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지로 딱 적합한걸까? - 꼬싸무이(사무이)
들고나기가 좀 번거로워서 푸켓에 비해서는 방문횟수가 현저히 낮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꼬 사무이를 좋아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싸무이 특유의 토속적인 분위기가 있었고 지금도 그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공항이 있는데다가 면적이 서울시의 약 40%나 되는 덩치라서 섬치고는 그다지 고립되거나 답답한 느낌도 없고, 그래서 각 해변마다 풍기는 성격도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편... 막 모든 해변이 전부 다 좋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천편일률적이지는 않다는거다.
문제는 접근성. 하늘길이 열려 있긴 하지만 방콕 왕복 기준으로 1인 거의 1만 밧에 육박하는 요금덕분에(지금 환율로 35만원 정도) 아무래도 대부분의 여행자는 육로+보트의 조인트티켓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면에서 여행자들의 수가 자연스레 좀 걸러지는 면도 없잖아있다.
이런 점 때문에 푸껫처럼 여행자가 과밀하지는 않는다는... (물론 예전에 비하면야 여행자의 절대적인 수는 상당히 늘긴 했지만...)
비교적 여행기간이 넉넉한 여행자들이 산 넘고 물 건너? 오는 분위기라서, 전반적으로다가 약간 후리하고 보헤미안적인 분위기가 얕게나마 깔려있다고 느껴진다.
교통 비용이 무진장 숭악스러운 푸껫에 비해서 싸무이에는 해변 간을 이동하는 썽태우가 존재하는 것도 장점인데, 물론 외국인한테는 더 받아먹으려는 분위기가 일반적이긴 하다. -_-;;
섬 북부의 매남과 보풋은 사실 해변의 모래질도 그렇고 물빛도 좀 침침한데다가 로컬 특유의 어촌마을 분위기가 나서 바다 자체만으로 보자면 좀 실망이지만 이것도 나름 개성이다. ^^
길고 긴 차웽 해변은 성수기 때 가보면 클럽의 쿵짜작쿵짝 비트와 웃통 벗고 문신 드러내고는 오토바이를 타고 좁은 길을 오가는 외국인 여행자들의 때문에 살짝 카오산의 해변버전 같기도 한데, 그에 반해 해변의 모래질은 꽤 좋고 한참을 나가도 수심이 얕은 바다는 물빛도 영롱하니 좋은 편이다. 차웽 중간에 센트럴 페스티벌이 넓게 자리잡고 있어 쇼핑과 식사에 많은 도움이 된다. 입점한 식당들은 푸껫 빠똥 해변의 정실론과는 달리 음식 가격이 육지랑 거의 차이가 없이 안정적인 편이였는데 이것도 상당한 장점중의 하나...
차웽 북쪽에 자그마하게 자리 잡은 청몬 해변도 모래색과 물빛이 상당히 맑았고, 그에 비해서 라마이 해변은 좀 실망이 되었는데, 3월 경 차웽과 청몬의 물에 비해서 라마이의 바닷물 수질은 탁하고 부유물들이 떠 있었다. 시기에 따라 좀 다를 수는 있겠는데... 하여튼 라마이는 예나 지금이나 나랑은 좀 안 맞는 곳이다.
보풋과 매남은 어촌마을 같은 분위기인걸 아니까 아예 기대감이 없어서 그냥 실망도 안 따른 것 같고....
이렇듯 긴호흡의 여행지로서는 좋은데...
신혼여행으로 싸무이로 오면 1인당 항공권이 30몇만원씩 추가가 되고(시기에 따라서는 거의 40만원에 이를 수도 있다), 허니문의 특성상 싸무이의 클래스 있는 리조트에 묵게 되는데 보통 이러한 숙소가 교통적으로 살짝 외진 곳에 있고 가격대가 상당하다는 것.
비싼 리조트에 지내면서 잠깐 로컬지역에 구경을 할 거라면, 굳이 비용을 더 들이면서까지 허니문을 이곳으로 정할 이유가 있을까.
숙소에 짱 박혀있지만은 않을 거야~ 투어도 할거라고!! 하는 경우에는 대략 앙텅 국립공원이나 꼬 따오행 투어를 하게 될 텐데, 그런 원데이 투어의 특성상 숙소를 낮 동안 계속 비우게 되는 건데 그것도 어찌보면 꽤나 아까운 상황. -_-;; 그럴거면 들고나기가 좀 편하고 선택지의 범위도 좀더 넓고 가격대도 조금은 더 편한 지역의 리조트에서 묵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방콕-후아힌 조합이나 방콕-푸껫 조합으로....
또한 투어 같은 외부활동 없이 온전히 리조트 안에서만 알콩달콩 시간을 보낼거라면 굳이 1인당 수십만원에 이르는 항공비를 더 치르고 이곳으로 올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물론 싸무이에도 가격대가 괜츈한 호텔들이 있는데 이런 곳은 신혼여행커플들이 선택하지 않을테니 고려사항에서 제외 될듯하고, 주로 신혼여행자들이 묵는 숙소와 항공료를 셈 해보니 허니문은 뭔가 특별해야 한다는 바람에 이곳을 고르다보면 돈만 더 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었다.
싸무이는 여행기간이 아주 한정된 신혼여행보다는, 전체 여행기간이 좀 넉넉한 여행자가 다소 러프하게 다니기에 좀 더 적합한 여행지라고 느껴진다.
어차피 신혼여행이라면 차를 한 대 대절해서 하루정도는 시티투어를 할 텐데 그럴거라면 싸무이보다는 푸껫이 좀 더 볼거리도 나은 편이겠고... 하긴 개인적으로 섬의 시티투어는 여기나 저기나 그저그렇다. 해도 좋고 안 해도 크게 아쉽지는 않은....
근데 남들 다가는 푸켓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좀 덜 알려진 것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좋을 수도 있겠다.
하여튼 항공문제만 어떻게 해결이 되면 싸무이도 짧은기간의 럭셔리여행에는 좋은데, 암만 봐도 그게 안될 것 같은 시스템이어서 그 부분에 대해선 별 기대도 없다. 신혼여행이라고 좀 포커스를 두고 이야기하긴했지만, 신혼여행이여도 기간이 길면 싸무이는 선택지로 아주 좋을 수 있을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