븡깐의 푸씽 - 고래바위 까지 가는 길, 다리가 벌벌벌벌
븡깐의 볼거리 중 하나로 리스트로 오른 곳은 ‘푸씽’. ‘푸’는 산을 뜻하고 ‘씽’은 사자를 말한다. 씽맥주의 그 ‘씽’이다. 이런 건조하고 메마른 날씨에 또 바위땡이 보러 산이라니 별로 땡기진 않지만, 우리가 이싼지방의 동북쪽 끄트머리 이 븡깐을 언제 다시 올 일이 있겠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거야. 그러니 온 김에 그냥 다 보고 가는 거다.
이번 이싼여행 루트
힌쌈완 위치
https://goo.gl/maps/3gpJBeiDPrE2
푸씽의 여러 바위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마치 세 마리의 고래가 대가리를 창공을 향해 내밀고 있는 듯한 형상이라고 한다. 힌-바위, 쌈-셋, 완-고래
한참을 달려 푸씽의 관리사무소까지는 어떻게 잘 찾아갔다. 구글내비는 세상 그 어느곳까지도 다 인도해줄것만 같다.
그런데 안내원이 하는 말이 “입장료는 없지만 약간의 기부금을 내야하고, 그리고 롯까바(태국에선 픽업트럭을 이렇게 부른다)는 힌쌈완 바로 앞까지 갈 수 있지만 롯껭(승용차)으로는 절에 주차를 시키고 편도 한 시간은 걸어야 하는데 너네 정말 오케이?”라고 하네.
편도 한 시간이 문제겠어. 여기까지 우리가 어떻게 왔는데, 목표물이 눈앞에 있다면 당연히 가야지.
일단 우리는 변변찮은 약도와 감에 의지해서 우선 절까지 다다랐는데... 올라와보니 어...? 어디로 가야될지 모르겠다. 길을 잃은건가? 뭔가 길이 나있어야 하는데 아무리봐도....길은 어디에...-_-;;
차를 대놓고 아무리 둘러봐도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 잡히질 않는다. 근처에서 풀숲을 정리하는 할머니에게 ‘힌쌈완이 어디에요?’ - 물어봤더니 모르신대...-_-;; 이 지역주민이 아닌가...?
헐... 마침 오토바이 타고 등장한 할아버지한테 물었더니 처음엔 못알아 들으시더니 ‘아 힌쌈완’ 하시더니 저 멀리를 손으로 훼훼 가르킬뿐... 우리는 서성대는 발걸음으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는데 이쪽으로 가는 것이 아닌 건 정확히 알겠다.
푸씽 등정기는 여기까지가 끝인가 봐... 결국 실망한 마음(그리고 내심 잘됐다는 내마음)을 안고 차를 다시 아까의 안내소 방향으로 틀었는데, 앗~ 도로를 올라올 때는 잘 보이지 않던 사원 건물이 옆으로 나 있는 길이 내려 갈 때는 육안에 딱 잡힌다. 아... 이곳이 그 바위로 가는 시작점이었구나. 헤헤...
이 바짝 마른산.... 당췌 그 누구도 걸어서 올 마음 따위는 품을 일이 없는 이 먼지 풀풀 날리는 길을 거의 한시간정도 걷는 도중... 우리는 뭐 이런모양 저런모양의 바위도 보고 이런 한적한 풀숲 길에서 예외 없이 등장해주는 들개한테도 컹컹 내쫓김을 당하며 결국에 왔다. 오게 되었다. 이곳에...
나는 요왕의 뒤를 따라가느라 요왕의 발자국 마다마다 풀썩대는 먼지를 온통 들이킨 탓에 목구멍에서 모래가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온 이곳은... 멋 있 다.
정말 고래 등에 올라탄 기분이다. 세 마리의 바위 고래 중 한 마리는 땅속으로 들어가는 중이고 두 마리는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다.
무한대의 하늘과 거대해 보이는 바위 위를 왔다갔다 하는 요왕의 작은 모습이 아슬아슬해보이기도 하고... 마치 이곳이 현실세계 같지 않은 약간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는데, 그 느낌은 아마 적막 속에 우리 둘만 있어서 그런 걸 거다. 다른 사람들이 있었으면 못 느꼈을테지...
경치는 더할나위 없이 좋지만 구름한 점 없는 하늘과 그늘 없는 뜨거운 바위 위에 오래 서있는건 꽤나 힘든일. 이제는 차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물론 한 시간 즈음 저 먼지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흑흑.
그래도 뭔가 임무를 완수? 하고 돌아가는 길은 아까 올라올 때보다는 좀 덜 힘들고 좀 더 빠르게 끝나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때쯤 무릎 도가니 부분이 지 혼자 벌벌 떨리는 느낌이었는데 아마 요왕도 크게 다르진 않았을거야... 우리는 한국에 있을땐 생체활동이 거의 제로인 상태로 있다가 여행만 나오면 최대로 끌어올려서 쓰느라 이정도의 액티비티도 사실 좀 버겁다. 요왕은 이 상태로 농카이까지 운전해가야만했다... -_-;;
이럴 때 먹으려고 사둔 엠러이하씹(박카스)을 마치 연료 주입하듯 입에 털어놓고 운전대를 잡았고 우리의 가엽고 귀여운 차, 주인 잘못 만난 턱에 온통 먼지 구덩이가 되버린 흰색 차는 이 산을 벗어나 라오스여행의 관문, 농카이로 향했다.
구글에서 검색한 힌쌈완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