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창문을 부셔버렸어요.
저희는 아내도 일을 하는 관계로 아이들을 사무실에서 키웁니다.
어제 퇴근시간쯤해서 매반이 헐레벌떡 달려오면서 우리 딸 나리가 차에 갇혔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차에 갇히다니.
저는 퇴근시간때가 되면 한꺼번에 몰려오는 서류때문에 하루중에 제일 바쁩니다.
그래서 방금전 딸아이가 안아달라는 것을 뿌리치고 매반 언니랑 놀으라고 보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하던 일을 내던지고 나가보니 딸아이가 차 열쇠를 가지고 혼자 차에 오른뒤에 차 열쇠에 있는 잠금 버튼을 눌러버린 것입니다.
딸아이는 침착하게 울지도 않고 차에서 어리둥절하게 서있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더욱 흥분합니다.
저는 갑자기 보이는게 없더군요. "나리야, 차 열쇠에 있는 열림 버튼을 눌러"
이렇게 소리를 질러도 딸아이는 못알아 듣습니다. 들리지 않는것이 아니라 한국말을 못알아 듣는 것입니다. 주위에 태국직원들이 태국말로 차 열쇠에 있는 버튼을 누르라고 태국말로 말하니까, 딸아이가 그제서야 차 열쇠를 들고 버튼을 찾습니다.
근데 딸아이가 계속 누르고 있는 것은 열림 버튼이 아니라 잠금 버튼인 것입니다. 계속 눌러도 열리지 않자 딸아이가 창문너머에 있는 저에게 "아빠, 쿤제~ 아빠, 쿤제~"하면서 열쇠를 저에게 주려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순간 너무 흥분했고, 그 순간 창문을 부셔버렸습니다. 정말 큰 소리가 났고 저도 어떻게 부셨는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주위에 태국 직원들은 다 놀란 표정이고, 딸아이도 너무나 놀란 나머지 갇힌 차안에서 울지도 않고 그렇게 침착했는데 크게 울어버립니다.
누가 화장지를 가져다줍니다.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손에서 피가 뚝뚝 흐르고 있는것입니다.
근데 하나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딸아이랑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것에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좋은 아빠가 되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아빠되긴 아직 먼것 같습니다.
어제 밤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아빠되기... 좋은 아빠되기...
정말 많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