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가 아닌 달과 보석, 과일의 도시 짠타부리
태사랑홈피에서 짠타부리로 검색을 하면 지역정보에서 나오는 글이라곤, 상쾌한아침님이 2011년도에 쓴 [찬타부리] 글이 거의 유일하다시피하다.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myinfo&wr_id=24004
저 멀리 이싼지방의 마이너한 여행지도 제법 올라오는 태사랑에서조차도, 이렇게나 걸리는게 없는걸보니 정말 여행자의 관심도가 없는 동네인건 확실한듯. 방콕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말이다.
그런데 뭘 줏어먹겠다고 그런동네까지 갔어? 라고 묻는다면 그냥 시간도 많았고 태국인들 사이에서는 요즈음 조금씩 이 지역에 대한 평가들이 올라오기도 해서 궁금하기도 하고... 또 나같이 마이너한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있는 동지들이 또 어디없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해서였다.
하여튼 위의 링크글에 보면 방콕에서 가는 방법, 지도 포인트와 그외 상세한 설명까지 빼곡하게 되어있어서 혹시나 이곳으로 갈 여행자가 있다면 친절한 지침서가 될 것 같다.
여행자들이 그래도 좀 가는 꼬싸멧이 있는 라용주와, 꼬창이 있는 뜨랏주 바로 이 사이에 끼여있는 곳이 짠타부리인데, 꼬창으로 향하는 여행자들이 그냥 스쳐지나가는 바로 그 지점의 도시였다.
그런데 이런 무관심의 도시를 수식하는 단어는 그야말로 멋지고 럭셔리하며 향기롭기가 그지없는데... 말이야. 무려 달, 보석, 과일의 도시라니... 말이다.
근데 주말에 이곳에서 대규모 유색보석시장이 열리고, 5월이후에 두리안 망고스틴 등등의 과일이 쏟아지는 과일산지인건 알겠는데 달은 무슨연유로 갖다붙인건지 모를일~
상쾌한 아침님의 글을 읽어내려가니 그 월드클래스급으로 희귀하다는 돌고래에 대한 흥미가 약간 돋아날랑말랑했는데, 나는 천성이 동물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어놔서 호기심은 금세 사라져버려서 일단 이 수족관은 패스.
그리고 짠타부리 동쪽방면으로 3번 국도 근처에는 시커먼 물고기가 바글바글거리는 유명폭포인 ‘남똑 플리우’라는게 있는데 이것도 현지인들에겐 좀 인기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봐온 태국의 폭포에서 - 에게게? 겨우? - 하는 느낌을 자주 받았고, 특히나 건기때 가면 수량이 얕아져서 더 별볼일이 없는데다가, 물속에 바글거리며 엉켜있는 시커멓고 커다란 물고기떼를 보고있자니 왠지 방망이로 때려주고 싶어서(왜 이러지...) 이곳도 패스. 게다가 이곳 역시 국립공원 정책을 써서 외국인한테 높은요금을 차별적으로 받으니까 그것도 맘에 안들고 말이지.
짠타부리 시내에서 북쪽으로 좀 올라가면 카오 킷차꿋Khao khitchakut 국립공원에 좀 영험해 보이는 큰 동글바위가 있는데 지역민들은 부처님의 발바닥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단다. 저런 별칭이 붙은걸로 봐서 불심 깊은 태국인들은 꽤나 많이 방문할거 같기도 하구먼.
그러고 보니 그 바위에 약간 발바닥 모양의 흔적이 살짝 어려있기도 한거처럼보인다. 물론 사진상으로만 파악한거지만서도....^^ 아~ 몰라... 근데 이젠 불교 유적지라면 그다지 관심이 없어. 이곳도 패스.
그런데 참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상쾌한아침님의 글에서 형편없고 구질맞게 묘사된 해변이 하나 나오는데 이름을 안 써주셔서 정확히 어디라고는 확정짓지 못하겠지만...
이 근처에서 그나마 제일 유명한 곳이라면 짜오라오 해변일텐데, 나는 짜오라오에서 좋은 느낌을 느꼈으니 말이다. 이게 어떻게 된걸까. 정말이지 여행에 대한 감각은 음식이나 패션에 대한 감각처럼 다들 천양지차 각양각색인가보다.
하여튼 짜오라오 해변으로 가기전... 며칠 묵어본 이 낮선도시에서의 배회기이다.
