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아] 보석 같은 볼거리가 이렇게나 많은 태국 남부 <팡아>주
씨밀란(시밀란)과 쑤린(수린)이라는 멋들어진 섬들과 쭉쭉 뻗은 카오락의 해안선, 그리고 중국의 계림이나 베트남의 하롱베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름다운 석회암 지형을 가지고 있는 팡아 주. 여행자에게는 팡아의 씨밀란, 팡아의 카오락이란 생각은 잘 하게 되지 않죠. 아마 ‘응? 쑤린이 팡아에 있는거야?’하시는 분들도 꽤 되실 듯합니다. ‘푸껫’과 ‘끄라비’라는 굵직한 관광지역 사이에 끼어 있기도 하고, 주도인 팡아 타운는 여행자숙소도 거의 없는 아주 작은 시골 소도시인 것도 이유가 되겠죠. 푸껫에서 출발하는 일일투어 상품인 ‘팡아만 투어’ 정도가 여행자들에게 언급되는 ‘팡아’라는 단어의 대부분을 차지할 겁니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그냥 ‘푸껫이나 끄라비의 옆 동네’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이 팡아 주에는 정말이지 반짝반짝하고 숨겨진 볼거리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선 유명한 곳부터 말하자면 앞서 얘기했던 쑤린과 씨밀란이 첫번째로 꼽을 수 있겠죠. 국립공원이기도 한 이 두 군도는 날씨 때문에 일 년의 절반만 열립니다. 씨밀란은 보통 푸껫에서 일일투어로 많이 가고, 쑤린은 캠핑을 하며 해변과 스노클링을 즐기는 야생의 자연을 즐기는 여행자들이 끊이지 않지요.
제임스본드 섬이 시그니처인 팡아만 투어도 푸켓을 방문한 여행자들에게 아주 인기있는 투어여서 많이들 해 보셨을 테고요.
카오락의 해변들은 아직 많이 개발되지 않고 사람들로 붐비지 않아 조용히 지내기 좋지요.
꼬 야오 역시 여기만은 개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드는 한적한 시골 섬입니다.
그동안 올렸던 팡아의 주요 볼거리들 후기와 정보입니다.
* 카오락 해변탐방
* 팡아만 일일투어
* 나는 씨푸드다. 방팟 씨푸드 체험기. 몸 불린 이야기
저희도 그동안 팡아주의 이곳저곳 다녀봤지만 팡아타운은 돌아다녀본 적이 없어요. 타운은 두 번 간 적이 있는데 그냥 잠만 잤지 숙소 주변만 어슬렁거린 정도였지요.
이번에 푸껫에서 끄라비 갈 때 팡아를 거쳐 갔는데 이번엔 미리 좀 공부해서 타운과 근교의 볼거리 몇 군데 돌아봤습니다.
<싸멧 낭치 전망대>
위치 https://goo.gl/maps/ELKZJ473CTch9ZyZ6
태국 말로 ‘쭛촘위우 싸멧 낭치(싸멧 낭치 전망대;Samet Nangshe Viewpoint)’라는 곳입니다.
영문으로 ‘Nangshe’라고 표기하지만 낭쉐가 아닌 ‘낭치นางชี’입니다. (이하 태국어 부분은 요왕의 조언을 받아 썼습니다 ^^;)
가는 길은 아스팔트로 깨끗하게 포장이 되어있어 렌트나 차량 대절로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곳에 도착해서인데요,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매표소 앞에 가보니
‘뷰 포인트까지 걸어서 가면 30밧, 픽업트럭으로 왕복은 90밧’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구글지도에 바로 앞인 것 같은데 한번 걸어보지 뭐~’ 하면서 그냥 한낮에 터벅터벅 올라가시면 아마 길 중간에서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저 세상 구경 잠깐 하게 될지도 몰라요.
진짜 급경사구간이 꽤 되는데다가 우기 때는 길이 군데군데 패여 있어서 잘못하면 미끄러질수도 있겠더라구요.
1인 왕복 90밧 이래서 처음에는 좀 비싼가? 싶었는데 차 타고 오르 내릴 때의 경사도가, 과장 좀 보태서(원래 여행기는 좀 그렇잖아요. ^^) ‘천천히 가는 청룡열차’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급경사에 천천히 내려온다고 생각해보세요 -_-;;
전망대 주변에 주차공간이 협소해서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왕복 전용 차량을 이용해 올라가야 합니다. 일반 차량은 못 올라가게 하긴 하지만 비포장은 물론이고 경사도와 굴곡 때문에 몇십미터 못가고 오도가도 못하게 됩니다.
