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티걸 태국 생존기 시즌2: 오션월드, 밤거리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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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티걸 태국 생존기 시즌2: 오션월드, 밤거리데이트(?)

Phasai 17 4124
 
 
 
 
 
 enjoy every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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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도 때문에 눈물이 )
 
 
 
 
사람들의 시선도 이제는 23살이란 나이도 날 전혀 옭아맬 수 없었다.
나는 가끔 느낀다. 나의 정줄이 핑-하고 끊어지는 것을.
 
 

싸얌오션월드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전부터 나는 굉장히 up 된 상태였다.
(수족관 매우 좋아함) 동남아 최대 크기라는 싸얌 오션월드를 방문하는 자체가
너무 설레었던 것도 있고, 마침 입구에서 물고기 탈을 쓰고 춤추는 공연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오- 순간적으로 동심의 세계로 빠져버렸던 것 같다.
 
 
 

 
‘나나나나 저 물고기랑 사진 찍을래!!! (굉장히 격앙된 목소리로-) 저기 저 물고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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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도 다다다 뛰어 내려갔다. (후배들의 존재도 잊었음)
그리고는 미친 듯이 사진 찍기 모드에 몰입했다. 모든 인형과 한 번씩 찍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엄마 손 잡고 온 아이보다 더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_- 아이들은 나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아마 아이들은 이렇게 생각했겠지. ‘엄마 저 언니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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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입술이 매력적이었던 물고기는 특히 나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 물고기의 성별은 아마 남자(?)였던 것 같다.
포즈도 잘 취해주고(팔짱), 우리가 만족했음에도 계속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입술이 매력적이었던 물고기는 우리가 가슴에 오션월드 입장 스티커를 붙이고 들어갈 때까지
함께 해주었다. 태국어를 할 줄 아는 물고기라.. 참 인상적이었어.
 
마지막까지 손을 크게 흔들어주며 Bye Bye.
 

 
실내는 대부분의 수족관이 그러하듯이- 수조를 제외한 곳은 어두웠다.
그래서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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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게를 보고서는 아! 왜 우리 아직 씨푸드를 안 먹었지? 먹으러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며,
커다란 물고기를 보고서는 저거 한 마리면 몇 명이 먹을까- 란 생각을 했다.
 
어이어이. 나만 이런 생각하는 건 아니잖아? 
 
아주 순수하게 ‘아름다움’과 ‘신비함’만으로 감탄하기에 나는 세상에 찌들어버렸는지도.
 
 
 
 
 
 
형형색색의 물고기들과 산호들이 어우러진 수조를 보고서는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환상적. 계속 보고 있으면 내가 바다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수조 앞에서 5분이고, 10분이고, 15분이고 한참이나 서있었다.
 
 

다른 수족관처럼 이곳에도 뱀이나 거미를 전시해놓은 곳도 있었다.
내가 착-가까이 가서 열심히 지켜보고 있으니 좀 경악스러운지 상아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난 거미는 싫어하지만 뱀은 좋아라한다.
낚시 좋아하는 아버지 따라 하도 험한 곳을 다니다보니 (아버지는 사람 손 안탄 곳을 개척하길 좋아하심) 뱀은 이제 반가웠다.
뱀, 두꺼비, 각종 벌레 등 모든 잡히는 것마다 만져보게끔 교육해 오신 아버지 덕분이랄까.
 
움직이길 한참을 지켜보다가 자리를 뜰 때는 ‘안녕’이라고 말까지 남겼다. 어차피 못 듣겠지만-
 

 
 
그렇게 다니다 귀여운 수달이 있는 수조 앞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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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수달, 고개 쳐들고 있다가, 나무 끝으로 올라가서 만행을 저지름)
 
 
 
높은 나무 장대 끝에 올라가 있던 한 마리가 특히 귀여워서 나는 요놈의 베스트 컷을 찍어주고자 했다. 하.지.만, 아니, 어쩌면 베스트 컷인지도.
나는 -_- 수달이 똥 싸는 장면을 제대로 포착할 수 있었다.
연사모드로 셔터를 누르자마자 고 녀석이 응가를 했기 때문이다.
정말 기가 막히게도 나오는 장면에서 떨어지기까지 너무 잘 찍혔다.
 
이건 운이 좋다고 말해야하는 것인가.
어쨌든 신기해서 상아에게 자랑했지만 - 그녀는 뭘 이런 걸 찍냐고 타박했다.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원통형 수조는
내가 역대 가봤던 수족관 중에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었다.
내가 바다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한 신비로운 분위기. 사진 찍을 틈도 없었다.
(그래도 찍긴 찍었음..)
 
