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칸의 <푸턱>. 븡깐의 푸턱이랑은 또 다른 맛
이곳 치앙칸에도 푸턱이 있다. 븡깐에만 있는줄 알았는데... 아니였네~
태국은 넓으니까 어쩌면 또 다른 어떤 마을에도 ‘푸턱’이란 이름의 산이 또 있을 수도 있겠지.
치앙칸에서 1박을 한 다음날 어두운 새벽 푸턱에 올라 일출을 보려고 했는데, 정작 새벽에 눈을 뜬 나는 졸립기도 하고 왠지 ‘그까이꺼 안봐도 그만’이란 생각이 들어 요왕만 혼자 안개자욱한 어두운 새벽 속으로 차키를 들고 나갔다. 우리나라 있을 때 그냥 늘 뜨고 지는 그냥 의미 없는 해일 뿐인데, 여행 오니까 일출이랑 일몰 보겠다고 시간을 맞추는 일이 종종 생긴다. 아아~ 어쨌든 간만에 누려보는 혼자만의 시간이구먼... 포근한 이불을 혼자 끌어안고 자려는데 누군가 문을 똑똑!!
요왕이었다. 절에 가서 차를 빼려고 보니까 우리 차 앞으로 삼중주차가 되어있어서 그냥 다 포기하고 왔단다. 헐퀴. 특히 라오스 번호를 단 차들이 많았다고...
알람까지 맞춰놓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깜깜한 길을 헤치고 갔는데 차를 못 빼서 가지를 못하다니. 결국은 아침시장으로 걸어가서 구운 닭고기 사다 먹고 노닥거리다가 날이 다 밝고 나서야 절에 가보니 차들도 사라졌다.
요왕 왈, “아직 안개가 좀 남아있는 상황인데... 지금이라도 한번 가봐야겠어”
푸턱은 이 시간조차도 사람이 많았다. 도대체 어디서 다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일까. 이게 다 연말 기운 때문인거겠지.
푸턱 초입에서 차량통제를 하기 때문에 주차장에 일단 차를 세워 두고(20밧), 정상까지 올라가는 건 1인 왕복에 25밧짜리 썽태우 티켓을 사서 오고가게 하는데 꽤나 괜찮은 방법이었다. 그 많은 사람이 전부 자기차로 정상에 올라가면 차 댈 곳도 없고 길도 막힐테니까...
지역경제에 도움도 되고 정상가는 길이 차들로 난장판이 되는것도 막을 수 있고 일석이조.
이미 11시가 넘어 해가 중천에 뜬 시간인데도 운해가 남아 있었다. 시상에~
푸턱을 내려와서는 ‘깽쿳쿠’라고 불리는 메콩강변의 급류 유원지 비슷한 곳이었다.
요왕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이 깽쿳쿠가 치앙칸의 첫째 볼거리였다는데 지금은 왠지 조금 퇴색한 느낌이랄까, 고택들이 자리 잡은 강변길 자체가 치앙칸의 대세가 된지 오래여서 이곳은 뭐랄까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좀 계륵 같은 느낌이긴 했다. 그래도 강변의 식당에는 사람들이 촘촘히 들어차서는 뭔가를 먹고 마시고 있네.
이제 볼 것도 다 봤겠다, 오늘 우리의 미션은 숙소를 강가 쪽으로 옮기는 거였다.
오늘은 월요일... 다행히 사람들이 좀 빠졌는지 숙소들은 어제와는 달리 ‘왕(빈방 있음)’l라고 쓰인 작은 팻말을 달아놓고 있는 곳이 보인다. (이 간판도 태국어로만 되어있어서 나 같은 까막눈은 당최 무쓸모)
내 발걸음은 일단 아샨티 님이 소개했던 라문운콩 호텔로 향했다. 아주 근사해 보이는 테라스도 있고 건물도 신축이고 방값도 700~800밧이라네~ 그래서 찾아갔더니만 시기가 이래서 그런가 강 쪽의 방도 아니고 1층 길쪽 방인데도 불구하고 1,200밧을 부른다.
허걱~ 넌 탈락!
그래서 그냥 쏘이 4 근처의 홈스테이 에어컨 더블룸을 600밧에 얻게된다. 이름은 ‘콩잉칸’
이곳은 홈스테이라 그런지 전에 묵었던 곳에 비해 방 시설은 그저 그랬지만, 강을 향한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다는거, 이 집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는 좀 깔끔한 사람들이 아닌지 라문운콩 테라스에 비하면 테라스에 먼지도 좀 굴러다니고 사실 좀 낡고 시설이 삭은 면이 있긴 했지만, 낮에 볕을 쪼이며 돌아다닐 수도 없고 그래야할 이유도 전혀 없는 치앙칸에서는 강변 라운지가 있는 숙소에서 강 바라보며 앉아 있는 게 가장 좋은 할 일이므로 이곳으로 낙찰이다.
다음날 새벽. 거리에는 어둠이 아직도 꽉 들어차있는데 사람들은 이미 길가에는 시주를 위해 숙소 앞 마다 자리를 펼쳐 놓고 앉아 대기하고 있다. 저쪽에서 주홍색 승복을 입는 승려들이 줄지어서 천천히 걸어오면서 한 집 한 집 들러 탁발을 한다. 음식을 공양 받고 축복을 해준다. 사람들은 기도를 한다.
이 작은 마을의 좁은 거리에 비해 여행자들의 밀도는 높아놔서, 얼마나 음식들을 많이 받는건지 스님들 행렬 뒤로는 시주받은 음식을 따로 모아서 손수레로 운반하는 운반책도 따라다닌다. 이렇게 많은 여행자들이 몰리는 시기에는 공양품도 인플레다.
그거 보니까 마치 아이돌 그룹들이 팬 사인회 할 때 팬들한테 받은 선물을 가드들이 잽싸게 모아서 뒤편의 종이상자에 차곡차곡 넣어가는 모습이랑 약간 데쟈뷰가...-_-;;
이 수많은 음식들은 절에서 다 소비하지는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처리하는 지도 궁금하긴 하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이제 이싼을 벗어나는 루트로 접어들게 되었는데, 어제 일출을 못 본게 나름 분통이 터져서 새벽 6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금 푸턱으로 올라갔다.
매일 아침 산에 올라가다니... 우리나라에 살 때의 우리와 이곳에서의 우리는 왠지 혼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 지경이다. 어제는 어제대로 사람이 많고 오늘 새벽은 오늘대로 사람이 많고...
바글거리는 인파는 해가 뜨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산 위로 해가 머리를 뿅 내밀자 모두들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해를 향해 사진을 파바박~ 찍더니 마치 ‘임무완수’라도 한 마냥 우르르 빠져나가기 바빠서 하산하는 썽태우 줄에 서있는 사람들의 수가 금세 어마무시해져버렸다. 한 줄도 아니고 무려 5열로 서게 되고 가드가 한줄씩 로테이션으로 사람들을 썽태우에 태워서 그나마 질서있게 하산 시작!!
이것으로 끝이 났다. 치앙칸은 들고 나는 길이 애매해놔서 언제 이곳에 다시 오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긴 지금까지 거쳐왔던 이싼지방의 모든 장소들을 적어도 나는 조만간 다시 오게 될 거 같진 않지만... 또 모르지. 앞으로 어떤일이 생길란지...
스님들의 딱밧(탁발) 행렬과 여행자들의 공양 하는 모습
저녁은 노점에서 사다가 숙소 테라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