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도시 매홍쏜(매홍손)에서의 하루
매홍쏜 이야기를 타닥타닥 검색해보니 좀 눈에 띄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2012년 기준으로 태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로 리스트에 올랐다는군요. 허걱... 태국에 77개의 짱왓이 있는데, 이 지방의 분위기로 봐서는 꼭 저 때가 아니더라도 늘 70위권 밖일거 같아요. 이곳에 와보면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싶습니다. 일단 들고나기가 너무 어려워요.
뭐든 사람들이 먹고 살려면 가는 길이 좋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야 물자 수송도 원활하고 사람도 왔다갔다 교류도 하고... 물론 도로는 잘 닦여져 있지만 그 커브길이라니... 게다가 들어앉은 위치도 태국의 첩첩산중 저 북서쪽 맨끄트머리이고... 뭐 위치가 이러니 좀 규모가 되는 공장 같은게 있을리도 만무하고... 농사 지을 땅도 좁고... 그러니 이렇습니다. 기껏해야 티크나무 베어 파는건데 그것도 한계가 있지요...
매홍쏜이 접근하기 어렵다보니 예전엔 이곳에 정치범 수용소가 있었다는 군요.
뭐 이런 내밀한 사정은 잠시 들렀다가는 여행자랑은 크게 상관이 없을테죠. 이곳은 선선한 기후, 호수와 숲과 안개, 그리고 고산족들의 마을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서 호젓함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에겐 꽤 어필할만합니다.
저는 매홍쏜하면 안개가 같이 떠오르는데요 마을 중앙에 호수가 있어서 새벽에 물안개가 일었던 것도 본적이 몇번있고, 낮은 산 위에 있는 왓 도이꽁무에서 마을을 내려다볼 때도 안개가 보인적도 있고해서 그런가봐요.
아마 이곳의 해발고도에 따른 기온과 호수 덕분에 그렇게 된 것같은데... 그래서 제게는 좀 아련한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다다르기에 어려운 곳이 뿌옇게 안개까지 끼어 있으니까 말입니다.
육로로 오려면 치앙마이에서 약 6시간 정도 걸려서 빠이를 통과해서 오거나, 남부루트 그러니까 매사리앙을 통과해서 오려서 이것보단 좀 더 걸리겠어요. 정말 만만치가 않죠. 우리는 예전에 치앙마이에서 비행기로 온 적도 한번 있었어요. 멀미 심하시면 비행기 타는 것도 고려해보세요.
하여튼 지난하고 힘든 여로를 관통해서 이곳 매홍쏜까지 오셨나요. 그럼 마을을 둘러봐야겠는데요. 이곳 시내에서의 볼거리는 대략 ‘왓 도이꽁무’라는 언덕빼기에 위치한 사원과, 마을 중앙의 쫑캄(쩡캄) 호수, 그리고 그 호수 남쪽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는 사원 들, 뭐 대략 이래요.
그 외에도 마을 여기저기에 미얀마 양식의 사원들이 있긴 한데, 이곳까지 온 여행자라면 이미 방콕과 치앙마이에서 사원 순례는 아주 흠뻑 하셨을테고... 그래서 그런 작은 규모의 사원이 얼마나 어필할지는 모르겠네요. 각각의 볼거리의 자세한 위치는 태사랑 지도자료실의 매홍쏜 지도를 참고해주세요.
태사랑 매홍쏜 지도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map&wr_id=2105
일단 숙소는 예전에 펀낙뺀바우님이 추천해주신 쫑캄호수 주변의 삐야 게스트하우스가 아주 괜찮은 선택이 될거에요.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bed_gh&wr_id=26801
성수기에 700밧이라는데, 우리는 1월 신년휴일에 매홍쏜에 방문한지라 이런 인기숙소는 당연히 방이 없을거라고 생각하고는 호수에서 북쪽으로 한참 떨어져있는, 그러니까 공항보다 북쪽에 위치해있는 중급규모의 빌라형 숙소, 더 포인트 빌라 에 묵게됩니다. 이곳은 프로모션으로 아침식사 제공에 에어컨 더블룸 1박에 800밧 정도밖에 안하는 곳이었는데요. 운이 나쁘게도 우리가 배정받은 방이 1층의 금붕어 키우는 수조 바로 옆방이어서 그런지 눅눅한 냄새가 너무 났어요. 그 방 말고 다른 방은 그런 냄새가 안나더라구요. 혹시라도 이 숙소에 가실 분은 1층 수조 옆의 방은 피하세요.