그 분위기를 온몸으로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정말 오랫동안, 일행들이 지쳐서 쭈구리고 앉을 때까지 나는 그 곳에 머물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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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봐 내가 저렇게 커다란 상어를 실제로 바다에서 봤다니까?!
 나 진짜 죽는 줄 알았어.”
 
 

 
그들은 상어라곤 구경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바다만 떠올리고는 내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래, 그렇다고 쳐~ 상어 봤다고 쳐~하는 분위기.
 
나는 이때 결심했다. 꼭 이들도 상어를 보게 만들겠다고.
(나중에 난 상어가 나타났다는 쪽으로 정말 아이들을 끌고 갔다. 좀.. 악독한 선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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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가까이 오션월드에서 머물렀던 것 같다.
우리가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점심 먹을 시간이 한참 지나있었다.
 
 

점심은 파라곤 푸드 코트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우리는 가난한 배낭 여행자이므로.
먼저, 쿠폰을 사서 음식을 고르고 결제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국수 종류랑 덮밥 종류로 4가지 정도 시켜서 같이 나눠먹기로 했는데 우린 정말 선택 운이 없었다.
딱 한 종류만 빼고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L군은 정말 잘 먹었다.
그는 ‘아까운’ 짓을 하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는 역시 음식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파라곤 지하 푸드코트. 나쁘지는 않았지만,
메뉴를 잘 못 선택했던 우리는 그냥 음식점에서 먹을 걸 하고 후회했다. 
 
 

파라곤을 거쳐 그 일대 모든 쇼핑몰을 한 번씩 들러보고서 -
카오산으로 돌아갈 때는 ‘뚝뚝’을 이용하기로 했다.
 
툭하면 100밧 200밧 불러대면서 택시보다 더 비싸게 굴기 때문에,
뚝뚝 이용을 삼가는 편이지만, 방콕에 왔으니 그 유명한 이동수단 ‘뚝뚝’을
일행들에게는 한번쯤 타보게 해주고 싶었다.
 
뭐 결과적으로 이거 물건인데요-란 애매모호한 평가만 듣게 되었지만.
 
 

마분콩 근처에서 잡아타려니 뚝뚝 아저씨들이.. out of mind 하셨나. 죄다 200밧. 300밧만 부르신다.
상대할 필요를 못 느껴서 휙 자리를 피했다.
역시, 버스정류장에서 뚝뚝을 잡아야겠다싶었기 때문이다.

역시, 뭘 잡아타든 버스정류장이 최고인 듯.

버스 기다리는 척하다가 지나치는 뚝뚝을 잡아 세웠다.
 

 
“빠이 써이 람부뜨리. 왓차나쏭크람카. 100 Bhat"
 
 

람부뜨리에서 갸웃하더니 왓차나 쏭크람은 잘 아시는가보다.
Okay Okay 올라타서도 100 Bhat? 하고 가격을 다시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뚝뚝은 조심해야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오 +ㅁ +

나 이런 여자야. 하고 으쓱해보였다. 그래, 상아나 후배들에게는 신기해 보일 테지.
 

 
우린 뚝뚝이 출발함과 동시에 4명이 탈 건 절대 못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날씬(?)한 여자 셋에 보통 남자 하나가 탔는데 세 명이서 겨우 의자에 앉고
남자는 다리 사이에 쪼그리고 앉았으니 말이다.
 
 
거기다 매쾌한 매연은 우릴 더욱 힘들게 했다.
아니, 특히 상아를.
상아는 무남독녀 외동딸이기 때문에 또 굉장히 깔끔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 굉장히 괴로워했다.
무게가 상당하다보니, 코너를 돌 때도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만했다.
 
난 사실 좀 스릴이 있어서 좋았는데 내릴 때 다들 ‘택시 타야겠네요.’ 라고 말했다. 윽, 미안.

 

 
그렇게 카오산에 도착하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Hee where are you?'
 
 
 
논은 내가 태국에 있을 땐 항상 이렇게 물었다. 어디야? 또는 뭐해? 라고.
 

난 카오산에 막 도착했다고. 별 감흥 없이 말했다.
평일이었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에게 방콕까지 오라고 하기 좀 그랬기 때문이다.
온다는 기대조차 없었다. 그런 내게. 논은 이렇게 말했다.
 

 

‘나 방콕 가는 중이야. 1시간 정도 뒤에 볼 수 있을까?’ 라고.

