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쩜티안(좀티엔) 이야기. 그리고 나이트마켓과 룸피니콘도
그동안 파타야에 수차례 와 봤음에도 불구하고 쩜티안(영어로는 Jomtien으로 표기하여 외국인들은 흔히 좀티엔으로 말하는 곳) 해변 쪽으로는 영 둥지를 틀게 되지 않았습니다.(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라하는 여행지는 아니어서 여행기간에 비하면 파타야를 많이 방문한 것 같지가 않아요.) 숙소의 경우 파타야 중앙을 기점으로 해서 남쪽으로 제일 많이 내려간게 고작 프라 탐 낙 구역의 중급호텔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엔 쩜티안이란 곳은 어떤가 좀 궁금하기도 하고... 렌트카를 장기로 빌린 덕에 원거리여도 돌아다니기에 부담 없겠다 싶어서 찾다가, 현지인 콘도의 근사한 사진빨에 낚여버려서 이곳, 룸피니 씨뷰 콘도라는 곳으로 가게 됩니다.
우리는 이번에 차를 빌려서 돌아다녔기 때문에 숙소의 가용 범위가 전반적으로 확 넓어지긴 했는데요, 근데 아울러 아이러니한 점은 배낭지고 다녔을 때는 아무렇지 않게 다녔던 중심가 골목구석구석을, 자차로 다닐 경우엔 교통상황과 주차 때문에 오히려 제외하게 된다는 거였어요. 하여튼 이곳 쩜티안 남부 쏘이 18 근처는 일반적인 여행자라면 올 이유가 전혀 없는 적적한 곳입니다. ‘아예 관심 가질 구역이 아니라면서 거기까진 왜 갔어?’라고 물어보신다면... 우리의 긴 여정상 여행자와 로컬의 경계면 사이에 잠깐 머물렀던 단면 같은 거라고 볼 수도...
일단 건축년도를 보아하니 작년에 룸피니 ‘씨뷰’와 ‘파크뷰’라는 대형 콘도단지가 쩜티안 쏘이 18 근처에서 완공되었나본데 주인인지 관리인인지 여기를 호텔 예약사이트에 올려놓고 빌려주더군요. 층수도 30층으로 높아서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건 장점이고, 콘도 전용 수영장도 이용객이 워낙 없어놔서 꽤나 넓은 야외수영장을 마치 독탕처럼 쓸 수 있다는 건 장점이랄 수도... 있어요. 콘도에 붙어있는 수영장이라서 크기가 꽤나 큼직하더라구요.
집주인이 전력을 다해 실내구조를 넓게 보이려고 찍어놓은 사진으로 보기엔 근사하고 공간이 여유 있어 보여서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론 시설 면에서는 좀 낚였어요. ^^ 실제론 정말 콧구멍만한데 얼마나 작으냐면 침대 때문에 장롱 문이 안 열려요. 그리고 탁자가 없어놔서 밥을 바닥에 놓고 먹었는데 모양 빠집니다 쩝... 근데 이게 1박에 850밧이나 냈어요. 예약하고 며칠 뒤에 보니 700밧대로 떨어져 있었다는... 뭐 이런 날도 있는거죠.
작년에 완공 되었다는데 아직도 콘도 공실률이 꽤나 높은 것 같습니다. 일단 단지 내에도 사람이 없고 밤에 보면 불이 켜진 집도 별로 없고... 밀려드는 여행자로 파타야 경기가 엄청 좋을텐데 왜 이곳은 이렇게 매기가 없을까요.
리셉션이 있는 숙소가 아니다보니 집주인이랑 전화로 접선해서 열쇠 주고받는 것도 좀 신경 쓰이고, 호텔이 아니니 비품이랄 것도 없지만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건 렌지랑 그릇 그리고 작은 세수대야 만한 싱크대가 있어놔서 음식을 좀 해먹을 수 있다는 거... 숙소 근처에 세븐일레븐이 있으니 생활물품 조달엔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해변길 나와 북쪽 200미터)
새 건물인데도 불구하고 건물내부는 뭔가 좀 견고하지 않고 벌써 허술한 구석이 보이는 게 콘센트도 덜렁거려서 빠져나와있고 그렇네요. 이건 꼭 이 건축물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처럼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집은 훨씬 빨리 낡아요. 우리나라에서 세를 줄때도 전셋집 보다는 월세로 줄 때 집이 훨씬 많이 상하는 것 처럼요...
베란다에도 벌써부터 약간 가장자리가 녹이 슬랑말랑한 모습도 보이고... 베란다에 서면 아찔함이 느껴지는 30층인데도 음식을 좀 해먹다보니 작은 개미들이 출현합니다.. 세상에나... 거 참 부지런한 개미일세, 하긴 개미의 본질은 부지런함이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룸피니 콘도는 저기 나끄아쪽에도 큰 고층건물군이 있고 방콕에도 여러 곳이 있는 브랜드 아파트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그런데도 벌써 이렇다니... 암튼 우리나라의 건축기술이 아주 좋은 거라고 봐야겠지요.