상쾌한아침님이 절대 가지 말라고 했던 그 므앙짠(무앙짠) 호텔, 그 당시 나도 그글에 댓글로 “피해가야될 숙소구만요.”하고 동조를 했는데, 사실 이 도시에서는 싼 숙소의 경우 이곳 말고는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물론 호텔예약사이트를 보면 새 숙소들이 좀 있긴한데 위치가 중심부에서 좀 떨어져있거나, 가격대가 거의 800에서 1,000밧 정도 하길래... 뭘 그렇게까지나 주고 이런 소도시에서 묵겠나? 싶어서 결국은 므앙짠으로 오게된다.
처음에 이 숙소주인이 내준 380밧짜리 에어컨룸은 아무리 이쪽저쪽 다이얼을 돌려보고 별수를 다 써봐도 뜨거운 훈풍기 역할만 하는 악마의 에어컨이었다. 우리는 왠만하면 이런 저급한 숙소에서는 뭐 불평이라곤 하지않고 참아내는 성격이였지만 이건 뭐 저녁이 깊어갈 수록 당췌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침대에 누워서 살짝만 팔이 닿기만 해도, “아우~ 쫌 !!”하면서 짜증을 낼 지경에 이르러서야 카운터에 가서 그 컴플레인이란걸 했다. 늘어진 해삼처럼 있다가 옷을 주워입고 카운터로 가기 위해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는 순간, 밖의 열대 공기가 훨씬 더 시원하게 느껴지니 우리방은 도대체 어떻게 된거였던게지? 찜통 그 자체였다보다.
늦은시간 우리의 사정을 묵묵하게 듣던 이 호텔의 스탭은 친절한 구석이라곤 없었지만 그렇다고 불친절한것도 아닌 묘한 기운을 뿜으면서 3층방, 그런데 방번호는 5로 시작되는 방의 열쇠를 새로 내주었는데. 오~ 이 방은 신세계로세.
일단 에어컨 부터가 벽에 부착된 다이얼식이 아닌 리모컨이고 방 상태도 좀 더 낫다. 냉기도 잘 나온다.
방도 텅텅 비었더만 처음부터 이런방을 줄것이지 나 원참. 우리도 고생, 자기들도 방 청소 하나 더해야 되니 고생.
보석의 도시라더니 정말이지 여기 저기 유색보석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온통 샛노란 금제품으로 디스플레이를 해놓은 태국의 금은방가게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붉고 푸른 유색보석이 집중적으로 있는 도시는 처음이었다. 깐짜나부리에도 좀 있지만 여기 짠타부리는 도시전체가 보석가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돌들도 우리 같은 문외한들에게는 전부 다 그림의 떡일뿐. 안목이 있는 사람이 작정하고 준비하고 온다면 근사한 보석을 채 갈 수 있겠지만, 내가 가진 보석에 대한 안목은 그냥 신생아 수준이어서 딱 사기맞기에 알맞은 구도인 듯...
하지만 금요일이 되자 보석거리는 중동에서 온 아랍계 상인, 전문적인 딜러로 보이는 백인들, 그리고 몇몇 흑인들까지 보이면서, 이곳이 명성만큼이나 무척 국제적인 시장인거처럼 보이긴했다.
주말에 열리는 보석시장거리(생각보다는 크지않다)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뭐 신기한거라도 나와있나 하고 시선을 두고 걸으니, 나같은 비루한 사람에게도 보석장사치가 손을 들어서 호객을 하던데 도대체 뭘 팔려고 그러나 몰라... 이런 전문적인 트레이딩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얼치기처럼 돌아다니는게 불편해진 나는 그냥 얼른 그 구역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이곳이 여러 과일들 중에 특히나 두리안으로 유명한 과일의 고장인건 확실한데, 우리가 방문한 때는 1월... 이때는 두리안철이 아닌지라 아쉽게도 우리는 그 향긋한 향기에 젖어들지는 못했다. 물론 아예 안나오는건 아니지만서도 태국에서 과일은 혹서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는 그 지점... 그러니까 4-5월즈음이 출하 스타트~여서 지금은 좀 애매하달까...
그래도 전혀 못건진건 아니다. 이 도시 중앙 작은 분수대가 있는 근처의 재래시장에서 촘푸도 사고 파인애플도 사고 뭐 그랬긴했으니까... 근데 겨우 촘푸와 파인애플이라니 과일의 본고장에 와서 너무 소박한걸 줏어왔네. ^^
내가 이도시에서 좋아했던 곳은 두 군데. 찬타분 워터프론트로 불리워지는 목조가옥 거리와 큰 성당 이렇게였다.
