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꼰나컨(사콘나콘)] 볼게 전혀없는게 아니었네~ 베트남 카톨릭 마을 [타래]
‘이싼의 작은 도시들이 다 이렇지 뭐... 볼 것도 할 것도 신통치 않은...’이라는 생각은 오늘 살짜기 균열이 생겼습니다.
이야기인즉슨 이 곳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지인께서 같은 대학의 아짠(교수)께 부탁을 해서 그분의 차로 교정도 둘러보고 근교의 볼거리들도 구경하고 여기에 더해 단골식당에 가서 이른바 그 교수님 표현에 의하면 ‘진짜 이싼 음식’도 같이 먹기로 한 거에요. 얏호~~
물론 이 도시에도 택시가 있고 숙소에 이야기하면 차량을 수배해주니까 일반적인 여행자들도 그렇게 다니면 되긴 하는 데... 이건 뭔가 더 의미가 있잖아요. ^^
택시는 일단 근거리도 일단 미니멈 100부터 시작하고, 시내에서 20km 남짓 떨어진 평지의 목적지는 편도 300밧인데, 우리 숙소(두씻호텔)에서는 숙소 손님들에게만 주는 요금인지는 모르겠으나 호텔 차량으로 그 거리를 단돈 150밧에 데려다줍니다. 와우~~~
참고로 이 도시에서 20km 조금 넘게 떨어진 언덕 위의 사원 ‘왓 탐파댄’ 왕복은 망고찰밥님 정보에 의하면 승용차 기준으로 800밧이라고 합니다.
일단 호텔 차로 태국인 교수님의 공방에 들렸답니다.
선천적 여행자인 요왕이랑, 결혼이후 후천적 떠돌이가 되어버린 나, 직장생활중에 열심히 공부하셔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 행복하고 보람차게 걷는 우리 지인님 ^^, 그리고 젊은 시절 요리사로 출발해서 두바이, 캐나다 등등 태국의 반대편에서 일생을 일하고 여행하며 지금은 모국인 태국으로 돌아와 고향에서 언어와 호텔 경영을 가르치는 태국인 교수님.
이렇게 네 명이 모여서 제일 연장자인 태국교수님의 인생이야기를 계속 들었어요. ^^
공방을 만들어서 페인팅 인테리어 가구 심지어 냉장고까지 손수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노년의 태국인을 보니 아... 이분은 진짜 젊은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싶네요.
이런 건 배운다고 배울 수가 없어. 그냥 유전자에 새겨진 채 태어나는거야.
그의 이력, 생각, 그리고 한창 뚝딱거리고 있는 공방을 구경 한 후 우리는 거의 내 나이만큼이나 나이가 들었을 올드카에 빼곡히 올라타고 출바알~ 합니다.
달리다가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외양이지만, 그래도 에어컨이 나오는 신통방통한 차였어요. 비록 왼쪽 백미러는 없고 한쪽 문이 잘 열리지 않지만 이게 어딥니까. ^^
이 조그마한 차에 4명이 타니 아주 차 내부가 꽉찬 호두알처럼 밀도가 올라가네요.
뒷좌석에 앉아 있다보니 이 차안의 풍경이 마치 짧은 인디 로드무비속의 한 장면 같습니다.
이럴 때 누군가 기타라도 두둥기던가 아니면 하모니카라도 불면 진짜 영화느낌 딱 인데...
평이하지 않은 사연이 다들 진하게 녹아있는 캐릭터들 속에서. 밋밋한 길을 걸어온 저는 그냥 깍두기 같은 존재지만 말이야요. ^^
교내에 무려 비행장 활주로(지금은 실제 사용은 하지 않음)가 있는 넓고도 넓은 대학교정을 차로 천천히 둘러봅니다.
저긴 도서관, 이 건물은 학생 기숙사 등등 안내해주십니다, 교내에 세븐일레븐도 있고 연구소도 있고요... 약간 황량한 느낌이 들긴하는데 아마 학교수업이 없는 토요일이라서 그런거 같아요.
학교 근처의 연꽃 가득 핀 연못에 가서 색색의 연꽃을 보는 건 소소한 지역 볼거리의 감흥이었습니다.
