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호사누린 꼬창 <그랜드뷰 리조트>&<아나 리조트>
도시에 비해 섬은 계절의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아요.
성수기 때는 상당히 부담스러워 지는 숙소 요금이 비수기에 돌입하면 다른 주요 관광지보다도 훨씬 더 가격 하락폭이 더 커져서 그야말로 편한 가격대에서 골라 잡을 수가 있어요. 성수기에 비해서요! 비수기 시즌 섬에서는 여행자가 갑인 상황이랄까...
우리가 꼬창을 방문한 기간은 6월 우기 때였고, 숙소를 빨리 예약한 덕에 좀 더 할인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음식이나 관광포인트에 대해서는 여행자 개개인의 호불호가 꽤 갈리는 편이지만, 숙소는 대체적으로 돈에 따라서 만족도가 결정되어지는 편이라 보여요. 암만 비싼 음식점도 내 입맛에 안 맞으면 땡이지만, 숙소는 비싼 곳이 위치도 시설도 좋아서 기대를 크게 벗어날 여지가 적다는...
하여튼 1박에 천 밧 좀 넘는 금액 가지고 호사를 논하긴 그렇지만, 그래도 치른 가격에 비하면 꽤 편히 지낸 꼬창의 숙소 이야기 끄적여 봅니다.
꼬창 화이트샌드 해변(핫 싸이 카오) 남단
<그랜드뷰 리조트 Grand View Resort>
위치 https://goo.gl/maps/4Djwe2EJMk62
핫 싸이 카오에서 아오 크렁 프라오(크롱프라오) 넘어가는 언덕 초입, 마크로 푸드 서비스 바로 맞은 편이에요.
참고로 마크로에는 떡볶이, 고추장, 된장, 불닭볶음면 같은 한국식품도 파는데 주류로는 막걸리도 있고 소주도 한 병에 130밧 정도에 저렴하게 팔고 있습니다.
떡볶이 떡 1킬로가 110밧 정도밖에 안 해요. 호텔 이야기 서문에 왜 떡 이야기인지... -_-;;
암튼 우리는 그랜드 뷰 리조트에서 가장 낮은 등급의 방을 1박 1,100밧 정도에 얻게 되었어요. 더 비싼 방은 해변가에 바로 닿아 있고 우리 방은 세 번째 줄인데 이게 큰 단점은 아니었어요.
이 리조트는 해변에 닿은 나름 비치 프론트형 숙소인데, 썰물 일 때는 숙소 앞 바다의 모래사장이 드러나는데 밀물 일 때는 물이 옹벽까지 차올라 철썩철썩 거립니다. 내내 모래사장이 드러나 있는 화이트샌드 위쪽 구역이랑은 상황이 약간 다르지요.
시기가 시기인지라 뭐 바다에서 수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수영은 호텔 수영장에서 폼나게 하고 바다는 조망용이죠. 다만 물이 들어와서 모래사장이 없어지만 아무래도 숙소에서 바로 해변으로 내려가서 모래사장 따라 길게 산책하는 건 좀 어렵겠죠.
싱글 침대 두 개를 이어붙인 더블베드가 꽤 넓었고 냉장고, 드라이어, 그 외 소소한 호텔 비품 등은 거의 다 있는데... 티비는 아주 구형인 배 볼록 브라운관이네요. 요즘 이런거 보기 드문데 말이에요. 근데 티비는 아예 켜지도 않았어요. 알아듣지도 못할 채널뿐이라면 대형 평면티비라도 그 무슨 소용. 사실 와이파이만 잘 지원되면 티비는 없어도 되요. 공간만 차지하고...
바다를 향해있는 수영장도 약간은 인피니티 풀 느낌이 납니다요. 작은 짐도 있는데 거기서 러닝머신 뛰는 여행자도 있더군요. 부지런도 하셔라...
