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잊어버렸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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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잊어버렸어요 ~

별땅 13 3510
안녕하세요.
태사랑에서 이러저런 도움을 많이 받아, 이번 1월에 태국 여행을 다녀왔어요. 너무 늦게 소식을 전하는 것 같아, 좀 그렇네요. 다시 휴가의 계절이 오면서, 여행 생각을 하니, 문득 태사랑이 생각나서 들려봅니다.
다른 세세한 부분은 정보 부분에 많이 나와있으니, 제가 겪은 부분만 적을께요.
저는 약  4박 6일 일정으로 자유여행을 다녀왔는데요.
방콕- 꼬창- 방콕(카오산로드) 일정으로 잡았었어요. 오랜만의 외국여행이어서 너무 욕심을 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구요.. 저같이 일정이 짧으신 분들은 꼬창은 좀 비추천이예요. 가는데 7시간 오는데 7시간 걸리므로, 교통에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셈이예요.
하지만, 전 휴양지를 가고 싶었고, 예약을 한국에서 다 잡아놓은 상태여서, 태국에서는 일정을 바꿀 수 없었어요. 그리고 사실, 리조트에서의 야외수영과 썬텐이 너무 하고 싶었죠. 얼마만에 가는 여행인데 ~~ 하면서요 ^^
 
일정은 힘들었지만, 설레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는데...
문제는 제가 꼬창에서 다시 태국으로 돌아왔을 때 발생했어요.
꼬창에서 태국카오산로드로 돌아온 것은 저녁늦게쯤이었는데요, 사실 제가 꼬창에서 놀다가 하루 묵을 숙소를 정해놓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래서 부랴부랴 급하게 당일날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알아보는데 숙소가 없다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여행사 직원이 오방콕라는 곳도 있다고 하면서 알려주는데, 오방콕은 제가 태사랑에서 검색한 결과 별로 추천받지 못한 곳이었거든요.. 그래서 별로 예약하고 싶지 않다 했는데, 여행사 직원은 지금 남아있는 곳은 이곳밖에 없다하니, 어쩔 수 없었어요. 예약할 수 밖에요.. 아니면, 노숙을 해야하는데, 그건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니까요... 카트 짐이 있으니, 여기저기 알아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구요..
 
예약을 하고, 편안히 배와 버스를 타고, 공항지하철에서 내려 태국시내로 나와서 카오산 로드를 가기위해,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뒤에 있는 외국인한테 물어보니, 카오산로드를 간다고 하여, 같이 쉐어해서 택시를 타기로 하고, 제 짐은 조금 커서 차 트렁크에 넣었어요.
그러면서, 저와 프랑스 외국인, 태국 운전사 청년과 함께, 공통어 영어를 쓰면서 대화를 하기 시작했죠... 오랜만에 외국인들과 이러저런 관광에 대한 얘기를 하고, 카오산 로드까지 그리 먼 거리가 아니라, 숙소 가까운 곳에 프랑스인과 내렸어요. 저는 그 프랑스인과 내내 카오산 관광지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신나게 이런저런 여행에 대한 얘기에 흠뻑빠져 있었고, 또 카오산 자체가 사람들로 북적여서 정신이 없었어요. 카페와 거리 상점들, 야외에서 하는 마사지 등등 태국으로 온 관광객들의 집합소 같은 곳이었어요.
 
그러고 나서, 거의 숙소에 다다를 무렵, 저는 그 프랑스인과 헤어져, 모텔 카운터로 걸어가는데, 이상하게 손이 가벼운 거예요. 다시 생각하니, 세상에 ~~~~~~ 오 마이 갓 `~```` 제가 제 트렁크 가방을 택시에 놓고 내린 거예요. 이런 정신나간 ```` ~` 꺅 ~~~ 정말 어떡하지? 생각하다가 모텔 카운터로 뛰어가, 카운터에 제 상황을 알렸어요. 다행이 돈과 사진기와 여권은 제가 가지고 있었던 터라, 그리 문제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면세점에서 산 작은 선물들과 제 옷들이 트렁크에 들어 있었죠...
 
카운터 아저씨는 천천히 제 상황을 물었어요.
어떤 택시 탔느냐? 태국에는 택시가 색깔이 여러가지다... 블루였던 것 같아요..
어디서 내렸느냐? 어디서 탔느냐? 언제 헤어졌느냐? 등등 정말 친절하게 물어봐 줬어요.
그러고 나선, 안쪽 방으로 가시더니, 전화를 걸기 시작했어요. 어디에 거시는 거냐고 물었더니, 택시 운전자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국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 카운터 아저씨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죠..
그리고 나선, 저보고 앉아서 기다려 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한 20분 기다렸나? 잘 모르겠어요. 너무 마음이 힘든 상태라 넋놓고 앉아 있었어요.
 
그러고 있는데, 모텔 앞 쪽에 낯익은 태국 청년이 두리번 거리고 있는 거예요. 그 택시 드라이버였어요.
와 ~~``` 꺅 소리를 질렀죠... 그러고는 전 대뜸 여기 어떻게 왔냐고 했어요. 너무 반가워서 안아주고 싶었어요. 너무 고맙기도 했구요... 그 태국청년이 영어가 서툴러서 잘 못알아 들었지만, 아마도 방송듣고 왔다고 한 것 같았어요. 그 모텔 앞까지는 택시가 들어올 수 없어서, 길 너머에 차를 세워놨더라구요...
전  걸어가면서, 뭐든 사줄 테니, 고르라고 했죠... 음료수를 사줄까? 어떤 걸 원해? 그랬더니, 콜라를 얘기하더라구요... 그래서 편의점에 들어가 콜라2개를 사줬어요... 마음같아서는 더 큰 걸 사주고 싶고, 칵테일이나 더 비싼 것을 사주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운전을 하는 사람이고, 마땅히 생각이 나지도 않더라구요...
저는 너무 흥분되고, 당황하기도 했고 한 상태라 정신이 없었어요... 너무 고맙다는 생각 외에는.. ^^
길 너머 한적한 곳에 가보니 택시가 있었고, 차 트렁크에서 제 짐을 꺼내 주면서, 이 주위에 자기 엄마가 산다고 얘기하더라구요.. 너무 순박하고 고마웠어요... 그 마음을 다 전할 수 없는게 안타까웠죠... ^^
그러면서, 택시 태워서 바래다 줄까? 하고 얘기하더라구요... 차마 그 호의까지 받을 순 없어서, 노땡큐 ~하면서 헤어졌죠... 아마 그 태국청년 잊지 못할 듯 해요... 너무 고마워서요...
 
