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시즌의 치앙라이 은둔기
치앙라이. 태국 최북단에 위치한 이 도시에 발을 디디는 여행자들의 직전출발지는 대략적으로 어디일까요?
제 생각에 방콕에서부터 이곳을 목표로 해서 비행기 타고 한큐에 슝~ 날라오는 여행자의 수는 아주 적을듯해요. 비행기가 아닌 냉동탑차버스를 타고 방콕에서 이곳까지 한큐에 오기에는 너무나도 춥고 혈액순환장애에 체력적인 고생이 상당하므로 일단 육로이동은 제외를 한다치고요. ^^ 춥고 멀고 혈전 생길거 같습니다. 그리하야 대부분의 여행자는 아마도 인근에 있는 치앙마이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군요.
하지만 우리는 치앙마이가 아닌 매쌀롱에서 이곳 치앙라이로 넘어오게 되는데요...
매싸롱에서 떠나는 날, 마지막으로 새벽시장도 둘러보고 운남면교관에서 국수도 한그릇 먹고나서 씬쌘 게스트하우스앞에서 9시에 매짠으로 출발하는 썽태우를 잡아탈 수 있었어요. 우리랑 같이 탄 여행자가 한명 있었고 조금 더 가서 군인은행앞에서 대략 15분정도를 대기하며 손님을 기다리더군요.
예전에는 세븐일레븐 앞에서도 썽태우를 탔는데 요즘은 씬쌘 앞에서만 가능한가보더라고요...
암튼 매쌀롱에 들어올때와는 달리 중간에서 갈아타지 않고 직통으로 매짠으로 가는거라 편하긴했지만, 썽태우 안에서 보낸시간이 상당했습니다. 9시에 출발하는 썽태우를 탄 것 같은데 매짠에 도착하니 거의 열한시가 거의 넘어있더라는.... 요금은 60밧.
매짠으로 들어온 썽태우는 치앙라이행 썽태우를 탈 수 있는 지점(경찰서 로터리 썽태우 정류장) 바로 맞은 편에 우리를 떨궈주었고, 금세 치앙라이행 썽태우가 오는 바람에 기다림 없이 시내로 입성합니다. 이 구간의 썽태우 요금은 30밧이에요.
허걱~ 근데 치앙라이 시내 안 터미널이 이게 무슨 상황일까요.
온통 공사중입니다. 원래 있던 터는 다 철거하고 팬스를 쳐 놓았고 그 가장자리에 썽태우와 버스가 주정차를 하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다음에 올때면 여기에도 근사한 새 터미널이 생겨있을테죠. 아니면 전혀 상관없는 다른 건물이...?
설마 시내 안의 터미널 부수고 다른 건물 새우는 일은 없어야될텐데 말이에요.
빠이랑 매쌀롱에 있다가 와서 그런가 이 작은 도시도 제법 거대하게 느껴지고 흥분이 되네요. 하긴 센트럴플라자가 있으니 태국북부에서는 그렇게 작다고 볼수도 없는 규모이긴해요. 왠지 센트럴 플라자는 도시의 규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듯...
치앙라이 시내 안의 역사적 볼거리는 사실 좀 소박한 편인데 좋게 말해서 그런거고, 박하게 말하면 빈약한거고 뭐 그렇습니다요. 일단 시 근교로 나가야 뭐라도 좀 볼게 생깁니다.
시내 안의 왓 프라씽과 왓 프라깨우, 그리고 여행자거리에 있는 왓 쩻엿 정도에, 고산족 박물관 정도가 시내에서 볼만한 관광지의 전부라고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물론 관광청에서 나눠주는 지도를 보면 시내 안쪽으로 꽤나 여기저기 포인트가 많이 되어있긴한데, 여행자들의 관심을 얼마나 끌지는 모르겠어요. 사실 거의 못끈다고 보는편이....^^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오래된 사원보다는 히스토리는 짧지만 특이한 외양을 가진 볼거리 두 개가 여행자에게 훨씬 더 어필하고있습니다. 바로 치앙라이 남쪽에 있는 ‘왓 렁쿤(화이트 템플)’과 치앙라이 북쪽에 있는 ‘반담(검은집이라 불리우는 괴이한 박물관)’이 인기를 엄청 끌면서 여행자들로 북적거리는데요, 두 군데 모두 특유의 그로테스크함이 있어서 갔다오면 기분이 좀 묘해져요. 그러니까 화이트사원 같은 경우는 온통 하얀색이어서 무척 밝게 보이는데 사원 안을 샅샅이 보다보면 기분이 좀 기묘해진달까... 이건 개개인에 따라 체감하는 바가 다르겠죠.
검은집이라 불리우는 ‘반 담’은 아예 대놓고 기묘합니다. 엄청난 크기의 뱀가죽도 있고 그외 짐승의 뼈와 가죽들... 그리고 살아있는 큰 구렁이도 한 켠에 키우고 있어서 전 여기 갔다오고나서 기분이 상당히 저하되더라구요.
가는 방법은 이전 게시물에 나와있어서 생략해요. 간단히 끄적여보자면 시내 안 터미널에서 남향인 파야오행 차를 타고 잠깐 가다 내리면 왓 렁쿤, 북향인 매싸이행 차를 타고 잠깐 가다 내리면 반 담 뭐 이렇겠습니다.
하여튼 한번쯤 볼만한 구경거리임에는 틀림이 없어요.
오토바이 운전자라면 치앙라이 근교에 있는 싱하파크(씽팍)에 놀러가도 되겠고요.