열쇠보증금이 500밧 있고 아침 뷔페도 포함인데... 사실 리조트가 그렇게 고급 대형은 아니고 손님도 좀 적어놔서 음식이 막 다양하거나 고급지지는 않았습니다만, 바다를 접한 숙소 1박 1100밧에 뭘 더 바라고 있겠어요. 그건 욕심이겠죠. 저희는 우리가 치른 값에 비해서는 대략 만족했습니다. 이런 맛에 비수기에 섬에 오는 거라면서요.
해변 식탁에서 아침 먹으면 진짜 휴가 온 기분이 찐하게 들어요. 녹색 정원수를 뒤로 하고 정원 벤치에 앉아 파란 바다 바라보면서 멍 때리기에 아주 좋은 위치였어요. 마음에 켜켜이 침식해있던 시름이 날아가는 풍경이랄까...
작년에 ‘중찬팅’이라고 우리나라 윤식당 베낀 중국의 리얼리티 TV프로그램을 여기 꼬창에서 찍어서 그런가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중국인 여행자들 비율이 꽤 되긴하더군요. 하긴 그 프로그램 아니라도 중국인 여행자들은 늘 많았으려나요... 하여튼 우리숙소에도 중국인 여행자가 대부분이였어요.
넝부아 식당에서는 아시아 여행자에게는 일단 중국어 메뉴판부터 갖다 줄 정도입니다. -_-;;
우리가 묵은 방
크렁프라오 해변, 운하 가에 위치한
<아나 리조트 AanaResort>
위치 https://goo.gl/maps/D5xPFBMw4YH2
이곳 역시 비수기 특가로 1,100밧 정도에 묵게 되었어요.
화이트샌드 비치 남단의 마크로 앞에서 이 리조트 정문까지 썽태우로 2명 100밧에 우리만 타고 왔습니다. 이 정도 거리감에 외국인 여행자가 인당 50밧이면 선방한 거라고 볼 수 있는데, 흥정을 한 게 아니고 기사아저씨가 단번에 백 부르고 우리도 단번에 오케이 한 가격. 그러니 이 구간 이동할 때 참고 하시면 되겠어요.
아나AANA 리조트로 말하자면... 십수년전 오픈을 했던 시기에는 꽤나 토속적이면서도 고급스런 분위기로 런칭을 했는데... 이 숙소의 외장재가 매우 자연친화적이에요. 바닥, 계단, 난간 등 대부분 외장을 나무로 다 해놔가지고... 이게 세월이 흐르니까 너무 빛이 바래는 상황이 와 버린거에요. 퇴색감이 켜켜이 배어있어요.
태국 나무 중에서도 땡땡한 것이 있긴 한데, 그건 아니고 이건 그냥 일반 목재더군요. 지금도 몇몇 객실은 뚝딱뚝딱 보수를 하고 있습니다. 계속 손을 좀 보긴봐야겠어요.
하여튼 전반적인 소재가 나무라서 초기에 비하자면 빛이 좀 바래기는 해도 아직도 꽤 괜찮은 숙소이긴 합니다.
이 숙소가 자리 잡은 곳을 구글맵으로 찾아보면 위치적인 특성이 파악이 될텐데요, 바로 해변을 접한 것이 아니고 바다를 향해 나있는 수로를 조금 올라온 지점에 있어 해변까지 가려면 호텔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카약을 스스로 노 저어 가거나 호텔에서 운행하는 모터보트를 타고 가야해요.
이 숙소 근처에는 편의점이나 뭐 그런 여행자 편의시설이 없어요. 상가나 식당이 좀 모여있는 곳 가려면 북쪽으로 쭈욱 올라가거나 남쪽으로 쭉 내려와야해요. 바꿔말하면 외부와 어느정도 차단된 호젓한 위치에 있는거죠.
제 걸음으로 숙소 정문에서 남쪽 방향의 첫 세븐일레븐까지 대략 22분 정도 걸렸습니다. 세븐일레븐 앞에는 사원이 있고 사원 맞은편에는 과일가게랑 점포가 몇 개 있는데요, 여행자에겐 세븐 편의점과 과일가게만 있으면 다 있는 거죠. 과일도 저렴했어요.
