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힐튼호텔
원래는 요즘 파타야의 떠오르는 hot spot인 홀리데이인에 가려고 했는데 풀북이라 차선으로 선택한 곳이었다.
홀리데이인도 나름 좋겠지만 방에서 바다가 보이고, 수영장에서도 바다가 보이고(인피니티 타입이라던가 그런..), 깨끗하고, 무엇보다 센트럴 페스티벌과 같은 건물이어서 밥 먹으러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아주 좋았다. 푸켓으로 비교한다면 정실론과 밀레니엄호텔 같은 관계라고나 할까.. 근데 호텔은 밀레니엄보다 힐튼이 훨씬 더 좋다, 수영장도..(당근인가? ㅋㅋ..)
우리가 묵은 방은 3010호였는데 제일 저렴한 방(3500밧)이 그 정도면 더 비싼 방은 어떨지.. 내 수준에서는 완전 상상초월이다. 참고로, 이제껏 내가 묵은 호텔 중에 파타야힐튼이 제일 좋은 호텔이다. 그런데 우리가 묵었던 날은 괜찮았지만 2/3-6일은 설연휴라서 그런지(중국사람들 때문인 듯) 하루에 1000밧씩 더 내야한다고 했다(그런 것을 써차지라고 하나요?).
원래는 나는 힐튼에서 1박만 하고 돌아오는 일정이었고, 동행은 2박하는 일정이었다. 근데 뒤의 1박이 2월 3일이라 1000밧 더 내야한다는 호텔측의 말에 놀라서 이틀째를 취소하고 부랴부랴 방콕의 호텔을 예약했는데 1000밧 더 내고 하루 더 머무를 가치가 충분하다고 괜히 취소했다면서 같이 갔던 일행이 두고두고 후회를 했다. -.-;;
12시쯤 호텔에 도착했는데 방이 있었는지 바로 체크인이 되었고 로비에서 기다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체크인 하는 동안 웰컴 드링크와 찬 수건을 준다. 디파짓은 2000밧.
방에 올라가니 꽃이나 초콜렛은 없었지만 바다가 보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ㅋㅋ.. 베란다에 라탄의자와 작은 탁자가 있었고 방의 가구들은 있을건 다 있고 없을건 없다. 물 2병이 공짜인데 수시로 룸메이드가 청소하면서 더 주기도 하고 메시지나 꽃 한송이도 올려놓고.. 암튼 그런 서비스는 처음이라 사소한 것이지만 무척 기분이 좋았다.
욕실공간과 침실공간의 구분이 fix된 것이 아니고 가변형이라고 하나? 다 열어서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고 문 닫고 볼 일 볼수도 있는 그런 구조였는데 무척 신기했다. 그리고 욕조가 욕실 중간에 나와있는 것도 특이했다.
혼자 가거나 연인 혹은 부부 사이라면 가벽을 완전히 열고 좋아하는 아로마오일을 몇 방울 띄운 후 바다를 보며 욕조에 몸을 담그면 환타스틱 그 자체일 듯하다. 예쁘장한 욕조를 그냥 버려두기 아까와서 배스 타블렛 넣고 혼자라도 분위기를 잡아 보려했는데 온수 온도가 맥시멈으로 올려도 따뜻한 정도밖에 안되어서 그게 좀 아쉬웠다. 샤워기 온도는 조절 폭이 넓은데 욕조는 안그랬다.
욕조 사용에 관련된 버튼(?) 내지는 작동장치가 4가지인데 직원이 설명을 안해주고 가서 혼자 알아내느라 쑈를 좀 했다. ㅋㅋ.. 욕조 머리부분(세면대와 연결된 부분)에 두개의 버튼이 있는데 하나는 물투입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온도를 조절하는 버튼이다. 물투입 버튼을 한쪽으로 돌리면 바로 옆에 욕조를 행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고, 반대로 돌리면 반대편에 욕조 벽에서 곡선을 그리면서 물이 나온다. 이 두가지 위치의 중간에 오면 물이 잠기는데 조금만 잘못 조절하면(욕조 샤워기 쪽으로 돌아가면) 바닥에 물이 흐를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욕조 바닥의 둥근 버튼을 누르면 물이 안내려가도록 막는 것이고 한번 더 누르면 배수구가 열리면서 물이 내려간다.
욕실용품은 크랩트리 & 애블린이고 샴푸, 린스, 샤워젤, 바디로션, 비누, 배스 타블렛도 있었다. 샤워기는 역시 일반형과 해바라기형이 있는데(요즘은 이게 유행인가보다) 해바라기 샤워기의 수압이 짱이다. 변기에 물도 잘 내려간다. ㅋㅋ..
수영장은 16층에 있고 라탄으로 만든 침대같이 생긴 비치체어가 특이했다. 여기 엎드려서 책 읽고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계단을 올라가면 수영장은 아니지만(뷰도 꽝이지만) 아주 커다란 라탄의자와 테이블, 파라솔이 있어서 널부려져 있기에 좋았다.
근데 아이들이 놀수 있는 얕은 곳이 호텔건물 쪽이라 항상 그늘져 있어서 아무래도 애들한테는 좀 추울듯 했는데 이것이 한가지 흠이라면 흠이다. 수영장이 높아서 그런지 바람이 많이 부는 편이라 전체적으로 추워서 나는 비치타월을 둘둘 두르고 있었고 남자 어른들도 추워서 물 속에 오래 있지는 못했다.
조식당은 14층인데 가는 길이 좀 헷갈린다. 실내와 실외 좌석이 있는데 실외 좌석은 분위기 만점이다. 족히 2시간은 걸린듯 아주 천천히 밥을 먹었다. 여기 음식이 별로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음식 맛이야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단순한 입맛의 소유자인 나로서는 별불만이 없다. 중요한 것은 야외 좌석의 분위기.. 그것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모든 부족함을 상쇄시킬 정도였다.
테이블에 세팅된 앙증맞은 쨈이며.. 사진찍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수십장은 찍을 수 있을 듯.. 원하는대로 생과일 주스를 만들어 주는 것도 특이했다. 배가 작아서(진짜로? ㅋㅋ)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다 먹어보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왔다. ㅠㅠ
주변이 유흥가(?)라고 해야하나 밤에는 음악 소리도 크고 그랬지만 우리는 그닥 불편하지 않았다. 힐튼에 콩깍지가 단단히 씌여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에어컨을 끄고 베란다 문을 열어뒀더니 음악소리가 적당하게 들려서 오히려 좋았다. 잘 때는 베란다 문을 닫으니까 바깥의 소음이 거의 안들려서 잠 자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이 정도 가격이면 재방문의사 100%! 원래 가려고 했었던 홀리데이인에도 가보긴 해야할텐데 암튼 힐튼이 계속 눈에 어른거려서 조만간 파타야를 다시 찾을지도 모르겠다.
카메라가 없어서 이 모든 것을 말로 설명하려니 참으로 안습이다 ㅠㅠ
사족을 달자면.. 나는 페닌슐라니, 오리엔탈이니 하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에는 묵어본 적이 없어서 내 기준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나보다 수준이 훨씬 더 높은 분들은 그저그런 호텔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호텔의 평가라는 것은 주관적이니 감안하여 받아들이기를.. 다만, 힐튼의 마지막 하루가 너무 좋아서 이번 여행의 백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