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카이, 오~ 대도시에 입성했구먼~
농카이(넝카이). 맨 처음으로 세워진 태국-라오스 간 국경다리인 ‘우정의 다리(싸판 밋따팝)’가 있는 활발한 국경도시. 메콩강을 사이에 두고 라오스의 수도 위앙짠(비엔티안)이랑 딱 대척점을 이루고 있는 곳은 이 농카이가 아니라 농카이에서 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씨치앙마이’란 마을이다. 즉, 농카이에서 우정의 다리를 건너면 바로 위앙짠 시내가 나오는 게 아니고 또 좀 가야 한다.
예전에 뒤적거리던 잡지에서 좀 흥미로운 결과를 봤었다고 요왕이 말해준다. 요즘 분위기로 봐서는 그 당시 그 기사의 내용이 좀 의아하기도한데, 예전 어느 설문조사에서 농카이는 ‘서양노인들이 노후를 보내기에 아주 좋은 도시들’ 순위에서 수위를 차지한 적이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 이유까지는 지금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지금 찾아보니 정확한 자료는 나오지 않는데 미국의 은퇴생활잡지인 Modern Maturity에서 선정한 것이었고 최소한 2002년 이전의 기사이다.)
현재 서양인 노부부들의 숙박촌이 되어버린 후아힌이나, 노익장을 끌어올리며 홀로 돌아다니는 서양남자노인들이 바글거리는 파타야의 전경과 이곳을 대비해보자면 농카이가 그 리스트에 올랐단게 약간은 으잉? 스러운 면이 있기도 한데... 뭐 생각해보면 이곳이 나름 장점이 좀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 강변을 끼고 있으니 세상의 모든 강변도시들이 그러하듯 그 특유의 무드가 있고, 국경이 가까이에 있어서 비자클리어 하기에도 좋아서 그랬을라나... 공항이 없는 건 상당히 아쉬운데 가까운 곳에 우던타니 공항이 있으니까 그걸로 장거리 이동은 스리슬쩍 만족하면 되겠고... 난 뭐 서양인도 아니고 아직 노인이 아니니까 속내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 이곳에서의 볼거리란 뭘까. 뒤적뒤적해보면 나오는 것 몇 개들은 대략 이렇다.
농카이의 볼거리 중 하나인 타싸뎃 국경시장. 이른바 ‘딸랏 인도찐(인도차이나 시장)’이라고도 불리는 오만 잡다한 싸구려 물품들을 파는 곳. 이런 국경시장이 오직 농카이에만 있는 건 아니고 묵다한에도 있고 또 저기 북쪽 매싸이에도 있고 뭐 그렇다.
나는 이 중저가형 중국제품이 판치는 국제시장 비스므리한 곳에서 혹시나 우리나라 연두색 때밀이 수건이 보이면 꼭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암만 눈에 불을 켜고 봐도 그건 발견을 못했다.
근데 한국제품이 아예 없진 않았다. 우리 눈에 잡힌 한국제품은 바로 라면. 그것도 그냥 끓여먹는 라면도 아닌 볶아먹는 불닭볶음면인데 이게 여기 왜 있는걸까? 팔리긴 팔리는걸까? 사람들이 저 낯설고 비싼 라면을 사 먹을라나... (결국 찾아 헤매던 때수건은 치앙마이에서 발견했고, 내적 환호성을 지르면서 잽싸게 샀다. )
그리고 기이하고 그로테스크한 형상의 석상들로 꽉 들어차있는 쌀라깨우꾸 정도?
그 외에도 유서 있다는 ‘왓 포차이’ 같은 사원들이 몇몇 볼거리 리스트에 올라와 있긴한데, 사실 태국사원은 내 흥미를 그렇게 돋울만한 무게감은 이제는 아니다. 사원이라면 뭐 차고 넘치게 많이 보기도 했고 거의 모습이 비슷비슷해서 변별력도 잘 못 느끼겠고, 불심이라도 있었으면 ‘돈 잘벌게 해주세요~~’ 기원하면서 동전이라도 시주단지 안으로 튕겼을텐데 그런 종교적인 마인드도 없고... 이를 우짜쓰까나.
이곳에 머무르는 여행자란 라오스로 넘어가거나 라오스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뭔가 좀 정류장 같은 느낌이 강한 곳인데, 우리는 이곳에서 뭘 돌아보기보다는 그동안 못 맡아본 도시의 냄새나 킁킁 맡다가 떠날 예정이어서 오히려 편안한 맘에 느린 발걸음으로 옮겨 다녔다.
이번에 농카이에서 둥지를 틀었던 숙소는 예전에 요왕이 태사랑게시판에 ‘후언라이’라고 소개했던 곳인데, 그동안 이름도 ‘끄랑므앙@농카이’로 바꾸고 내부도 리노베이션을 해서 완전 환골탈태를 했네. 처음에는 “어째 숙소로 찾아가는 길이 좀 낮이 익다?”고 요왕이 말하더만, 방을 둘러보더니 “예전에 묵었던 숙소가 이름을 바꾸었다. 허걱~”
끄랑므앙앳농카이 위치 https://goo.gl/maps/ArQnny4QrvP2
원래 이런 강변도시에 오면 숙소를 강쪽 가까운데로 얻는 게 좋은 법인데, 앞으로의 여정이 매콩강변의 작은 마을 치앙칸으로 이미 정해져있어서 별 아쉬움 없이 여기로 했다.