 

오 마이 갓! 너무 좋아서 소리를 꺅 질렀던 것 같다.
‘정말? 정말이지? 어떻게 올 생각한거야? 어디쯤인데? 누구랑 같이 와?’


속사포처럼 대답할 틈도 없이 질문을 퍼부었고- 논은 한참 웃다가,
친구 1명이랑 같이 가고 있다고 조금 있다가 보자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아. 씻어야겠다.
정말 후다닥 방으로 뛰어올라가서 샤워를 하고 화장도 곱게 다시하고 옷까지 갈아입었다.
상아도 논에 대해서는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들었던 지라 궁금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쯤 기다렸을까? 
 

논은 카오산에 와있다고 했다. 어디로 찾아가면 되는지도.
나는 그제서야 내 실수를 깨달았다. 나는 지금 카오산이 아닌 람부뜨리 로드에 있지 않은가?
람부뜨리 로드로 오라고, 뉴씨얌3 이나, 오 헝그리라는 식당 앞으로 오라고 말했다.
내가 이때 크게 착각했던 건- 탐마쌋 대학교 나오고, 현지인이면
무지 쉽게 찾아올 수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논은 내 생각과 달리 힘들게-한참 만에 찾아온다.



준비하고 나오겠다는 상아를 뒤로하고, 나는 그를 마중하기위해 먼저 나왔다.
오랜만에 보는 거라 두근두근했다. 예전처럼 편하게 볼 수 있을까? 어색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으나 그건 기우였다. 어색한 만남을 하기엔- 우린 둘다 너무 개구졌으며 발랄했다.



‘논!!! 왜 이렇게 늦었어!! 너 현지인 맞아? 찬 히우 카오 막막막 카. (나 무지 배고파)’



그랬다. 오랜만이야, 반가워 라고 말하기보다 나는 이렇게 말하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논도 웃고, 나도 웃었다. 우리 사이에 쓸데없는 인사는 필요 없었다.
 

 
한참 웃고 나서야 논 옆에 서 있는 키 큰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논 소개시켜줘야지. 누구야?’

 

 
내가 쳐다보는 걸 느꼈는지 굉장히 수줍어하는 남자.

 

 
‘Tee 라고 내 회사 동료야. 22살이고, 영어는 잘 못해’
 

 

Tee 는 내가 만나본 현지인 중에 가장 키가 컸다. 그리고 논은 가장 작았다.
둘의 키 차이는 최소 20cm 는 되보였다.

 
‘Hi Tee’
 
 

발랄하게 인사를 했지만, 부끄러운 티는 말이 없었다.
숨겨질리 없는 데 논 뒤로 살며시 숨으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태국어로 논과만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도 역시 통역은 논 담당인가?

 

 
어쨌든 나는 키 큰 Tee와 Non의 조합에 웃지 않을 수 가 없었다.
 

 

‘논 너 Tee 가슴까지 밖에 안 가. 티는 이~렇~게 큰데 .. small guy HaHaHa’

 

 
내가 괜히 노티걸일까. 논을 또.. 놀리고 말았다.
악의가 전혀 없는 장난이었기 때문에 웃을 수 있었다. 논도 나도.
그리고 분위기 봐서 대충 키 가지고 논을 놀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Tee도 웃었다.
이제는 논의 반격.
 

 
‘Hee 신발에서 내려와. 그게 신발이야?’

 

 
내 콤플렉스도 키. T-T 둘 다 키가 콤플렉스였기 때문에 내가 마음껏 논을 놀릴 수 있었던 것이다.
키 큰 사람이 키 작은 사람 놀리면 정말 상처를 줄 수 있지만,
고만고만한 것들끼리 키 가지고 놀리는 건 웃어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신고, 있었던 것은 10cm 굽의 웨지 힐. 잠깐 신발에서 내려와 주는 척을 했다.
그 모습에 웃음보가 터진 남자들. 갑자기 머리통이 땅으로 쑥- 꺼지니까 웃긴가 보다.
 

 
역시 우리 사이에 어색함 따위 없었다.

 

그렇게 뉴씨암3 앞에서 놀고 있을 때 상아가 내려왔다.
상아도 Tee랑 비슷했다. English..어색하게 Hi만 겨우 하고
상아는 내 옆에 찰싹 붙어서 밥 먹으러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실, 1분 거리. 엎드리면 코 닿을 곳의 오 헝그리.
 

