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이 늘 그대로인 것 같은 <쑤코타이 올드시티>
변함이 없다는 건 그 맥락에 따라서, 정체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고 반면에 고유의 색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시선에 따라 좀 다를테죠.
먼먼 옛날... 쑤코타이 역사공원은 아유타야와 더불어 태국유적지의 대표아이콘중 하나여서 많은 여행자들이 방문하던 곳이었는데, 앙코르왓이 열리면서 그 위대한 유적지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많아지다보니 이곳은 약간 그 기세가 내려앉은 느낌입니다. 아유타야는 방콕에서 가까우니까 요즘도 일일투어로 방문하기가 좋은데 비해서 쑤코타이는 체감상 좀 그렇게 느껴지던데 다른여행자들이 느끼기엔 어떨까 궁금합니다.
상황이야 어찌되었든 이 역사공원 자체는 예나지금이나 꽤 아름다운 곳이란 생각이 들어요.
특히 왓씨춤이라고 사각해자 북쪽에 위치해있는 곳에 있는 불상의 곡선이 상당히 유려한 느낌을 주는데 저는 사실 예술품에 대한 심미안이 없어서 뭐라고 구체적으로 설명은 못하겠지만 맨 처음 봤을 때는 오... 정말 곡선미가 특이하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그동안 쑤코타이 오면 늘 신시가지에 묵으면서 썽태우 타고 왔다갔다 했었는데 이번에는 역사공원 바로 앞에 있는 곳에 묵게 됩니다.
여기서 묵으면 오전에 역사공원 보고 낮에는 숙소로 와서 쉬고 저녁에 다시 나갈 수 있으니 좀 더 역사공원 탐방이 편하다는 게 장점일 될테죠.
보통 이 동네를 므앙까오(Old City)라고 하는데요, 사실 올드시티는 역사공원 앞 마을이 아니고 역사공원 자체가 올드시티입니다. 예전 쑤코타이 시대에는 이 해자 안에 도시가 형성되어있던거죠.
하여튼 이 마을은 십수년전 전경이나 지금의 전경이나 크게 다를 바는 없는 것 같은 느낌인데 말입니다.
방콕이나 치앙마이에서 이곳을 잇는 버스노선은 꽤나 빈번해서 좋은데 반면 시간이 좀 애매해요. 방콕에서 오면 한 7시간, 치앙마이에서 오자면 거의 5시간 넘게 걸리는데, 쑤코타이-방콕구간은 낮에 이동하려니 하루를 다 잡아먹는 느낌이고 밤에 이동하자니 너무 새벽에 도착이어서 그것도 애매하고요, 공항이 있긴하지만 쑤코타이에서 꽤 떨어져 있는데다 항공료도 저렴하지 않고 암튼 좀 고민이 되게하는 곳 이긴합니다.
저희는 예전에 낮시간을 아끼기위해서 쑤코타이에서 밤 11시 버스를 타고 방콕으로 간적이 있었는데 그날밤 10시즈음에 체크아웃하는거니까 어쨌든 1박요금을 내었고, 또 정작 방콕엔 너무 신새벽에 떨어지니까 갈 곳이 마땅이 없어 곤란하고 그렇더라구요. -_-;;
이번에는 람빵에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데 시간은 3시간 반 정도 걸리고 요금은 171밧, 그리고 버스가 역사공원을 통과해 터미널 방면으로 가기 때문에, 역사공원 앞 마을에 내릴 여행자라면 안내군에게 미리 말해놓으면 알아서 잘 떨어뜨려줍니다. 가끔 안 그런 사람도 있으니까 도착 즈음에서는 구글맵을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 뭐 실수로 터미널까지 가더라도 썽태우 타고 나오면 되긴하지만 귀찮죠. 어차피 거쳐서 가는 곳 인데 말이에요.
역사공원 앞에 내려서 큰길 따라 걷다보면 영업을 한지 꽤 오래된 올드쑤코타이 게스트하우스가 보이는데, 혹시나 새숙소가 얻어걸리려나해서 람캄행국립박물관 뒤편의 골목길로 들어가봅니다. 있긴 한데 너무 높은 요금을 부르는군요. 대로변에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되고 방도 일반적인 느낌이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다시 돌아나와 묵은 올드쑤코타이는 에어컨 더블룸에 500밧입니다. 방의 개수가 꽤 많아서 방마다 좀 분위기가 다를 수는 있겠던데 우리방은 뭐 그럭저럭한 느낌이에요. 널찍하고 밖으로 창이 나있긴한데 살짝 좀 어두운분위기가 있고 그렇게 세세하게 깔끔하지는 않은 것 같은...
