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지방 이싼의 동쪽 끄트머리 우본의 콩찌암 마을
앞서도 얘기했지만 이싼은 태국의 동북부지역을 일컫는 말인데, 여기엔 20개 짱왓(우리나라 도에 해당하는 행정구역이나 규모는 더 작음)이 있는데 그중 가장 동쪽인 우본랏차타니 주의 매콩강변 작은 마을... 이곳 콩찌암까지 왔다.
나는 거의 십년 전에 여길 와 보긴 했는데 그 당시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도 잘 기억도 안 나고 그 당시 콩찌암 이후에 우리 발길이 어디를 향했는지도 영 가물가물하다. 확실한건 그 당시 라오스국경을 넘지는 않았다는 것...
그당시 요왕이 쓴 콩찌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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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요즘의 나는 오늘 어제 아침에 먹은 밥도 잘 기억이 안 나는걸....
이싼지방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일반적인 여행자들에겐 영 인기가 없다. 하긴 쥐어짜내면 나름의 볼거리가 있긴 하지만 각 포인트들 간에 거리가 너무 턱턱 동떨어져있고 대중교통도 잘 없고 하니까 이동하는 노력대비 수확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좀 그렇긴 하겠지.
오전에 므앙땀 유적지까지 관람을 다 끝내고 차를 몰고 내내 달려서 대도시인 우본랏차타니는 아무 미련없이 건너뛰고, 시린톤 댐을 지나쳐서 안착한 콩찌암. 이전에 펀낙뺀바우님이 소개해주신 시린톤댐 근처 숙소에 묵고 싶었지만, 콩찌암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궁금하기도 하여 콩찌암으로 들어갔다.
허걱. 근데 이게 뭐야. 숙소 근처에 주차해놓고 봤더니만 우리차 앞바퀴가 바람이 좀 빠져있는 듯 보이네. 탱글탱글 팽팽하지가 않고 물간 문어대가리 삶은 거 모냥 숨이 좀 죽어있다.
구글신께서 인도해준 구글맵이 이상하게도 상태 좋은 매끈한 길을 놔두고 자꾸 울퉁불퉁한 시골길로 방향을 잡아줘서 거친 길을 달려와서 이래 되버린걸까.
에어컨을 켤때마다 곰팡이 냄새가 스물스물 나길래 팟타야에서 비싼 곰팡이제거 스프레이도 사서 팡팡 뿌려주고 좋은 냄새 내내 나라고 방향제도 사서 달고 해서 돈이 추가로 들었는데 또 수리할 일이 생기는건가? 아웅~~ 우째.
우린 이때 또다시 우본의 렌트카 지점으로 가야되나 어째야되나 고민에 빠져 버렸는데 결국엔 아주 잘 해결 되었다
다음날 찾아간 콩찌암 마을의 작은 자동차 정비소에서 4개 타이어의 공기압을 다 맞춰주고 바람까지 넣는데 단돈 십밧을 청구 하더라는... 아아~ 우리는 이때 몇백밧까지 생각하고 있었고 우리 사정상 돈은 정비소에서 달라는대로 줄 수밖에 없는 처지였는데 10밧이라니... 내미는 손이 너무 송구스러웠고 요왕은 왠지 빚진 마음이 확 들어버렸다. 고마워요. 콩찌암. 진짜 놀라운 가격일뿐이구먼요.
예전에도 콩찌암 마을에서 파땜 국립공원 다녀오는 중에 오토바이가 빵꾸난적이 있어서 그걸 질질 끌고 가장 가까운 정비소로 갔었다. 근데 그 정비소에서 엄청 꼼꼼하게 앞뒤로 손봐주고는 단돈 30밧만 청구해서 마음에 감동이 물결친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또 이런일이...^^
우리가 미리 예약한 숙소는 반껀캄baan koncom이라는 2층짜리 숙소. 에어컨 더블룸에 400밧으로 예약했는데 다른분들 후기 보니까 실제로는 350밧이라는구먼... 하긴 이 한적한 동네에선 그 정도 가격이 맞는 거지. 방에 냉장고는 없지만 로비에 공동으로 쓸 수 있는게 있다.
그나저나 이 동네 오니까 새벽과 저녁나절에는 상당히 추워져버렸다. 에어컨이 아니라 두둑한 담요가 필요할 듯... 무려 십년전의 아른한 기억을 억지로 소환해보자니 그때는 변변찮은 구멍가게 정도나 있었던 곳인데 지금 와서 보니 여행자 숙소 신축한 게 여럿 보이고, 마을 길 은행 사거리에는(골목사거리) 세븐일레븐과 로터스도 있고 워우~ 좋아졌네.
그런데 저 신축한 숙소들은 과연 손님들로 다 차긴 차는걸까.
