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히스토리 켜켜히 배인 짜런끄룽 거리
방콕의 수많은 길들이 각각의 정체성과 캐릭터를 가지고 있고요, 우리같은 여행자들은 자기 성향에 따라서 각기 좋아하는 구역이 천차만별로 다 다를거 같아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원더풀한 장소가 누군가에겐 호러블이기도하죠.
우리만해도 그렇게 여행을 같이 많이 다니고 했어도 선호도의 지점이 상당히 다른편입니다요.
전 일단 방콕이 그다지인데...요왕은 방콕을 좋아하고...
하여튼...그 많은 방콕의 도로와 구역들중에 여행자에게 친숙한곳은 대충 쑤쿰윗, 카오산, 싸얌, 텅러, 그외 등등... 많겠죠.
지난번 여행자 선호도가 그렇게 높다고는 볼수없는 도로변 어느 숙소에 머물다보니 이 길에 대한 흥미가 약간 돋아서 끄적거려봅니다. 길 자체에 대한 선호도는 높지않아도 워낙 길이 길고 나름 관광 포인트들이 이 길 선상에 있어서 친숙함은 있지않을까하네요.
타논 짜런끄룽(짜런끄룽 길) 입지요.
이길을 '타논 마이'라고도 하는데요, 말그대로 새길, 신작로란 뜻입니다. 서울에 있는 신촌(新村)이 100여년전 '새로운 마을'이란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 지금도 여전히 쓰이는 것 처럼 1860년대 만들어진 이 길은 짜런끄룽이란 공식적인 이름과 함께 여전히 '신작로'라고도 불립니다.
우리나라 서울 사대문 안에 비견될 수 있는 방콕 도성이 있는 '꼬 랏따나꼬씬'과 그 당시 외국인 지구였던 '방락'을 연결하는 태국의 첫 근대적 도로가 이 '짜런끄룽' 길입니다. (랏차담넌은 훨씬 뒤인 1900년대 초반에 건설 되었습니다.)
옛 방콕 지도
쌈펭Sampeng(차이나타운), 방락Bangrak을 연결하는 New Road라고 표시된 길이 짜런끄룽 길이다.
http://www.lib.utexas.edu/maps/historical/baedeker_indien_1914/txu-pclmaps-bangkok_1914.jpg
이 길의 시작점은 왓포의 동쪽 담벼락에서 부터 대략 시작한다고 보면 될거같아요.
이 지점에서 동쪽을 향해 뻗어나가는 데로 주욱 가보면 바로 야왈랏, 즉 차이나타운에 닿게 됩니다.
제가 느끼기에 예전에는 이 요란뻐쩍지근한 차이나타운을 호기심때문에라도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꽤 되었던거같은데, 요즘은 방콕여행이 좀더 트랜디? 해지고 샤방샤방해지면서 아무래도 관심도가 이전에 비해서는 상당히 내려간거 같은 기분입니다.
사실 차이나타운이라해서 뭐 대단찮은 중국문화의 색채를 맛볼수 있는 그런건 아니고, 홍등과 커다란 한자간판 그리고 금은방들이 빽빽한데요... 여행자의 눈으로 보자면 너무 부잡스럽고 지저분하고 정신 사나운 구역, 뭐 그렇게 느껴지는게 맞을수도 있겠군요.
태사랑 방콕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여기도 시장이 몇있는데, 차이나타운도 소란스러운데 여기 있는 시장들은 그야말로 정글같아서 과연 여기를 통과할 맘이 생길 여행자가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 소란스러움 자체가 가진 현상에 흥미를 느낄 분도 계시다면 한번쯤 체험해볼수도 있겠으니 아마 진이 훅~ 빠질거에요.
이곳을 지나서 더 전진하다가 훨람퐁역 훨씬 못미친 지점의 오거리에서 살짝 우회전해서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그럼 곧 진행방향 왼편에 왓 뜨라이밋 이라고 사원이 있는데 굳이 이 사원만을 목표로 오기는 좀 그럴지 몰라도 혹시나 이 길선상에 있게된다면 ... 볼만한 뭔가가 있어요.
아니 글쎄 세상에서 제일 큰 황금불상이 있다지 뭡니까.
이걸 보고 나오면 이제 붉은 중국식 패루가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걸 지나게 될텐데...
차이나타운의 경계선을 벗어나는 의미겠지요.
차이나타운의 쌈펭 골목
차이나타운을 알리는 '패루' (출처 : 구글스트릿뷰)
이제 이 짜런끄룽 길은 짜오프라야 강과 평행을 이루며(중간에 건물이 있기 때문에 길에서 강이 보이진 않습니다.) 남쪽으로 뻗어나가는데 마침내 방락 지역에 이르게 되는군요.
