삔쎄쓰 란루어 호텔 (Royal Princess Lanluang Hotel)
매우 고급스럽지도 그렇다고 어디 빠지는 데도 없는 아주 괘않은 깔끔한 로얄프린세스란루엉호텔. 입구로 들어서면 이렇게 잘 정리된 푸른 정원이 상쾌하게 손님을 맞습니다.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글로벌 체인 호텔에 묵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렇게 돈 쓰려고 여기 여행 온 건 아니구, 그렇다고 카오산로드에 있는 수백바트에 불과한 침대만 덩그러니 있는 숙소에서 학생 때처럼 배낭여행 하듯 있고 싶지도 않고... 적당한 호텔이라고 고른 곳이 앞으로 4박5일을 묵게 될 로얄프린세스호텔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려진 평에 따르면 한적한 곳에 위치해서 교통이 좀 불편한 것 외에는 가격대비 만족이라는 평이 대세였지요. 그런데 사실 거의 택시를 타고 이동할 것이라서 교통이 불편한 건 별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도 그랬구요.
전체적으로 낡은 느낌은 났지만 깨끗하고 쾌적한 객실. 소박하나마 태국풍의 장식들이 있습니다.
매일 밤 정말 기기묘묘한, 웃긴 건지 진지한 건지 가늠할 수 없는 이상한 태국 뮤직비디오로 백동이를 즐겁게 해 준 텔레비젼.
가격에 비해 방이 참 넓습니다. 수납공간도 괜히 많은 듯.
너무나 사오고 싶었지만 이쁜 건 가격이 넘 비싸고 싼 건 허접한 티가 팍팍 나는 바람에 사오지 못한, 손으로 일일이 무늬를 그려 넣은 태국 전통 수공예 자기, 반짜롱이 호텔 곳곳에 장식되어 있습니다. 확 슈트케이스에 넣어 버리고 싶은 충동... 자제, 자제...
헉 엘베타 앞에도 너무나 아름다운 반짜롱 스딸 꽃병. 히익 갖구 오고 시포.
태국 곳곳에서 노란 물결(황실의 색이 노란색임)을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이 나라 사람들은 국왕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듯. 기업들도 저마다 황실과 국왕을 이용한 황실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듯 보입니다.
여튼 삔쎄쓰도 이 대세를 피해갈 순 없다. 국왕과 황실을 기리는 부조물이 호텔 복도에 꾸며져 있습니다.
온갖 좋은 건 다 넣어서 만들었다는, 자잘한 얼음알갱이가 씹히는 시큼달큼한 맛이 인상적이었던 삔쎄쓰표 웰컴드링크.
이 호텔의 미덕 중 하나인 깔쌈한 아침 식사. 푸르른 정원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식사를 즐깁니다.
기본적인 메뉴는 매일 같았지만 우리처럼 4일씩 있는 사람들 질리지 말라는 배려인지 볶음밥과 파스타는 매일 바뀝니다. 간단한 계란 볶음밥과 크림소스 스파게티에서,
어떤 날은 게살을 듬뿍 얹은 게살볶음밥에 오징어먹물 파스타, 또 어떤 날은 중국식소시지를 넣은 볶음밥...
특이했던 디저트, 계피시럽에 절인 열대 과일. 여기에 플레인요구르트를 섞어 먹으면 디저트로 단연 캡.
자, 이제 쇼핑몰에서 산 슈퍼체리와 starfruit을 바리바리 싸서 수영장 놀러갈 시간~
오오 허벅지 둘레 28인치를 자랑하는 저 이만기 다리를 보라
수영도 잘 못하면서 다리 딛고 서서 물속에서 놀기는 디게 좋아하는 백동이와 그의 아내. 열대지역임을 십분 느끼게 해 주는 깔끔한 수영장이지만 물은 자주 갈지 않고 소독약만 디립다 넣는 듯 시야가 뿌옇습니다.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는 바람에 아이들과 함께 놀기엔 무리가 있겠더군요.
백동이 초딩 적, 대만에서 먹어보고 뿅 반해버렸던 starfruit. (대만에선 양타오라고 부릅니다) 시원했던 그 맛이 아련한 추억에 불과한지...? 쇼핑몰에서 반가운 마음에 사버린 양타오, 그 때만큼 맛이 있지 않네요. 그래도 볼수록 신기한 모양의 과일이죠?
우리 부부 외에 수영장에 있었던 유일한 투숙객. 이 백인 아저씨 샤워도 안하고 수영 막 하더니만, 부전자전이라 뒤에 나온 이 아자씨 아들내미도 샤워 안하구 막 수영함돠.
이런 시설들을 한국 민박집이나 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둘이서 즐긴다니... 이번 여행은 거의 방콕에만 붙어 있어서 매우 이국적인 것을 체험하는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저렴하게 호텔에서 휴식도 취하고 역시 저렴하게 이것저것 쇼핑도 하는 것이 즐거웠던 그런 여행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