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시계 방향 이싼 여행기 출발~ 시작은 부리람부터~
태국에서의 운전이란...??
낮선 외국에서 운전을 해보기로 맘먹게 된다면 일단은 핸들방향부터 파악하게 되는데, 태국은 우리나라랑 반대방향이니 이거부터가 벌써 기를 확 꺾는 첫번째 걸림돌이 되는 거 같다. 나는 면허를 딴지 횟수로만 어언 20년 넘는 완전무결한 순수 식물면허라서 그렇게 지레짐작만을 하지만... 남들 말을 들어봐도 그렇긴 하다. ^^
우리는 태국에서는 깐짜나부리, 치앙라이 그리고 푸껫에서 잠깐 차를 빌려서 근교를 돌아봤던 경험이 있었는데, 일행이 좀 있거나 대중교통상황이 마땅찮은 지역일 때는 렌트카로 다니는 것이 정말이지 빛을 발했다. 물론 운전하는 요왕은 힘든 게 많았겠지만 다행히도 핸들 잡는 걸 좋아해 무난하게 넘어갔던 듯...
이렇게 한 도시를 커버하는 한정적인 구역을 벗어나 태국전역을 대상으로 장기간 차를 빌려서는, 대중교통으로 이르기엔 번거로운 지역 또는 아예 불가능한 지역들을 차로 자유로이 돌아보고 싶어한건 .... 그전부터 요왕이 가끔 내비치던 바램중의 하나였었다.
그럴때마다 “그 촌구석까지 가서 도대체 뭐 할 거람, 사람들이 안 가는 덴 다 이유가 있다. 주워 먹을 건 없고 몸만 상한다!!”며 내가 늘 미적미적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브레이크를 걸곤 했는데 살아보니 하고 싶은 바램은 뒤로 미룰 필요가 없다. 능력이 미진하면 모를까 하고 싶은 건 해야지... 남들한테 폐 끼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래서 장장 50일간 차를 빌렸다. 당분간 우리를 위해 고생해줄 녀석은 도요타 야리스 Yaris인데 1,200cc의 해치백 스타일의 하얀차였다. 비교적 장기라서 그런가 풀커버 보험 포함해 하루 약 25,000원 꼴.
하여튼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차가 우리 손에 들어왔으니 이 구역... 여행자들의 불모지인 이싼도 여정에 자연스레 넣게 되었다. 차를 몰고 다닐 수 있을 때 돌아보자는 심산... 마치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뭐 그런 마음으로 말이다. 이 태북 북동부를 일컫는 이싼 지역은 다른 지방에 비해 더더욱 교통이 불편하니까... 어쨌든 잘 된 일이다.
요왕이야 간혹 돌아봤지만 나로서는 라오스에서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들어온다거나, 마하싸라캄에 잠시 둥지를 틀었던 친구를 만나러 가는 일로 잠깐 들렀던 것을 빼고는, 이싼 나들이는 거의 십년만이라서 모 든게 좀 생경하기만하다.
이싼 가면 본토에서 정통 이싼음식 많이많이 먹어야지. 거긴 막 동네어귀마다 닭고기 굽고 쏨땀 찧고 그럴라나...
우리는 쑤완나품 공항에서 차를 인수한 후 일단은 팟타야로 갔다. 카오스 같은 팟타야에서 며칠 머무르며 바다풍경을 눈에 땀뿍 넣은 후 곧장 부리람 주의 낭렁 마을로 가 거기서 일박을 하고 그 주변 앙코르 유적지 그러니까 프놈룽 사원과 므앙땀 유적을 보는 것이 우리의 첫 이싼 스타트~ 이런 난리법석 난장판인 팟타야 있다가 이싼 가면 느낌이 확 다르겠지?
드디어 이싼지방으로 가는 날~ 팟타야에서 오전에 가열차게 출발했다.
이 호러블한 소돔과 고모라를 미련없이 떠나주겠어~~~ 하면서 고속도로 초입의 제또 국수집에서 고기국수를 먹고 나와서 신나게 시동을 거는데... 이게 뭐꼬!! 시동이 왜 안걸려?? 우리 차는 마치 개가 뼉다구 씹어먹는 때 나는 까드득까드득 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만 낼뿐 도통 스타트가 안된다. 이런 망할... 오늘 팟타야에서 부리람까지 갈길이 먼데 이게 뭔 변괴야.
이런 일이 생기면 나의 역할은 수심 가득한 얼굴로 조용히 구석에 찌그러지는 거고, 요왕은 서류와 전화기를 들고 사건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렌트카 회사 응급 서비스센터로 컨택 시도.
이때가 오전 11시 남짓이었다. 직원은 접수를 받았고 모든 일이 적어도 낮 1시까지는 해결될거라고 응답했다. 한낮의 고속도로변... 시동이 안 걸리니 에어컨도 못 켜고 문을 열어놔야했고 내달리는 차들은 먼지만 풀풀 날리는 길.
