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이싼여행기 - 여행자천국 치앙마이에서 여행자불모지 우던타니(우돈타니)로
이것은 데자뷰...
5년 전인 2014년 말 우던타니(우돈타니)를 방문 했을 때와 똑같은 이유로, 다시금 우던타니에 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여행자들 중에서 이싼 지방에 발을 딛는 비율도 매우 낮을뿐더러 - 이 지방 볼거리가 대략 빈약한건 사실이니까... - 이곳까지 온다 할지라도 이 우던타니는 라오스를 향해 내딛는 징검다리 역할의 도시, 뭐 그 정도 무게감이 대부분일거에요.
농카이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가려는 여행자들 중에 일부가, 우던타니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서는 이곳의 공기를 들이쉬자마자 위앙짠(비엔티안) 행 버스를 잡아타고 북으로 쌩~ 내달리는 행로라고 할까 뭐 그렇습니다. 농카이에는 항공편이 없고 위앙짠으로 가는 것보다 저렴하니까요.
외국인들이 아예 안 보이는 건 아니고 좀 있긴 한데 여행자는 아니고 장기 거주하는 서양 중장년들이 대부분입니다.
우던타니의 볼거리를 굳이 꼽자면 싸꼰나컨(사콘나콘) 방향 완행버스를 타고 동쪽으로 1시간 쯤 가면 나오는 ‘반치앙 유적’과 - 이 유적지에 대한 지역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 12~1월 겨울시즌에 만개해서 붉은빛으로 장관을 이루는 ‘탈레 부아 댕(붉은 연꽃 호수)’이 있긴 한데 단기여행자라면 좀 무리가 있죠.
사실 우리에게도 이 도시는 징검다리입니다.
5년 전에는 마하싸라캄이 목적지였는데 장거리버스 타고 가기가 힘들어 우던까지 비행기 타고 간 다음 버스 이동으로 마하싸라캄 도착~
이번에는 치앙마이 출발해서 싸꼰나컨(사콘나콘)이 그 목적지인데, 치앙마이에서 가는 비행기가 없어 녹에어 이용 먼저 우던까지 갑니다.
마하싸라캄 갔을 때는 우리의 오랜 지인 부부가 ^^ 그곳의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덕에 ‘오오~ 놀랍도다~’하면서 놀러 가 봤고요, 이번에는 또 다른 오랜 지인 분께서 싸꼰나컨의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덕에, 역시나 ‘오오~ 대단하다~’하면서 구경 가보게 되었어요.
태국의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다니... 보람된 국위선양에 더불어서 그렇게 바라마지않던 태국에서의 거주도 아주 안정적으로 품위 있게 시작하시고...^^ 정말이지 진심으로 짝짝짝~입니다.
참고로 우던타니는 교통의 요충지로, 방콕과는 에어아시아, 녹에어, 타이라이언, 타이스마일 등의 여러 항공사가 가열차게 운항을 하고 있고, 치앙마이 구간은 녹에어가 하루 3편, 푸켓은 에어아시아, 파타야의 우따파오 역시 에어아시아, 그리고 핫야이는 타이라이언이 운항을 하고 있습니다.
우던타니가 중량감이 꽤 되는 활발한 도시여서, 북부, 중부, 남부 골고루 연결편이 있네요.
우던타니 근교의 볼거리인 반치앙 유적에 대해서는 5년 전에 갔다와서 끄적거렸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거에요.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basic&wr_id=8190
치앙마이에서 우던타니까지 우리를 실어 날라 줄 귀여운 녹에어는 2-2 좌석인 프로펠러 달린 비행기입니다. 앙증맞은 크기에 녹에어의 상징인 새머리와 어울려 더 귀엽게 보입니다.
이전에 프로펠러기를 타본 적이 있던가...? 아주 오래전에 방콕-싸무이, 치앙마이-매홍쏜 구간에서 이용 해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땠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저 작은 것이 혹시 터뷸런스에 휘말리면 사정없이 흔들리는거 아냐? 으힉~ 게다가 지금은 우기잖아... 라면서 쓸모없이 걱정했지만 무사히 우던타니에 도착했어요.
이번에 우던타니 공항에 도착하니 반가운 교통수단이 하나 생겼네요.
