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 리뻬] 반 폰 인 (= 반 카시린) , 깨끗한 신축건물의 저렴한 숙소. 하지만.....
뜨랑에서 11시에 봉고 타고 출발하여 핫야오 선착장으로 가서 기다리다 배타고 꼬 리뻬 도착, 여기서 다시 긴꼬리 배로 갈아타느라(선착장이 없어 큰 배에서 작은 배로 갈아타고 해변에 내림) 서성대니 해변에 발을 디딘 것은 벌써 시계바늘이 오후 4시를 넘어선 때였습니다.
시간이 이쯤 되고 보니 섬의 인기 있는 숙소의 저렴한 선풍기 방은 이미 동이 나서 비싼 에어컨 방밖에 남아있지 않았지요.
할 수 없이 우리는 섬 안 쪽 길(팟타야 해변과 선라이즈 해변을 잇는 길)로 진입했어야 했는데 얼마 걷지 않아 Fan Room 600밧이라는 표지를 보게 됩니다. 이 숙소는 피피 베이커리와 슈퍼마켓 사이의 후미진 골목 안에 있는 곳인데요,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새 건물인지라 건물 상태도 양호하고 하얀 침구와 1인당 2개의 수건이(큰 타올과 작은 세수타올) 제공되고 케이블티비도 연결되어 있어서 그냥 한 번에 오케이 했습니다. 이때쯤 우리는 긴 여정과 무거운 배낭 때문에 더 이상 다른 숙소를 찾는다는것도 불가능했고, 섬의 성수기 시즌에 깨끗한 팬룸 600이면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했지요. 그리고 해변에 바로 위치한 숙소는 아니지만, 섬안길 쪽으로 많이 들어오지 않은 지점에 있으니 해변을 들락날락하기에도 전혀 부담될게 없었구요.
그런데 이 모든 장점을 한 번에 부셔버리는 단점이 존재했으니... 바로 해도해도 너무하게 , 정말 무진장 스럽게도 덥다는 것입니다. 태국이야 어느 곳이든 늘 더운데다가, 그리고 선풍기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서도... 여긴 한술 더 뜨더라구요.
근처에 아름드리 나무 그늘이 있는 숙소라면, 이 나무가 상당히 해를 가려주는 역할을 해서 그렇게 덥지 않아서 지내기에 훨씬 좋습니다. 한낮에 이 섬의 다른 방갈로(키 큰 나무가 총총히 심어져 있는)로 가봤더니 오히려 서늘하다고 느껴질 정도였건만... 우리가 묵은 숙소는 주변에 나무 한그루 없지, 게다가 바람마저 잘 들어오지 않는 구조인데다가 특히나 우리 방은 동쪽을 향해 창이 나있어서 아침 해가 뜨자마자 방으로 직사광선이 마치 레이저처럼 쏘아져 들어옵니다.
아침에 환기 좀 시키려고 무심코 문을 열었다가, 뜨거운 햇볕에 놀라 후다닥 문을 닫고 커튼을 여며서 방을 어둑하게 만들고는 다시 침대에 - 아아아~~~미치겠다!! - 하면서 드러눕는 우리의 모습이란... 마치 잠이 덜 깨서 실수로 낮에 문을 연 우왕좌왕하는 드라큐라 꼴이랑 비슷합니다.
아침에 숙소에서 밖으로 나설때는 할렐루야~~~
오후에 숙소로 들어올때는 오 마이갓~~~
하지만 이 방이 시원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바로 욕실에 들어갔다 나올 때입니다. 욕실은 그야말로 열기 + 환기안됨 + 습기가 어우러져 거의 습식 사우나네요. 화장실에서 방으로 나오는 그때, 그 한순간... 이 방이 그래도 살만하다고 느껴진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다음날 연이틀 스노클링 투어가 잡혀있었기에 방을 옮길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그저 이곳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몸이 괴로워서 그런가, 매일밤 둘이서 악몽을 꾸게 됩니다. 학교로 다시 끌려가 시험을 치질 않나, 꿈속에서 납치를 당해서 노동을 하게 되질 않나....
사정이 이러다보니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방의 여행자들도 어디서 의자 한 개씩 구해 와서 방 밖에다 두고, 거기에 걸터 앉아서는 고개를 방 쪽으로 쭈욱 빼고는 방 안의 티비를 시청하고는 했어요.
요왕은 잠잘 때 큰 목욕 수건을 적신 뒤 꼭 짜서 깔고 자는 등의 수법을 썼지만 별 효과는 보지 못했습니다.
섬에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맘에 드는 숙소를 구할때는 되도록 일찍 당도하는 것이 최선이구요. 혹 요금이 저렴하더라도, 주변에 나무가 한 그루도 없거나 해서 볕을 제대로 받는 방은 피하는게 즐거운 섬 생활을 위해서 좋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약간 마음의 각오는 하는게 좋을듯...
지금은 혹서기를 앞둔 2월의 하순이어서 이럴 수도 있습니다. 11월이나 12월은 그래도 지금보다는 나을거에요.
너무 단점만 주절주절 쓴거 같은데, 주인 아주머니도 무난하니 괜찮고 숙소 시설이나 수건 상태도 깨끗하고 청결하니 장점도 꽤 되는 숙소랍니다. 그리고 늘 해변에서 지내실 분이라면, 이 단점의 영향력에서 많이 벗어나실수도 있을듯해요.
숙소 이름은 희안하게도 밖에는 Ban Kasirin이라고 되어있고 안쪽 간판에는 Baan Porn Inn 이라고 되어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