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판복 딛고 묵다한 거쳐 탓파놈으로
외지에서 놀러온 태국인들은 모두 다 일출 보겠다고 전부 새벽같이 후다닥 떠나버린 조용한 마을. 오전에는 마을 엄씬은행 앞에 라오스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손에 서류를 잔뜩 들고 진치고 앉아서 대기하고 있었다. 뭔가 관공서 서류작업을 거쳐야 하는 모양인데 뭔지 몰라도 그 와글와글함 속에서도 고단함이 엿보인다.
오늘의 경로는 보자... 콩찌암에서 북진하여 쌈판복을 둘러보고 우본 주를 벗어나 묵다한을 거쳐 최종 목적지는 나컨파놈 주의 탓파놈이라는 마을이 되겠다. 이전에는 삼사백 킬로는 달렸는데 오늘의 여정은 그래도 300을 넘지는 않는구만. 운전하느라 불쌍한 요왕. 동전파스 양 어깨에 대칭으로 잘 붙여주는 것 만이 내가 할 일의 전부다.
우리는 콩찌암에서 나와 일단 ‘쌈판복’이라 불리는 매콩강의 구멍 뻥뻥뚫린 바위지형으로 향했다. 이 모든 길은 다 구글신의 영도아래 따라가면 되는 거였다.
다른 개인여행자분들은 여기까지 어떻게 오는걸까... 과연 오는분이 존재하긴할까... 워우~ 태사랑에서 검색해보니 콩찌암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이곳까지 왕복한 여행자분이 계셨고 무려 대중교통편 그러니까 버스와 오토바이택시를 번갈아 타고 오신분도 있다. 정말 대단하시다고 할밖에...
원래 나컨파놈에서는 펀낙님이 ‘매콩강변 숙소 중 가성비 최고’라고 극찬하신 더 리버 호텔에 묵고 싶었는데 우리가 도착하는 날짜엔 완전 만실, 궁금해서 뒤로 날짜를 더 조정해서 찾아봤는데도 계속 만실... 허걱~ 역시나 인기가 엄청 좋은 곳은 뭐라 달라도 다르네... 이럴줄 알았으면 미리 예약해놓는건데, 하긴 하루살이단위로 사는 우리가 미래예측이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래서 그냥 나컨파놈 남쪽 한참 전에 있는 탓파놈, 이곳에서 나름 유명한 아름다운 탑을 볼 계획이니까 숙소도 사원 바로 근처 아무 곳으로 하기로 하고 일단 출바알~~
구글내비를 쌈판복으로 맞춰놓고 신나게 달려서 초입까지 도착한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였다. 그런데 차를 대충 주차해놓고 걸어 들어가려하는데 웬 아주머니가 우리한테 썽태우 타라며 호객을 한다. 여기서 뭔 썽태우...? 목적지에 다 온거잖아. 게다가 우린 자차로 왔는데...?
엥~ 그런데 입구에서 강변을 바라보며 쌈판복의 지형지물을 보니까 약간 곤란하게 생겼다.
맘먹고 걸어가자 친다면 본격적으로 3000개의 구멍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걸을 수는 있을만한 거리감이지만 이 날씨에 저 먼지 풀풀 날리는 길을...? 게다가 바위가 울룩불룩하게 군데군데 되어있어 렌트한 승용차가 중간에 걸려버리기라도 한다면 완전 낭패일 듯. 괜히 얼마 좀 아끼겠다고 차 몰고 저 먼지 날리는 바위 위로 내려갔다가 차에 흠집이라도 생기면 나중에 차 반납할 때 더 큰 화가 기다리고 있을거야... 흑흑. 아니나다를까 나중에 검색해보니 스따꽁님네도 여기 왔었는데 차가 내려와서는 모래톱에 빠져버렸다는 후기가... 있구먼요.
하여튼 대략 이일을 어째야 하나 걸어볼까말까 초입에서 망설이고 있으니 삐끼아줌마가 우리에게 살살 접근한다. 처음에는 데려다주고 오는데 1인당 200밧이라는 거다. 아니 고지가 바로 눈앞이고 고작 몇 백 미터 오고가는건데 이 시골에서 1인당 200? 합이 400? 말이 되는 소리여야지. 이 황당시츄에이션에 의아해하며 이 가격이라면 먼지를 뒤집어쓰더라도 걸어가겠다 결심하고는, 두명에 200밧 부르니까 아줌마 옆에 있는 뚱뚱한 기사가 흔쾌히 오케이오케이하여 우리는 다람쥐처럼 답삭 올라탔다.
보니까 그 밑으로 픽업트럭과 오토바이는 내려가는데 우리 같은 승용차 타고 온 사람들은 다들 썽태우 타고 가는 듯...
썽태우로 간 거리가 짧긴 하지만 결과적으론 좋았다. 기사가 가이드를 해주는 통에 거북머리-원숭이머리 바위, 병아리 모양 구멍, 투하트 모양, 미키마우스 모양, 그 외 에도 몇몇개를 다 보긴 했으니까... 우리끼리 갔으면 아마 이거 다 못 찾았을 듯 싶다. 그리고 수면에서 반사되는 빛과 바위가 머금은 열이 우리의 피부를 육포로 만들기에 충분했는데 가이드의 안내대로 후다닥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에서의 시간은 차고 충분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민망하게도 뭔가 포인트가 되는곳에 이르게되면 마치 신혼부부들이 하는 것처럼 우리보고 포즈 잡으라하고는 기사가 저 아래쪽으로 뛰어가더니 사진도 몇장 찍어주고... 크크크. 여행을 정말 오래 다녀도 둘이서 찍은 사진은 몇 달에 한 장도 안 찍을 때가 대부분인데 여기선 안하던 짓 하려니까 진짜 생경하구먼요.
