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왕이 좋아하는 [피마이] 유적 마을
‘피마이’는 또 뭐야? 아무런 관심도 없는 이야기를 또 쓰네... 맞습니다.
무관심 여행지이지만 그냥 일기 쓰는 마음으로 끄적입니다. -_-;
이싼지방에서도 동쪽에 치우쳐져있는 싸꼰나컨에서 이제 방콕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중간에 어디를 들른담? 그냥 비행기 타고 방콕으로 쓩~하고 빠져나가기엔 여기까지 온 행로가 너무 아까워요. 동쪽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김에 이싼 어디를 거쳐 가고 싶어요.
그럼 중간에 딱 알맞은 곳이 있는데요, 바로 ‘피마이Phimai’입니다.
이곳에 대한 글을 요술왕자가 쓴 게 두 개 있는데 첫번째 글은 무려 18년 전에 썼고 제목이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 피마이’입니다. 뭔가 좋은 감흥을 느낀 게 분명해보이죠.
저도 그즈음에 와보긴 한 것 같은데 당최 그날의 기억이 안 나서, 이번이 마치 생애 첫 방문인 것 같은 느낌이에요.
싸꼰나컨 버스터미널의 999(정부버스) 창구에 가서 ‘딸랏캐, 코랏’ 간다고 하면 표를 끊어 줍니다.
버스는 나컨파놈에서 출발하여 깔라씬-마하싸라캄-코랏을 거쳐 방콕까지 가는 버스네요.
버스 안에서 안내양이 주는 박스를 오랜만에 받아봅니다. 열어보니 타이항공 로고가 있는 촉촉한 쿠키랑 커피세트를 주네요. 오... 가방에 챙겨야쥐~
나중에 숙소에 와서 쿠키 먹어보니 촉촉한 게 정말 맛있어요. 타이항공 직영 ‘퍼프 앤 파이’브랜드라서 그런가, 좋은 거 먹고 살아야겠어요.
아이고... 장거리 버스여행 정말 싫어하는데 이 구간 버스를 6시간이나 타고오니 다리가 오그라들 것 만 같아요. 게다가 제 앞의 아주머니는 의자를 풀로 뒤로 젖혀서 좀 불편했어요.
6시간도 이렇게 힘든데 예전에는 치앙마이며 푸껫이며 심지어 핫야이까지 어떻게 버스로 다녔는지 몰라요. 역시 젊은 게 좋은 것이여~ 돌려다오 내 시간아~
코랏 조금 못 미쳐서 아무것도 없는 ‘딸랏 캐’ 삼거리 국도변에다 우리를 떨렁 떨궈주고, 방콕행 버스는 바쁘게 제 갈길 갑니다.
뚝뚝도 없고 오토바이 택시도 없고... 다행히 삼거리에서 피마이로 방향으로 조금 걸어 들어와 나무 그늘 아래에서 기다리니 머지않아 피마이 가는 향하는 고물버스가 한대 들어오네요. 피마이 시내까지 15분 정도 소요, 1인당 13밧이에요.
딸랏캐 삼거리 피마이 들어가는 버스 타는 곳
위치 https://goo.gl/maps/zV9XF33uzHNRpZVy6
방콕에서 간 다면 그냥 코랏 터미널에서 피마이 가는 버스나 미니밴 타시면 됩니다.
예전에는 ‘올드 피마이 게스트하우스’라고 목조가옥 그것도 선풍기 방에 머물렀는데... 지금은 그러다 찜닭, 아니 찜고구마 될 거 같아요.
우리가 묵은 곳은 이름하야 ‘피마이 파라다이스 호텔’인데, 길목에 ‘1박 550밧’ 현수막을 크게 붙여두었어요. 왓!! 근데 예약사이트에는 이보다 높게 보일 때도 있고 싸게 보일 때도 있고... 뭐지?
<피마이 파라다이스 호텔>
위치 https://goo.gl/maps/y63NjNBaKGixH7ZD7
방도 넓고 벽도 깨끗한 편이고 평면티비, 냉장고가 있는데 전기포트랑 드라이기는 없네. 방에서 전기로 열 뿜뿜 내는 거 안 좋아 하나봐요. -_-;;
엘리베이터 있고 주차장 뒤편에는 수영장도 있다는 데 가보진 않았습니다.
우리는 근처의 야시장으로 슬슬 걸어 가 봅니다.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팬시하고 예쁜 것들이 나와 있는 그런 야시장이 아니라 정말 지역주민들이 저녁 먹거리를 채집하러 오는 곳...
그래서 오후 4시 즈음에 북적북적하고 6시 반이 넘어가면 벌써 활기가 가라앉아요.
이 작은 마을이 저도 마음에 듭니다.
마을 사람들도 아마 중앙에 높이 솟은 크메르 유적이 있으니, 왠지 역사적인 자부심이 느껴질테고 좀 경건한 느낌이려나요? 저런 고대 사원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면 뭔가 사람들이 범죄나 나쁜 짓도 잘 안 저지를거같아요.
사실 이런 거 다 근본 없고 근거 없는 상상이지만서도...
작은 마을 안에 세븐이랑 미니 빅씨, 테스코 로터스와 야시장이 서니 자금자금 뭘 주워 먹기도 좋고요.
시계탑이 보이는 작은 식당에 앉아 요왕이 말합니다.
- 여행판도가 확실히 바뀌었어... 이게 우리나라 여행자만 바뀐 게 아니야.
= 응? 어떻게...?