‘우던 시티버스’라고 20밧에 공항에서 우던타운의 동쪽인 센트럴을 지나 빅씨까지 샤라락 연결해줍니다.
국내선 5번 출구 앞에 버스가 대기하고 있고 기사아저씨도 정복을 입고 각을 잡고 있습니다.
근데... 우리가 탔을때 공항에서 손님 채우느라고 적잖이 대기했고, 출발해서는 마침 학생들 하교시간인 오후 3~4시 즈음이라서 타고 내리느라 꽤나 지체가 되고 버스자체도 진짜 느릿느릿하게 가더라고요.
그 덕에 마치 시티투어버스를 탄 거 마냥 거리구경을 한건 나름 억지장점이라 봐야 겠네요. ^^
우던타니 공항
창밖을 보던 요왕이 말합니다.
- 우던타니는 변한게 없어... 23년 전 처음에 여기 왔을 때도 도시가 이런 분위기였는데...
= 그 예전도 지금이랑 비슷한 이런 분위기 ?
- 기차역 있는 그 중심가는 많이 바뀌었지. 근데 거기 말고 이런 현지인들 사는 로컬거리는 비슷한 풍경이야. 오래된 건물에 침침한 가게들...
= 그때 묵은 숙소는 어떠했는지...
- 숙소는 처절했지. 그때 이싼 지방 150밧, 200밧짜리 구도심의 배낭여행자 숙소는 정말 열악했거든... 그때는 돈도 아껴야했고.
전반적인 칙칙한 도시분위기는 그대로지만, 지금 현재 우던타니에는 여행자들이 묵을만한 가격대비 시설이 괜찮은 숙소들이 꽤나 있고 기차역 주변의 야시장은 세련된 활기가 돋습니다.
이 도시에 잠깐 머물다 가기에는 아무래도 센트럴 플라자 근처가 최선의 위치일거에요. 이 구역은 위치가 좋은 덕에 이싼지방이라고해서 막 방 값이 싸고 그렇진 않았습니다.
센트럴 남쪽에 재래시장이 있으니 이싼지방의 축축한 재래시장이 어떤가 궁금하면 아침에 잠깐 가 볼 수도 있겠고(근데 냄새가 무지나요. 비위 약한 분은 속이 울렁거릴지도...), 기차역 양 쪽으로 매일 오후에 열리는 나이트마켓에서 맥주와 저녁을 해도 좋겠고요...
무엇보다 근교도시로 이동 할 때 이용 할 버스터미널이 가깝게 있으니 말입니다.
하여튼 그렇게 거북이처럼 느린 시티버스 타고 도착한 센트럴 플라자 쇼핑몰.
지난번 왔을 때 묵었던 ‘쏘이 파랑’의 탑맨션은 ‘탑 호스텔’로 이름을 바꾸고 내부도 조금 손을 봤는지 가격도 올랐네요. 3층, 4층 일반방이 550밧, 그보다 한 등급 위인 2층 방은 650밧인가... 대략 이렇게요. 하긴 5년 전에 450이었으니 물가상승을 생각한다면 이해가 가기도해요.
이 쏘이 파랑에는 붉은 조명을 밝힌 비어바가 꽤나 자리 잡고 있어 서양영감님들이 맥주를 마시며 태국인 여성들과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 분위기가 썩 산뜻하지는 않은 곳이어서 그게 좀 감점이에요.
이 영감님들이 어떤 사연의 조각배를 타고 이 머나먼 곳에 머물고 있는지 알 수가 없네요.
아마도 이 도시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부대가 주둔하여 큰 도시라 좀 미국물이 들었고 국경에서도 가까워 비자 클리어 하기 편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근데 이곳 노인 분들은 파타야에서 가끔 마주치게 되는... 살짝만 부딪혀도 저 세상으로 건너가실 것만 같은 연로한 사람들은 그다지 보이지않았고, 늙기는 했지만 덩치도 좀 있고 좀 포스가 있다고 해야하나... 그런 눈초리들이에요.
그리고 여기 있는 여성들도 나긋나긋한 무드라기보다는 뭔가 좀 터프한 분위기가... 싸움나면 절대 안질 거 같은 포스가... 느껴져요. -_-;; 무섭무섭
하여튼 최종적으로 우리가 둥지를 튼 곳은 대로변에 있는 ‘더 원 레지던스’인데 대략 더블 600밧 트윈 650밧 뭐 이렇습니다.
