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동쪽, 달의 도시 <짠타부리>
태국 주변의 지명을 보면 같은 뜻을 갖고 있는 도시들이 꽤 되는데요, 대개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를 어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태국의 씽부리와 싱가포르는 씽+부리, 싱가+푸라로 둘다 사자의 도시란 뜻입니다. 씽(싱)은 인도 고대어인 산스크리트어로 사자란 뜻입니다. 태국맥주 ‘씽’ 역시 사자란 뜻이지요.
한글표기로 메콩강은 현지에서는 ‘매콩’ 또는 ‘남콩’이라고 하는데요, ‘콩 강’이란 뜻입니다. 여기서 ‘콩’은 산스크리트어 ‘강가’에서 왔습니다. 강가는 ‘강의 신’ 또는 ‘물의 신’을 뜻합니다. 인도 갠지스강의 실제 이름이 바로 ‘강가’입니다. 결국 메콩강과 갠지스강은 이름이 같은거죠.
또, 라오스의 수도는 ‘위앙짠’이지요. 위앙짠을 서양인(프랑스인)들이 Vientiane이라고 표기한 것을 우리나라식으로 ‘비엔티안’으로 잘못읽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위앙짠의 위앙은 도시란 뜻이고, 짠은 산스크리트어 ‘찬드라’에서 온 것으로 ‘달’, ‘달의 신’을 뜻합니다. 따라서 위앙짠은 '달의 도시'라 뜻입니다.
태국에도 ‘달의 도시’란 뜻의 도시가 있는데요, 바로 <짠타부리>입니다. 짠타(달)+부리(도시)이죠.
왜 달의 도시란 뜻을 갖게 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꽤나 낭만적인 이름입니다. 이번에 짠타부리에 있는데 우연히도 음력보름이어서 느낌이 새롭더라고요...
짠타부리는 국경이 명확하지 않았던 변방지역이었고 오래전부터 중국 이민자와 베트남, 캄보디아 사람들도 많이 살던 곳이었다고 하네요. 태국으로 완전히 편입된 것은 1905년에 와서입니다.
짠타부리는 태국의 다른 동부도시와 마찬가지로 방콕동부터미널(에까마이)에서 버스를 타거나 아눗싸와리에서 롯뚜(미니밴)을 타고 갈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번에 팟타야에서 갔는데요, 팟타야의 쑤쿰윗 대로에서 지나가는 롯뚜(미니밴)을 잡아 탔습니다. 짠타부리까지 바로 가는 차를 못타고 중간에 라용(라영)에서 갈아 탔습니다. 팟타야->라용 100밧, 라용->짠타부리 120밧
짠타부리는 시내 중심 구시가에 볼거리가 몰려 있어 외곽보다는 시내에 숙소를 잡는게 좋습니다. 저희는 므앙짠 호텔Muang Chan Hotel에 잡았는데요, 전형적인 오래된 태국 소도시의 호텔입니다. 현지인들은 거주용도로도 사용하고 있지요. 방은 낡았는데 개중에는 비교적 깔끔하게 리노베이션 한 방도 있습니다. 처음 짐을 푼 방은 아무리 에어컨을 틀고 있어도 찬바람이 나올 기미가 안보이더라고요. 결국 카운터 내려가서 방을 바꿔 달라고 했는데, 새 에어컨을 단데다가 방과 욕실이 좀더 깨끗한 곳이네요. 생각보다 지내기 편해서 내리 4박을 했습니다. 혹여 이 숙소에 오게 되면 꼭 에어컨이 구형이 아닌 신형이 달린 방으로 하세요. 1박 380밧입니다.
므앙짠 호텔
시내의 볼거리는 딱씬대왕 공원과 성당, 그리고 강변의 옛 골목입니다.
아유타야가 버마에 멸망(1767년)을 한 직후 아유타야의 장수였던 딱씬은 이곳 짠타부리에서 군사를 다시 일으켜 아유타야에 남아있던 버마군을 몰아내고 수도를 톤부리(지금 방콕의 강 서안)로 정한뒤 스스로 왕이 되었는데요, 그래서 짠타부리 시민들은 딱씬왕에 대한 애정이 각별합니다. 치앙라이의 멩라이왕, 롭부리의 나라이왕이 있다면 짠타부리에는 딱씬왕... 뭐 그런거죠.
그런데 딱씬왕은 나중에 신하들에게 가혹한 형벌을 낼리고 스스로 해탈한 부처라 칭하는 등 정신이상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친구이자 신하 장수였던 짜끄리에 의해 처형을 당하고 짜끄리는 다시 새로운 왕조를 열게 되는데 그게 지금의 방콕왕조입니다.
그래도 딱씬은 왕국을 다시 일으키고 영토를 넓히는 등 업적을 인정 받아 '대왕‘칭호를 받은 몇 안되는 태국 왕 중 한 명입니다.
시내의 딱씬 공원은 사실 조금은 초라해 보일 정도인데요... 호수로 둘러싸인 작은 섬의 가운데에 딱씬대왕의 기마상이 있고 한켠에 운동기구, 그리고 둘레길을 따라 걷거나 뛰는 현지인들을 볼수 있습니다.
베트남 왕조의 오랜 기독교(가톨릭) 탄압 따라 많은 베트남 가톨릭 교인들이 이웃나라로 피신을 하여 정착을 하였는데요, 그중 한 곳이 이 짠타부리입니다. 짠타부리에는 태국에서 가장 큰 성당인 ‘성모축일 성당’이 있습니다. 1909년에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구시가 남쪽 강 건너편에 있는데요, 구시가쪽에서 작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평소에는 문이 닫혀 있어 내부를 볼수 없는 것 같은데 우리가 갔을 때는 미사가 열리고 있어 잠시 안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동남아에서 보아온 다른 역사적인 교회나 성당에 비해 규모가 크더군요. 스테인드 글라스도 있고...
짠타부리는 보석산지이자 가공으로도 유명한데요, 구시가의 경우 한집건너 한집이 보석세공가게일 정도입니다. 보석시장도 매주 금토일요일날 열립니다.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도 꽤 보이네요. 하지만 보석을 길에다 깔아 놓고 파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람들끼리 책상 앞에서 거래를 하는거라 뭐 특별한 볼거리는 없더라고요.
게다가 뜨내기 여행자가 이런데서 제대로된 보석을 제값주고 사기를 어렵겠지요.
짠타부리에는 무수히 많은 보석 가게가 있다.
근래 몇년 사이 유행하고 있는 태국사람들의 옛거리, 옛시장 꾸미기 붐에 맞춰 짠타부리 강변의 옛날 골목에도 아기자기하고 예쁜 가게 들이 들어서 있네요.
현지말로는 “춤촘 림남 짠타분”이라고 불리는 골목으로 영어로는 Chanthaboon Waterfront라고 씌어 되어있습니다. 백여년 안팎의 옛 목조건물들이 보존된 곳으로 현지인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짠타분 강변길 풍경 구경하세요.
구글지도에 표시 해 놓았으니 참고하세요.
https://www.google.com/maps/d/edit?mid=zSsNfvFGvr-k.kFrGUSKZU4tM&usp=sharing
짠타부리 식당과 음식은 아래 글에 따로 설명하였습니다.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eat&wr_id=5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