근데 오후 2시가 다 된 시간이라 배가 고파오네요... 얼른 정통 이싼 식당으로 가서 묵자묵자 하고 싶어요. 배 고프니까 어지러워서 뭐가 눈에 잘 안들어온다는...
채친 망고 소스가 곁들여진 농어 튀김(빠까퐁 텃 남빠), 돼지 목살구이(커무양), 다진 돼지고기 무침(랍무), 닭날개 튀김(삑까이 텃), 그리고 쏨땀 이렇게 놓고 먹으니 그냥 꿀떡꿀떡 넘어갑니다.
반 카우니여우
위치 https://goo.gl/maps/n3NkWvFJ5DdpZp1h9
아래 음식에 밥5, 물3병해서 675밧 나왔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생기가 돌면서 마지막으로 간 곳이 바로 ‘타래 Tha Rae’ 마을
오래전 어떤 사연(종교적, 정치적)으로 인해서 베트남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이쪽 지방에 많이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이 타래는 태국에서 가장 큰 베트남 유민들의 마을이라고 합니다. (약 11,000명)
근데 요왕이 꼬꼬마 시절에 여기 온 적이 있다고 합니다. 태국에서 유일하게 개고기를 먹는 마을이라서 구경 왔다고 하는데... 그 당시에 요술왕자가 쓴 글이 있는데 이거에요.
http://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map&wr_id=236
태국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여기가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이런 식문화도 같이 딸려 온 거지요.
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태국의 일반문화와는 다른, 이질적이고 이국적인 요소가 이 마을에 존재하는건 맞구만요.
식문화와 종교면에서 말입니다요.
베트남인들의 카톨릭 커뮤니티라서 그런지 여기서 생각지도 못하게 아주 거대한 성당을 마주하게 되었어요.
전 그냥 집성촌의 제실처럼 작은 규모의 성당이 하나쯤 있겠지, 대충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런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태국을 여행하다보면 성당을 가끔 보게 되어서 이게 특이한 일은 아닐 수도 있지만...
제 기억에 외양이 그나마 수려했던 곳은 짠타부리의 성당이였거든요.
근데 이곳은 정말이지 규모도 훨씬 더 크고 뭔가, 교구에서 훨씬 더 마음과 신경을 쏟은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게다가 이 마을에는 프랑스 양식이 가미된 오래된 건물도 몇 곳 있고 개중에는 찻집으로 개조한 곳도 있더라고요. 주말이라 그런 가 태국인 아가씨들도 몇 명 놀러와서 열심히 사진을 찍던데 포즈가 아주 귀여워보였어요.
성 미카엘 성당
위치 https://goo.gl/maps/74Krczc2YTXtxa9RA
옛 건물
위치 https://goo.gl/maps/K5UeFNyKBYcaRuDo8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싸꼰나컨(사콘나콘)은 구 시가지에는 왓 프라탓 청춤 외에는 크게 기대할게 없고 차를 타고 나와서 로빈슨에서 시간을 보내거나(극장도 있고 스타벅스도 있는 곳) 이런 식으로다가 뭔가 교외로 나와야 볼거리나 할거리가 있다는 거였어요.
여행지로서는 거의 불모지에 가까운 이싼지방, 그 이싼에서도 마이너한 지역인지라 오기전에 무척 막연하게만 느껴졌었는데... 저로서도 이제 앞으로 다시금 방문하지는 못할거같은 이 독특한 마을에서의 하루가 인상적이어서 일기 쓴다는 마음으로 끄적여봅니다. ^^
소고기도 맛있었고 이싼 음식도 맛있었어요.
숙소에서 마주치는 호텔 직원들도 친절했고 실비만 받고 우리를 데려다 준 젊은기사도 고맙고, 무엇보다도 이 머나먼 도시에서 만나게 되어 더욱 반가운 우리의 지인님과 처음 보는 낮선 외국인인 우리를 따뜻하게 환대해주며 이곳저곳 데려다준 태국 교수님...
뭔가 고마운 마음 잔뜩 들게 해준 마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