오 헝그리로 간 이유는 그곳의 Tuna fried rice가 기가 막히게 맛있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상아랑 내가 Tuna fried rice 주문하자, 논은 아~직도 카우팟 종류만 먹느냐고 웃었다.
내가 이렇게 된 건 논 네 탓도 크단다.-_-
매운 것. 이상한 것 권해서 입에서 불 뿜은 뒤 감히 다른 음식 도전할 마음이 더 사라졌단 말이다.  
 
 

 
‘ I'll eat only 카우팟꿍, 카우팟 까이.... every day!! every time!!!
여행 끝날 때까지 이거만 먹을거야!!'
 

 

라고 말하자.. 웃다가, 여행 같이 가게 되면 맛있는 거 소개 시켜주겠다고 했다.

 

 
논이랑 티까지 주문을 끝내고, 나는 음료로 싱하를 주문했다.
논에게도 권했지만, 역시 안 먹는단다. ‘오~ 노노노노노’  술만 권하면 노를 몇 번이나 외치는지.
 
나도 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논 놀리는 재미에 두병을 주문했다.
하나는 내꺼. 하나는 Tee꺼.
 

 
Tee랑 나는 말 없이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건 바로 논 놀리는 게 재미있다는 거.
 
나랑 Tee는 주거니 받거니- 술을 다 마실 때까지 논에게 간간히 술을 권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나서 밥값은.. 1000밧.
 
 

 
이때가 벌써 8시를 넘었던 지라.
밥만 먹고 논이랑 티가 기숙사로 돌아갈 줄 알고 얼른 방에 가서 논에게 줄 선물을 챙겨들고 나왔다.
 
난 정말 잘가~하고 아쉽고 더 놀고 싶어도 일단은 보내주려고 하였으나,
논도 더 놀고 싶었는지 왕궁까지 구경을 가자고 했다.


응? 왕궁? 난 이미 첫 태국 여행에서 가봤던 곳인지라 별 감흥이 없었으나-
(오히려 걸어가기 귀찮았음... 밥 먹고 배부르면 앉거나 눕는 걸 굉장히 선호)
 
상아는 기대가 되는 모양이었다. 난 차마 그 기대어린 눈빛을 무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논이 가자는데 굳이 반대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 함께 구경 가기로 했다.
 

 
어둑어둑 인적이 조금 드문 길을 따라 왕궁으로.
나는 밤에도 왕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미처 알지 못했었다.
 
밤에 본 왕궁은 낮보다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굳이 안으로 들어가 보지 않아도, 충분했다.
무겁다는 이유로 카메라를 방 안에 두고 나온 것이 후회되었다. 사진으로 남겨뒀다면 좋았을 텐데.
 

 
낮은 울타리에 걸터앉아서 왕궁을 바라보고 있던 나와 상아를 뒤로 한 체,
티와 뭔가를 쑥덕이던 논은 택시를 잡았다.


 
‘타~ 더 멋있는 곳 보여줄게’
 
 

응?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택시 탑승 완료. 상아는 이 모든 것이 신기하고 즐거운 모양이었다.
그녀의 눈은 현지인들과 밥 먹고, 밤거리를 산책하고 이렇게 택시까지 타고 놀러가다니!!
자랑해야겠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도착한 곳은 야시장이었다. 강가의.
시장 이름은 논이 10번은 더 알려준 것 같은데-_- 또 까묵.
아무래도 여행기 쓸 자질이 좀 부족한 것 같다. 흐어엉..

 

 
택시 타고 아주 많이는 안 갔으니 근처인 것 같은데.
아무튼 도착한 시장은 상아의 마음을 확- 사로잡았다.
태국에 와서 처음 방문해본 시장이었기 때문도 있고
뭣보다 저렴하면서도 예뻐 보이는 악세서리와 옷이 비싸봐야 150 Bhat 란 사실 때문이었다.
나도 사실 무지무지 사고 싶었으나, 배웅하려고 선물만 챙겨서 나온 지라,
 
 
우리 둘 다 땡전 한 푼 없었다. 그렇다고 논에게 사달라고 할 수도 없고. 하아.

 

 
꼭 돈 가지고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시장이름 여러번 물었으나 까묵)
카오산에서는 200, 300 불렀을 쪼리가 이곳에서는 단 돈 100 밧. 아니 50 밧에도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외국인은 거의 보이지 않고 현지인들만 바글바글한 시장에서는
짜뚜짝과는 또 새로운 활기가 느껴졌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나의 저질 체력이 이제 더는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 논 얼마나 더 걸어야 되?’

‘강 야경이 보이는 곳으로 가는 중인데, 조금만 더 가면 될 거야.’
 