센트럴과 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편인데, 기차역과 야시장까지는 약간 거리감이 있어요. ^^
방에는 드라이기 빼놓고는 웬만한 건 다 있는 편이고 열쇠보증금으로 200밧을 받네요.
위치 https://goo.gl/maps/gdXEYsN27tis2ZFw5
아~ 근데 이 근처에서 빨래를 맡기면 kg당으로 계산해서 세탁해줬는데 이번에 와보니 모든 빨래방이 벌 당 20밧 정도로 계산합니다.
그게 싫으면 동전 세탁기를 찾아서 빨래를 할 수도 있는데요, 혹시나 이용하실 분들은...
더 원에서 나와서 센트럴 방면으로 조금만 걸으면 '쑥싸바이'라고 450밧짜리 단층 게스트하우스가 있습니다. 그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마당에 동전세탁기가 있으니 혹시나 굳이 이 도시에서 내손으로 저렴하게 빨래를 하고야말겠다!! 기필코!! 하시면 이용 해 보시는걸로 (우리는 이용 했습니다 ^^) 물론 건조기는 없으니까 갖고와서 방이나 베란다에 널어야 되는 건 감수해야 해요.
위치 https://goo.gl/maps/7XRWBYd9qXnyK1pC8
반치앙 유적지는 이전에 봤고, 연꽃 붉게 장관을 이루는 탈레 부아댕은 시기가 아니고... 그럼 뭘 한다...?
낮에는 센트럴 구경, 저녁에는 기차역 ‘유디타운’ 야시장 구경, 그리고 ‘넝 프라짝’의 귀여운 노랑오리 보는 것... 이게 거의 다입니다.
우기라도 비가 오지 않는 낮에는 정말 살을 쪼이는 것만큼 햇살이 강렬하고 덥네요.
저는 이런 성격의 도시에 오면 묘한 이질감이 느껴지고, 동시에 여행에서 느끼게 되는 말랑말랑 산뜻한 감정이 잘 생기질 않아요. 길게 이어진 태국식의 오래된 우중충한 건물들, 너무나도 어지럽게 시선에 잡히는 가닥가닥 검은 전깃줄... 그리고 같은 외국인 이방인이긴 하나, 전혀 동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백인 영감님들...
치앙마이의 거리는 거리마다 예쁜 찻집이나 소품가게들이 있고 초록은 동색이라고 여행자들이 많으니 뭔가 동질감도 느껴지고 진열장에 놓인 예쁜걸 보니까 굳이 사지 않는다 할지라도 뭔가 눈이 즐겁잖아요.
물론 우던타니도 철길 야시장에 가면 예쁜 것들을 한가득 팔긴 하지만 그곳에 한정된 느낌... 대부분의 이싼지방 대도시들이 이런 감흥이에요.
그래도 이 도시의 귀여운 아이콘인 ‘러버덕(물에 띄우는 노란색 오리인형)’은 보고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무슨 신이 들렸는지 숙소에서 여기까지 걸어갔는데, 걸어가는 동안 보이는 도시의 모습은 그야말로 로컬 그 자체입니다.
오토바이 파는 가게, 오토바이를 개조한 뚝뚝 파는 가게, 옷 도매가게, 슬리퍼 도매가게 등등... 현지 서민들의 생활상을 마주 할 수 있다는 건 괜찮네요.
걷다보니 예상외로 인도가 잘 되어 있는 게 인상적.
그나저나 낮에 걸어 다니려니 아이고!!! 더워죽겠네. 정말 자글자글 타들어가는 느낌이구나.
나 말고는 개조차도 안 걸어 다니는 이 도시의 낮거리...
드디어 도착한 농프라짝.
호수 바로 동편에는 태국 관광청과 여러 관공서, 그리고 도시의 사당 ‘락므앙’등이 있는데 일반적인 여행자들은 크게 관심이 있을 거 같지는 않네요...
근데 몇 년 전 왔을 때 주말에는 이 구역에서 주말시장한다고 엄청 북적거리던데, 아마 지금도 별일 없음 주말마다 열리겠죠.
