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 흉내를 내보고싶었던 푸껫타운에서의 하루
푸껫을 여행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해변 리조트에서 릴렉스를 한다거나, 하루정도는 푸껫타운에 할애해 타운의 오래된 중국-포르투갈 풍 건축물들을 구경하거나 사진 찍는 게 일반적인 일정일것 같습니다. 이건 탐험심의 강약 또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휴가일정이 일주일 정도 밖에 안 나오는 상황에서 그러한 일정이 가장 최적일정이니까요.
그리고 한국인 장기여행자들은 태국 남부보다는 북부를 선호하는 경향이 아주 뚜렷해서 푸껫에서 잘 보이지는 않았어요. 치앙마이에는 많이들 계신 것 같은데... 아니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못 본 걸 수도 있고요.
푸껫타운에서 그냥 현지인들처럼 지내본 하루입니다. 진정한 현지인은 직업을 가지고 바쁘게 살아갈테지만 우린 백수스타일로 누려본건데, 혹여 푸껫을 장기여행자모드로 다니신분 계시면 도대체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는지 좀 알려주세요.
우리가 묵은 숙소는 매루안 길의 카오랑 사거리에서 멀지않은 파트라맨션
아침에 일어나니 할 일도 없고해서 카오랑까지 도보로 올라가보기로 합니다.
평일 이른 오전이니 여길 오르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카오랑 사거리 초입에서 시작된 오르막은 경사도가 낮아서 거의 힘들게 없었는데 문제는 오고가는 차들입니다. 태국의 대부분의 길이 그러하듯 인도의 확보가 잘 안 되어 있어요. 그래서 속도를 줄이지 않는 차들이 나타날 때면 움찔움찔하게 되고, 저 혼자 가서 그런가 도로 중간 식당에서 키우는 개들이 컹컹거리면서 달려들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아... 너무 싫은 공포의 순간이었는데 아무것도 안보이고 안 들린다는 표정으로 로봇처럼 삐걱대며 걸으니까 더 짖어대지는 않더라구요. 개 눈에도 좀 제가 좀 이상하게 보였나봐요.
하여튼 카오랑 사거리에서 퉁카까페가 있는 정상까지 오르는데 제 걸음으로 22분 정도 걸렸으니 뭐 거리상으로 가뿐한 느낌이고요, 지금 정상에는 무슨 파빌리온 공사를 하느라 공사판을 벌여놨던데 다음에 가면 완공 되어 있으려나요. 아침 댓바람부터 올라갔더니 사람도 없고 공사장 인부들만 몇 명 어른거리길래 다시금 차 조심 하면서 내려옵니다. 내려올 때는 22분보다 더 짧게 걸린 것 같아요. 아침이라 올라갔지 낮에 올라갔음 더워서 정말 짜증 났을 것 같습니다.
해도 중천에 가까워지고, 밥을 먹긴 먹어야겠는데 어디서 먹을까...
할 일도 없으니 오늘은 센트럴페스티벌로 가야지.
근데 푸껫의 고질적인 문제점. 개별 이동 할 때마다 돈이 들어도 너무 들어요.
하지만 푸껫타운에는 현재 4개에 이르는 노선 썽태우가 있는바, 이 루트를 잘 파악해서 방향을 잡고 올라타면 됩니다. 요금은 단돈 10밧!! 근데 그 루트를 어떻게 아냐?
태사랑 지도자료실에서 푸껫타운 지도를 보시면 인기노선의 루트가 그려져 있어요. 아니면 라넝 거리의 해변행 썽태우 정류장에서 빠똥 가는 썽태우 타고가다가 센트럴에서 내려도되구요.
아침에 산책 조금했으니 그 보상으로 시즐러 가서 꽤나 먹어줍니다. 아침에 소비한 칼로리보다 몇 배를 더 먹었으니 오히려 살이 더 찌게 생겼네요. 센트럴 페스티벌점은 현지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행자들도 많이들 오는 곳인데요, 이 곳 북쪽 뒤편으로 빅씨도 있고 테스코 로터스도 있습니다.