 

흐음. 나는 그를 믿었으나, 그 또한 이곳이 오랜만인지.
좀 더 헤맨 뒤에야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다리를 찾을 수 있었다.
 
 
 
불 켜진 사원과 칠 흙 같은 강가로 반짝거리는 불빛들은 그림 같았다.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와 더위마저 가시게 해주자 그를 따라 걷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강바람을 쐬며 논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와서 직접 만나게 되기 전까지 조금은 혼란스러운 감이 있었다.
내가 논을 친구로서 좋아하는 건지, 남자로서 좋아하는 건지.
아무래도 나는 논을 정말 의남매로서, 베스트프렌드로서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지만, 사랑까지는 아닌 뭐 그런 거. 아주 많이 좋아하기는 하는 것 같다.
함께 있으면 주위 사람들까지 기분 좋게 해주는 그런 사람이니까.
 
 
 
뭐, 단정 지을 수는 없으려나? 난 앞으로도 - 계속 태국에 오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보면 볼수록, 느끼면 느낄수록 내겐 너무 좋은 나라였다.
 

 

이제는 카오산으로 돌아가겠지 싶었는데 다시 택시를 타고 가다 내린 곳은 법무부(?)
암튼 뭐 그런 건물 앞이었다. 왜 여기 왔어? 라고 묻자, 그냥 여길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_-
뭐, 건물 앞을 깔끔하게 해놓기는 했다만, 아무래도 논은 걷고 싶었던 게 분명했다.
 
 
 
나 걷는 거 싫어~하고 징징대는 나를 ‘맛있는 거’로 꼬셔서 거기까지 걸어가자고 한걸 보면.
그리고 나는 또 단순하게 먹을거? 하면서 좋아라했다.
 
 

Tee 랑 상아는 그런 나랑 논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는지
둘은 우리 뒤에서 아무 말도 없이 따라와 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꽤 늦은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줄까지
서서 뭔가를 마시고 먹는 ‘카페’같은 곳이었다. 가게 이름은 무슨 밀크였던 것 같은데
이 바보 같은 머리는 또 까묵었나보다.
 
 
 
지금 떠오르는 건 개 전용 우유인 오운 밀크 밖에 안 떠오른다..
사실, 뭐 - 또 가고 싶으면 논한테 전화해서 그 때 그 빵이랑 우유 먹었던 곳 어디야 하면 되긴 하지만.
여행기에 이렇게 맛있었던 곳이 어디 있었더라! 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는데 ...
3월에 가게 되면 꼭 다시 방문해서 포스팅 해야겠다.
 

 

논은 굉장한 미식가인 나에게 이곳이 무척 맛있는 곳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우리가 자리가 없어서 밖에서 기다리는 와중에도 차를 잠깐 세워두고
끊임없이 포장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그래서 논이 말한 그 것의 맛이 무척 기대되었다.
 

 

가게 문 닫기 30분 정도 전이라는데 그제야 자리가 났다.
 
 
논이 테이블로 가져온 것은 음료 4개랑 토스트 두 개. 평범해보였는데 토스트 맛은 예사롭지 않았다.
 
 
촉촉한 감촉과 입안에서 녹아드는 달달한 맛은 한 마디로 나를 뿅 가게 했다.
상아도 태국 와서 먹어보는 것 중에 제일 맛있다고 했다.
 
 
그렇게 행복해하며 토스트 한 조각 집어 먹고, 우유라는 그 음료를 쪽-빨아보았다.
근데 이건 뭐.. 그냥 정말 딱 딸기우유 맛이었다. 내가 곧잘 사먹는 모 회사의 딸기 우유 맛이랑 똑같았다. 다른 건 요거엔 얼음이 섞여있다는 거.
 
 
 
미안해. 논 감탄하기에 이 우유 맛은 너무 평범해 싶었다.
하지만, 태국 편의점에서 사 먹어보았던 딸기 우유 맛과 비교하자면 이건 맛있긴 했다.
오랜만에 한국의 딸기 우유 맛을 느끼며 나는 그 토스트에, 그리고 그 북적이는 가게에 반해버렸다.
 

 

그렇게 잘 먹고 나서, 논은 우리를 뉴씨얌3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괜찮다고 우리끼리 택시타고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겁이 없는 나와 달리 논은 내가 조금만 늦게 놀러간다고 해도 오 ~ 노! 비 케어풀!! 할 정도로
더 걱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를 게스트하우스 앞에 떨궈주고 나서야
논과 Tee는 타고 온 택시를 그대로 타고 방파인으로 돌아갔다.


