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다신 없을 상전들과의 11박 13일
어쩌다보니 일 년에 한 번씩 어른들을 '뫼시고' 여행을 가게 되어 버린 나.
재작년에는 부모님, 작년에는 엄마 친구분들.
그러다 혼자라면 하는 적이 없는 여행 계획을 짜면서 재미를 느끼는 변태가 되어버린 나.
올 해는 어쩌다 판이 커져, 엄마와 작은이모와 겨울 방학을 맞은 사촌동생 둘까지...
아무리 가족끼리라고 해도 걱정이 많았다.
많으면 한 달에 한 번 보는 사이들, 심리적 거리가 멀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어 있는 한 그룹, 여행스타일과 입맛, 습관부터가 다 다른 사람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해 낸다'고 할 만한 일도 아닌데, 걱정은 기우인 것 같기도 하지만 뭐.
사실 가기 전까지 쉴 틈이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준비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고민이었지만, 여태껏 수집한 정보와 모르면 물어보는 나의 들이댐으로 이겨내리라.
하지만 이런 여행은 이번이 정말 끝이라는 생각을 했다. (제발)
또 원래는 엄마-큰이모-작은이모로 이어지는 자매연합과 그 딸들이 전부 가기로 했으나, 큰이모는 못 가게 되는 (마치...어디서 겪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상황이 생겨 결국 최종 멤버는 다섯 명으로 결정이 났다.
사실 큰이모의 딸이자 대학생인 사촌동생에게 의지하려고 했는데...
실패다...ㅋㅋㅋㅋㅋㅋ
멤버 소개를 하자면 대충 이렇다.
이름 / 인터내셔널 나이 / 포지션
엄마(55세/치앙마이에 한 맺힘)
이모(46세/막내-대학 시절 우리집에 같이 살았음)
나 (30세/여행 일정에 맞춰서 일이 끝나는 운 좋은 사람)
큰애 (14세/이모 큰 딸, 얼굴 보면 이모부 딸)
작은애 (11세/팩트폭력과 입짧음이 특기)
같은 집에 태어난 것과 지금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는 이 모임을 모두 즐겁게 하려고 고민의 고민을 더 해 대충의 가닥을 잡았다.
동생들에게는 첫 번째 해외여행이기 때문에 '재미있었다'는 후기를 들을 수 있기를,
이모에게는 신혼여행 이후 오랜만의 해방이자 아이들의 적응력과 영어 회화를 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마지막으로 엄마에게는 작년의 한풀이를 위해 치앙마이를 넣은 야간 기차여행의 매력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그런 여행.
(그냥 이것저것 다 때려넣었다고 보면 무방할 듯...태국 여행 액기스 중의 액기스)
그리하여 7월부터 매의 눈으로 아시아나 특가를 노렸으나!
일정 변경 등이 안 된다는 조건이 있어 결국은 한참을 고민하고 저가항공까지 알아본 후 타이항공으로 결론을 지었다.
일단, 예약 관련 세부 사항을 아래와 같다.
- 교통편 -
1. 항공권
국제선 : 인천 <> 방콕
9월에 타이항공 공식 사이트에서 구입, 55만원 (작은애는 12세 이하로 43만원)
같은 기간 에어아시아가 47만원이니 괜찮은 가격으로 생각됨
국내선 : 치앙마이 > 방콕
12월에 타이스마일에어 공식 사이트에서 구입, 1인당 75,000원 정도
일정에 대한 고민이 길어져서 뒤늦게 비싼 가격으로 샀지만 낮 12:20 비행기인데다
수하물 20키로와 간단한 기내식이 제공되어 점심 때우기 딱!
2. 기차 : 방콕 > 치앙마이
신형 9호 기차로 철도청 사이트에서 60일 전에 예매
당시 러시아에 있어서 시간을 착각하는 바람에 한국 시간 오후 4시, 태국 시간 오후 2시에 했는데 다행히 다섯 자리가 붙은 칸이 남아있었다!
기차 안이 생각보다 많이 춥지 않았고 깔끔해서 좋았다.
수학여행 가는 느낌이 나서 신났다 ㅋㅋㅋ
3. 공항 픽업 차량 (미니밴)
수완나품 공항 > 방콕 숙소 : 1300밧
수완나품 공항 <> 파타야 숙소 : 4200밧 (편도 2100밧씩)
싼투어에서 투어 여러가지 포함 한꺼번에 예약
새벽 도착에 짐까지 있고 큰 택시를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서 편하게 가자고 설득
특히 파타야 왕복은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 미니밴을 예약하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4. 택시, 뚝뚝, 배, 썽태우, 그랩카 등
현지에서 모두 해결
택시는 일반 승용차였는데 아저씨한테 물어보고 그냥 낑겨서 탔다. 뚝뚝도 마찬가지.
쌘쌥운하는 시내 뒷골목 구경, 아시아틱 셔틀은 야경 구경하기 좋았다.
