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알프스 카오커 국립공원에서의 잊지못할 이틀
요술왕자가 펫차분 주의 카오커 국립공원의 볼거리들을 잘 정리해놨는데요, 저는 그냥 이곳에서 보낸 이틀간의 소회정도를 끄적여봅니다.
일단 이곳까지 어떻게 가는가가 제일 큰 문제일텐데요. 우리는 차를 가지고 갔으니 뭐 내비게이션 따라 운전해간거지만 일반적인 여행자들은 어떻게 가겠나... 방법을 알아보니 대략적으로나마 이렇습니다.
먼저 요술왕자가 이미 올린 정보글에 있는 지도에서 이곳의 위치와 지형을 잘 파악해보세요. 방콕 위의 아유타야 바로 그위에 롭부리, 그 위에 펫차분 뭐 이래 앉아있습니다. 각자의 출발지가 어디냐에 따라 경로가 다르겠는데요, 일단은 각자의 위치에서 펫차분 주 북쪽에 있는 핏싸눌록 또는 롬싹이라는 마을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합니다.
그런 다음 핏싸눌록이라면 롬싹 가는 버스를 , 롬싹이라면 핏싸눌룩 방면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서는, 안내양이나 안내군에서 카오커 초입에 떨어뜨려 달라고 하는 방법이 있어요.
카오커 들어가는 입구 삼거리에 보면 이렇게 썽태우 정류장이 있네요.
https://goo.gl/maps/wMNW2brCsCu
아무튼 이렇게 말도 안 통할게 뻔한 시골에서 교통편을 이래저래 갈아타야할 지난한 여정만 봐도 아주 갈 마음이 싹 사라지겠죠? ㅋㅋㅋ 여긴 대중교통편으로는 올만한 곳이 못되어서 외국인여행자들은 거의 못가는 곳이긴한데, 그냥 태국인들의 연말연시 풍경 탐방정도로 이해하면 좋겠어요.
오~ 이 게시판에서 검색해보니 벌써 2011년에 돌아감 님이 이곳을 다녀오신 이야기가 무려 3편 연대기로 있네요. 제목을 ‘카오코’라고 검색해보세요. 돌아감 님 글에는 방콕의 북부터미널에서는 이 국립공원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니 그걸 타고가면 제일 좋겠어요. 돌아감님도 그 버스는 예약이 다차서 실제로 타지는 못하셨다는군요. 그리고 2박을 했는데 카오커 초입의 대로변 숙소에서 1박, 카오커 안쪽에서 1박 이렇게 하셨네요. 12번 대로변에서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2196번 도로 들어갈때는 대중교통인 썽태우, 일정을 다 마치고 12번 대로로 나오실때는 암만 기다려도 그마나 차가 없어서 히치하이킹을 해서 대로변까지 나오셨다는데. 휴우~ 하여튼 산 넘고 고개 넘어 따라 오셨나요. 헉헉 -_-;;
돌아감님의 카오코 글 https://goo.gl/Jz4XaT
일단 숙소... 우리는 이곳이 초행이기도 하고 거의 숙소정보가 없어서 숙소예약사이트를 통해 제일 저렴한 곳으로 골랐습니다. 1박에 1000밧 정도인데요, 연말이라서 우리가 묵은 날을 빼면 거의 만실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런 특수한 시기를 비켜난 평일에는 아주 한산할겁니다. ‘러블리 팜Lovely Farm’이라는 이름 예쁘장한 숙소이고 언덕배기에 위치한 곳인데 이곳의 지형이 워낙 언덕과 굴곡이 많아놔서 고지대 전경을 즐길 수 있는 숙소가 꽤 되더군요.
이 집 주인장인 이탈리아 아저씨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분의 한 말씀~
- 태국에 좋은 바다가 얼마나 많아. 씨 썬 샌드~ 보통 휴가는 바다에서 보내는거 아냐? 우리는 휴가를 바다에서 보내거든. 그런데 태국인은 전부 산으로만 올라가... 여긴 늘 기온이 낮고 시원해. 바로 옆 마을 롬싹보다 늘 6-7도 정도는 낮다구.
여기서 산이란 동남아의 밀림 같은 축축한 정글 말고... 이런 고산지대 그러니까 파카 껴입고 목도리 두르고 입김이 하얗게 나오는 그런 산을 말하는데요. 아마도 외국인들이랑 태국인들이랑 지향하는 바가 달라서 그런가봐요. 특히나 연말에는 기온이 더 떨어지니까 이런 쌀쌀한 기온을 듬뿍 느끼기에 시기상으로 꽤나 좋을때죠.