방락까지 가는 길에는 중앙우체국도 있고 강변쪽으로는 리버씨티도 있고, 옛세관건물, 어섬션성당 등등 옛 건물들이 줄줄히 있습니다. 이런 크고 유명한 건물 말고 길 양쪽으로 상가건물들도 모두 오래된 건물들이지요.
방락은 여행자들도 익히 알고 있는 '씰롬'거리의 남쪽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짜런끄룽-씰롬 삼거리는 특히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많이 찍혀있는 곳일텐데 바로 이 길 근처에 시로코 라는 야외 스카이라운지가 있는 르부아 스테이트, 샹그릴라 등 유명 호텔들도 있고 BTS-수상버스 환승지점인 싸판딱씬역-사톤선착장도 있고 뭐 그렇습니다.
주변에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인기 있는 쁘라짝 같은 식당들도 여럿 있습니다.
수상버스 오리엔탈 선착장
페닌슐라 호텔에서 내려다본 모습들
저는 이 동네에 대한 숨겨진? 히스토리를 몰랐는데 아래 게시물을 클릭하시면 아주 로맨틱한 이야기가 담겨져있는 곳이더군요.
방락 - 사랑의 마을
http://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hantaecouple&wr_id=448
뭐 여행자에게야 사랑의 마을이든 지옥의 마을이든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그게 그거일뿐인 거주지겠지만, 현지에서는 이런 말랑말랑한 히스토리가 있나봐요.
아시아틱 야시장이 오픈하긴 전까지는... 여행자의 발걸음이 이 방락구역을 지나서 남하할 이유가 거의 없었는데, 짜런끄룽 길을 타고 한참을 더 내려가면 차트리움, 아시아틱 등이 위치해 있어서 짜런끄룽 길에서 여행자들의 이동범위가 예전보다는 많이 확장 되었네요.
로빈슨 백화점 방락점 주변은 직장인들도 많이 왔다갔다하고 아침에는 밥과 먹을거리를 파는 행상들도 많이 나오고요, 저녁이 되면 옆에는 작은 규모이긴하지만 야시장 비스므리한게 서기도 해요. 손님의 대부분이 젊은 여성인 경우라 파는 제품들도 다 팬시용품.생활용품 뭐 그렇습니다. 여행자가 살만한건 없지만 그냥 삶을 엿보는 느낌 뭐 그 정도고...
이곳을 지나서 이어지는...그러니까 싸판 탁신역과 아시아틱 사이는 정말 그냥 방콕 시민들의 거주지일뿐이에요.
여행자의 관심을 끌만한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 뭐...약간 특이한 외양을 한 '왓 얀나와Wat Yannawa'가 싸판딱씬을 지나자마자 있습니다. 어원은 모르겠지만 '배 사원'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안에 들어가보면 커다란 배모양의 구조물 위에 하얀 탑이 올려져 있어요. 짜오프라야 강을 수없이 지나던 중국 무역선의 모양이라고 하는데요 방콕이 번영하게 된 이유중 하나인 이 중국 무역선을 기리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외에 짜런끄룽 길 주변에는 학교도 많이 포진해있어서 교복입은 학생들의 물결이 다른 곳에서보다 많이 보이는것도 현지인들의 지역에 들어와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층 더 깊게 해주더군요.
이 근처의 골목으로 쭉 들어간 곳에 좀 머무른 적도 있는데 정말 싸판딱씬을 몇발짝만 지나도신기할 정도로 외국인들의 모습이 사라지네요.
짜런끄룽 길은 이 구역을 지나 드디어 아시아틱까지 우리를 인도합니다. 여기는 쇼핑과 구경거리, 먹거리의 복합적인 공간이니까 늘 여행자로 바글바글하지요.
이때쯤 되면 짜런끄룽길은 쏘이 번호가 무려 99번에 이르게 되는되요. 저도 여길 지나쳐서 더 한 1킬로정도 걸어본적은 있는데 제 생각에 크게 의미있지는 않았어요.^^
왕궁부터 시작된 이 짜런끄룽 길은 워낙 오래된 길에 양 가의 건물들도 연식이 꽤 된지라 방콕 거주지 특유의 우중충함이 깊게 배이긴했어요. 싸얌이나 쑤쿰윗의 밝고 경쾌한 최신식 쇼핑구역과는 영~ 거리가 멀지만 뭔가 깊이가 있는곳인건 틀림이 없어요. 혹시나 이런 길에도 관심 있는 여행자분들이 있으실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