하지만 하룻밤 묵으면서 역사공원을 탐방하기에는 가격대비 모자람은 없는 곳이었고, 우리가 묵었을 당시에는 중국인여행자들도 꽤 있더군요.
그리고 올드쑤코타이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웨이크업’이라고 아주 반짝반짝해보이는 새 숙소도 있긴한데 밖에서만 봐도 요금이 꽤 높을 것 같아 아예 빈방있냐고 물어보지도 않게됩니다.
자리펴고 누울 곳을 마련했으면 이젠 먹을 곳...
태국은 어딜 가도 저녁이 되면 먹거리노점이 노상 지천으로 나와 있는 분위기인데 이곳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우리 숙소에서 세븐일레븐 방향, 그러니까 쑤코타이 시내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다보면 걷는방향 오른쪽에 ‘왓뜨라팡텅’이라는 사원이 하나 있던데 그 사원에 딱 붙어서 재래시장이 있었어요. 과일도 팔고 닭튀김이랑 각종 먹거리들과 일반재래시장에서 파는 채소 등등.... 그리고 그 사원 근처 길거리에도 노점들이 나와있고요.
그러니 재래시장/노점, 아니면 대로변에 줄지어 서있는 식당 뭐 아무렇게나 들어가도 될듯합니다. 제 생각에 이런 곳에서 무슨 대단한 식도락을 찾는 건 좀 무리고 그냥 입에 맞는 것 한끼 잘 고른다는 느낌으로요.
이곳 식당들은 그 대상이 거의 외국인 여행자인지라 음식 질에 비해서는 가격이 좀 한다고 느껴지던데요, 모든 식당이 다 그런 건 아니고 몇몇 집들은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서 식당외부에 내놓은 메뉴판을 참고하면 적당한집에서 한 끼 저렴하게 먹기에 크게 어렵지는 않을 거 같더군요. 어차피 식당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은 음식이니까요...
그렇다고 비싼 곳도 많이 비싼 건 아니에요. 단품식사(볶음밥, 덮밥, 국수류) 기준 비싼 곳이 50~60밧, 싼곳이 40밧 선입니다.
이곳저곳 다 마땅치 않으면 여행자들의 냉장고 세븐일레븐이 있으니 거기서 사와도 되고...
역사공원을 둘러보는 것 이외에는 여기에서 딱히 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유유자적 시간을 보낼 분들이 아니라면 다음 목적지로 떠나야겠죠. 역사공원 앞에서도 방콕이나 치앙마이로 가는 표를 팔고 있습니다. 물론 터미널로 가면 좀더 다양한 목적지와 시간대의 버스가 있어요. 터미널-역사공원 간의 썽태우 요금은 30밧이었습니다.
규모가 크지 않아도 이 올드시티에서 먹고 자고 이동하고 하는 게 다 되니까, 쑤코타이 시내에 별 관심이 없는 여행자라면 그냥 도착과 출발 모두 그냥 이곳에서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다만 숙소가 좀 시내에 비해서는 다양하지 못하고 요금도 살짝 비싼느낌이 들었는데(이건 식당도 마찬가지....) 하루만 묵을거면 크게 개의치 않을 정도의 차이라 느껴집니다.
저는 사실 쑤코타이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는 편은 아닌데, 요왕은 예전부터 쑤코타이를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이유를 물어봤더니 이곳의 유적지 안이 분위기가 다른 곳에 비해서 깨끗하고 좋아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역사유적지안을 돌아다니는 것도 차분하고 경건하게 좋은 느낌이라 하고...
제가 태국유적지에 큰 관심이나 심미안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치앙마이나 빠이처럼 여행자들이 재방문을 빈번하게 하는 곳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방문해서 이 아름다운 유적을 살펴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 이정도의 무게감입니다.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근사한 피사체가 되어줄만한 유적군이 있으니 그게 큰 장점일테지요.
왓 뜨라팡 텅. 입장권 없이 들어 갈 수 있다.
#2015-06-03 16:04:31 지역_일반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