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라비] 끄라비타운의 전통있는 숙소 CHA 차 게스트하우스
전통도 있고 깔끔도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전통만 있고 관리는 좀 부실하게 되고 있는 이 게스하우스는 그래도 숙소에서 나름 동남아의 기운을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식당으로 쓰이는 곳을 지나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망고나무가 무성히 자라나는 큰 정원이 나오고 그 정원 중앙에는 시멘트에 타일 발라놓은 탁자가 몇 개 있어요. 그것을 빙 둘러싸고 방이 있는데 화장실 딸린 선풍기 더블룸의 가격이 단돈 300밧입니다.
근데 지저분한거야 뭐 그 가격대니까 그렇다쳐도 방안에 콘센트가 없어요. 그래서 정원에서 날아들어온 모기들을 전자모기향으로 죽일래야 죽일수가 없습니다. 모기향도 모기향이지만 수많은 전자제품들은 도대체 어떻게 충전하나요. 신경을 잔뜩쓰면서 식당 한 켠 후미진 곳의 플러그에 꽂긴꽂았는데.... 결국은 하루만에 짐을 싸서 도망나왔습니다.
그리고 말하기 좀 거시기하지만 이 집은 특이하게 좌변기를 바닥이 아닌 벽돌로 높인 위에 설치를 했어요. 나 같은 짧은 다리들은 도대체 어쩌라고 이런 짓을... 흑흑
그리고 우리가 묵고 있을 당시 같이 지내던 서양애들이 참으로 매너 없이 정원 중간의 탁자에 모여앉아 맥주파티를 열어서 자정까지 시끄러웠어요. 그것까진 괜찮아...
새벽이 되니까 망고나무에서 망고가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슬레이트지붕에 빡빡 소리를 내면서 부딪히는 통에 잠들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우리가 끄라비에서 도망치듯 빠져나가는데 아주 큰 일조를 한 숙소이지요. 젊은 시절에는 이런 수준의 숙소에서도 잔말 없이 잘 지냈는데 끄라비 타운이 변하듯 저희도 변하고 뭔가 합이 안 맞아 떨어지나봐요.
짜오파 로드의 초입에 있는 에이맨션도 가봤는데 다소 어두운데다가 바로 직전에 묵었던 여행자가 방안에서 줄담배를 피웠는지 담배냄새가 꽤 나더라는군요. 에어컨 더블룸기준으로 방값은 590밧정도로 편안했으니까 혹시 복불복의 운을 믿고 이곳으로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