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러이끄라통
이 축제는 700여년 전 쑤코타이 시대에 기원한다.
인도인들이 갠지스 강에 초를 띄우며 소원을 비는 행사가 전해져 온 것이다.(인도의 성지 바라나시에서는 지금도 매일 찾아 오는 순례자들이 강에 초를 띄우고 있다.) 따라서 쑤코타이의 러이 끄라통을 으뜸으로 친다. 고대 유적지의 탑과 사원을 수 천 수 만 개의 초를 이용해 장식을 하게 되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연못에는 사람 몇 명이 타도 될만한 크기의 끄라통이 떠있기도 하다.
러이 끄라통은 끄라통을 만들기 위한 바나나 잎과 줄기를 구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물론 지금은 상인들이 만들어 파는 끄라통을 사서 띄우기도 하지만 시골에서는 예쁘고 정성스럽게 직접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굵은 바나나 줄기를 원통형으로 자르고 그 위에 바나나 나무 잎을 잘라 모양을 꾸민다. 분홍색 종이로 꽃잎을 만들고 가운데 향과 초를 꽂은 뒤 동전을 넣어둔다.
축제날, 해가 지면 끄라통을 손에 들고 가족이 함께 마을의 강가로 모여든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있고, 우기 막바지라 강에는 수량이 풍부하다.
끄라통을 물에 띄우기 전에 자기의 소원을 기도 드리고 조심스레 물 위에 올려놓게 된다. 촛불이나 향이 꺼지지 않고 멀리 내려가야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강가에 걸려 떠내려가지 않는 수도 있기 때문에 돈을 받고 강 가운데 쪽으로 옮겨 주는 아이도 있다.
수십 수백개의 끄라통이 불꽃을 깜박이며 열을 지어 떠내려가는 모습은 너무 아름답고 서정적이다.
비록 강이 더럽고 작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강이 없는 곳에서는 운하나 연못에 띄우기도 한다.
거리 곳곳에서는 이런 노랫 소리가 들린다.
“11월, 보름달이 뜨는 날
러이 끄라통 러이 끄라통
그리고 강과 운하에는 물이 많다
러이 러이 끄라통 러이 러이 끄라통
러이 끄라통은 바로 이곳, 모든 사람들이 환호한다
우린 모두 함께 운하로 간다
끄라통 하나 하나 우리의 소원을 담고 물 위를 떠내려간다
즐거운... 더 즐거운 날이다”
이런 경건한 행사일지라도 아이들의 장난은 꼭 있다. 저 멀리 강 아래쪽에 있다가 끄라통 안의 돈을 꺼내어 갖는다. 가끔 액수가 큰 지폐가 꽂혀 있기도 하므로 이들에게는 단순한 장난으로 넘길 일 만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들을 나무라지는 않는다. 원래 돈을 넣어 띄우는 것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거리에서는 폭죽 놀이가 러이 끄라통을 낀 몇 일 동안 이어진다. 온 거리는 폭죽의 잔해로 지저분하고 어디서 날아올지 모를 폭음탄에 잔뜩 긴장을 하면서 걸어야 한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폭발음에 잠자리를 뒤척이게 된다.
끄라통과 더불어 ‘콤 러이’란 것도 있다.
작은 열기구 같은 것으로 아래가 뚫린 종이 풍선에 기름이나 초를 태워 밑에서 공기를 데우면 그것이 하늘로 둥실 떠오른다. 이것 역시 끄라통과 같은 의미이며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하늘 높이 올라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