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피피 하이킹2] 로무디해변에서 똔싸이 타운으로 타박타박
피피섬 지도를 놓고 봤을때 피피섬의 동남쪽 끄트머리에 롱비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 롱비치와 북쪽방향으로 딱 대척점을 이루는 곳에 위치한 곳이 로무디 해변인데요... 내려가보니 오... 이곳에도 뭔가 식당같아 보이는게 있고 선비치 체어도 있고요. 시설물이 아예 없진 않군요. 정말로 한적하고 아름다운 해변이었습니다.
롱비치만 해도 숙소와 여행자가 꽤 되는편인데요, 우리가 도착한 이 때... 이 해변에는 젊은 서양인 커플 한 쌍 만이 해변에서 몸굽기를 하면 한가로이 지내고 있고, 해변 뒤쪽으로는 키 큰 야자수가 쭉쭉 뻗어있는 그림 같은 전경입니다.
으흠! 그런데 해변가의 우리들을 향해 가열차게 다가오는 저게 뭐지? 이 해변을 향해 진격해오는 저 스피드보트의 행렬은? 그렇습니다. 바로 푸껫에서 출발한 중국인 단체 관광단의 상륙작전이 이 해변에 시작되면서 한가한 파라다이스는 흥이 넘치는 해안가로 탈바꿈합니다.
점심무렵에 단체 관광객이 상륙하긴 했지만 뭐 어차피 우리는 모두 태국에서 객인 입장이고요, 처지야 다 똑같지요. 누가 누굴 탓하고 지적할 상황이 아닙니다요.
로무디 해변
흥 넘치는 중국인 단체의 와글거림을 뒤로 하고, 이 해변의 나무그늘에서 잠시 앉아 쉬다가 이제 롱비치 쪽으로 향해요. 이 롱비치(현지말로 핫 야오) 구역부터는 리조트급 숙소들도 있고해서 길이 잘 정비가 되어있고 뭐 그렇더군요.
아주 예전 그러니까 지난 세기에... 요왕은 이 곳 롱비치의 어느 숙소에 머문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모기와 벌레와 벗하는 낡은 대나무 방갈로에다가 샤워물은 짠기가 넉넉하게 도는 바닷물 그리고 인적 드문 해변 뭐 그랬다고 합니다요. 하지만 지금 현재 그건 여행자들 모아놓고 늙은이가 술김에 하는 이야기, 그야말로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시절의 이야기고요... 이젠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어쨌든 길고 길 하이킹 끝에 드디어 도착한 롱비치~~
오오... 물이 정말로 맑고 해안가도 진짜 깨끗합니다.
피피섬이 한가지 맘에 드는게 개가 없다는거에요. 개 대신 고양이가 많이 있어요.
근데 고양이는 사람한테 치근덕거리지도 않고 똥도 왕창 싸질않고 사람에게 위협적으로 컹컹대질 않아서 섬 분위기 자체가 좀 깨끗합니다. 그리고 1인당 걷는 환경부담금(20밧)으로 정말 해변을 청소하는지 기대이상의 아름다운 풍경이네요.
롱비치에서 묵어보면 어떨까해서 이 근처 숙소들 가격을 알아봤는데, 우리가 방문한때가 12월이어서 그런지 요금이 후덜덜합니다. 대충 보이는걸로는 거의 3천에서 4천밧하던데 좀더 찾아보면 저렴한것도 나올라나요. 혹시 이 롱비치에서 저렴한 숙소에 머물러보신분 계신가요.
롱비치 (핫야오) 풍경
롱비치의 빛나는 모래사장과 맑은 물을 왼편에 두고 우리는 이제 타운쪽으로 타박타박 걸음을 옮깁니다. 이미 티셔츠는 땀으로 등판이 상당히 젖어들었네요.
해변이 끝나고 나무숲이 시작되면서 바이킹 리조트라는 다소 에스닉한 분위기의 숙소가 나옵니다. 좀 낡은 분위기이긴 하던데 전체부지는 넓어보이더라구요. 약간 정글속에 있는듯한 분위기던데, 뭔가 좀 원초적인 분위기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어필할것 같은.....?
여길 지나면서부터는 좀 난이도가 있는 구간이에요.
가파른 정글 같은 구간도 아주 짧게나마 잠깐 나오고요, 밧줄에 의지해서 타박타박 올라가고 내려가야 되는 구간도 아주 짧지만 나옵니다. 어린이 노약자는 힘든 구간이라 생각이 되는데... 실제로 제가 어린이도 아니고 노약자도 아니니 정확한 능력치를 파악하기는 힘들어요. 하긴... 요즘 등산모임에 자주 가는 노인분들은 젊은이 못지 않은 것 같긴하더군요.
이 다소 가파른 구역을 다 빠져나오면 이제 길은 타운을 향해 분명히 방향이 정해져있습니다.
한가지 의문스러운게 있었는데요, 롱비치의 바닷물은 정말 아름답기 그지 없었거든요.
그런데 롱비치를 떠나서 바로 다음 구역 그러니까 바이킹 리조트 앞에만 가도 물색이 좀 더러워지는게, 거리상 이렇게 지척인데도 물이 이렇게나 차이가 날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롱비치 맨 끝 산길이 시작되는 부분
이정표가 중간중간 나오고 길이 복잡하지 않아 길잃어 버릴일은 없다
롱비치와 똔싸이 중간의 해변들
다들 아시는 이야기겠지만 롱비치까지 이렇게 힘들게 걸어가지 않아도 되요.
택시보트가 있으니까요. 똔싸이 해변 근처 가판대에 써놓기로는 1인당 100밧이라고 해놨던데, 아무래도 어느정도 인원이 모여야 그 요금에 데려다줄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숙소를 롱비치쪽으로 잡으셔서 이 구간을 롱테일보트로 드나드신 여행자분들 계신가요.
집에서 나간게 오전 10시, 이 구역을 천천히 돌고 각각의 비치에서 잠깐 머무르면서 집에 돌아오니 낮 1시가 되어있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려면 필연적으로 똔싸이 해변의 식당가를 지나쳐야하는데 이때가 딱 점심시간이였어요. 온통 푸껫에서 출발한것으로 보이는 일일투어 여행자들이 이 길가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느라고 북새통도 그런 북새통이 없습니다.
엇~ 근데 아까 로무디 해변에서 아주 귀엽게 잘 놀던 중국인 어린이를 여기서도 보게되네요. 거기서 한동안 놀다가 밥은 똔싸이 해변으로와서 먹나봐요.
이 인파를 헤치고 타운 안에 있는 우리 숙소에 이르르자... 이 때 저는 완전히 혼과 기력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서 요왕이 뭐 물어도 대꾸도 못할 지경이 되었더라구요. 저처럼 기진맥진 하지 마시고 좀 더 일찍 나가시던가 해보세용. ^^
그리고 건기라서 이렇게 다녔지 비 오는 우기라면 하이킹이고 뭐고 그냥 아예 잊는게 좋을거에요. 미끌미끌한 산길 구간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나니까요.
자외선 샤워를 받아서 피부는 더 쪼글해지고 다리에 알은 더 배겨오지만, 제 눈에 담은 로무디 해안과 롱비치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후회는 안드는 하이킹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