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말할 수 있습니다
아기에 대한 보고
먼저 쪽지로 안부를 물어봐주신 방콕댁님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 - - )( _ _ )/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우리 아가는 약 한달반 전에 세상을 등졌습니다.
얼마전에 부검이 끝나고 화장을 마쳤다고, 전화가 왔네요.
애기는 약4달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동작구에 있는 청화병원에서 피검사 결과가 안 좋게 나왔다고, 초음파검사와 양수검사를 받았습니다.
양수검사 결과, 신경관결손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왔다고, 큰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랍니다.
아산병원을 소개시켜 주더군요.
아산병원으로 가서 정밀 초음파를 또 받았습니다.
정문 안내데스크에 써 있는 걸 보니까, 우리를 진찰해준 의사쌤은 산부인과 고위험군 전문의였습니다.
여자 쌤입니다.
우리 부부는 울상을 하면서 병원으로 갔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들어간 부부는 초음파 검사결과 아기의 심장에 구멍이 생겼답니다.
거의 죽상이였습니다.
'우린 좀 낳은건가?'
잠시 후 먼저 들어간 부부가 얼굴이 환해져서 나옵니다.
"뭐래요?"
"아무 이상 없데요! ^^"
다음 우리 부부 들어오라네요.... 우리도 내심 아무 이상 없기를 바라면서, 상담실로 들어갔습니다.
의사쌤: 현재 초음파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게 나타납니다.
우리는 일단 한숨을 돌렸습니다.
의사쌤: "그런데 양수검사결과 수치가 이렇게 높게 나타나는건 제가 산부인과 의사생활 15년만에 3번째 보는겁니다."
"먼저 아기들 둘은 모두 부모가 원해서, 아기를 낳았습니다.......만,
한 아기는 피부가 없는 상태로 나와서 며칠만에 죽고,
한 아기는 콩팥(신장) 기능장애로 낳자마자 죽었습니다."
ㅡ,.ㅡ;
낳는다고 하시면, 저희는 최선을 다할것입니다.
정상아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커가면서, 신경질환이 올 수도 있구요.
하지만, 99%는 신경질환 및 신장질환으로 며칠 살 지 못하고, 죽을 수 있습니다.
'무슨 의사가 저렇게 냉정하게 99%라는 수치를 써가면서 애길하나?'
"어떻게 하시는게 좋을지는 두분이서 상의해 보시고, 애기해 주세요"
이때부터 와이프의 눈은 핏빛으로 물들더니 소리없이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대기실로 나와서도 계속 울어댑니다.
나까지 울면, 울음바다가 될 것 같아서 어금니 꽉 깨물었습니다.
"오빠~ 우리 애기 낳자!"
어제만 해도 주위사람들이 기형아 낳아서 기르는거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고,
낳자마자 죽을 아이 뭐하러 10달을 고생을 하냐고 해서, 문제가 있으면, 낳지 말자고 애기하던 와이프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검사결과를 보고 결정하자. 될 수 있으면 낳자라는 생각이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과를 접하고 나니,
와이프는 낳자!
난 낳지 말자-라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애기한테도 고통을 주지 말자! 너만 건강하면, 다음에 또 낳으면 되잖아"
와이프 계속 울어댑니다.
주위 사람들 다 쳐다봅니다.
주위 사람들도 다 고위험군 산모들인데, 우리가 우는거 보고는 얼굴들이 다 어두워집니다.
한참을 설득한 후에.....
상담실로 들어갔습니다....
결정은 했지만, 선뜻 말이 나오지가 않습니다.
"......................"
쌤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봤습니다.
'꿀~꺽~!'
"어떻게...? 유산하시기로 하셨나요?"
'저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보다니!'
"네..."
소리는 목구녕에서만 까딱거릴뿐, 입모양만 네라고 한 후, 고개만 끄덕거렸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입원하시구요, 분만 촉진제로 아기 출산 유도하겠습니다.
여기 서명해 주시구요, 입원실은 여기입니다.
그리고, 아기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을 할려면 부검을 해보는게 좋겠어요.
여기 부검 동의서에 싸인해주시구요."
분만유도제 맞고는 거의 바로 와이프 통증이 시작됩니다.
아파 죽을려고 합니다.
차라리 내가 아프면........
분만유도제를 투입했지만, 예정시각보다 훨씬 지나서야, 분만실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분만실에 남편은 못 들어간답니다.
어떻게 되가는지 궁금해 미치겠습니다.
다음날 점심 시간이 되어서야 면회시간 2시간 주어졌습니다.
초산이라서 그런지 시간이 많이 걸린답니다.
아기가 나가면 죽는다는걸 아는지, 안나오려고 합니다.
그날 오후4시 30분 아기가 나왔습니다.
바로 죽을 아기라고, 아내한테도 나한테도 안보여줍니다.
와이프 줄창 울어댑니다.
다음날 아침에 장례식장 아저씨가 각티슈 박스만한 조그마한 상자를 들고 왔습니다.
장례절차라고 사인하라네요....
사망신고서와 장례절차등을 적은.....
저 조그만 상자안에 우리 아기가 누워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나왔습니다.
안 울려고 억지로 어금니 꽉 깨물고 참으려고 했는데, 성별란에 "여아"라고 써 있습니다.
이젠 눈물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눈물이 뜨겁습니다.
눈물이 뜨겁다고 느끼긴 처음입니다.
사인하고, 운거 티 안내려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곤 아내가 누워있는 병실로 향했습니다.
.............
그 후, 퇴원하고, 산후 조리사 아줌마 한 명 구해서, 산후조리를 시작하고,
전 회사때문에 와이프 혼자 남겨놓고, 다시 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약 한달 후 와이프도 태국으로 오고, 전 보름정도를 미역국으로 끼니를 때우며,
더위와 씨름을 해야했습니다.
..........................................
그리고, 지금........은 건강에 이상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와이프가 중국에 있을때 피부에 이상한 반점 같은게 나서,
한약을 먹은적이 있습니다.
계산을 해보면, 그 때가 임신 1개월 정도 되었을 겁니다.
자꾸 속이 미식거리고 이상하다고 해서, 병원에 갔더니 임신이랍니다.
중국의사가 무슨약을 먹었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약봉투를 갔다 줬습니다.
아기는 틀림없이 유산 될 것이다.
난 책임 못진다.
다른 병원으로 가던지, 아기를 떼라!!
미튄놈의 짱께 의사넘.... 중국 의사넘들은 믿을 수가 없어......하면서,
한국으로 향했습니다.
.................
다른 분들이 그러더군요, 피부병약은 엄청 쎄다고,
아무래도 그 한약이 너무 쎄서 아기한테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제가 겪어보니, 계획 임신이 제일 괜찮은 방법이고, 부득이하게 약을 먹을 일이 있으면,
먼저 임신테스트부터 해보는게 낳을 것 같습니다.
시간개념 없이 늘어놔서 죄송합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을 우리아가와 방콕댁님 아가가 편히 쉬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