- 예전에는 이 작은 피마이에도 젊은 여행자들이 많이 보였어. 서양인 여행자들도 유적 본다고 여기까지 오고, 한국인 여행자들도 꽤나 있었고... 일본인도 많았다고. 여행자 마을 분위기가 있었거든. 근데 지금은 이곳이 전혀 여행자 마을처럼 느껴지지가 않네. 그때, 지금보다 태국 입국하는 외국인 여행자들이 훨씬 적은 그 시절에도, 저 모퉁이 식당에 여행자들이 적잖이 앉아있었는데 ...
= 사실 이것만 보러 오기에는 너무 멀긴 한데... 그 대신 그때는 무존재였던 빠이가 엄청 뜨기도하고... 각자 흥하는 시간이 다르게 오는게 아닐까...?
- 이젠 젊은사람들이 서양인, 동양인이고 간에 배낭 이고지고 이동하면서 힘들게 여행하는것에 매력을 느끼지 않은 것 같아... 그냥 편안하게 다니면서 예쁘 곳에서 사진 찍는 게 더 좋은거지... 우리만 봐도 이젠 밤버스 안 타고 비행기 타고 다니잖아... 여행 환경도 바뀌고 여행 스타일도 바뀌고...
그렇네요. 카오산만 보더라도 꾀죄죄한 가난한 개인 배낭여행자는 이제 거의 보기 어렵고 깔끔한 차림에 트렁크 끌고 다니는 여행자가 대부분이고 가족여행자 비율도 높아졌어요. 제일 싼 숙소도 100밧짜리 선풍기 도미토리는 대부분 사라지고 그 자리엔 300~400밧짜리 에어컨 나오는 깔끔한 도미토리가 대체했구요.
시간이 흐르며 여행지도 변하고 여행자도 변하고.... 변하는게 나쁘다는게 아니고 아무튼 많이 바뀌고 그때 고생하며 여행하던 건 아련한 추억으로 남고... 변하지 않는 건 내 뱃살뿐... -_-;;
시장입구 건너편 우리가 앉아있는 ‘라까’ 식당에는 나이가 꽤 있는 서양인 노부부단체 6명, 홀로 온 서양 아저씨, 그리고 개조한 오토바이 짐칸에다가 청소년 혼혈 자녀들을 태우고 온 초로의 유럽인 남자가 있습니다.
단체 테이블 바로 옆에 홀로 앉아있던 백인 아저씨는 세상 재미없는 표정을 하고는 맥주 마시고 금세 일어나네요. 아마도 혼여의 유유자적함을 느끼기에는 옆 테이블이 너무 시끄럽게 떠들고 있긴 했어요.
그리고 웬만하면 외국인이 태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 때는 자차를 몰고 올만한데... 옆구리에 짐칸 이어붙인 오토바이에 장성한 두 자녀를 데리고 온 유럽아저씨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그리고 숙소와 시장근처에서 본 서양아저씨와 태국인 아주머니 커플 등등...
예전에 비해서는 분위기가 폭삭 가라 앉은 건 사실인데, 싸꼰나컨에서 한명도 못 본 외국인을 짧은 시간에 꽤 자주 보게 됩니다. 이게 다 유적의 힘이도다!? 아마 피마이의 편안한 분위기 말고 뭔가 우리가 아직 잡아내지 못한 뭔가 있겠지요.
정식 태국 이름으로는 ‘프라쌋 힌 피마이(피마이 석조사원)’인 이 피마이 유적은 앙코르 왓보다 100여년 먼저 지어졌다고 하는데, 아무튼 크메르 제국이 번성했던 앙코르왓-앙코르톰 시기에 지어진 건축물입니다. 거의 모든 크메르 사원이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하고 있는데 반해 이 피마이 사원은 당시 크메르의 수도인 ‘앙코르’를 향하고 있는 게 특징이라고 해요.
지어질 당시 크메르는 힌두국가였지만 이 사원은 처음부터 사원 안에 부처를 모신 불교사원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근데 보면 불상만 중요한 위치에 모셔져 있다뿐이지 벽화 장식이나 사원구조는 힌두양식이에요.
피마이 유적은 역사공원으로 지정되어 복원과 관리가 잘 되어있습니다. 지금도 뒷 편에는 발굴과 복원 공사가 한창이네요. 입장료는 100밧이고 표를 사면 그날 문 닫을 때까지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습니다. 관람시간 오전7시~오후6시
피마이 유적의 자세한 설명은 태국관광청 자료를 참고하세요.
http://www.visitthailand.or.kr/thai/?m=info&cat=76&p=2&sort=gid&orderby=asc&recnum=21&uid=764
예전의 올드 피마이 게스트하우스는 근사한 목조건물로 개조를 하고 호스텔 겸 식당으로 탈바꿈했네요. 메뉴는 꾸며놓은 외양에 어울리지 않게 정말 서민적이에요. 고급스런 커피머신으로 뽑는 원두커피와 같이 파는건 태국식 반찬덮밥인 카우깽이에요. @_@
에어컨도 빵빵, 실내도 이래 고급지게 만들어놓고 이 많은 종업원에 40밧짜리 카우깽 팔아서 어케 운영이 된담?? 그냥 돈 많은 주인의 자가 실현의 장소인건가?
아... 근데 이 마을에서 그 동안 여독이 한계치에 닿아 버린건지 슬슬 몸살이 오려고 하고 있어요. 흑... 길 위에서 아프면 안 되는데, 하루 더 쉬어갈까. 아니면 그냥 일정대로 전진할까...
야시장에서 파는 맛있는 먹거리들 좀 채집해 먹으면서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