짠타부리에 태국에서 가장 큰 기독교회당이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불교의 나라에서 커봤자 얼마나 크겠어? 라고 내심 별 기대를 안했는데 그럼 맘과는 달리 이 성당은 규모도 크고 외관도 뭔가 좀 아름답고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성당 주변의 건물들도 교회와 관련된 뭔가로 보이는데, 나야 뭐 종교에 관한한 무지한 자여서 봐도 뭐가 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다. 우리가 간 날은 교회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뭔가 의식을 치루고 있었는데 그 틈에 들어가서 본 교회 안의 모습도 상당히 아름다웠다. 신부님의 미사도 경건했고... 근데 나중에 사진을 자세히보니 그 의식이 장례식 같기도 하고... -_-;; 만약 장례식이 맞다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는 우리 숙소에서 남쪽으로 다리를 건네서 조금 떨어져있는 로빈슨 백화점에도 놀러가곤했는데 왠지 좀 낙후된듯한 분위기의 이 도시에서 로빈슨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같은 느낌을 줘서 우리는 이곳에서 옷도 하나 사고 지하의 탑스매장에서 쇼핑도 하면서 도시의 기분을 잠깐 충족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걸어서 왔다갔다하기에는 좀 힘든 구간이다.
내가 이 도시에서 가장 좋아했던 나들이는 바로 낡고 오래된 우리 숙소에서 나와, 강가 쪽으로 천천히 걸어와서는 이 구역에 있는 강 조망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그 시간들이였다.
사실 건기에는 강이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한 규모이긴하지만 그래도 똥물냄새가 난다거나 하진 않았고 어쨌든 강변근처의 여유롭고 청아한 느낌을 느끼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공간들이었다.
여기서 먹었던 것들이 비싼음식도 아니다.
강을 보면서 30밧짜리 쏨땀도 먹고, 99밧짜리 스테이크도 먹고, 35밧짜리 모카커피도 마시고...
사실 태국인들로만 가득하고 외국인여행자가 거의 없다시피한 이곳에서, 우리는 북적이는 현지 군중속에서 약간의 고독감과 고립감 같은 걸 느끼긴했지만 하나에서 열까지 다 좋은 곳이란 없지.
그래도 주말이 되니까 어디에서 왔는지 왠 백인여행자들이 이 강변 골목을 배회하긴했다. 나도 여기서 배회하고 있는 처지이긴하지만 그들을 보니 왜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는데 방콕에서 사는 외국인들인가? 아니면 보석을 사러와서는 잠깐 짬을 내서 관광중?
이 골목에서 또 한가지 인상적인 곳은 community learning house라고 불리우는 2층 목조주택 전시관이였다. 이곳은 주중에는 문을 닫아걸고 있더니만 주말이 되니 몇몇 전시품을 걸어두고 개방을 하는데 안에 들어가보니 옛모습의 짠타부리 사진과 그외 몇몇 회화작품이 걸려있어서 한 이삼십분 시간을 내서 돌아보기엔 좋은 곳이였다.
우리가 짧은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순간... “엽서 좀 구경하세요.”하는 관리인 아줌마의 손짓에 엽서를 영혼 없는 눈으로 들여다보고있자, 우리가 엽서 같은 건 안살 캐릭터라는걸 알았는지 아줌마는 얼른 종목을 바꾸었다.
“날이 더우니까 아이스크림 있어요. 이 아이스바 회사는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설명이 이어지고 우리는 하나 10밧짜리 아이스바를 입에 물고는 이곳을 빠져 나왔다.
입장료도 없는 이곳을 구경하고 나오면서 산 물건치고는 너무 약소한가? 그런데 엽서는 당췌 쓸일이 없어놔서 말이야요. 미안해요. ^^
이 도시에서 4박을 했는데, 사실 여행자가 거의 없는 지방 도시에서 배회한 다소 밋밋하고 한가하고 별일없는 날들이었다. 그런데 밋밋한 일상에 비해 사진은 꽤나 멋들어지게 나오는게, 아마도 좋은 피사체가 되어준 워터프론트의 오래된 가옥과 성당때문일지도....
성모축일 성당
짠타분 강변길
커뮤니티 러닝 하우스 집 안에 있는 짠타부리 옛사진들
숙소 복도 창에 아침만 되면 붙어 있던 새끼 찡쪽
짠타부리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