데) 쑤쿰윗>
<쉐라톤 그랜드 쑤쿰윗 Sheraton Grande Sukhumvit>
위치 https://goo.gl/maps/cXTxSvqvF3C2
지어진지가 거의 30년이 넘어가는 이 위풍당당한 외양의 호텔...
외부에서 보는 건물의 위용에 걸맞게 시리 방의 개수가 무려 400개가 넘는다는군요.
위치는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아속 사거리이고요, 터미널21과 BTS 아쏙 역 그리고 로빈슨 백화점, 타임스퀘어 등과 함께 스카이워크로 연결되어있습니다.
이 스카이워크는 늘 유동인구가 들락날락하는 곳이긴 한데, 출퇴근시간에는 정말 혼돈의 카오스여서 여기서 뒤뚱거리며 사람들에 휩쓸려 이리저리 채이다가 일행과 헤어질 뻔 했어요. ^^
우리 방 창문에 서서 맞은편을 바라보니 웨스틴과 터미널21 간판이 크게 보입니다.
객실등급이 그랜드–프리미어–럭셔리 순으로 높아지는데(더 높은 등급이 있지만 그건 우리랑은 다른 궤도라서 알아보지도 않았어요.) 객실 내의 시설차이는 거의 없고 층수의 차이에 따른거더라고요.
지금 현재 가격은 프리미어랑 럭셔리 등급을 2+1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데, 자세한 가격은 여행사 홈피를 참고해 보시는 게 제일 정확할거 같아요. 2박 요금을 3박으로 나누면 가격이 괜츈해집니다.
가장 낮은 등급인 ‘그랜드’가 프로모션 적용 안했을 때 대략 20만원 좀 넘는 선이랄까 뭐 그렇습니다. ‘더 럭셔리 콜렉션’이란 부제에 걸 맞는 요금입지요. ^^
체크인이야 뭐 바우처 들고 가서 여권이랑 같이 내밀면 되는 것이고, 보증금은 1박당 2,000밧으로 카드로 긁었어요. 카드 말고 현금으로 내도되는지를 묻지는 않았는데 현금으로 내신 여행자 분들 계신가요?
직원이 객실까지 안내를 해주는데 나름 손님응대를 한다고 이것저것 묻습니다. 뭐 일반적인 질문들 있잖아요. 태국이 처음이냐, 얼마나 있냐, 이번 여행은 즐거우시냐... 등등
전 성격상 이런류의 스몰토크에 그다지 친숙하진 않지만 뭐 아주 좋은 태도라고는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나는 왠지 불편해요... -_-;;
로비에서부터 시작해 엘리베이터, 복도, 그리고 마침내 객실에 이르기까지 고색이 진하게 배어 있고, 뭔가 묵직한 히스토리가 켜켜이 쌓여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구만요.
이 호텔도 그걸 중요시하는 분위기, 즉 샐링 포인트로 삼는 느낌을 뿜뿜 뿜어내요.
객실 바닥이 카페트인게 좀 제 취향은 아니지만 관리가 잘되고 있고, 비치된 두툼한 슬리퍼가 있어서 실내에선 다들 그걸 이용했을거에요. 얇은 부직포 슬리퍼가 아니라서요.
욕실 비품은 다들 아시다시피 탄 제품인데요, 태국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쨍한 레몬그라스 향인데 일반적인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하더군요.
샤워젤, 샴푸, 컨디셔너, 바디로션 이렇게 4종 한 세트이고 비누도 나름 큼지막한 거가 있어서 이건 챙겨왔어요. 그 외 욕실에 수건도 여기저기 많고 욕조 있고 일회용 칫솔과 면도기 있어요.
호텔의 시설이야 체크인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만... 그래도 살짝 끄적여 본다면요...
이 호텔은 층수 세는 방법이 우리랑 좀 다릅니다. -_-;;
우리식으로 1층인 G(Groung Floor)층에는 ‘Barsu’, 투어데스크 외 몇몇 상점 등있고요, 2층이 L(Lobby floor)층인데 하는데 여기에 입퇴실 수속을 하는 리셉션과 아침식사 식당인 ‘오키드카페’ 등이 있구만요. BTS역과의 연결통로 역시 이 층에 있습니다.
호텔 안내책자에 보면 조식은 신새벽인 5시반부터 오전10시반까지 한다고 안내해놨던데 장장 5시간입니다요. 정말 5시반부터 오픈하는지는 확인을 안 해봤어요. 우리는 게으름뱅이 이니깐요. -_-; 안내문대로 그 새벽에도 밥을 준다면 일정을 빨리 시작하는 여행자들에겐 좋겠습니다.
우리에겐 3층이 여기선 비로소 ‘1층’인데 이곳엔 ‘라이브러리’, ‘로시니(이탈리아식당)’, ‘바질(태국식당)’이 자리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더 리빙룸’ 이라는 재즈바가 있던데 저녁이 되면 검은 장막으로 가리고 외부에서 보이지않게 차단하더군요.
이 식당 모두 가격대가 상당히 있어보였고 손님들이 많이 있는 장면을 본거 같지는 않아요. ^^
‘2층’은 그랜드볼룸이라서 가보지도 않았고, ‘3층’에 손님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 그러니까 수영장과 풀바, 스파, 피트니스 이런 시설들이 소복하게 모여있습니다. 피트니스는 무려 오전 5시반부터 밤 11시까지, 수영장은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고 해놨던데...꽤나 길게 오픈을 하네요. 깜깜한 밤에 하는 수영은 어떤 느낌일까요.
물론 저 같은 게으름뱅이는 새벽같이 가보지도 않았고 밤늦게 이용하지도 않았어요.