이곳은 실제로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이 많다기보다는... 풍경이 좋은 곳이라 여행객을 위한 숙박업소가 절대적으로다가 많고 그래서 식당도 뭐랄까... 좀... 성에 안차요. 우리나라도 관광지의 식당은 좀 그렇잖아요. 여기도 오고가는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라 크게 맘에 드는 곳은 없고 가격도 좀 높았습니다. 그래도 뭐 차 몰고 숙소에서 조금 나오면 세븐일레븐도 있고, 우리 숙소에서는 아침식사를 챙겨주니 식사에 크게 어려움은 없었어요.
이 구역의 볼만한 사원 과 궁전 그리고 전쟁무기박물관 등은 이미 이전의 요술왕자 소개글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카오커 구역 내에 곳곳이 산재해있는 볼거리들을 어떻게 가냐? 인데요... 자가교통편으로 가든지 아니면 숙소를 통해 차를 수배해 하루 대절하든지해야 하겠지요.
그건 그렇고... 모든 여행자들이 다 숙소에서 자는 건 아닌가봐요. 비용을 아끼려는 마음에서인지 아니면 아웃도어생활 체험을 하려고 그러는건지는 몰라도 카오커 우체국 근방에는 텐트를 가지고온 태국인여행자들로 바글바글했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분들 아침에 용변이랑 세수 그런 건 다 어떻게 해결할란지... 이런 곳의 공중화장실이야 시설이 뻔할테고 사람이 이렇게나 몰리면 시설이 좋다할지라도 금세 상황이 좀 변하잖아요. 뭔가가 막 쌓이고... 아... 상상하기 싫다. 흐미~
아침에 부스스 일어나서 텐트에서 나와서 침구 탁탁 털어서 털고 짐정리하는 사람들 얼굴보니까 밤새 고생고생 생고생한게 얼굴에 그대로 새겨져있었습니다. -_-;; 바람이 노상 부는 철이라 그런지 흙먼지가 텐트 앞쪽으로 꽤나 들이치더라고요. 이런...
이런 길바닥에서 지내다가 집으로 가면 문 여는 순간 내집이 최고!! 천국에 왔다 싶은거지요..
이곳은 태국에서 ‘태국의 알프스’라는 별칭이 붙어있는 곳입니다. 태국에 이런 곳들이 좀 있어요.
태국의 몰디브 - ‘꼬리뻬’
태국의 스위스 - 치앙마이의 ‘도이앙캉’과 치앙라이의 ‘도이뚱’
태국의 계림 - ‘카오쏙 호수’...^^
이게 이 지역 주민들이나 여행업계 사람들의 캐치프레이즈인지 아니면 전국에서 다 인정해주는 것인지까지는 잘 모르겠구먼요. 하여튼 와서 보니까 그런 별칭이 그다지 무색하지는 않은 멋진 곳이였어요. 아마 12월 말이어서 기온이 더욱 내려가서 그런지도 모르겠구요. 년도가 바뀌는 시점이어서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그런걸지도 모르고 이곳의 기온과 바람이 우리나라의 늦가을을 연상케해서 그런걸 수도 있겠어요.
이 카오커 국립공원에서 보낸시간 중 가장 환상적이었던 시간은 바로 숙소 앞의 테라스에서 보내는 저녁과 새벽시간이었습니다. 도시의 새벽이나 일반적인 농촌 소도시에서 맞이하는 일출 일몰광경과는 완전히 다른 감흥이 자연스레 일어나게됩니다. 치앙칸에서도 일출을 산에서 보긴했지만 그거랑은 완전히 다른 감흥이에요.
사람의 오감을 아주 녹작지근하게 자극한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겹을 이룬 산등성이로 사이로 몰려온 차가운 공기와 바람이 촉각을 자극하고, 산너머로 일출 직전의 빛이 흑색의 어둠을 뚫고 나올때의 여명의 오묘함... 그날따라 참으로 현란해서 시각적으로도 특별했고... 근처 절에서 들리는 낮은 음의 불경소리가 마음을 청명하게 해주고요...
그리고 이런 찬 날씨에 더 맛이 좋게 느껴지는 태국제 찐한 인스턴트 커피에, 산에서 나는 특유의 들풀냄새까지....
다른곳에서 일출을 볼 때는 특유의 북적거림이 있었는데 이곳은 사람의 인기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외딴 숙소의 고요함이 더해져서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 되었어요.
시야를 가로막는 큰 건물이나 그런 것도 없고 사람의 분주함도 없으니까 뭔가 다른 세상에 잠깐 와 있는 것 같은... 겹겹이 교차되는 어둠과 빛의 몽롱함 때문에, 약한 정도의 활홀경에 빠진듯한 분위기였는데 이런 특이한 시간은 해가 뜨면서 마치 마술처럼 급격하게 사라져버렸습니다.
저로서는 이 구역의 유명한 절 그리고 퇴색한 왕실궁전 그리고 전쟁무기박물관 같은 볼거리보다도 숙소의 새벽 여명과 저녁나절 황혼 무렵에서 느껴진 감정들이 훨씬 기억에 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