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와 좋은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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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자와 좋은아빠

장금이 6 926

일요일 밤에 태국에 들어왔습니다.
10일 정도 머문 한국은 나의 고국이라서 그런지 많이 좋더군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 오랜만에 만나니 할 말들이 많았습니다.
다~ 찌질일때 만났던 친군데, 누군 검사가 되어있었고
누군 박사가 되어서 삼숭에서 잘나가는 연구원이고 누군 방송국 pd가 되어있었고
또 누군 좃선일보 기자가 되어있더군요.
원래 다 알던 사실인데 양복입고 만나보니까 모두 스스로 너무 웃기더군요.
친구들도 다 바빠서 2년만에 모두 모이는 거라 합니다.
그중 3명은 벌써 결혼했고 또 그중 2명은 아이 아빠입니다.
일차 사당역 근처에서 술먹고 이차는 검사 친구집에 가서 발렌타인 파랑이로 폭탄주 만들어 먹었습니다.
전 폭탄주에 젬병이라, 그냥 맥주먹고, 친구 아내가 술자리에 끼자 자연히 좋은아빠되기로 화제가 옮겨지더군요.
결론만 말하자면 한국에선 좋은아빠되기가 정말 힘든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왔습니다.
무슨 야근이 그리 많은지. 목표량 못채우면 죽음이라는 긴장감속에 하루하루를 살더라고요.
글구 직장문화 자체도 술과 일과 스트레스와 함께 하는 문화라, 가족이 끼어들데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아내가 일때문에 바빠서 딸아이만 데리고 수요일에 먼저 태국에 들어갔습니다.
전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에 많은 사람들과 매일 술먹고 다녔습니다.
술먹을려고 다닌것이 아니라 만나면 술먹는것이 순서라 그렇게 다녔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새벽에 들어가는 것이 다반사고 백일된 제 아들은 저의 어머님이 데리고 주무시고...
암튼 전혀 신경을 못썼던것 같습니다.
가끔 한국 어머님들께서 남편이 가정에 너무 무심하다고 푸념아닌 푸념들을 하십니다.
저의 어머님도 평생 이런 소리를 하시면서 사셨습니다.
한국남자들이 다 옳다는 것은 아닌데 직장에서 너무 쪼임을 당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너무 피곤한것 같습니다.
일요일날 가족 내팽겨치고 혼자 골프나 낚시가는 남자들 엘로우카드 받아도 마땅하나,
한달에 몇번 되지도 않는 조기퇴근(?) (9시 이전 집에 도착)하시는 남편들에게 너무나 많은 바가지 긇지 마세요.
정말이지 한국남자로 태어나 한국에서 직장다니면서 좋은아빠되기는
태국인으로 태어나 태국에서 쭈욱 자라 스키선수되는것 만큼 어렵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태국인이 태국에서 자라도 스키선수 되지 못하라는 법 없습니다.
단지 다른 조건에 있는 사람들 보다 어려울 뿐이지.
한국남자들 좋은아빠 될수 있습니다.
단지 다른 나라에 있는 아빠들 보다 어려울 뿐입니다.

일요일 밤에 백일된 아들을 데리고 비행기에 오르자 아기 엄마 어딨냐고 스튜어디스 언니들이 물어봅니다.
아기 엄마 먼저 들어갔다고 하니까 무슨 연예인 처다보듯이 봅니다.
제 주위에 있는 태국남자들 아이들에게 가족들에게 정말 잘합니다.
하지만 저는,
비록 술먹으면서 집에 일찍 들어가지 않는 아빠지만
그 술자리에서도 자기 자식들 걱정을 하는 우리 한국 아빠들이 더 멋있게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한국남자 다 좋은 아빠들입니다.
단지 표현이 아직도 많이 서툴고 사회가 좋은 아빠들을 별로 안좋아할 뿐입니다.

애구, 괜히 글만 길어졌네요.
다음에 생각 정리되면 짧게 다시한번 쓸께요.
그럼 좋은 하루보네세요.

6 Comments
앨리스처럼 2006.11.14 14:25  
  울 신랑이 이 글 보면 엄청 위안을 받고, 좋아하겠어요~
전 이곳을 포함한 다른 나라 남편들 좀 본받아 보라고 바가지 긁고 있었거든요...
유치원 플레이그룹 가서 보면 아빠들이 애들 데리고 와서 같이 놀아주는것 보면 얼마나 보기가 좋았는데요...한국 남자들은 마음은 있다지만, 표현을 잘 안해대니,,,단순한 저희 여자들은 보이는대로, 들리는대로 표현해주는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보니, 비교가 많이 되나봅니다...전 개인적으로 장금이님도 대단한 아빠라고 존경할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여기가 한국이 아니고, 한국처럼 굉장히 조이면서 일해야 하는 처지가 아니면 여기서라도 식구들에게 대한 애정을 시간핑계 대지말고, 충분히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제 신랑에게 바라는 말입니다...모든 분들이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구요...얘기하다보니, 어느새 제 푸념이 되어버렸네요~^^;
이해하십시요~ 워낙에 이런면에 쌓인게 많다보니 그렇습니다...^^
작은나무 2006.11.14 23:14  
  울 신랑은 한국에 있을때도 바빳지만..태국와서  더 힘들어 하고 더 시간에
쫒겨 지내고 사네요..늘 마음 졸여하며..늘 늦은시간까지 일하고..가금씩 너무
많은 스트레스로 잠을 설치기도 하구요...때론 태국에서 사는게
욕심같이 느껴질때가 있네요..어떤 위로를 해야 신랑이 힘을 얻을까요?
요즘같이 바쁜나날을 보내는 신랑을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프네요..
에궁.. 괜한 말로..ㅎㅎ
정말 장금이님..좋은 아빠세요.. 만나지는 못했지만.. 좋은 아빠님들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지요..헤헤..