가이드가 말하길
“지금은 볼게 많아서 좋습니다. 우기 때가 되면 이런거 저런거 잘 안보이고 홍수가 날 때면 저기 저위!! 보이죠? 저기까지 물에 잠겼다니까요 지금은 쌈판복(3,000개 구멍)이 아니라 믄복(10,000개 구멍)이에요.” 하며 막 안내를 하던데 정말 그런건지 아니면 그저 우리 듣기 좋으라고 하는 언변인지 모를...
어허~ 뜨거운 바위 열에 피부노화도 상당히 진행됐겠다. 원하는 사진도 찍었으니 날 어둡기 전에 탓파놈에 도착하려면 이정도 보고 대충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했다.
가는 도중에 묵다한의 빅씨에 들러 푸드코트에서 밥을 사먹었는데 이싼지역이라서 그런지 한끼 식사가격이 30밧대부터 시작을 한다. 앞자리가 3으로 시작하다니 놀랍구먼요. 요즘은 태국 웬만한 곳에선 30밧 대 식사 찾기 정말 어려운데... 라는 생각이 떠오르는데 동시에, 앗~ 그러고보니 방콕의 터미널21 푸드코트도 유별날만치 저렴하잖아. 뭐든 복불복이로구먼.
여기 종업원들은 식사를 건네주면서 와이를 하기까지... 오~ 매우 좋은 태도이긴한데 뭘 그렇게까지나... 미안하게시리요.
묵다한은 몇 년 전에 베트남에서 태국으로 올 때 라오스에서 넘어와서 하루를 묵고는 다음날 시장이랑 타워 같은 걸 좀 구경하고는 떠나버린 곳인데 그때보다 좀 커졌나? 아~ 그때 베트남 후에부터 시작하여 라오스 횡단한 뒤 태국까지 올 때 정말 고생고생 쌩고생 많이 했는데, 그래서 묵다한이란 지명은 내 기억 속에서 안 잊혀질 거야. 그 당시 태국 묵다한 들어올 때 심정은... 마치 지옥의 구렁텅이에서 허부적 대다가 영롱한 빛이 쏟아지는 꽃밭으로 발을 들인 거 같았거든.
아무튼 내겐 그나마 좀 의미가 있는 이곳을 지나쳐 드디어 도착한 탓파놈 마을의 어느 중급 숙소. 580밧이나 지불했는데도 침침하고 오래된 느낌을 팍팍 풍기는 곳이다.
이름은 Pornnarumitr Hotel 워크인 가격도 600밧이나 하던데 좀 과한 듯. 게다가 이집 애완견들은 손님이 오면 물어뜯을 것 같이 달려오는데 무슨 영업집 개가 이래... 사근사근 꼬리를 흔들어 손님을 반겨야지.
오늘 이곳에 묵는 손님은 우리뿐인것만 같다.
으흠. 불평은 이제 그만하고 이곳에 온 목적... 아름다운 라오스 양식의 탑인 ‘왓 프라 탓 파놈’을 봐야겠지...
탑은 역시 보기에 아름다웠다. 특히나 어둠이 내려앉은 후 노란 전등 빛에 비치는 하얗고 미끈한 탑의 자태는 야릇하게 좀 매혹적이라고 해야하나... 좀 마음을 꼬시는 듯한 느낌...? 종교적 마인드가 없는 우리는 짧게 사원 관람을 마칠뿐이었지만 태국인들은 탑돌이를 뱅뱅하면서 뭔가를 기원하고 있다. 아마도 기복신앙? 우리가족 다 건강하고 무탈하게 돈 많이 벌고 성공할 수 있게 해주세요.
사원에서 그다지 멀지않은 곳에서 열리는 먹거리 야시장으로도 찾아가서 기웃거렸는데 먹을 건 많이 나와 있는 데 결정적으로다가 이 시장은 앉아서 먹을 곳이 마땅치가 않은... 헐~ 망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음식을 사서 집에 가서 먹는 곳이라 그런가보다. 그럼 할 수 없지.
강변으로 갈밖에...
외국인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은 곳이었는데, 어랏~ 강변식당에 가보니 웬 서양인 남자가 일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태국여성과 가족을 이룬 사람인가? 하긴 이싼지방을 돌다보면 가끔씩 외국인 남성들이 있다. 태국인 와이프 또는 여자친구를 사귄 탓에 온통 태국인 가족에 둘러싸여서 어째 그 존재가 더 도드라지는 중노년의 백인 남자들... 국경근방도 아니고 이런곳에서까지 색목인을 볼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어쨌든 같은 처지의 외국인을 보니 반갑구려. 저 사람은 무슨 인생의 끈을 따라서 이곳까지 와 있는 걸까...
이날따라 이곳의 강변식당은 왠지 끌리지가 않아놔서 우리는 이 동네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사원 앞의 유명한 베트남 식당에서 이것저것 시켜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해 지고나면 사람도 잘 안보이고 할 것도 아무것도 없는 조용한 작은 읍내마을인데 내 마음은 벌써 내일 새벽이 되자마자 이곳을 얼른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탓파놈
이번 이싼여행 루트
쌈판복 위치
https://goo.gl/maps/LnUr2CkSngp
탓파놈 위치
https://goo.gl/maps/qtHLJtEQxt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