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타야] 아늑하고 운치 있는 전통 가정집, 짠타나 게스트하우스
아유타야는 요즘 방콕에서 일일투어로 많이들 방문하는 곳이 되어서(실제로 미니 봉고를 타고 속력 좀 내면 한 시간 십 분 정도에 도달 합니다) 역사 유적지가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숙박을 하는 여행자는 그다지 많지 않은 듯 합니다. 대개는 당일치기로 방문을 하게 되지요. 게다가 1990년대 중반, 앙코르 왓으로 가는 육로 국경이 열리면서 태국의 양대 유적도시인 아유타야와 쑤코타이의 명성이 많이 퇴색된 면도 있구요... 그래도 아직은 짜오프롬 시장 근처에는 게스트 하우스와 피씨방, 식당과 바, 그리고 여행사 들이 촘촘히 들어서 여행자 거리의 명맥을 잇고 있네요.
이번에 묵은 짠타나 게스트하우스Chantana Guesthouse는 예쁜 외관에 정원이 있구요, 입구에 있는 'Local touch Guesthouse'라는 문구가 맘을 끌어서 들어갔지요. 위치는 일단 짜오프롬 시장 옆, 근교로 가는 버스 정류장 반대편 길로 들어가면 양쪽으로 여행자 업소들이 쭉 나오는데 업소들이 끝나는 지점 오른쪽에 있습니다. 아유타야에서 유명한 여행자 숙소인 아유타야 게스트하우스 맞은편이기도 합니다.
1층과 2층으로 되어 있는데 2층, 그러니까 볕 잘 들고 테라스 있는 곳은 일찌감치 방이 찼는지 1층을 보여주는데, 제가 제일 싫어하는 ......해가 들지 않고 어두워서 낮에도 침침한 방이었습니다. 하지만 방 상태가 깔끔한데다가 정돈도 잘 되어 있고 시트와 수건등도 무척이나 깨끗해서 1박을 했어요.
요금은 에어컨 방이 450밧, 선풍기 방이 350밧에 온수샤워 있는 개별 욕실입니다.
유적 관광을 마치고 피곤해서 방에 들어와 한참을 자고 있는데, 모기가 팔뚝을 문 것 같더라구요. 후끈하고 가려워서 버물리라도 바를 참으로 일어났는데, 그 때가 새벽 한 시.
아악~~ 그런데 팔을 보니 모기가 아니라 빈대였습니다. 빈대는 한 줄로 열 맞춰서 여러 방을 물거든요. 잠이 후다닥~ 깨면서 바로 앉고 보니 침대에 중간 사이즈 빈대 두 마리가 당황하며 서 있길래 얼른 잡아 죽이고, 베겟잇 속을 보니 새끼 빈대랑 어미 빈대(이놈은 눌러 죽이니 피가 질질~~) 발견! 그 후로 가부좌 틀고 뜬 눈으로 밤을 새웠어요.
시트도 깨끗하고 벽도 깨끗한데... 역시 햇볕이 들지 않고 환기가 안 되어서 습기가 잘 날라가지 않는 방은 빈대가 사나 봅니다.
그 후 벅벅 긁고 약 바르고 흐린 눈으로 침대 쏘아보며 어디서 놈들이 기어나올까 신경을 곤두세우고는 새벽 5시에 엑소더스 했는데, 경계를 늦추지 않았음에도 발가락을 물리고 큰 놈 하나를 또 잡았어요. 이놈은 요왕이 ‘어어어어~ 저것봐!’하면서 놀라길래 봤더니 제 일기장 옆을 기어가는게 아니겠습니까! 하마터면 일기장과 함께 우리와 여행을 같이 할 뻔... ㅠㅠ
암튼 너무나 끔찍했는데... 2층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이 게스트 하우스 오후가 되니까 방이 풀로 차더라구요. 다른 방에 묵은 사람들은 어땠는지... 다행히 말레이시아에서처럼 큰 놈들이 아니어서 붓기와 가려움은 빨리 가라앉았지만 아직도 오른쪽 팔에는 한줄로 물린 자국이 무려 11개입니다. 게다가 오른쪽 귓바퀴를 물려서 계속 귀를 긁고 있는 추접함을... 흑흑... 요왕은 머릿속까지 물려서 아직도 부어 있습니다.
숙소는 낡아도 해가 잘 드는 게 최고라는 걸, 다시 한번 일깨워준 계기가 된 듯...
근데 어째 쓰고 보니 제목이랑 내용이랑 좀 일치가 안되네요.
아늑하고 운치 있는 전통 가정집 게스트 하우스지만 빈대에 물려 고생했다 - 이니....이건 반전도 아니고 , 그냥 문맥상 조금 말이 안되는 듯.......-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