대충 이 마을의 볼거리란... 어디 한번 뒤적뒤적해보면 그나마 사람이 걸어서 커버 할 수 있는 지역은 대략 2개, 그러니까 ‘매남 썽씨(두 색깔의 강)’라 불리는 매콩강과 문강의 합류 지점과 강변길 산책, 그리고 마을 초입에 보이는 기다란 계단을 헉헉거리고 올라가면 나오는 전망대와 그 전망대에서 흙길을 터벅이며 좀 걸으면 이르게 되는 ‘왓 탐 쿠아 싸완’이라는 사원... 그 사원엔 정말이지 커다란 징이 걸려있다. 이 무지막지한 징은 도대체 뭔 의미이지? 아세안 국가들의 국기가 둘러져 있는 것으로 보아 뭐 아세안의 번영을 위한 기념물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차로 가야할 곳은 남쪽으로는 깽따나 국립공원(급류가 흐른다)과 씨린톤댐(물이 많다) 헐... 북쪽으로는 파땜 국립공원, 그 근처 폭포 몇 개와 더 멀리 북쪽으로 올라가면 나오는 쌈판복(3000개의 웅덩이 지형) 뭐 이렇구먼.
입장료가 400밧이나 되는데다가 이미 이전에도 본적이 있는 파땜 국립공원과 폭포들은 이번에 빼버렸지만 사실 이 마을에 오는 여행자들의 주요 목적은 이 파땜이라 볼 수 있다. 태국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고 빨리 진다는 이 절벽 말이다. 원시 벽화도 있고...
그래서 그런가 우리 숙소도 태국인 여행자들이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 5시부터 분주하게 이방저방 다니면서 일행을 깨우고 아침녘이 되기도 전에 전부 바람처럼 사라진다. 아마 간식을 좀 챙겨먹고는 옷을 껴입고 파땜으로 일출보러 서둘러 가는거겠지.
이 시기에는 해가 뿅~ 하고 그 붉은 머리를 내미는 게 새벽 6:30 정도...
물론 여명은 해가 본격적으로 뜨기전부터 시작되어서 창공에 온통 오묘한 색을 뿌려놓고 있고...
우리는 이 마을에서 2박을 하게 되었는데 요즘은 하루에 두 끼만 먹는데다가, 가지고 다니는 트래블쿠커로 라면을 끓여먹고 하다보니 밖에서 사 먹는 건 고작 하루에 한끼정도... 그래서 머무른 시간에 비해 식당정보가 별로 없다.
그래도 이싼 지방에 왔다고 첫날 저녁은 동그란 토기에서 멀멀 끓이는 160밧짜리 돼지고기 찜쭘으로, 둘째날 저녁은 시장근처의 식당에서 50밧짜리 단품식사랑 100밧짜리 깽쯧 뭐 그렇게 대충 먹었다
이런 시골마을은 식도락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강을 끼고 있는 곳이라(그것도 무려 2개. 메콩강과 문강) 강변 산책로에는 식당들이 꽤 즐비하던데 그곳은 좀 멋진 요리들이 나올라나.
강변을 끼고 있는 산책로에 식당들이 늘어서 있는 건 이싼지방의 가장자리 매콩강과 닿아 있는 도시들의 대표 풍경이다. 하긴 강이 흙탕물색이긴 해도 이렇게 큰물이 흐르는 강변이 주는 운치가 있긴 하지. 배산임수가 괜히 명당이 아니지 않겠어.
아~ 차를 몰고 찾아간 깽따나 국립공원의 입장료는 외국인은 100, 내국인은 20밧, 차량은 30밧인데 우리차가 들어서자 매표소의 직원은 아주 자연스럽게 내국인표와 차량 티켓 한 장 이렇게 70밧을 부른다. 이럴때는 주책없이 영어로 횡설수설하지 말고 그냥 묵묵하게 100밧 곱게 건네주면 되는거다. 결국 160밧 이익 본건가. 하긴 지금 우리의 행색이나 내 얼굴이 도저히 외국인으로 생각을 할 수가 없는 뭐 그런걸지도 모르지. 그리고 외국인이 여길 왜 오겠어...
급류가 흐르고(깽따나의 깽이 급류라는 뜻) 이싼지방에서 제일 긴(태국에서 제일 긴게 아니라...^^ ) 현수교가 있고, 쌈판복 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동그랗게 패인 바위가 좀 보이고 뭔가 산책로도 좀 있고... 대충 그랬다. 볼만한게 많은 곳이였으면 외국인 요금 400밧 받았겠지. 파땜처럼 말야. 아무튼 나름 그럭저럭 볼만한 곳이었다.
그 후 씨린톤탬도 들러서 휘휘 둘러봤는데, 댐이야 뭐 여느 곳이 그러하듯 그저 넓고 평평한 물이 잔잔하게 담겨져 있다.
이제 둘러볼건 다 봤으니 콩찌암의 우리 숙소로 돌아가야겠다. 밤이 되면 아무 할 일없는 곳에서 잠이나 실컷 자둬야지. 내일은 또 내일의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콩찌암 읍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