푸껫타운에서 분홍색 썽태우타고 오면 로터스를 거쳐서 빅씨가 종점이에요. 종점인 빅씨에서 센트럴까지는 조금 걸으면 되지요. 저는 테스코 로터스도 꽤 맘에 들더라구요. 뭔가 좀 더 대중적이라고 해야하나... 유니클로 매장도 큰게 하나있고 센트럴보다는 좀 더 맘이 편한? 로컬마켓 같은 느낌입니다.
3월달 푸껫의 대낮은 말도 못 할 정도로 더우므로 일단은 숙소로 후퇴해서 태양을 피해야합니다. 이 시간에는 푸껫주민들도 볕 아래 돌아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구요.
쇼핑몰 돌아다니면서 현지에서 편하게 막 입을 수 있는 싸구려치마를 하나 사려고 했는데 딱 이거다 싶은 게 없네요. 그리하야 피곤한 다리를 이끌고 찾아간 곳이....
오션 쇼핑몰과 구 터미널 중간쯤 있는 엑스포마켓입니다.
저녁이면 먹거리 야시장이 들어서는 까쎗시장에서 북쪽방향, 그러니까 구 터미널 방향으로 좀 걸어가다보면 걷는 방향 오른쪽에 있는 의류시장인데요. 푸껫 서민층 아가씨들이 주 고객층인거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옷가지를 몇 개 들춰봤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저렴하지는 않았습니다. 디자인이나 직물상태는 완전 빼도박도 못할 동남아시아 서민급인데, 치마 같은 경우 방콕에서 199밧 부르는거 여기서는 299밧 부르는 느낌? 점포자체의 느낌은 굉장히 싸게 팔 것 같은 아우라였건만...
저는 별다른 걸 건지지는 못했지만 점포의 수도 많고 제품도 많아서 눈썰미가 좋은 분들에게는 흥미로운 장소가 될 수 있을 수도 있어요. 어쨌든 로컬 그 자체니까요.
의류만 있는 건 아니고요, 뭐 교복도 맞춰서 파는 것 같고 잡다구리 한 학용품 같은 것도 보이고 식품매대도 있었던 걸로 기억이 됩니다. 하긴 저희가 샅샅이 뒤져본 게 아니니 전체파악은 못했지만 그냥 서민층아가씨들이 주 고객층인 것 같은 곳이니 현지인 생활 체험한다치고 한번 쓱 둘러볼 만은 했습니다.
아침부터 카오랑 올라갔다 내려왔다, 센트럴 들렀다가 낮에 좀 쉬고 엑스포마켓까지 순회하고나니 몸에서 뼈와 살이 분리되려고하네요.
숙소방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길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간단한 걸 주문해 저녁으로 먹습니다. 너무 지치니까 입맛도 없어요.
썽태우를 타고 매루안길의 숙소로 돌아오려했지만 그냥 저녁나절의 푸껫타운을 즐기면서 라넝거리의 딸랏 쏫에 들러서 코코넛 한통 (25밧) 사먹고, 매루안길의 꽃집에서 한송이 7밧밖에 안하는 분홍장미 3송이사서 생수병에 꽃아 넣으니 방안이 약간 서정적으로 변하면서 뭔가 좀 아늑하게 느껴집니다.
어딘가에 계실 태국각지에 있는 장기체류자-장기여행자분들은 도대체 어떤 하루를 보내시나요? 한군데 오래 계시면 뭔가를 배우거나, 지역사회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거나 하시나요?
저희 같은 경우는 한번 여행 나와서 태국에 머무는 기간은 다소 긴 편인데, 한군데에 오래 머물러 본 적이 거의 없어놔서 뭔가 지속적인 관계성을 가지기가 애매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