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껫(푸켓) - 팡아만 일일투어
피피는 투어로 다녀오는 분들도 있지만, 개별적으로 이동해서 피피섬에서 숙박을 하면서 지내는 여행자들이 많은 듯 느껴져요. 물론 시간이 어느 정도 여유가 되는 여행자에 한해서겠지만요. 시간이 촉박한 여행자들에게는 피피섬 일일투어도 꽤 유용한 투어가 될 듯 합니다만...
하여튼 팡아만 관련해서 투어를 하고 배를 띄우는 투어 회사만 거의 20여 개에 다다른다고 하더라구요. (우리 고무 카누를 저어주던 태국 뱃사공 청년의 말에 의하면요...) 그리고 한 회사에서 조금씩 구성을 달리해서 두 세 개의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하고, 그러니 투어 종류도 그만큼 많을 테고요, 실제로 바다로 나가보니 각자 회사 이름이 다른 배들이 많이 있었어요.
이렇다보니 투어마다 조금씩 다른 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주로 육로 이동을 하는지 주로 배로 이동을 하는 지에 따라서도 갈릴 수 있겠고(요즘은 해상 이동이 조금 대세인 듯...) 또는 섬 주변 절벽을 돌아볼때 고무 보트 인지 플라스틱 보트 인지도 조금씩 다른 차이점 중의 하나일수 있겠구요. (주로 고무보트가 많이 보이더라구요...) 또 큰 배로 가기도 하고 어느 여행자들은 쌍발 엔진이 달린 스피트 보트를 타고 오기도 하구요. 식사에서도 조금 차이가 날수 있겠네요.
들르는 섬도 약간씩 차이가 납니다. 물론 제임스본드섬은 어느 투어나 필수로 들어 있구요, 무슬림 마을을 가느냐 안가느냐 또는 코끼리를 한번 타보냐 안 타보냐등등...어떤 투어는 ATV를 넣기도 하고, 전일투어, 오후투어 이렇게 나누기도 하구요. 헉헉~~
하여튼 이렇게 조합을 하다보면 경우의 수가 많으니까 투어마다 조금씩 차등이 있을텐데요. 팡아만 투어를 종류별로 다 섭렵해본게 아니어서, ‘팡아만’이라는 같은 장소를 바탕으로 각 투어가 얼마나 대동소이한지는 사실 잘은 모르겠습니다. 제가 해본 건 푸껫 판와 카누Phuket Phanwa Canoe라는 회사에서 주관한 건데, 다른 회사에서 주관한 투어는 어땠는지 후기도 궁금하네요.
투어 시작~은 대개가 그렇듯이 픽업으로 시작됩니다. 픽업차량이 7시 45분에서 8시 사이에 온다고 생각했었는데, 7시 15분쯤에 누가 문을 쾅쾅쾅!! 이런~우리 숙소 스텝이 올라왔더라구요. 너네 데려갈 차가 지금 와있다고... 아아~너무 일찍 온거 아냐!
하여튼 우리 지금은 못 내려간다고 전해달라고 하고서는, 후다닥 준비해서 7시 35분 즈음해서 숙소 로비에 앉아있었는데 결국 픽업 봉고가 다른 곳을 돌고 돌아 우리를 집어올린 시간은 8시 20분쯤.
하여튼 이 차를 타고 붕붕 달려서 푸껫의 북동쪽에 있는 ‘아오 포’라는 항구에 도착하니 9시가 살짝 넘었네요. 여기서 다른 여행자들이 올때까지 기다려 오늘의 투어 배에 올라타고 고고 씽~ 하니 9시 20분입니다.
배에는 차와 커피 그리고 바나나랑 람부탄, 그리고 과자가 있으니 아침 식사를 못하셨다면 간단히 요기 하셔도 좋아요. 물과 콜라, 환타 같은 탄산음료는 무료입니다. 맥주(씽)는 80밧으로 좀 비싼 편...
배가 출발 하면서 스텝 중 한 명이 오늘 투어에 대해서 간단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네요. 그날그날 날씨와 조류에 따라서 방문하는 섬의 순서는 달라질 수 있다는데요, 우리는 제임스본드섬, 꼬 헝, 꼬 파낙, 그리고 해변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섬 한 곳 이렇게 총 네 군데를 들린다는군요.