세븐까지 가기는 싫다 하면 역시 남쪽 방향으로 십분 정도 걸으면 작은 구멍가게가 나와요. 노점식당도 하나 붙어있고요. 근데 이 리조트에 묵으면서 여기까지 와서 밥 먹을일은 그다지 없겠구만요.
이 리조트가 자리한 골목 안쪽으로 쭈욱 들어가면 해산물 식당이 몇 군데 있고 게스트하우스도 있는데, 그중 쌉빠롯 방갈로에서 오토바이도 250밧에 대여해줍니다. 섬에서의 오토바이 운전은 사실 권할만한 사항은 아니지만 그냥 참고로요...
호텔 안에 미니마트(가격은 세븐에 비해 50% 정도 비싸요)가 있어서 생필품은 구할 수 있고 근처에 맛있는 해산물 식당도 있습니다.
맛사지는 호텔 내 스파가 있는데 가격대 보고 다시 돌아보지도 않았어요. 호텔스파는 왜 이렇게 비싼건지 말이에요. 2시간짜리 스파 프로그램이 무려 2박 요금이라는...
저희는 이 리조트에서 가장 낮은 등급의 방(그래도 이름은 디럭스입니다)에 묵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의 환경은 좋았어요. 방이 3층에 배정되어서 시원하고 트인 느낌이 들었는데, 운이 없어 1층에 배정되었다면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 때문에 좀 눅눅하고 볕도 충분히 안 들었게 분명해서 기분이 꽤나 저하 되었을거에요.
수영장도 두 곳 있고 운하 변에 위치한 식당에서 먹는 아침 식사도 괜츈한 편이에요.
물론 꼬창에 더 멋들어진 숙소는 많고 많지만, 모든 건 가격 대비해서 생각해야하니까... 우리가 치른 가격에 견줘보면 좋았다~~ 는 거지요.
화이트 샌드 비치로 오고 가는 셔틀이 오전 오후 하루 왕복 2회 있고, 반딧불 투어도 매일 저녁 있습니다. 호텔에서 지원해주는 이런 저런 소소한 무료 서비스들은 체크인 때 다 설명 해줘요.
반딧불 투어는 롱테일 보트를 타고 운하 안쪽 맹그로브 숲으로 가서 보는건데요, 깜깜한 밤 양옆으로 나무는 우거져있고 물은 온통 검은색, 아니 물 뿐만 아니라 모든 게 달빛 아래 어둠이다 보니까, 뱃머리에 앉아 물을 가르고 나아갈 때 좀 무서웠어요. 마치 아마존에서 갑자기 아나콘다 튀어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도 생각나고... 아마존이랑 이런 개울을 비교하는게 말도 안 되는 걸 알지만, 그때 당시엔 좀 두근두근하더군요.
게다가 손님은 우리 둘뿐이고 ...-_-;;
잠깐 가다보니 반딧불이 살고 있는 나무에 다다를 수 있었고, 와아~~ 예쁘다 정말 있네~ 하는 순간 장대비가 후두둑... 떨어집니다. 이게 무슨 변괴람. -_-;;
그래서 급히 회항해서 리조트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돌발변수가 아니고 정식으로 하자면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런지 모르겠어요.
카약도 무료니까 팔뚝 힘 좋은 분들은 영차영차 바다로 나갈 수도 있겠어요. ^^
저희는 가까운 모래사장 해변까지 왕복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겨워서, 카약은 그 후로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운하 어귀의 해변, 모래사장에 가면 아나 리조트 전용 비치체어가 있고 해변 따라 쭈욱 북상하면 코코모 비치 바, 크롱프라오 리조트 등이 나옵니다. 이게 진정한 비치프론트형 숙소죠.
꼬창의 숙소가 대부분 서쪽을 향하고 있어서 일몰 때의 분위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꼬창이 막 세련된 맛은 없는 좀 빈티지스러운 섬이지만... 취향에 잘 맞기만 하면 이 촌스러운 매력에 빠져들 여지도 충분히 있어요.
이 섬에서 우기의 한적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물씬 느끼고 왔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