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이] 반 쑤언, 내겐 아주 살짝 애매했던 숙소
치앙마이에서의 슈퍼게으름뱅이 은둔 생활을 종료하고, 우리는 빠이로 향하기 위해 오랜만에 짐을 주섬주섬 꾸린다. 빠이행 미니버스는 시내에 있는 여행사에 들어가서 하면 거의 180밧을 부르는데, 아야 서비스에 직접가면 150밧, 그런데 시내에서 기차역 근처의 아야 서비스까지의 픽업 비용 생각하면 그게 그거니까, 180밧 주고 예약을 한다.
거의 800개에 이르는 커브는 치앙마이-빠이 구간 중 하반부에 집중되어 있는데, 예전에 한번 큰 고생을 겪은 적이 있는 나는 이번에 멀미약(야깨마오)을 복용해서 3시간동안 아주 편안하게 극락 모드로 빠이에 왔다. 자다가 슬쩍 실눈을 떠보니 우리 옆에 앉은 서양인 아가씨는 차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는 좌석에 파묻은 채 기진맥진모드로 돌입... 다행히 토하진 않았다.
우리는 이번에 오면 묵어보리라 생각했던 반쑤언으로 막바로 직행했다. 아야 서비스에서 나눠주는 지도에 표기된 반 쑤언 림 빠이 바로 옆집이다.
이곳은 4개의 더블룸 방갈로와 2개의 트리플룸 총 6개로 이루어진 작은 규모의 숙소였는데 맨 처음 본 더블룸은 무선 공유기에서 너무 먼 관계로다가 와이파이가 안 된다. 그럼 실격!!
주인아줌마는 원래 이 더블룸 500인데 400에 해주겠다고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조심스럽게 속삭이며 손가락으로 자기 입술을 지긋이 누른다. 아~ 이거 왠지 남모르게 모사를 도모하는 기분이 든다. 어쨌든 고맙다.
더블룸은 화장실은 넓고 침실 공간은 생각보다 좀 작아서, 침대 이외의 공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독립된 나무 베란다(?)도 있고 해서 분위기는 좋다. 혼자 쓰면 좋겠지만 둘이 쓰기에는 좀 애매하게 좁다.
남은 객실 중 그나마 와이파이가 그나마 잘되는 방은 3인실인데 더블침대1, 싱글침대 하나의 널찍한 방이다. 3인실은 800인데 600에 해주겠다고 몸을 낮추고 속삭이는 바람에 우리도 나름 비밀스런 표정을 지으며 오케이 하게 된다.
에어컨이 있지만 이 시기에(2월말) 에어컨은커녕, 새벽엔 난로가 필요할 지경이다. 정갈한 침대보와 이불도 괜찮고, 수건과 생수는 당연히 있고 티비가 있지만 채널은 다양하지 않아 켤 일이 없었다. 바닥도 하얗고 깨끗하고 큼직한 타일이다.
더블 침대가 그다지 크지 않은 관계로, 나 홀로 싱글침대에서 몸을 잔뜩 오그리고 미동도 않은 채 자고 있으니 다음날 아침 요왕이 들여다보며 ‘죽었냐?’ 라고 한다. 아침 인사로 참으로 정겨울세~ ‘아직 안 죽었다’고 환하게 화답해줬다.
이 집의 카운터에는 무료로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커피와 차, 바나나와 작은 빵들이 준비되어 있어서 아침식사는 그걸 가져와 테라스에서 해결해도 좋다. 이쯤 되면 여유로운 느낌이 안 흐를 수 없다. 그리고 공짜니까 안 먹으면 왠지 손해 보는 느낌~
빠이는 북부에서는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겨울 성수기와 우기 비수기의 숙소 가격이 마치 남부 섬들처럼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겨울 시즌의 숙소 요금은 우리같은 외국인 여행자가 아닌 태국인 현지 여행자들이 다 올려놓는다. 그래서 성수기에도 금, 토요일만 많이 올라가는 숙소가 있고 평일에는 비수기보다 약간 올라가는 정도 인 것이 일반적...
우리가 도착한 2월 말은 그 극성스런 성수기가 거의 꺾인 주중인지라, 방 사정이 매우 좋았다.
반 쑤언은... 친절한 숙소 주인/ 위치상의 장점/ 깨끗한 실내 등등 장점에도 불구하고 살짝 애매했던건, 둘이서 더블룸을 쓰기에는 방의 공간이 좀 좁은 느낌이 들고, 널직한 트리플룸의 가격은 그 시기에 600밧으로 다소 비싸다는 것... 그래도 좋은 곳이다.
어쨌든 이곳에서 3박이나 하고서 좀 더 저렴한 곳을 찾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