우리는 숙소에서 나와 산책을 겸해 해변을 따라 ‘차이야프륵’ 길까지 북상해서 걸어 올라와서는, 거기 삼거리에서 10밧 썽태우를 잡아타고 ‘쩜티안 야시장’으로 갔는데요, 우리 숙소 근처는 그야말로 적적하고 한적함 그 자체였는데 쩜티안 해변길을 북상해서 올라갈수록 뭔가 알록달록 네온이 번쩍이고 사람들과 상점들도 빽빽해지는군요.
‘쩜티안 야시장’은 쩜티안 쏘이9 근처에 있습니다. 그 근방에 숙소가 있는 여행자라면 밤에 할 것도 없으니까 슬슬 걸어서 와볼만한데요, 실제로 썽태우를 잡아타고 온 우리 눈에는 조금 실망이었어요.
도로에서 시장을 바라봤을 때 왼쪽 첫 번째 열에는 음식 파는 가게들로 빼곡하긴 했는데, 이 더운날씨에 매대에 그냥 진열되어있는 음식들의 상태가 왠지 좀... 미심쩍어서 쉽사리 입맛이 당겨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서양인들(대개는 러시아인들로 보임)은 꽤나 사서는 바로 옆의 탁자에 앉아 맥주와 곁들여서 먹던데 그 모습은 또 맛있어 보여요.
온전히 현지인들의 시장이라고 볼 수는 없고, 대략 관광객용 시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여행자가 사기에 물건이 영 눈에 차는 게 별로 없었지 뭡니까. 본격적인 쇼핑을 할라치면 일단 파타야 중심부로 나가서 하든지 해야겠죠. 근데 뭐 간단한 티셔츠나 가방 같은 건 필요에 따라 사도 괜찮을거에요.
그 외의 여행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기념품 가게들과 소소한 팬시용품 같은걸 파는 매대들이 열 맞춰 서있는데 사는 사람도 별로 없고... 뭐 별 활기가 없었어요. 딱히 여기에선 뭔가 사고 싶거나 먹고 싶은 건 없었지만, 이 근방에 있는 여행자들은 밤에 시간 보내기 좋은지 이쪽으로 심심찮게 오긴합니다. 특이한 게 중앙에 설치된 작은 무대에 어린이들이 올라가서 춤을 추더군요. 아주 귀엽던데 부모들이 데리고 온 자녀들이겠죠.
이곳을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올 때 썽태우에 올라탔더니 차이야프륵 길 삼거리에서 시동을 끄고 다들 내리래요. 여기까지만 운행한다고... 더 가고 싶으면 길 건너서 다른 썽태우 잡아 타라네요. 혹시나 쩜티안 남부로 가실 분들은 타기전에 목적지를 얘기하거나 중간에 내려서 한번 갈아탈 생각도 하셔야 할 듯합니다. 하긴 쩜티안이 워낙 길어서 뭐 납득안가는 것도 아닙니다. 팟타야따이 사거리에서 차이야프륵 해변 삼거리까지 거리가 팟타야따이에서 나끄아 썽태우 종점 정도의 거리입니다.
쩜티안 남부 쪽은 물빛이 좀 나을라나 싶어서 봤는데요, 짙은 갈색 모래사장에 뿌연 물색깔에 군데군데 거품도 떠있는 건 뭐 크게 다르질 않았습니다. 저로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드는... 그야말로 저 물에서 첨벙거리다보면 피부질환 생길 것 같은 탁도였는데도 용감한 러시아 아주머니랑 아저씨 몇 명은 아침부터 그 물에 들어가기도해요.
하지만 쩜티안 북쪽구역은 생각보다 해변상황이 꽤 좋더군요. 물빛이야 뭐 그저그렇지만... 일단 해변의 모래사장의 폭도 좀 널찍하고 키 큰 나무도 많이 심어져 있고요, 해변에 닿은 인도도 너른편이어서 산책하기에도 괜찮고 편의시설도 크게 모자람이 없어 보입니다.
우리 숙소 근방... 그러니까 쩜티안 남부는 모래사장 폭이랄 것도 없고... 그냥 볼품이 없습니다. 그래도 숙소가 워낙 높은 층인지라 (무려 30층) 침실에 드러누운채로 눈에 담겨지는 창문너머의 내다보이는 망망대해 바다의 전경이 이곳이 해변휴양지임을 강하게 상기시켜줘서 마음이 아주 말랑말랑해지고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