이곳의 수영장은 사람에 따라서 좀 호불호가 갈리게 생겨놨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것처럼 모양의 다소 굴곡 있는 형태이고 수목을 많이 심어놓고 벽에 전통문양 부조도 많이 만들어놔서 꽤나 이국적이고 태국스런 느낌도 주어요.
여기 있으면 아주 양극단의 세계가 충돌하는 느낌이랄까... 머리위로는 쭉쭉 뻗은 건물들이 빼꼼이 보이는데 내가 누워 있는곳은 아주 동양적이니까요.
근데 이 수로모양의 풀이 기본적으로다가 가로폭이 그다지 길지가 않았고요, 어느 구간은 폭이 좀 좁아지는 구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보니까 어머님이 아기 수영 가르친다고 나란히 어푸어푸 하면서 천천히 전진하니까 그 부분에 병목현상이 살짝 생기기도...^^
뭐 어쨌든 멋있게 꾸며놓은 건 사실입니다요. 이런 분위기 좋아하는 분들에겐 아주 좋겠더군요.
이곳 수영장은 막 물속에서 노는게 목적이 아니라 썬베드에 드러누워 그 풍류?를 느끼는게 주목적으로 설계한 거 같아요.
이런 특급호텔의 스파는 어마무시한 요금을 받지만, 피트니스 센타는 무료이용인데요 피트니스 센타에 사우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린 안 가봤는데 혹시 여행 중에도 체력증진에 힘쓰는 건강하신 분들은 가보고 어떤 분위기인지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특이하게 SPG(스타우드 프리퍼드 게스트)룸이 10층과 17층 이상의 층들인데요...
우리는 예전에 SPG에 가입하여서 그랜드룸인데도 불구하고 고층인 프리미어로 배정을 받았습니다. 공실이 있으면 이렇게도 편의를 봐주나봅니다. 비수기라 가능한거였는지도 모르겠군요...
고층이 좋긴 좋네요. 근데 좀 더 낮은 층이라 할지라도 전망은 다 좋게 생겼더라구요.
밤에 창가에 서서 바쁘게 오고가는 BTS와 터미널21의 네온사인과 전광판, 그리고 그것이 반대편의 타임스퀘어 유리벽에 반사되는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영화 블레이드러너의 한 장면인 양 생각도 듭니다.
또, 촛불 샹들리에가 드리워진 긴 복도에 서서 반대편 맨 끝을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영화 샤이닝이 생각났어요. 그날따라 복도에 사람이 한명도 없어서 그런가... 이런 고급진 곳에 와서 왠 샤이닝...-_-, 뇌가 이상하게 작동하는듯요.
아침식사의 경우 좀 특이한 일이 있었는데요, 우리가 아침밥을 먹으러 ‘오키드 카페’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중간에 탑승한 서양인 호텔관리자가 우리에게 말을 거는거에요.
“굿모닝~ 지금 조식 먹으러 가는거냐? 오키드 까페는 지금 너무 붐비니 순서를 기다려야한다. 거기 가지 말고 1층의 바질로 가시라. 음식은 똑같다.” 그러면서 우리를 바질로 인도하더군요.
뭐 어디서든 먹든 상관은 없는데... 음식이 똑같다니 좀 더 작은 규모의 바질이 분위기는 약간 더 차분했던거 같았어요. 대신 바질은 10시 반이 되면 손님이 다 빠져나가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정리하는 분위기이고, 오키드는 좌석이 많아서 그런가 시간여유가 좀 널널해서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점에도 식사를 하는 손님이 있더군요.
저는 여기 음식에 꽤 만족한 편이였어요. 김치, 메밀국수, 미소된장국, 인도인 손님을 위한 짜파티와 커리 등 특색 있는 개별국가 음식이 조금 마련되어 있었고 그 외 갖가지 베이커리와 살라미, 생햄, 치즈 같은 콜드컷류, 여러 가지 따뜻한 음식과 태국음식인 해물쏨땀, 돼지고기무침(랍무) 등등이 다 맛있었습니다.
과일섹션에 망고가 나오긴 하는데 껍질을 까지않고 절단한 상태였고, 또 지금이 망고 제철인지라 평소에도 세 덩이에 40밧 주고 늘 사먹어서 이건 크게 감흥이 없었어요. -_-;; 제철을 비껴간 계절에 가면 완전 좋겠죠. ^^
립아이 스테이크도 즉석에서 구워주는데... 약간 질긴 고기가 나와서 씹느라 턱은 좀 바삐 움직였지만 어쨌든 그게 어디겠습니까요. 아침으로 무려 스테이크라니...
정중한 서비스와 은수저, 그리고 티포트와 오렌지쥬스를 기본으로 테이블로 가져다줍니다.
워낙 묵직한 것들을 많이 먹어서 조식뷔페에서만 1,500칼로리는 넘게 먹은 거 같아요. -_-;;
이날은 별다른 활동도 못하고 그냥 소화제 까먹고 오리털 이불속에 파묻혀서 보아뱀 마냥 소화시키는데 하루를 다 쓴거 같아요. 좋은 호텔 오면 아까워서 나가기가 싫잖아요. 다 그렇지 않나요? -_-;; 이럼에도 불구하고 저녁에 또 밥 먹으러 간 건 안 비밀...
사족,
호텔 이름에 Grand가 아닌 Grande가 붙는 곳이 좀 있지요. 우리말로 ‘그랑데’라고 표기하는데가 많고 저도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게 그냥 Grand의 여성형이 아닌가 하네요. 발음도 그냥 그랜드이고요...
http://endic.naver.com/enkrEntry.nhn?sLn=kr&entryId=a6683afe5f05483f9b115f8ae6df0616
불어라고 해도 그랑데와는 전혀 다른 발음이고, 아님 스페인어인 그란데?
혹시 정확히 아시는 분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