열심히 일하시는 아빠님들 화이팅 입당!!!!
 
방콕댁 2006.11.14 23:45  
  더러워서 당장이라도 엎어버리고 때려치우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는 거 잘 압니다.. 딸린 처자식만 아니었어도 말이죠......
집에서 바가지 긁는 저희들도 다 잘 알고 있답니다.. ^^;
입에 풀칠하겠다고 애기 맡겨두고 마누라까지 생활전선에 뛰어들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남편에게 늘 고마운 마음 뿐이지요..
집안에서 집밖에서 둘중하나 더 쉽고 가볍다 할 역할이 없고, 서로가 서로를 짊어지고 품어줘야 하는... 그게 부부고 아빠고 엄마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 엄마가 해주시는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친구들도 실컷 만나고, 매일같은 야근에 죽어나는 친구들 보며 솔직히 위안도 좀 받고.. ㅋ  모처럼 스트레스도 풀고 정말 좋으셨겠어요. ^^
반끌랑남 2006.11.14 23:52  
  잘 다녀오셨군요...
근데 책은 언제 어떻게 전해드릴까요? ^^*
장금이 2006.11.15 10:57  
  반끌랑남님 정말 죄송합니다. 책은 다음 정모때 전해주세요*^^*

모처럼 친구들 만나서 죽겠다는 친구들 푸념 들으면서 위안이 아니라 웬지모를 불안감에 덜덜 떨면서 지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태국을 사랑해서 이곳을 들어오지만 솔직히 전 아무 느낌없습니다. 홍콩, 일본에 가면 와~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느낌을 받고 중국에 가면 하루라도 빨리 뜨고 싶은 느낌을 받습니다. 근데 이곳은 정말 아무 느낌이 없습니다. 단지 내가 사랑하는 내 가족이 이곳에 있기 때문에 여기 머물뿐입니다. 그냥 주재원들처럼 3,4년이면 이곳을 떠나는 저혼자만의 상상을 해보지만 그것도 그냥 제 희망사항입니다.
mira 2006.11.15 10:59  
  나리아빠(장금이님) 좋으시죠... 울 신랑이 나리아빠 반토막 아니 발까지만 닮았음 좋겠네요....쩝...
글쎄 학교학예회때 깨우는데 끝까지 게으름피우다 (밤에 다운받은영화랑 스타크레프트게임경기 보구 새벽에 자드만) 글쎄 저 혼자 학교 갔다는거 아닙니까...
그리구 다 끝날때쯤 슬슬 겨 오구...아주...진짜 밉더만요...
지호두 아빠 안보이니까 뽀로통 하구... 남들이...내가 알아서 다 하니깐 신랑이 그런거라네요... 암튼 울 신랑두 한국으로 내 쫒갔으면 딱 좋겠슴당.
얼굴 부비구 선물 사주구 끌어안으려고만 하지...미오미오
진지하게 대화나 한시간 넘게 놀아줘본적이 없는 우리신랑...(아이구내팔자야)
나두 내푸념해부럿네 ㅋㅋㅋ

근데 울 리양덱 엄마들 보면 하나같이 애 교육에 관심있고 사랑넘치고...
정말이지 젖물리는 엄마들 모습만 보고 있어도 전 흐~~~~~~~~믓 하구 그모습이
너무 이쁘더라구요... 
아무래두 생계를 책임져야하고 해서 심적인 고충이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엄마들 또한 육아며 살림이며 나름 힘들다 생각합니다... 정말이지 처녀적하구
너무나 달라진 지금현실을 생각하면 나이를 먹는다는게 어찌나 큰 숙제인지..
누구말대로 매반 열명에 매일 호위호식한다구 치더라도 아빠가 채워줄 부분은
따로 한귀퉁이가 있다는것을... 아빠들이 알아준다면 좋겠습니다.
물론 나리아빠는 그런면에서 모범이시지만요...
맘은 있는데 행동으로 잘 못하는 불량아빠두 있더라구요...ㅋㅋㅋ
오죽하면 한국에 불량아빠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한국사회가 문제죠...
암튼 아빠가 놀아주는것과 엄마가 놀아주는것은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은 늘 아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것을....잊지마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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