우리같은 외국인여행자 입장에서야 싱하파크가 뭐 크게 감흥을 준다고는 볼 수 없지만, 푸르른 들판 위에 황금색으로 거대하게 서 있는 사자상의 위용이 꽤 볼만은 했었고 파크 안쪽에는 식당도 있던데 꽤 고급스러워 보였습니다. 이곳까지 와서 식사하는 일반적인 여행자는 그다지 없겠고, 현지인 부유층들의 모임장소 처럼 보입니다.
저희는 예전에 차를 빌려서 치앙라이시에서 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푸치파 절벽도 1박2일로 다녀보고(라오스 국경지점), 더 예전에 태국 최북단의 마을인 매싸이 국경도시(미얀마 국경지점)도 잠깐 머물렀고 그외 골든 트라이앵글(미얀마, 라오스 국경지점)도 지난 세기에 다 보았어요.
커피에 관심이 있다면 도이창이나 와위산이라도 애를 써서 가봤을텐데... 그것도 아니고, 정글을 걷고 코끼리 타면서 고산족 보는 트레킹에는 아무런 흥미가 돋지않아 그것도 안하고요. 트레킹 매니아라면 모를까 이런류의 트레킹은 한 번 쯤 체험하고나면 그 이후로는 그다지 땡기지는 않아요. 그게 참 이상하단 말이에요. 해변에서 하는 스노클링 같은 건 매 해 같은 곳을 가기도하고, 더 나아가서는 매일매일해도 나름 재미가 있는데 정클 트레킹은 한번 체험하고나니, 이젠 다 이루었도다... 뭐 이런 느낌이 듭니다.
저만의 성향일 수도 있을텐데... 다른 여행자분들은 어떠하신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치앙라이에서 별다른 활동 없이 그저 밥만 먹고 보낸 은둔기입니다.
일명 우기라고 일컬어지는 비수기이긴하지만, 비구름의 영향을 받지않는 날은 해가 말도 못하게 쨍쨍해서 낮에는 거리에 다니는 사람조차도 별로 없어요. 현지인이고 여행자고 간에 다들 건물 안에서 에어컨바람 맞다가 그나마 밤이 되면 활발히 돌아다닙니다.
숙소를 어디로 할까... 고민했는데요.
저번에 머물렀을때 괜찮았던 반말라이의 숙소요금이 좀 인상이 되었다는 소식에, 저렴하고 위치좋은 왓쨋엿 근처의 오키드게스트하우스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위치는 각종 가이드북이나 태사랑 치앙라이 지도에 표시되어 있고 이 게시판에서 필리핀님이 쓰신 게시물에도 상세하게 안내가 되어있어요. 필리핀님은 350밧에 흥정이 되셨다는데, 우리는 둘이라서 그런가 에누리 없이 400밧을 받네요. 하긴 물이나 수건을 두배로 쓰니까....^^
오키드 게스트하우스
시계탑
왓 프라씽
왓 프라깨우
황금시계탑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쭉 올라가다가 키 낮은 하얀시계탑이 나오는 구간까지 가면 왼쪽 구역에 아침시장이 서는데요 여기에서 과일, 먹거리 사다 먹는 재미도 쏠쏠해요. 저녁에도 꽤 많은 먹거리 장사치들이 나옵니다. 치앙라이가 북부지방이라 그런지 단감도 잘 보이고... 우리나라랑 겹치는 과채류가 좀 있어서...그런것들을 바라보다보니 갑자기 우리나라가 좀 그리워졌어요.
치앙라이 이곳 저곳에서 먹어본 이야기는 먹는 이야기 게시판에 끄적거려야겠네요.
뭐 이렇게 심심하게 보낸 이야기입니다.
근데 이상한건 올해 와보니 그전과는 달리 여행자들이 꽤 눈에 보이고 그덕에 활기가 조금 있더라구요. 근처의 치앙마이나 빠이에 비하면 늘 좀 적적했던 분위기였는데 말입니다.
아~ 터미널에서 나와서 왓쨋엿 방향으로 몇걸음 걷다보니 어떤 여행사에서 내걸은 원데이 관광투어가 꽤 알차보이고 가격도 적당하더군요. 치앙라이까지 온 여행자라면 이런 투어로 근처 볼거리들을 봐도 좋을거 같아요.
우리야 해뜨면 눈뜨고 배 고프면 밥 먹으러 가고 자고 한거 밖에 없어서 달리 끄적거릴것도 없어요. -_-;;
시내 여행사의 일일투어 프로그램
다소 적적한 이 도시와는 이별하고 치앙마이로 가기 위해서 온통 난리법석인 시내 안 터미널 자리로 갑니다. 그러니까 나이트바자의 동쪽 뒤 편에 있는 그린버스 매표소로 가서 표를 예매하는거죠.
그런데 예전과는 달리 신분증제시를 요구하더라구요. 여권이 방에 있다니까 여권번호를 외우냐고 해서 그걸 기재했습니다. 번호 못 외우면 두번 걸음할뻔 했어요. 다른 여행자분들도 북부에서 그린버스 이용할때 여권제시를 요구받으셨나요? 맨 처음 우리가 원한 시각의 표는 무려 1인당 250밧이 넘어서 깜놀하며 캔슬하고, 시간대를 조정해 1인당 169밧 짜리로 예매합니다. 이런사람들이 많은지 매표소 직원도 별 인상 찡그림 없이 신속하게 처리해 주더군요.
다음날 시간 맞춰서 매표소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그린버스가 들어오면 차장한테 물어가며 제대로 올라타야합니다. 플랫폼이 나름 있었던 예전과 달린 지금 현재 시내터미널은 북새통이니까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