하지만 이 지루한 기다림은 직원의 약속과는 달리 길바닥에서의 4시간 대기. 결국 몇번의 독촉전화. 설왕설래. 결국엔 차를 바꿔주겠다는 사무실의 최종 회신
근데 결국 우리에게 온건... 고장신고 후 4시간 반이나 지나서 어슬렁거리며 렌트카 팟타야 지점의 직원들이 와줬고, 웬걸~ 배터리 연결해 시동만 걸어 주고는 도망가려 함. 요왕 분노 폭발. 공항에도 팟타야에도 바꿔줄 차가 없으므로 근처 정비소에서 배터리 교환으로 합의보고 그거 교환하는데 다시 2시간 대기.
뭐 이런 과정이었다.
결국 저녁 5시가 넘어서야 새로운 배터리를 장착한 우리 차는 본격적인 출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이 급하도다. 대략 400킬로를 운전해야하는데 말이야. 게다가 밤 운전... 그나마 지점이나마 있는 팟타야에서 이래 퍼졌으니 다행이지 저 이싼 넘어가는 산길에서 이래놨으면 어쩔 뻔 했어...
기력을 소진해서 진이 다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가는 도중에 중간에 기름도 가득 넣고 간단하게 밥도 먹고 하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세상 살 때는 이런 단순 왕이 최고라니까.
저녁 11시가 좀 넘어 도착한 낭렁 마을의 숙소는 미리 예약해둔 더 룸 아파트먼트라는 신축건물이었는데, 우리가 오다가다 들린 워크인 인줄 알고 카운터의 트렌스젠더 직원은 숙박비 450밧을 부른다. 우린 예약사이트를 통해 520밧에 이미 결재했는데 헐~ 이곳은 직접 오면 좀 더 저렴한 곳이구만. 뭐 어차피 몇십밧 차이니까 뭐 그러려니 해야지.
다음날... 정수리가 태국의 강렬한 볕에 익지 않으려면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유적지를 둘러보는 게 낫다 싶어 우리는 일찍 일어나 시동을 걸었다. 한 번에 잘 걸린다.
이싼의 남부 지역에는 앙코르 시대의 유적들이 여기저기 산재해있는데 그중 제일 상태가 괜찮은게 파놈룽과 프라쌋 므앙땀이란다.
국경이 열린지 이미 십수년이 넘어가는 앙코르왓이 있고 아유타야, 수코타이 유적도 짱짱한바... 이 시골까지 이것만 목표로 해서 올 일반적인 여행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
요왕은 예전에 완행버스로 이 유적지 근처 마을까지 온 다음에 다시 오토바이 택시를 구해서 타고 왔다는데 이번에 나는 그저 편하게 오는구만.
이 유적군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것에 대해 장광설을 펼칠 지식이나 관심도가 내겐 없을 뿐... 그냥 보기에 좀~ 좋았더라 하는 정도...
원래는 두 곳의 통합 입장료가 150밧이었는데 우리가 방문 했을 때는 태국국왕 서거로 인해 1월말까지 역사공원 입장료가 무료였다. 국립공원 입장료도 무료로 해주면 좋을텐데... 그건 어떻게 안 되나보다.
파놈룽을 다 둘러보는 데는 한 사오십 분 정도 걸렸고, 바로 근처에 있는 므앙땀은 유적지 바로 옆에 있는 저수지의 분위기가 맘에 딱 들어서 거기서 돗자리 깔고 까이양과 쏨땀 시켜먹느라고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여기도 유적만 보는데는 이삼십분 정도랄까...
물을 끼고 있는 므앙땀의 특성상 저수지(바라이)변 노천식당들은 고기구이와 먹음직스러운 군고구마를 저수지 가장자리에서 팔고 있었는데 그 고구마 크기가 어떤 건 아기 팔뚝만한 것도 있었다. 사먹어 볼래다가... 이미 내 배는 고기와 찰밥으로 땡땡하게 불러서리 그냥 패스하고 말았는데 먹어볼걸 그랬나... 이미 지나간 먹거리는 다시 내 앞에 오지 않잖아.
나는 오래전이긴 하지만 이미 이전에 앙코르왓을 보기도 했고 가이드가 동반하지 않은 이상 이런 유적은 그냥 눈으로 스윽 보는 거 말고는 달리 할 것도 없고 해서 사원을 본 후에 감흥이란 사실 상당히 간결하다. 뭐랄까 앙코르 왓을 이미 본 여행자라면 이곳은.... 만찬 후 배부른 상태에서 먹는 편의점 도시락 같은 느낌이랄지도... (이곳에서 강렬한 느낌을 받으신 여행자분 계시다면 죄송합니다요.)
유적에 대한 좀더 상세한 내용은 죽림산방님의 글을 보시라.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mytravel2&wr_id=138764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mytravel2&wr_id=138769
요술왕자의 다음 글에도 중간쯤에 조금 설명이 되어있다.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basic&wr_id=2719
볼 것도 다 봤겠다 저수지 근처에서 피크닉 하는 기분 잔뜩 내면서 밥도 먹었겠다. 이제 우리는 다시 태국의 가장 동쪽끝, 메콩강변 콩찌암 마을로 출발~ 이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드디어 도착한 부리람 낭렁의 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