표는 여러 장 주던데 맨 처음 뷰포인트 행 트럭을 탈 때 그냥 표를 다 받아가더라고요. 내려갈때는 어쩌나 했는데, 표 검사 같은 것 없이 내려가고 싶을 때 세워져 있는 트럭 타고 가면 됩니다. (없다면 기다리면 되고요...)
전망대에서 보이는 전경은 누구라도 보자마다 “우와~”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석회암 섬들이 우뚝우뚝 솟아있고 육지와 섬 사이에는 맹그로브 숲이 마치 연두색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합니다.
흔들그네, 벤치 같은 걸 만들어 놓기도 해서 사진 찍기도 좋아요.
과일 쉐이크를 파는 가게도 하나 자리하고 있는데, 목이 많이 마르면 한잔 하면서 땀 식히면 됩니다. 50밧 물론 이런 곳에 있는 곳이라 도시의 카페에서 먹는 것처럼 막 세련되고 그렇진 않아요. 원두막 같은 곳에서 파는데 전망 구경하면서 시원하게 라임쉐이크 먹으면 맛도 상큼, 전경도 상큼합니다. 근데 달지 않게 해달라고 했는데도 답니다. -_-;; 아시죠? ^^
우리는 낮에 방문해서 한 눈에 들어오는 전경이 쨍하고 환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른 아침에 가 본 여행자 분의 말에 의하면 그때 분위기는 약간 몽환적이라고 하더군요. 하긴 새벽과 황혼녘의 하늘빛이 원래 기분을 좀 묘하게 만들어주니 말입니다. 다음엔 해가 어스름한 시간에 가봐야겠어요.
팡아타운에 도착하여 여장을 푼 숙소는 <티피 플레이스 TP Place>라는 중급 숙소입니다. 약간 시내 외곽에 위치하였는데 새로 생긴 버스터미널에서도 멀지 않아서 만약 다른 곳에서 버스로 팡아 터미널에 내리면 걸어서도 충분히 갈수 있는 곳입니다.
에어컨 나오는 2인실 590밧이고 대략 1-2박정도 지내기엔 무난한, 지방여행 다니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숙소에요.
태국은 지방도시라고 해서 방값이 마구 저렴하고 그렇지는 않아요. 오히려 푸껫 빠똥의 싸이꺼 거리, 또는 까론-까따의 중급 숙소들이 비수기 때 빈방이 많아서 막 싸게 팔고그렇죠. 지방 도시는 손님이 오나 안 오나 방 값은 일정하지요.
여행자가 별로 없는 중소도시에서는 교통편이 제일 문제가 될텐데요.
개인 여행자라면 숙소를 통해 차량을 빌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여러 곳 묶어서 반나절 정도 개별투어 하는 거죠.
<탐 르씨 싸완 – 탐 룩쓰아 공원>
위치 https://goo.gl/maps/FMrmA6GcX2Veh2bAA
이름이 복잡하고 긴데요...
탐 : 동굴
르씨 : 수도자
싸완 : 천국
룩 : 자식, 새끼
쓰아 : 호랑이
즉, ‘천국의 수도자 동굴’과 ‘어린 호랑이 동굴’이 있는 공원입니다.
진짜 천국의 수도자와 새끼 호랑이가 있던 동굴인지는 모르겠어요. ^^
공원 입구가 석회암 절벽으로 막혀있고 아래에 있는 동굴을 통해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어있습니다. 이름처럼 석회암 산 아래에 동굴들이 여기저기 있어요.
공원 안에 호수가 있고 그 둘레 길에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조깅하고 있습니다.
거주하는 동네에 이런 공원 하나 있으면 참 좋겠어요. 제가 깊은 동굴을 별로 안 좋아 하는 이유가, 어두운 것은 물론 동굴 안 공기가 무척 습하고 답답한데다가 부패한 냄새(보통 박쥐 똥냄새)가 나니 갑갑증(공포증?)이 나서 싫은데요.
이곳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동굴 규모도 작고 바닥도 평평하고 양쪽이 뚫려있어서 그렇게 어둡지도 않아요. 석회암 동굴이니 종유석도 막 나있고 말이에요.
동굴 중에는 360도 석회암 절벽으로 둘러싸인 채 천장만 뻥 뚫려 있는, 하늘 개방형 동굴도 하나 있었는데 아~ 분위기 신비로웠어요.
입장료도 없는 개방형 시민공원이니 부담이 없어서 좋았던 것도 있어요.