우리 배는 먼저 제임스 본드 섬으로 향하는데 이 때 거의 한 시간 반에 이르게 배를 탑니다. 배가 이동하는 동안 배의 오른쪽으로 해가 비춰서 사람들이 거의 왼쪽에 촘촘히 앉아가느라 배가 왼쪽으로 좀 기우뚱~ 하더라구요. 하하^^ 철이 철인지라 가는 길에 소나기 몇 번 등장해주시고, 비가 내리면 스탭들이 차양을 치고 걷느라고 분주해져요. 비가 한번 씩 와주니까 오히려 선선하기도 하고 좋더라구요. 물론 가는 도중에 와서 다행이지 카누 타고 도는데 비오면 완전 꽝이겠지요.
전체적인 분위기나 전경이 그 예전 베트남 하롱 베이에서 해봤던 투어(한때 대한항공 광고의 배경이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지요.)의 느낌과 비슷합니다. 물론 하롱 베이가 그 섬의 수에서 압도적으로 많긴 하지만요.
비수기 시즌인데다가 기록적인 세계적 불황 때문인지 푸껫도 여행자의 수가 참 많이 줄었다고 느껴지는데요, 오늘의 투어는 절반 정도가 아시아인(태국인, 한국인, 싱가폴인...) 그리고 30%정도의 아랍, 중동인 그리고 나머지는 유럽, 백인 뭐 이정도의 비율이었어요. 비율이야 뭐 시시때때로 다른거고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니까요.
자~ 그럼 한 시간 반 쯤 달려 드디어 제임스 본드 섬에 도착해서 큰 긴 꼬리 보트로 모두들 옮겨 타고 섬 상륙을 합니다. 섬에는 잡다구리한 장신구와 조개껍질 열쇠고리 등등을 파는 가게들이 있는데요. 저 아는 지인은 이 가게 앞에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구경하는데, 상인 아줌마가 손목을 훅~하고 끌더니 팔찌를 덜컥 채우더래요.
그래서 - 어 이거 어쩌지 어쩌지- 하는 동안(맘이 얼마나 약하신지...) 그냥 분위기가 사는 걸로 되어버렸는데 그걸 무려 800밧에 샀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다행히 그때는 환율이 30원이어서 망정이지... 사고 나서도 왠지 당했다는 생각에 아주 찜찜했다고 하던데, 그거 아직 가지고 있나 몰라요.
하여튼 배에서 내리기 전에 태국인 스탭이 한국말로 ‘여기 아주 비싸요. 사지 마세요. 방콕에서 사는 게 좋아요.’ 그러던데 이곳에서의 구매에 너무 마음의 문을 닫을 필요는 없겠지만, 적극적인 흥정은 필수인거 같아요.
남들 다 찍는 사진 찍고 여기서 30분 남짓 머물렀다가 다시 배를 타고 이동합니다. 다시 모선으로 돌아오면 12시쯤 되고, 점심 뷔페가 배 한가운데에 차려져 있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흰쌀밥, 볶음밥, 튀긴 마늘을 얹은 튀긴 생선, 새콤달콤 소스를 얹은 튀긴 생선, 닭고기 볶음, 닭 튀김, 베이비콘 튀김, 파인애플 튀김, 태국식 야채 볶음, 스파게티와 똠얌꿍이군요.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넉넉하게 준비하는 모양이니까 서둘러 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또 막상 앞에 가면 서두르게 되더라구요. 나중엔 음식이 많이 남더라는...
배는 흘러흘러가고 먹거리도 위장으로 흘러흘러가고... 냠냠~ 음식을 씹는 동안 두 번째 섬, 꼬 헝(Room
Island)이라는 곳에서 드디어 고무보트 카누에 타고 석회암 지형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데요, 나름 바위 모양에 의미를
부여해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명명하더군요. 저건 무슨 모양, 저건 또 무슨 모양 그러면서 설명을 듣다보면 정말 비슷하게 생긴
바위도 있고 (오오~끄덕끄덕) 좀 억지로 가져다 이름을 가져다 붙인 듯 한 모양의 바위도 있고 (에에~) 하여튼 그래요. 석회암
지형이라 크고 작은 동굴들이 많아 그것이 마치 여러 개의 방 같다 하여 꼬 헝이라 부른다고...
한 배에 2~3명씩 타고...
