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느낌이 들었던 끄라비 꼬란따로 가는 여정
꼬란따를 맨 처음 가본 때가 2011년 3월의 어느 날이였습니다. 원래 이 시기는 날씨가 상당히 덥기는 해도 비는 안 오는 계절인지라 나름 화창발랄한 섬 생활에 대한 기대를 하고 갔었는데, 그 당시에 무슨 작은 태풍하나가 상륙했는지 늘 비바람이 치고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고 어두웠어요.
그래서 선착장이 있는 쌀라단 마을에서 죽치고 있다가 비가 좀 그칠 때를 틈타 오토바이타고 남쪽 끝의 등대가 있는 해변과 섬 동쪽에 있는 올드타운을 잽싸게 탐방한게 그 시절 했던 활동의 대부분이였습니다. 등대를 향하면서 연이어 나타나는 해변들 사진을 찍기도 했었구요.
그때 글과 사진은 이곳에서...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basic&wr_id=4726
그래서 그런가... 뭔가 아쉬운 느낌, 또 가고 싶은 마음이나 아련함이 없는 곳이었어요. 뭐 좋은 일이 있어야 그런 느낌이 들지요.
그 당시 섬의 몇몇 해변은 히피분위기가 진하게 풍기는 모양새였습니다. 특히나 서양인들은 롱비치라고 부르는 프라애 해변이요...
아시다시피 이 섬주민의 대부분이 무슬림이라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이슬람 마을에서 히피성향의 여행자들이 뭘 하면서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걸까? 좀 의문은 들었지요.
그런데 이제 시간도 많이 흘렀고 날도 좋고 또 끄라비에서 맨날 타운에만 있는 것도 지겨워져서... 이곳 란따섬으로 가게됩니다. 저번에는 끄라비에서 출발하는 미니봉고, 그러니까 롯뚜를 타고 갔고요... 거리상으로는 가까운 곳인데 섬 두 개를 두 번의 배를 타고 건너느라 거의 2시간이 넘게 걸렸나 그랬을겁니다.
이번에는 방콕에서 섬으로 곧장 이동하는 일정이었어요. 에어아시아에서 운행하는 비행기+버스+배 연결편으로 예약해서 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출발일에 거의 근접해서 예약을 한탓에 1인당 1,800밧 정도가 들었는데 기간을 좀 두고 계획을 짜신다면 이보다는 운임이 훨씬 저렴할 겁니다.
일단 끄라비 공항에 도착하면 바로 나오는 출구에 “Koh Lanta” 라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직원을 만나게 돼요. 그 사람이 무슨 스티커를 붙여주는데 가슴팍에 안 떨어지게 잘 붙이고 있음 됩니다.
그의 인솔 하에 입국장으로 나오는 다른 여행자들을 기다렸다가 봉고에 올라타니 놉파랏타라해변 서쪽 가장자리에 있는 선착장으로 날쌔게 데려다주네요. 여기에 도착하니 시간이 오전 8시반 즈음( 방콕에서 새벽같이 출발하는 비행기를 탔거든요)
그런데 그 선착장 데스크에 서있는 직원 왈... 꼬 란따행 배는 10시반 출발이랍니다. 아오!!! 2시간이나 공백이 생기네요.
그래서 근처 밥집에서 아침도 챙겨먹고 해안가에 앉아서 풍광도 즐기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놉파랏타라 처음 오시는 분들이면 구경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좋을 듯합니다.
끄라비 놉파랏타라 선착장
놉파랏타라 해변
10시 즈음에 배에 올라탔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어요. 그리고 출발한지 얼마 안 되어 아오낭 앞바다에서 십여척의 긴꼬리배에 빼곡히 탄 승객들이 우리배에 마구 올라타는데, 그 기어오르는 폼이... 무슨 자유 찾아 배에 오르는 난민같기도... -_-;;
하여튼 배는 만선을 하고 붕붕 달려갑니다.
대략 2시간정도 걸려 꼬란따의 선착장까지 왔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꼬란따를 출발하는 배 두 대가 이미 대기 중인 선착장에는 도무지 배를 댈 자리가 없어서 우리 배는 바다 위에서 계속 오도가도 못하는 거에요.
30분 정도 지루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당도한 선착장은 내리는 사람 타는 사람으로 그야말로 아비규환, 혼잡하기가 이를 데가 없고, 이 복잡한 와중에 피피섬처럼 1인당 10밧의 환경부담금을 걷더군요.
5년 전의 황량하고 쓸쓸했던 기억과 이 난리북새통인 상황을 대비해보니 너무 격세지감인겁니다.
아... 그러고보니 원래 2월초가 성수기인데다가 이 당시에 중국의 춘절기간이 끝나지 않은 때라서 섬에 중국인여행자들이 꽤나 많았던 것이 이유가 될 수 있겠군요. 중국인뿐만 아니라 서양인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난장판인 선착장을 빠져나와 마을길을 걸으면 양 옆으로 게스트하우스, 식당, 여행사 그리고 찻집까지 아주 촘촘하게 영업을 하고 있더군요.
우리는 그중 제티 플레이스라는 규모가 큰 신축 아파트형 건물에 예약을 했었는데, 막상 갔더니만 방이 풀이라며 다른 집으로 데려가 주는 겁니다. 아니... 예약관리를 이렇게 하다니!!
이런 경우에는 근처에 있는 다른 숙소를 우리를 팔아넘기는데요, 발리나 스리랑카에서 이런 경우 몇 번 당해봤는데 대부분 예약한 곳보다 허접한 곳으로 옮겨주더군요. 아우... 분통 터져!
하지만 그런 경우가 태국에서는 거의 없었는데, 춘절기간이고 해서 아마 이 숙소주인들이 경황이 없었나봅니다. 새로 옮긴 숙소가 더 비싼 곳이더라구요. 그러니 우리로서는 손해 볼 상황은 아니었죠
이 쯤에서 숙소 주인 아저씨의 한 말씀~
- 지금 중국인들이 so many 와가지고 정말이지 so busy 함둥. 그리고 중국인들 돈 매우 많이 씀. 아마도 유럽인들은 휴가가 길어서 돈을 적당히 써야 되는데, 중국인들은 휴가가 짧아니까 한 번에 돈 왕창 많이 쓰는 듯~
오~ 현지여행업계 계신분의 나름의 분석이군요.
예약한곳이 다 찬 덕분에 새로이 둥지를 틀게 된 곳은 Korakod 게스트하우스 입니다.
바로 선착장 부근에도 비슷한 이름의 Baan Korakod 이 있습니다. 그 집은 밖에다 '에어컨방이 750밧'이라고 써 붙여 놨길래 들어가서 구경해봤더니 그냥 딱 봐도 빈대소굴같이 보이더군요. 어둡고 냄새 나는 목조건물인데 이마저도 오후가 되면 풀이되는 지경이었습니다.
춘절 특수때문에요.
하루가 지난 후에 다시 찾아간 제티 플레이스에 1박당 800밧을 주고 묵었는데 방의 크기가 넓고 간단하게나마 싱크대가 있어서 과일 같은 거 씻기에 편했어요.
뭐... 하여튼 란따에서의 첫날은 이른 새벽 돈므앙에서의 비행, 오랜 시간의 뱃길, 그리고 난리법석의 선착장 분위기에 진이 다 빠져서 다른 활동이고 뭐고 없이 그냥 밥 찾아 먹은 게 다네요.
첫날 묵은 꼬라꼿 게스트하우스, 약간 어둡고 약간 좁다.
둘째날부터 4박을 한 제티 플레이스. 넓고 편했다.
쌀라단 선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