<왓 탐 따빤>
위치 https://goo.gl/maps/5ZQ3R7jiUhx1trAA8
태국의 사원 중에 보면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조형물이 있는 곳이 좀 있어요. 일명 ‘지옥사원’이라고 부르는데... 현생에서 죄 지으면 지옥으로 끌려가서 저 고생한다. 뭐 이런 의미로 만들어 놓은 것 같죠.
그런 사원들 보면 거의 예외 없이 창자 뽑고, 혀 뽑고, 뼈와 살을 분리하는 괴기한 지옥도를 재현해 놓았습니다. 이곳 왓 탐 따빤도 그런 사원 중 하나에요.
근데 사실 실제로 보면 공포심은 커녕, 이게 뭐꼬!! 싶은 우스꽝스러운 조각상 퀄리티 때문에 무섭다기보다는 실소가 좀 나오는 수준인데요.
하지만 종교적인 신심에 따라서 이런 형상이 불편하신 분들도 계실거야요. 그렇다면 여긴 건너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곳은 지옥 형상 뿐만 아니라 작은 절벽에다가 신화적인 조형물도 꽤나 만들어서 붙여놨습니다.
지옥도에 12지신에 가네시 같은 힌두신까지...
근데 저기 맨 위의 커다랗게 반짝이고 있는 보살님 얼굴은... 왜 식당 간판에 주인 아주머니 얼굴 사진 붙여 놓은 곳 있잖아요. 감자탕이었나 순대국이었나... 거기 아주머니 사진이랑 비슷해서,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한식 생각이 들었어요. 아웅... 뚝배기에서 바글바글 끓는 우거지 듬뿍 든 국물에다가, 잘 익은 깍두기 먹고 싶어. -_-;;
이 사원은 이름처럼 동굴 사원이에요. 산 중턱에 동굴이 있고 거기에 불당이 있는데 거기까지는 안 올라가고 아래쪽 사원 경내만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탐 쌈>
위치 https://goo.gl/maps/B3WPKPZgxZB8aZQC7
기괴오묘한 사원을 나와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바위에 벽화가 그려져는 ‘탐 쌈’이에요.
이곳도 맨 처음에 방문한 공원처럼 제법 규모 있는 되는 호수를 끼고 있는 곳인데요, 생각보다는 물이 맑아서 보기에 좋았습니다. 다만 물이끼 같은 수초가 넓게 퍼져 있네요.
물 가장자리에 석회암벽이 있고 거기에 그림도 그려져 있으니 뭔가 좀 서정적이고 그렇잖아요. 그리고 아침이면 물안개도 아스라이 필 텐데 그때는 더 아름답겠죠.
사실 이곳에 그려진 벽화는 비교적 근래에 그려진 것이라 다른 곳(파땜 등)의 고대 원시인 벽화처럼 뭐 막 신기하고 그런건 없지만서도... 도시 안에 이렇게 멋들어진 바위공원들과 호수가 많다는 건 외지인이 보기에는 꽤 특이하고 매력적인 지형지물이었어요.
근데 이곳에서 늘 이걸 바라보며 사는 현지인들은 그냥 그러려니 할 거에요.
이곳을 나와서 팡아 구시가의 가장 중심 도로에 있는 빅씨도 한번 들러봅니다.
이곳의 빅씨는 일반 빅씨보다 규모가 작은 ‘Big C Market’이에요.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어요. 이 작고 심심한 도시에서 그나마 도시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랄 수 있는데, 맨 윗 층에는 극장도 있더라고요.
이제 웬만큼 둘러봤으니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 팡아 구시가를 지나게 되면 필연적으로 보이는 산이 하나 있는데, 현지인들은 코끼리 산이라고 부르네요. 정말 그 말을 듣고 보니 산의 모습이 코끼리 옆모습 같이 보이지 뭐에요.
석회암 산 안에 폭 감싸인 작은 도시 팡아.
이 작은 도시 안에 이렇게나 특이한 지형 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기도 힘든데 여기까지 오는 여행자는 없구만요. 거의 대부분이 팡아 양 쪽에 포진하고 있는 푸껫과 끄라비로 가열차게 향하니 여긴 그냥 패스... 하긴 그런 멋들어진 해변들을 놔두고 이것만 보러 오기엔 좀 힘들기도 하고말입니다.
그래도 장기여행자라면 이 팡아타운에서 머물 법도 한데, 외국인은 거의 찾아보기 힘드네요.
이런 곳이 방콕 근교에 있었으면 여행자들에게 꽤 나 인기가 있었을텐데 말이에요.
그래도 오늘은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이 심심한 도시도 좋아하시는(좋아하실) 분들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