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이의 따끈한 신생숙소 어유빠이 Oor U Pai
== 이 숙소는 선풍기방 일박에 300밧 정도면, 하루쯤 묵어볼만하고 그 이상이면 좀 답답해요. ^^ ==
올 봄 즈음에 갓 태어난 이 숙소는 블랙캐년 사거리에서 시장 쪽 그러니까 남쪽방향으로 조금 걸어 내려오다 보면 걷는 방향의 왼쪽에 귀여운 모양새로 자리 잡고 있는 숙소인데요, 이 숙소의 바로 맞은편에 사원(왓 끄랑)이 있으니까 일단 방향만 바르게 잡으면 찾기에 크게 어려운 곳은 아니었어요.
더 쿼터 리조트에서 머무르는 동안 빠이를 어슬렁거리면서 더 쿼터에서 나온 후에 묵을만한 저렴한 숙소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오호~ 이 숙소에서 걸어놓은 ‘하루 300밧부터’ 라는 작은 표지판을 보고 이곳에 묵게 됩니다. 새로운 곳이니까 뭔가 시설이 반짝반짝 할 것 같다는 기대감도 있었구요.
길가에서 바라보는 이 숙소의 전체샷은 소녀감성 물씬 돋는 예쁜 정원이 꾸며져 있는 2층 주택인데,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은 머리숱이 좀 없는 아저씨에요. ^^ 사근사근하니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는 동그란 얼굴의 소유자였는데 우리에게 맨 처음 보여준 방은 에어컨 룸! 예쁜 모양의 작은 탁자도 마련되어져있고 방의 크기도 막 넓지는 않지만 적당합니다. 근데 비수기시즌인데도 600밧이나 하네요. 설탕물에 벌 날라들 듯, 우리를 꼬이게 한 300밧 짜리 방은 어디 있나요?
어차피 더 쿼터에 있을 때도 에어컨은 습기제거용으로나 틀었을 만큼 크게 덥지를 않아서 두 번째로 열어본 300밧 짜리 선풍기 방으로 갑니다. 오오~ 오랜만에 묵어보는 토끼굴이군요.
사실 방에 처음 들어섰을 때 면적 때문에 좀 허걱! 하기도 했는데, 어차피 오래 머물 것도 아니니까 이런 방도 새로운 느낌 들고 괜츈하다고 생각해봅니다.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우리가 묵은 선풍기 방은 침대 이외의 공간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좁고, 창문이 크지 않은데다 그마저도 담벼락을 향하고 있어서 명도가 낮은 기운을 머금고 있는데, 매우 생뚱맞게도 벽에는 사양이 좋은 스마트 LCD 티비가 달려있어서 그 언발란스 한 기운이 왠지 희극적으로 보입니다. 마치 정류장에서 모피코트입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 처럼요. 나쁘다는게 아니고 생경해 보인달까...
그리고 이 숙소 건축구조가 좀 특이합니다. 보통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란 건물 면적에 따라서 하나 또는 많아봐야 2개 정도 있잖아요. 근데 이곳은 1층 선풍기 방 마다마다 옆에 2층 방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어요. 그러니 객실면적이 계단 때문에 좁아질 수 밖에요. 면적도 좁아져 건축비도 올라가, 계단청소도 신경 쓰여, 왜 이렇게 했을까요. 뭐 중요한건 아니지만 그렇다구요.
1층 리셉션 데스크 옆에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차와 바나나가 준비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비도 떨어지고 정원에 마땅히 자리잡고 먹을 만한 곳이 좀 애매해서 한 번도 먹어보진 않았습니다.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자니 그 좁은 곳에서 뒤뚱거리다가 시트에라도 엎지르면 큰일날거 같고 밖에서 먹자니 날씨가 좀 애매하고... 하여튼 주인아저씨는 우리 올때갈때마다 꽤나 친절하게 차를 권합니다.
우리가 묵은 시기는 전형적인 비수기인 9월인지라 성수기가 되면 요금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방이 좀 좁아도 오히려 아늑해서 좋다고 느끼는 분들이나 깔끔한 것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괜찮은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생긴지 얼마 안 된 곳이라 세월의 때가 묻어나올게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