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이야기(5)] 싸얌, 타이, 그리고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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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이야기(5)] 싸얌, 타이, 그리고 정체성

요술왕자 0 3


방콕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 중 한 곳인 ‘싸얌’에 대해 다들 알고 계실겁니다.

방콕의 싸얌 지역은 1960년대 초까지 빈민들의 판자촌 밀집지역이었는데 이곳에 큰 불이 나면서 재개발을 하게 되었어요. 정부에서는 이곳을 상업지구로 개발하면서 이 지역에 옛 나라 이름인 ‘싸얌’을 붙이게 됩니다. 상가 단지인 ‘싸얌스퀘어’, 쇼핑몰인 ‘싸얌센터’, 그리고 지금 싸얌파라곤 자리에 있던 ‘싸얌 인터컨티넨탈 호텔’ 등이 이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싸얌은 영문으로는 Siam으로 표기하기 때문에 ‘시암’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정확히는 싸얌สยาม(싸สะ-얌หฺยาม)입니다. 일본에서는 샤무シャム라고 부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샴’이란 말이 같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싸얌’은 이 땅의 원주민인 ‘크메르’인들이 짜오프라야강 중류와 그 이북지방 살던 사람들, 또는 그 지역을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타이족만을 선별하여 부른 것이 아니라 그냥 멀리 변방에 사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이었죠. ‘싸얌’의 어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검은색’, ‘황금색’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인 ‘싸야마’에서 왔다는 설이 지배적입니다. 여기에도 크메르인들이 변방에 사는 사람들의 피부색이 상대적으로 짙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 힌두신화에 나오는 ‘황금의 땅(쑤완나품)’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의견 등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 ‘싸얌’이란 말은 타이족 스스로가 아닌 외부에서 정해 준 이름입니다. 한자로를 섬라곡국暹羅斛國이라고 표기 했는데 이는 싸얌(섬暹) + 같은 지역에 그 이전에 있던 몬-크메르족의 나라인 라워(라곡羅斛)을 합친 말입니다.

타이족은 쑤코타이-아유타야-톤부리-짜끄리 왕조를 차례로 세우면서 대외적으로는 ‘싸얌’을 나라이름으로 내세웠습니다. 이 나라는 타이족 뿐만 아니라 몬족, 크메르족, 라오족, 말레이족, 그리고 중국, 인도, 서양인까지 섞여 사는 다민족 국가였죠. 국왕은 거대 제국의 모든 민족을 다스리는 보편적 통치자여야 했습니다. 따라서 보다 넓은 개념인 ‘싸얌’이 국호로 적합했습니다. 또한 이미 중국이나 서양열강에게 널리 알려진 싸얌(暹, Siam)을 사용하는 것이 국가의 영토와 주권을 명확히 하는데도 도움이 되었죠.


그럼 ‘타이’는 뭘까요? ‘타이ไท’의 원 뜻은 ‘사람’을 뜻합니다.

타이족은 원래 중국 남부에 있던 집단이었지만 한족의 세력이 커지면서 서쪽으로 남쪽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죠. 타이족들은 마을과 작은 도시를 형성하면서 주변의 다른 부족 사람들을 노예로 삼았는데요, 그들과 자신(타이)을 구분하게 되면서 ‘타이’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의미로 바뀌게 됩니다.

타이족은 마침내 짜오프라야 중류지역의 쑤코타이 지역에서 새로운 나라를 세울 정도로 세력이 커집니다. 재미있는 것은 쑤코타이สุโขทัย의 ‘타이’는 타이족의 ‘타이’와는 어원적으로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쑤코타이는 산스크리트어로 ‘행복’을 뜻하는 ‘쑤카’와 ‘새롭게 떠오름’을 뜻하는 ‘우다야’를 합친말입니다. 즉 ‘행복의 여명’이란 뜻이죠. 물론 나라 이름을 이렇게 만든 것은 아니고 오래전부터 있던 도시의 이름입니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인 타이ไท인들이 만든 최초의 왕국, ‘행복의 여명’이란 뜻의 ‘쑤코타이สุโขทัย’. 발음도 비슷한데 뜻도 둘다 멋진 것에 의미를 두면서 쑤코타이의 ย를 붙여 새로운 글자 ‘타이ไทย’가 만들어 집니다. 이는 이 땅에 사는 사람들, 또 이 사람들이 만든 나라를 의미하게 됩니다.


태국에 입헌혁명이 일어나고 얼마 되지 않은 1939년 총리인 피분쏭크람은 싸얌을 버리고 ‘쁘라텟타이 ประเทศไทย’를 공식 국명으로 채택합니다. 이는 ‘타이(ไทย)인들의 나라(ประเทศ)’라는 뜻입니다. 서구의 식민지 경쟁 속에서 단 한번도 주권을 잃지 않았던 그들이 ‘우리는 자유로운 사람들(타이)이다!’라는 것을 전 세계에 당당히 알리고 싶어 했던 외침이었지요.

타이는 영어로 Thai, 한자로는 泰를 쓰며 뒤에 나라를 뜻하는 단어를 붙여 각각 Thailand, 泰國이 된 것이지요.



젊은이들의 최신 유행을 주도하는 이 활기찬 분위기의 거리에 가시게 되면 역설적이게도 이 이름이 지닌 세월과 변화의 이야기를 한 번쯤 떠올려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01년의 싸얌 인터컨티넨탈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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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얌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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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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