하여튼 호수 남쪽의 정문으로 들어서니 고전적인 외양을 한 박물관이 있는데 전 시간이 늦어서 들어 가 보지는 못했어요. 혹시 관심있는 여행자들은 가보시길요. ^^
호수 중앙에 있는 섬은 좌우 양쪽이 다 다리로 연결되어져 있는데, 아주 예전에는 없었던 조형물이 하나 보이는군요.
거대한 반치앙 유적의 상징인 동심원 무늬의 항아리를 섬 중간에 떡하니 만들어놨습니다.
물이 찰랑찰랑한 호수공원 중간에 거대 항아리가 우뚝 서 있어서 왠지 귀엽게 웃기기도 해요. 이게 뭐라고 웃기는지... 아마 더위 먹어서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웃었나 봐요.
그리고 농 프라짝의 마스코트 러버덕. 귀여운 노랑 오리 세 마리가 땡볕을 받으면서 두둥실 떠있어서 이 호수공원 뭔가 이미지가 귀염귀염합니다.
노랑 오리보트배도 있는데 이렇게 작열하는 날씨에 공짜로 배를 태워준대도 삼십육계 줄행랑칠 상황.
호수 주변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이 볕에 달리기라니, 존경합니다. 뭘 해도 성공하실거에요.)로 약간의 역동성이 일어요.
해가 가라앉은 저녁에는 근처 ‘유디타운 UD Town’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이 향합니다. 여기 말고 어디를 가겠어요. ^^
위치 https://goo.gl/maps/Ay8USam7b9H6dSs78
유디타운은 물고기 굽고 꼬치 파는 로컬분위기 물씬 나는 복작복작 구역도 있고, 테스코 로터스 방향으로 남쪽으로 방향 잡고 걷다보면 펍 분위기의 넓은 맥주집도 나오고, 팬시 한 물품을 파는 야시장, 수제파이를 비롯해 여러가지 먹거리가 비교적 단정하게 나오는 야시장등등...
이 도시에서 저녁시간을 보내기에 꽤나 좋은 곳이에요. 여기서 파는 것들은 가격이 꽤 저렴해서 이것저것 사먹기에도 괜츈~
유디타운
그리고 우던타니에서 우리가 아주 좋아한 식당이 있는데요, 현지인들에게 아주 인기 있고 메뉴도 외국인 입맛에 딱 맞는 허이텃과 팟타이 식당이에요. 위치도 아주 좋아요. 센트럴에서 터미널 가는 길 선상에 있습니다.
<허이텃 쩨후어이>
위치 https://goo.gl/maps/dQpE1CxjzHsijLuh8
점심장사는 안하고 저녁 5시부터 문을 열어 밤늦게까지 하는데, 이 근처에서 둥지를 튼 여행자 분들 계시면 한번쯤 방문 해 봐도 괜츈 할 듯요.
허이텃 뿐만 아니라 볶음밥, 볶음덮밥 두 종류(바질볶음과 고추볶음), 팟타이, 어쑤언을 하는데 밥 종류는 40밧, 팟타이는 50밧부터 시작입니다. 꽤나 푸짐하게 나오는 모듬해물부침(툭양 텃)이 100밧으로 저렴하고 맛있었어요.
근데 아무래도 더운 실내 식당이므로 사방이 트이고 젊은 분위기 뿜뿜하는 야시장에서 먹는것과는 좀 허전한 분위기에요. 그럼 저녁은 이곳에서 간단히 먹고 야시장에서 맥주 한잔 하는 걸로...^^ (청결도나 음식의 질은 야시장이 좀 떨어집니다. ㅠㅠ)
물론 여기에서도 맥주 팝니다. 음료는 껙후어이(국화차), 끄라찌압(로젤라), 람야이(용안) 이렇게 있는데 용안 알갱이 씹히는 람야이가 제일 낫더라고요.
국화차도 시켜봤는데 너무 달고 향이 좀 이상해요... 차라리 안토시안 풍부한 보라색 로젤라를 먹을걸...-_-;;
고슬하니 잘 볶았다.
유디타운 뿐만 아니라 센트럴 앞마당에서도 저녁엔 먹거리 야시장이 서고 에어컨 빵빵한 곳 가고 싶으면 센트럴 안에도 있고 유디타운 안에도 있으니 선택지는 다양한 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