다시 이동하여 세 번째 섬인 꼬 파낙에 도착합니다. 다시 고무 카누에 올라타지요. 또 둘러봅니다. ^^
완전히 깜깜한 동굴을 랜턴 하나에 의지해 카누를 타고 들어가면 섬 가운데 물에 잠겨 있는 공간이 나옵니다. 얼마 전에 가봤던 꼬 묵의 에메랄드 케이브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사방천지 높은 암벽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고무보트에서 내린 다음 바닷물 웅덩이를 첨벙거리며 돌아다니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여기서 사진도 찍고 섬 안에 살고 있는 맹그로브 나무도 가까이서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다시 모선으로 이동할 시간
이제 투어는 막바지에 다다라 마지막 한 개의 섬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마지막 코스에 도착하면 오후 2시가 살짝 넘어 있습니다. 하여튼 이 마지막 섬에서 해변에 올라가 해수욕을 즐기기도 하고 또는 사공 없이 혼자서 카누를 저어볼 수도 있고 그래요. 사공한테 저어달라고 해도 되구요. 그런데 이날은 원래 가려고 했던 섬의 상태가 안 좋다며 근처의 다른 섬에 정박했는데요, 으흠~ 해변의 물 상태가 - 수영하기에는 다소 민망스러운 당신- 이더라구요. 이 섬보다는 그냥 빠똥 해변의 물빛이 훨씬 더 좋은 편이었는데, 바다 물빛이란 게 변덕스럽기 그지없는 거라서 딱히 단정 지을 수는 없네요.
대부분의 아시아 사람들은 고무보트 타고 놀고요, 제일 신난 사람들은 서양 언니 오빠 커플들과 이 배의 스탭들(젊은 태국 청년들)입니다. 배의 2층에서 물속으로 점핑하고 난리입니다. 막판에는 스탭들이 더 신이 난 듯...
저도 이 고무 튜브 카누를 저어봤는데 아무리 아무리 저어도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만 하고 도무지 전진을 못한더라구요. 무슨 신들린 튜브도 아니고... 뱃사공 아저씨가 저을 때는 정말 쉬워보였는데 실제로 해보니까 저한테는 쉬운게 아니네요. 카약이랑은 또 다르더라고요...
요왕은 그래도 수영 한번 해보겠다고 카누에서 바다 한가운데로 훌쩍 뛰어들었는데, 얼마 안가 힘이 쭉 빠진다며 카누 귀퉁이 잡고 허우적 허우적~ 저는 아무리 저어도 배가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완전 스타일 안 나옵니다. 결국 요왕을 물에서 다시 건져 올려 노를 젓게 해서 모선에 도착했습니다. 저같이 노 잘 못 젓는 분들은 그냥 사공한테 시키시는 게 좋을듯해요.
3시 20분쯤 모든 투어를 종료하고 배가 푸껫을 향해 회항하는 와중에 과일이 제공되구요,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도록 스탭들이 아주 간단하게 립싱크와 댄스를 선보이네요. 처음에는 호응도 없고 하는 사람도 쑥스러워해서 이걸 어쩌나 싶은게 좀 민망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진행을 하고, 아주 좁은 공간에서도 춤을 꽤나 잘 추는 청년들도 있던데 좀 노는 오빠들인가봐요. 하여튼 즐겁게 분위기를 띄우려는 노력은 가상해서 손바닥이 얼얼해지도록 박수를 쳐댑니다.
역시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들은 정열적인 남부 유럽 커플들이네요. 마지막에 람바다가 나오니까 찰싹 달라붙어서 미성년 관람 불가의 댄스를 구사하던데, 그분들 모습 보느라 재미 있더군요.
그리하여 배는 다시 이침에 출발했던 항구에 다다르고, 다시금 땅을 밟은 시간이 오후4시가 좀 넘었구요, 여기서 각자의 해변에 따라 봉고에 올라타고 숙소에 도착하면 5시 즈음이네요.
제 개인적인 감상은 그렇습니다.
전 원래 대부분의 투어가 - 막 재미있고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번은 해볼 만 하다 - 라고 느껴요. 저란 사람 자체가 좀 감흥이 무디고 흥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구요, 이 나이에 뭐가 그렇게 막 신나고 재미있는 그런 거는 없지요. 중국에서 말 트레킹 할 때도 인도에서 낙타 사파리 할 때도 그렇고 그 외에 태국에서 스노클링 투어 할 때도 그렇구 각종 도시 근교 투어를 할 때도 그렇구요. 투어 한다고 해서 막 마음이 기대가 왕창되고 콩닥콩닥 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투어가, 하고 난 후에 - 오~ 환타스틱 했어요 - 그런 적은 없답니다. 하지만 팡아만을 보려면 개인적으로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투어를 선택해서 가는 게 최선책이 아닌가 싶네요. 그런면에서 한번은 해볼 만 하지 않나 싶은데요. 사람에 따라서 기대가 충족이 되든 또는 실망을 하든 아니면 덤덤 하든지요.
이 팡아만 투어(판와 카누라는 회사에서 주관)의 가격은 1,600밧 정도로 거의 비슷한 가격대인데요, 아까도 이야기 했듯이 팡아만 관련 수많은 투어가 있으니 다른 여행자들의 다른 이야기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