나는 원래 이런류의 저가형 숙소에서는 아침식사를 포함하지 않고 밖에서 사 먹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을 하는 편인데, 이 당시에는 뭔가 만사 귀찮아져 버려서 그냥 숙소에서 차려주는 밥이 먹고 싶었다. 벌써 매사 심드렁해지는 여행불감증이 오려는건가? 그러면 아니 되는데... 아침에 채비를 하고 밥 찾아먹으러 나가기도 싫고, 길거리나 세븐에서 사와서는 침대 한 켠에서 먹기도 다소 옹색하긴 하다. ^^ 그래서 1인 50밧에 아침식사를 포함했는데, 나중에 숙소에서 준비한 식사수준을 보니 약간 안습이...
고깃국물에 다가 끓인 흰밥에 돼지고기 국. 그리고 토스트와 쨈, 커피가 먹을 수 있는 것의 다였다. 근데 이 보잘 것 없는 식사도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것인지 태국 아주머니는 토스트를 산더미처럼 구워가지고 잘도 드신다. 이런~ 단 하나의 계란과 소세지도 없구먼... 그리고 쨈이 마치 붉은 색소 풀어놓은 밀가루 죽 같았다는... 흑흑...
크크 이럴줄 알고 한국에서 가져온 쨈을 풀어놓고 먹으니 그래도 좀 먹을만해진다.
둘이 합해 100밧으로 세븐일레븐 갔으면 더 맛있는 걸 사먹을 수 있었을거야. 컵라면 하나에 햄치즈크로와상 샌드위치 요거트랑 두유 이렇게 해봐도 70밧정도밖에 안되는걸 말이야.
그나저나 우리 차는 내내 시골길을 달려오느라 외관이 완전히 먼지구덩이 똥차가 되었다. 더러운 차를 타고 다니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는 요왕은 이런 대도시에는 분명히 세차할 곳이 있을거라며 세차장부터 찾아내기 바빴는데,
오오~ 진짜 있다. 바로 아싸완 쇼핑몰에....
이 쇼핑몰은 농카이에서 우던타니로 가는 그 대로변 길목에 있는 대형 쇼핑몰인데,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하나씩 서쪽은 1, 동쪽은 2 라는 이름을 달고 서로 마주보고 있구먼. 아싸완...? 다른 지방에선 들어 본 적이 없는 낮선 브랜드명인데, 이 동네 지역 기업인가보다
아싸완2 위치 https://goo.gl/maps/HUnsUcbjVmk
대부분의 이름 있는 식당이나 쇼규모 샵들은 아싸완 1에 입점해있고, 2는 '메가마켓'이라는 창고형 할인매장이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농카이에 왔을때는 1은 있었던 것 같은데 2는 최근에 오픈했는지 건물이 반짝반짝 깨끗하다. 세차장에 차를 맡겨 놓고 둘러보는데,
앗~ 이게 뭐야. 다소 한산한 아싸완 2의 푸드코트에서 기간한정 세일로 푸드코트 각 음식 코너마다 29밧짜리 메뉴를 선보이잖아. 오픈 기념인가?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곳에서 싼 맛에 무려 음식을 4개나 시켜먹는 돼지 같은 기염을 토하고, 곧장 옆에 있는 메가마트에 달려가서는 이것저것 신이 나서 장바구니에 쑤셔 넣었는데... 오랜만에 대형마트에 와서 그런가 완전히 감을 잃었다.
아니 우리같은 떠돌이 여행자가 1+1 대용랑 리스테린을 사서 어쩌자는 건지... ㅠㅠ 이건 우리 여행 내내 짐이 되었다. 맨날맨날 저걸로 한가득 가글해서 재빨리 없어버리던가 해야지 원.
이렇게 쇼핑몰 구경을 마치고 한 시간 반 정도 넘게 걸렸는데 아직도 세차 중이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고급형 손세차...? 정도의 품이 드는 뭔가 였다. 여럿이 달려들어서 엄청나게 꼼꼼하게 닦아주고 휠도 다 싹싹 손봐주는데 350밧이다. 우리나라에선 항상 주유하고 난 담에 주는 쿠폰에 2000원 추가하여 자동세차기에 들어갔는데, 태국에 와서 이런 고급형 손세차도 다해보는구만요. 인건비가 싸서 그런지 태국에서는 자동세차기를 보질 못했다.
그런데 좀 더 다니다 보니 이런 쇼핑몰 내에 입점한 세차장은 일반세차장에 비해 꽤나 비싼 금액인걸 알게 되었다. 람빵에선 길가의 세차장에서 이거랑 비슷한 서비스 받고 단돈 150밧. 하긴 태국 일일 최저급여가 300밧이니까 세차에 350밧이면 현지기준으론 좀 쎄다고 보여지긴 한다.
아무튼 간만에 들린 쇼핑몰에서 싼 맛에 시켜먹은 음식으로 배는 땡땡 불러오고 양손에는 오랜만의 대형마트 쇼핑물품으로 한가득, 그리고 차도 깨끗해지고...
모든 것이 만족해진 채 우리 숙소로 돌아오니 이제 이싼여행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는 농카이에서 서쪽으로 메콩강변을 따라 나있는 211번 도로변의 몇몇 마을들을 지나 씨치앙마이와 쌍콤, 빡촘, 치앙칸을 쭈욱 지나갈텐데 그중 치앙칸이야 뭐 방문확정이고, 나머지 중에서 어느 마을에 머물러 볼까?말까? 가늠하다가 결국 쌍콤에서 1박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농카이의 숙소 <끄랑므앙@농카이>. 지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