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와 좋은아빠
일요일 밤에 태국에 들어왔습니다.
10일 정도 머문 한국은 나의 고국이라서 그런지 많이 좋더군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 오랜만에 만나니 할 말들이 많았습니다.
다~ 찌질일때 만났던 친군데, 누군 검사가 되어있었고
누군 박사가 되어서 삼숭에서 잘나가는 연구원이고 누군 방송국 pd가 되어있었고
또 누군 좃선일보 기자가 되어있더군요.
원래 다 알던 사실인데 양복입고 만나보니까 모두 스스로 너무 웃기더군요.
친구들도 다 바빠서 2년만에 모두 모이는 거라 합니다.
그중 3명은 벌써 결혼했고 또 그중 2명은 아이 아빠입니다.
일차 사당역 근처에서 술먹고 이차는 검사 친구집에 가서 발렌타인 파랑이로 폭탄주 만들어 먹었습니다.
전 폭탄주에 젬병이라, 그냥 맥주먹고, 친구 아내가 술자리에 끼자 자연히 좋은아빠되기로 화제가 옮겨지더군요.
결론만 말하자면 한국에선 좋은아빠되기가 정말 힘든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왔습니다.
무슨 야근이 그리 많은지. 목표량 못채우면 죽음이라는 긴장감속에 하루하루를 살더라고요.
글구 직장문화 자체도 술과 일과 스트레스와 함께 하는 문화라, 가족이 끼어들데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아내가 일때문에 바빠서 딸아이만 데리고 수요일에 먼저 태국에 들어갔습니다.
전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에 많은 사람들과 매일 술먹고 다녔습니다.
술먹을려고 다닌것이 아니라 만나면 술먹는것이 순서라 그렇게 다녔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새벽에 들어가는 것이 다반사고 백일된 제 아들은 저의 어머님이 데리고 주무시고...
암튼 전혀 신경을 못썼던것 같습니다.
가끔 한국 어머님들께서 남편이 가정에 너무 무심하다고 푸념아닌 푸념들을 하십니다.
저의 어머님도 평생 이런 소리를 하시면서 사셨습니다.
한국남자들이 다 옳다는 것은 아닌데 직장에서 너무 쪼임을 당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너무 피곤한것 같습니다.
일요일날 가족 내팽겨치고 혼자 골프나 낚시가는 남자들 엘로우카드 받아도 마땅하나,
한달에 몇번 되지도 않는 조기퇴근(?) (9시 이전 집에 도착)하시는 남편들에게 너무나 많은 바가지 긇지 마세요.
정말이지 한국남자로 태어나 한국에서 직장다니면서 좋은아빠되기는
태국인으로 태어나 태국에서 쭈욱 자라 스키선수되는것 만큼 어렵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태국인이 태국에서 자라도 스키선수 되지 못하라는 법 없습니다.
단지 다른 조건에 있는 사람들 보다 어려울 뿐이지.
한국남자들 좋은아빠 될수 있습니다.
단지 다른 나라에 있는 아빠들 보다 어려울 뿐입니다.
일요일 밤에 백일된 아들을 데리고 비행기에 오르자 아기 엄마 어딨냐고 스튜어디스 언니들이 물어봅니다.
아기 엄마 먼저 들어갔다고 하니까 무슨 연예인 처다보듯이 봅니다.
제 주위에 있는 태국남자들 아이들에게 가족들에게 정말 잘합니다.
하지만 저는,
비록 술먹으면서 집에 일찍 들어가지 않는 아빠지만
그 술자리에서도 자기 자식들 걱정을 하는 우리 한국 아빠들이 더 멋있게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한국남자 다 좋은 아빠들입니다.
단지 표현이 아직도 많이 서툴고 사회가 좋은 아빠들을 별로 안좋아할 뿐입니다.
애구, 괜히 글만 길어졌네요.
다음에 생각 정리되면 짧게 다시한번 쓸께요.
그럼 좋은 하루보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