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창문을 부셔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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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창문을 부셔버렸어요.

장금이 8 1110

저희는 아내도 일을 하는 관계로 아이들을 사무실에서 키웁니다.
어제 퇴근시간쯤해서 매반이 헐레벌떡 달려오면서 우리 딸 나리가 차에 갇혔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차에 갇히다니.
저는 퇴근시간때가 되면 한꺼번에 몰려오는 서류때문에 하루중에 제일 바쁩니다.
그래서 방금전 딸아이가 안아달라는 것을 뿌리치고 매반 언니랑 놀으라고 보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하던 일을 내던지고 나가보니 딸아이가 차 열쇠를 가지고 혼자 차에 오른뒤에 차 열쇠에 있는 잠금 버튼을 눌러버린 것입니다.
딸아이는 침착하게 울지도 않고 차에서 어리둥절하게 서있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더욱 흥분합니다.
저는 갑자기 보이는게 없더군요. "나리야, 차 열쇠에 있는 열림 버튼을 눌러"
이렇게 소리를 질러도 딸아이는 못알아 듣습니다. 들리지 않는것이 아니라 한국말을 못알아 듣는 것입니다. 주위에 태국직원들이 태국말로 차 열쇠에 있는 버튼을 누르라고 태국말로 말하니까, 딸아이가 그제서야 차 열쇠를 들고 버튼을 찾습니다.
근데 딸아이가 계속 누르고 있는 것은 열림 버튼이 아니라 잠금 버튼인 것입니다. 계속 눌러도 열리지 않자 딸아이가 창문너머에 있는 저에게 "아빠, 쿤제~ 아빠, 쿤제~"하면서 열쇠를 저에게 주려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순간 너무 흥분했고, 그 순간 창문을 부셔버렸습니다. 정말 큰 소리가 났고 저도 어떻게 부셨는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주위에 태국 직원들은 다 놀란 표정이고, 딸아이도 너무나 놀란 나머지 갇힌 차안에서 울지도 않고 그렇게 침착했는데 크게 울어버립니다.
누가 화장지를 가져다줍니다.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손에서 피가 뚝뚝 흐르고 있는것입니다.
근데 하나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딸아이랑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것에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좋은 아빠가 되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아빠되긴 아직 먼것 같습니다.
어제 밤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아빠되기... 좋은 아빠되기...
정말 많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네요.

8 Comments
반끌랑남 2006.10.31 13:25  
  정말 많이 놀라셨겠어요...아이들은 정말 한순간도 방심할수가 없는것 같아요.
아빠손은 좀 다쳤어도 아이가 무사히 나와서 다행입니다.
장금이님 기운내시고요...맨손으로 차 창문을 부술정도의 의지력이면
반드시 좋은아빠가 되시고도 남을것 같습니다. 아니, 이미 좋은아빠 맞습니다.
실롬까이까이 2006.10.31 13:46  
  아빠손이 좀 다친게 아닐텐데....
한 2달동안은 많이 아프고, 후유증 1년은 넘게 갈텐데....
좋은 아빠 되기란 태국어 겁네 공부하기?
ㅡ,.ㅡ;
그래도 아가가 갇힌걸 빨리 발견해서 천만 다행입니다!
작은나무 2006.10.31 14:53  
  많이 놀라셨죠..저도 글을 읽어내려 가면서 쿵쾅쿵쾅..
다행이에요..정말.. 아이가 생각보다 많이 침착하네요..
저도 그렇더라구요..차리리 내가 아픈게 낮지..아이가 아픈모습보면..
정말 가슴이 넘 아프더라구요..
상황 상황들이 참..아찔하네요..
그래도 정말 모두가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손..치료잘 받으시구요..
장금이님..정말 좋은 아빠이시네요..
박수를..짝짝짝...!!^^ 힘내세요..
mira 2006.10.31 18:18  
  나리아빠...괜챦으세요?  오우.. 저두 넘 놀랐네요... 애보는애는 어쩌다 나리 혼자 차에... 암튼 그누가 뭐라해도 나리아빠 훌륭한 아빠세요...그니깐 넘 스스로 탓하지 마세요... 제가 보증하쟎아요...좋은 아빠인거...
그리고 어쩔수 없죠...태국에 살고 있고 보고 듣는게 다 그러니....
나리를 열심히 한국말 가르치거나 나리아빠가 태국어 정말 겁나게 많이 공부하기 둘중에 하나 확실히 해야겠네요... 현실적인 문제네요...참...
우리지호 태국어 쓰는거 기특하다구 생각하다가 가끔 한국말 잊어버리는거 같아 섭섭하던데...저도 좀더 크면 주말엔 한인 학교 보낼예정이랍니다.
에효....
나리 많이 안놀랬어야 하는데... 나리아빠 손치료 잘 하세요...넘 맘아파 마시구요....
방콕댁 2006.10.31 20:42  
  글 읽으면서 맘이 많이 아팠어요..
얼마나 놀래셨을까 생각하면.. 그리고 얼마나 힘드실까 생각하면...
손 치료 잘 받으시구요, 나리가 무사해서 다행이예요.
필요하시다면 제가 동요씨디를 좀 구워드릴께요.
출퇴근길에 틀어주면 한국말 익히는데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엠포리움 쪽 나오실 때 미리 연락주시면 만나서 드리는 걸로...
리즈플라워 2006.10.31 23:21  
  오머나...저는 글 제목을 보고 뭔일 있는줄 알았는데 이런일이 있었군요
아직 아이가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이럴때마다 느끼는것은
부모마음이 이런거구나..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되는군요..
장금이님! 저가 아이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매반에게 아이 딸려서 저희 가게로 보내보셔요
저도 가게에 있자니 심심하고 제가 한국말 가르쳐 볼께요
우리 태국 여직원도 한국 중앙대에 교환 학생으로 가서
한국어 공부하고 와서 한국말 아주 잘해요...
나리는 한국말 배우고 저는 태국말 배우며 심심하지 않고...
손 치료 잘 하시고 너무 마음 아파 하지 마세요...
장금이 2006.11.01 18:21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시고 또 성원해주셔서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다시 한번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꾸뻑~
들꽃향기 2006.11.04 21:50  
  얘기로만 들었는데, 오늘에서야 차근차근 읽어보니..정말 많이 놀래셨겠고, 그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었는지도 알것 같네요. 부모의 마음을 다 똑같은것 같아요. 조금만 상처가 나도 그게 얼마나 속상한데..아이가 차에 갇혀서 무척 무섭고 놀랬을거고, 그걸 지켜보고 당황했을 장금이님을 생각하니..저도 마음이 쨘~하네요. 그나저나...손은 괜찮으신지... 잘 치료하세요..그리고 장금이님 충분히 좋은 아빠신거 글로만 봐도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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