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6박7일 (1)
1일차:
밤에 방콕 도착.
공항철도를 탈까 하다가 짐도 있고 어둡고 피곤하여 택시를 타기로 함.
공항의 습한 공기가 피부에 착 달라 붙는 느낌이 괜히 좋음. 아 여기가 방콕이구나.
한층 내려가서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택시를 탔는데 무슨 영수증 같은 걸 써 주더니
택시를 타라고 해서 탔다. 미터를 켜 달라고 했다.
별로 안 좋아하는 눈치다. 아저씨가 힐끔힐끔 백미러로 나를 본다.
나를 보는 건지 뒷차를 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음 갑자기 급 불안
아저씨가 자꾸 기침을 하며 나를 본다. 그리고 어디선가 강한 방향제 향이 난다.
이거 혹시 마취제인가? 막 별 생각이 다 든다. 맞게 가는 건지도 모르겠고.
최대한 숨을 안 쉬려고 노력했다. 마취제 흡입하고 의식 잃을까봐. 지금 생각해 보니 과대망상 너무 했다.
그렇지만 호텔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불안해서 ㅠㅠ
고속도로 통행료와 택시 비용에 더해서 50밧을 더 달라고 한다.
왜냐고 했더니 영수증 보라면서 화를 빡 낸다. 무섭게.
그래서 돈을 줬는데 거스름돈을 조금만 준다. 더 달라고 했더니 또 화를 빡 낸다. 더 무섭게.
그래서 그냥 내렸다. 무사히 호텔 도착했으면 된거야 흑흑 괜히 왔나 흑흑 이러면서.
트루시암 호텔 직원이 내 짐을 받아 들며 택시 기사 일은 미안하다면서 사과와 위로를 해 주었다.
시무룩하게 체크인을 하는데 웰컴 드링크를 가져다 준다. 홀짝 홀짝 마셨다.
방콕이 나를 내쳤어 흑흑
이러면서 잤다.
2일차: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둔 라바나 맛사지에 갔다.
오전 프로모션으로 90분 동안 오일맛사지+바디스크럽+아메리칸 브런치가 1100밧이었다.
한국사람 많다. 쑥스럽다 ㅋㅋ
만족스럽다. 팁을 주고 나왔다.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주는 것도 아깝고
얼마를 줘야 하는지 모르는데, 이 맛사지 해 주시는 분이 너무 잘 해 주셔서 흔쾌히 팁을 드렸다.
100밧을 드렸는데 적당한 가격인지 모르겠다.
근처의 타임스퀘어에 갔다. 가게들이 많이 비었고 볼 것도 없다.
아쏙역의 터미널21에 갔다. 사고 싶은 건 너무 비싸고, 싼 건 왠지 모르게 싼 티가 난다.
터미널21 안내데스크에 가서 여권번호 적으면 와이파이 1시간인가 2시간 이용 가능한
아이디와 비번을 준다.
쏜통포차나에 갔다. 내 비록 혼자 몸이지만 이번에는 꼭 푸팟퐁커리를 먹으리라!
한국에서 지도를 뽑아 가서 프롬퐁 역에서 택시를 탔다. 기본요금 나왔다.
5시 쯤 갔는데 한가했다.
앉아서 푸팟퐁커리 작은 것(550밧) + 땡모반 1잔(40밧)을 먹었다.
음 이런 맛은 어떻게 나오는 걸까 진짜로 맛있었다.
나는 혼자였으나 외롭지 않았다. ㅋㅋㅋ
이 맛의 감동을 공유할 사람이 없어서 좀 아쉽긴 했으나
나 혼자 오롯이 다 먹을 수 있어서 좋았어 잉? ㅋㅋ
건너편 테이블에 한국인 관광객 6명 정도가 들어왔다.
가이드 같은 사람이 나를 가리키며 일행에게
"저기 저 아가씨가 혼자 먹고 있는 것이 푸팟퐁커리에요. 맛있어요. 우리도 저걸 시켜요" 이랬다.
나는 쑥스러웠으나 돌아 보며 방긋 웃어 주었다.
근처에 빅씨가 있었다.
가서 구경을 좀 하려 했으나 이미 피곤+다리가 아파서 대충 보고
호랑이 연고를 사서 발랐다.
나와 우리 가족은 이 호랑이 연고를 아주 좋아해서 남용한다. ㅋㅋ
잘 도착했다고 집에다 전화를 해야겠는데
도대체 국제 전화가 되는 공중전화가 없다.
길거리에 공중전화 많은데 다 망가지고 너무 더럽고 사용하는 사람도 없고
오늘 공중전화 한 50대는 만져 본 것 같다. 그런데 다 안 돼. ㅠㅠ
숙소로 돌아 올 때에는 빅토리모뉴먼트 역에서 내려 봤다.
센츄리라는 쇼핑몰과 연결되어 있다. 혹시나 해서 국제전화 되는 공중전화 있냐고 물었더니
자기들은 없고 킹파워면세점에 가 보란다.
나와 보니 노점상들이 많다.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정신 팔다가 킹파워에 갔는데 흠 거기도 국제 전화가 안 된다.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으나
그런 걱정도 그냥 오늘까지만 하기로 한다.
꺄 그냥 좋다. 나는 방콕에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