더 포인트 빌라 위치
https://goo.gl/maps/LB7py4T8keQ2
하여튼 매홍쏜은 시내가 작아서 숙소위치가 엄청 외곽이 아닌 이상은 다 걸어서 쫑캄호수까지 오고 갈 수는 있을 거 같고요, 대부분의 배낭여행자들은 호수근처 숙소에 묵습니다.
매홍쏜은 근처에 고산족 마을도 여러곳 있고 치앙라이의 매싸롱 같은 중국인 마을도 있는데다가 우리나라에서도 매스컴을 탄 목이 긴 빠동족들 마을도 있어서 그걸 보러가는 투어도 있어요. 이런 종류의 투어에 관심 있는 여행자라면 호수주변 여행사에 다양한 상품이 있고 묵 고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쉽게 신청 할 수 있습니다.
우린 이번에는 시내에서 쉬고 산책이보나 좀 하면서 지내다가 근교에 있는 빵웅 호수랑 반락타이 마을을 가기로합니다.
저녁이 되면 쫑캄호수 주변에는 먹거리 야시장과 아기자기한 팬시용품을 파는 매대가 나오는데 그나마 이게 이 적적한 마을에서의 작은 즐길거리입니다. 근데 다음날 갔더니 비가 올거 같이 흐린날이어서 그런지 전날과는 달리 노점들이 거의 안나오더군요. 그럼 우기때는 호수주변 상권이 어떻게 될는지... 흠...
하여튼 호수주변의 먹거리 노점에서 싸이끄럭, 싸이우어 이런 태국식 순대도 20밧어치 사고, 닭구이랑 쏨땀, 메기구이해서 밥도 140밧 어치 먹고 후식으로 단호박에 계란푸딩 넣고 익힌 쌍카야팍텅과 찐빵까지 먹고나니 아주 위장이 주름하나 없이 빵빵해집니다.
외국인 여행자들은 호수근처의 식당에서 식사를 많이 하고요, 우리는 그냥 태국인들 사이에 껴서 호수주변에 돗자리에 철퍼덕 자리잡고 먹곤해요. 호수주변이라 그런지 일렁이는 바람결에 고기랑 쏨땀이 술술 들어갑니다.
저녁시간을 이렇게 건전하게 보내고 나니 잠이 일찍 들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게되요.
그럼 아침시장에 가봐야겠군요.
태사랑 매홍쏜 지도를 참고하셔서 싸이윳 시장까지 타박타박 걸어 가 봅니다 .
길가에 색색깔의 신선한 채소들이 막 더미더미로 쌓여져있는데 전 이런 청과물 구경하는게 좋고요, 요왕은 별 관심이 없어해요. 아마 남자분들은 다 심드렁해할 듯... 여기서 파는 땅콩강정이 있는데 100밧에 3봉지던가 뭐 그렇게 팔고있네요. 메이드 인 미얀마산인데 맛이 꽤 좋았어요. 주전부리로 사먹기 딱이니까 한번 사보세요.
태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에 속하는 이 곳 매홍쏜은 뭐 치앙마이처럼 딱히 파인다이닝을 즐길만한 곳도 아니고, 빠이처럼 힙한 여행자와 음악소리로 꿍꽝거리는곳도 아니고... 몇년전의 모습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별 변화가 없을 조용한 산간마을일뿐입니다. 한 짱왓의 중심도시이지만 도시라는 말보다는 마을이란 말이 어울리고요...
하지만 이런 고립됨이 이곳의 개성을 지켜준다고 느껴져서 오히려 뭐랄까... 좀 다행이다 싶은 여행자적 감상도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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