 

참... 길었던 하루.   하지만 즐거웠던 하루를 우리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To be continue.....
 
 
 
헉헉헉... 너무 긴가...-0-
이렇게 쓰다가는 30일치.. 책 한 권 될 듯 하네요..
 
마지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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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나랑 고만고만한 논과.. 쑤린에서 즐거웠던 한 때.
누군가 도촬해서 메일로 보내주었다.
 
 
 
 
 
17 Comments
forum777 2012.02.15 15:07  
너무 잼나게 잘읽고 있습니다 ㅎㅎ
Phasai 2012.02.15 15:49  
감사합니다 ㅎㅎ 잼나게 봐주셨다니 힘내서 또 짬짬이 쓰러가야겠어요^-^
주경야독 2012.02.15 15:34  
으흐흐~ 넘 재밌서요^^
전 3월 16일 출국인데 언능 가고싶내요
Phasai 2012.02.15 15:48  
주경야독님도 3월에 떠나시는군요~! ^^ 저는 주경야독님보다는 일주일정도 늦게 출국예정인지라.. 일주일이라도 빨리 떠나시는 주경야독님이 부럽네요 ㅎㅎ
주경야독 2012.02.15 18:00  
앗 그래요?
저는 와이프랑 같이 가는데 16일 출국해서 푸켓, 방콕찍고 28일 한국와요
26~28일까지는 시암시티호텔에 묶는데 기회되면 같이 식사라도 하면 좋겠내요^^
사심은 없어요 와이프랑 같이요 ㅋㅋ 저희가 살테니 맛집 소개를...^^;
이번거 글보고 시암오션월드 재밌을거 같아서 쿠폰 예약했어요 ㅎㅎㅎ
Phasai 2012.02.15 23:23  
오션월드 두분께도 재미있으셨음좋겠네요^^
저는도착하자마자, 거의바로 쑤린섬들어갈계획이라뵙지는못하겠네요 ㅠㅠ 정말...두분께도괜찮아야할텐데 글보고가신다는데재미없으면넘넘죄송해질것같아요 하하
쌍예 2012.02.15 18:03  
레알 아웃오브마인드! 미쳤군요 ㅋㅋ
Phasai 2012.02.15 23:24  
그쵸? ㅋㅋㅋ 그냥 그러려니 웃어넘기고있답니다 정말 웃기기도하고요ㅋㅋ
명랑만화님 2012.02.15 21:56  
정말 너~무 재밌게보고 있어요 ㅋㅋ 저도 저런 현지인 친구 만나고싶어요 ㅜㅜ
Phasai 2012.02.15 23:27  
명랑만화님도 한적한섬으로떠나보시는건...^^ 저도아마쑤린에안갔으면이런친구들못만났을것같아요 거긴섬이작은만큼 함께스노클링나가면조금씩친해지는분위기라좋았거든요 물론, 맘 맞는사람들이 그시기에섬에있어야한다는운도조금필요하겠지만요 하하^-^ 섬에안가시더라도 만나고싶다는 친해지고싶다는마음만갖고게시면언제어디서든 좋은친구만나실수있을거에요~~^^
조성우 2012.02.16 00:30  
논님과 정말 남매 같아요^^
앞으로가 기대됩니당~*
Phasai 2012.02.16 15:27  
감사합니다~ ^^ 논은 진짜.. 넘 편해서 친 오빠같아요 ㅎㅎ
필리핀 2012.02.16 13:00  
와우~ 마지막 사진... 신혼여행 같아요~ ㅋㅋㅋ
Phasai 2012.02.16 15:26  
하하하 그런가요? 우리....쫌(?) 잘어울리죠 ㅎㅎ
영맨영발 2012.02.21 11:34  
하하 님도 3월에 또가시는군요~ 저도 작년 7월에 처음가고 반해서 12월에 다녀오고 3월에 또갈예정이고, 6월 티켓 까지 끊어놨어요 ㅋㅋㅋ질릴때까지 태국만갈작정 ㅋㅋ 위 댓글보니까 저랑 비슷할때 (3월22일 출국인데)가시는것같네요 ^^
Phasai 2012.02.22 12:54  
아 네~^^ 저는 3월 24일 출국이랍니다
우와 영맨영발님도 푹 - 빠지셨군요!
우울쟁이 2012.02.25 17:00  
말도 안되. ㅠ왜 저 사진 안보이는것입니까아 미추어버리겠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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