그 이후에, 전 힘차게 제 큰 가방을 끌고 모텔에 입성했어요. 그 친절한 카운터 아저씨가 정말 럭키했다고 얘기해주더라구요... 찾기 어려울 뻔 했으니까요... 그 청년 드라이버 아니었으면요... 길가다 버려버리면 그만일 텐데요... 다시 와주었잖아요... 갑자기 울컥하네요.. ㅎ
 
카운터 아저씨의 친절한 방번호와 위치 설명과 함께 함박 웃음을 지으며, 낑낑거리며 4층에 올라가 방문을 여는 순간 뻗어버리고 싶었죠.,... 아무생각이 없었어요. 밖의 시끄러운 소리도 작은 방도 저에겐 오케이 였어요..  
그런데, 정말..... 카운터 아저씨는 너무 친절하고 고마웠는데,
방에서 오물냄새가 나는 거예요. 화장실 냄새가 방 전체에 진동을 했죠.... 샤워를 한 후, 가지고 있던 샴푸를 모두 변기에 쏟아봐도 냄새는 가시질 않았어요.. 잠을 자야하는 그 몇시간 동안 너무 끔찍했어요. 밖에서는 관광객들 때문에 시끌벅적하지, 방 안에서는 오물 냄새로 , 잠을 제대로 자질 못하고 뒤척일 수 밖에 없었죠..
그래도 노숙은 하지 않았다는 위안을 하며, 그리고 또한 잃어버렸을 뻔한 짐을 찾았다는데 안도를 하면서, 내일은 오늘보다는 나으리라는 기대와 위안을 하면서, 깜빡깜빡 잠을 청했죠...
 
아, 너무 얘기가 장황하고 길었네요.. 그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아, 약간 흥분했나봐요....
어찌됐든 이 글을 읽어주시는 예비 관광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ㅎ...
혹시나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비하시라구요...
제가 만난 태국인들 정말 친절했구요.,... 너무 감사했어요.
하지만, 시설은 조금 쫌 그랬네요... 그래도 그게 여행이 아닌가 싶구요...
택시 타시게 되면, 색깔정도는 기억하시고, 저처럼 절대 짐 놓고 내리시지 마시구요... (정신없죠?)
즐거운 여행하세요...
 
그리고, 택시 청년, 그리고, 모텔 카운터 아저씨 고마워요 ~~~~
13 Comments
락시미 2013.07.04 15:36  
끔찍할뻔한 여행이 더욱 즐거운 여행의 추억으로 탈바꿈
정말 럭키레이디(태국스런 표현)시네요ㅎㅎ
별땅 2013.07.04 17:59  
그러게요 ~~~ 정말 그때 생각하면, 휴.... ^^
두산 2013.07.05 14:33  
정말 다행이네요..^^ 태국에서 쉽지 않은일 인데...
콜라 사주신거 잘했는데요 ,그후에 약간의 팁이라도 줬으면 더좋았지 않나 생각되네요.
헬로키티짱 2013.07.07 17:54  
아~~ 태국사람들도 그리 정직하고 착한건 아닌가보네요....  저도 팁을 좀주셨었으면 하는 생각이....얼마가 적당하려나...제가 만약 저런일을 겪는다면 적정 금액으로 주고 싶어서....^^
클래식s 2013.07.05 20:45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에 S 트랩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이런경우라면 그냥 슬리퍼나 쓰레기통을 그 위에 올려서 구멍을 막는게 더 나을겁니다. 냄세도 냄세고 바퀴벌레 통로가 되버리더라고요.
무한지대 2013.07.06 13:34  
큰일날뻔 하셨군요.
헬로키티짱 2013.07.07 17:53  
아~~~넘넘 알흠다운 이야기^^
준우맘 2013.07.08 17:43  
콜라.... 너무 하셨네요
200밧 정도 주시지..
즐거워라~ 2013.07.09 17:40  
ㅇㅎㅎ 저도 왕복 택시비 정도는 드리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별땅님도 순간 당황하셔서 생각이 안 나셨겠지요~ 사기글만 읽다가 훈훈한 얘기네요~
해피줌마 2013.07.12 08:36  
와~우
감동이네요^^~
이런내용이 제겐 힐링 되더라구요.
화장실 구멍에 냄새가 올라오면 가지고 있는 비닐에 물을 담아 묶어 구멍을 막고
샴푸을 바닦에 조금 뿌려두면 냄새가 덜하죠. 그런데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무요 2013.07.26 17:53  
아, 팁을 주셨으면 더 좋았을 뻔 ㅜㅜ
손밍슈 2013.08.01 10:15  
태사랑이 참 도움이 많이 되는군요..!
저도 이제 막 가입했는데 많이 알아봐야겠어요+_+
김씨님 2014.11.10 17:28  
큰일날뻔 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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