치앙마이, 파타야에서 썽태우는 기본 요금으로 잘 타고 다녔다.
도이 수텝과 그 근처 관광지를 둘러볼 때는 그랩카를 불러서 운전기사와 가격 협의 후 이용, 파타야에서 편도 이동할 때는 앱에 찍히는 가격으로 이용했다.
- 숙소 -
1. 방콕 5박 : 풍 나콘 발코니
왕궁과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 더 걸으면 싸남루앙 쪽을 통해 카오산으로 갈 수 있다.
체크인을 거의 새벽 4시가 다 돼서 했는데도 직원들이 친절하게 맞아줬다.
방은 우리집은 트윈룸 1박 56,000원, 이모네집은 프리플룸 88,000원에 호텔스닷컴에서 예약했다.
조식은 기본을 다 갖춘 스타일로 초록초록하게 잘 꾸며진 정원에서 즐길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가 없어서 짐이 무겁다면 들고 올라가기 힘들 수 있다.
2. 치앙마이 4박 : 나마메마 부티크
왓 쩨디루앙의 오른편에 위치한 곳으로 타패 중심에 있다.
동생들이 좋아할 것 같아 제일 꼭대기 층에 위치한 복층 방을 하루에 11만원 정도씩 예약했다.
예상대로 아이들 취향에 딱이었고 2층에는 이모네가, 1층은 우리가 사용했다.
방에 화장실 겸 욕실이 하나뿐이어서 다섯 명이 전부 씻으려면 약간의 전쟁이 있었지만...
순번을 잘 정하면 되는 일ㅋㅋㅋ
2층은 와이파이가 잘 안 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주인 할아버지와 따님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너무 좋았다.
체크아웃할 때는 코끼리 모양 열쇠고리를 선물로 주셨다.
조식은 뷔페가 간단하게 있고 태국식 메인메뉴가 매일 다른 종류로 나온다.
ex) 팟타이, 카우똠
3. 파타야 2박 : 프리마 빌라 호텔
한국, 중국 패키지 팀이 많이 들어오는 숙소인지 조식에 김치가 있었다.
나끄아 센타라미라지 건너편이고 사잇길로 걸어가면 웡아맛 비치가 있다.
썽태우 노선을 잘못 타서인지 숙소 바로 앞에서 내린 적은 한 번도 없어서 그랩카를 이용했다.
커넥팅룸을 9만원 대에 예약, 방 하나는 더블침대+싱글침대였고 하나는 킹사이즈침대였고, 한쪽 코너에 쇼파가 있어서 테이블을 놓고 다같이 라면 먹기에 적합.
수영장이 2개인데 아이들은 입구 쪽 수영장을 이용하면 딱 맞다.
자체 레스토랑도 괜찮았다.
- 투어 -
1. 매끌렁 기차 시장 + 담넌 사두억 수상 시장
공항 픽업 차량과 방콕 투어 전체는 싼투어에서 예약했다.
한시간 반이 넘는 거리라 편하게 가려고 싼타페?처럼 생긴 큰 승용차를 이용,
1인당 1000밧씩이었다.
마지막에는 짜뚜짝에 내려서 하루종일 시장투어의 날로...ㅋㅋㅋ
2. 실롬 쿠킹스쿨
한참 방학이 시작하는 시즌인데다 날짜에 닥쳐서 예약을 해서 그런지
오전, 오후 반은 마감되어 저녁반으로 갔다.
지하철 역에서 찾아가는 데에는 좀 거리가 있었지만 골목 입구에서 안내해주는 직원들이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저녁반의 의외의 장점은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서 끼니 해결까지 할 수 있다는 점?
성인은 1000밧, 중딩과 초딩은 800밧씩이었다.
3. 시암 니라밋
개인적으로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정말 만족한 공연이어서 태국 역사와 관련된 내용을 조금이라도 알려줘야겠다 싶어 예약했다.
결론적으로 다들 만족했고 여러가지 특수효과에 놀랐다고 한다.
1인당 1000밧.
4. 나이트사파리
치앙마이 투어는 삼겹살 먹으러 간 김에 모두 미소네에서 예약했다.
낮에 도이수텝, 푸삥궁전, 몽족 마을을 다녀와 바로 합류해서 출발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동물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ㅋㅋㅋㅋㅋ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져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어른 1000밧, 키 140이하는 600밧이었는데 신발 벗고 키 재서 다행히 추가 금액은 간신히 면했다.
5. 치앙라이 투어
처음에는 아예 치앙라이에도 하루 묵으면서 관광하고 비행기로 방콕을 내려갈까 싶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서 투어로 계획 변경.
이동 거리가 길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지치는 것 말고는 재밌었다고 한다.
어른은 1450밧, 초딩은 800밧이었는데 현장에 가니 초딩 키가 크기도 하고 관광지마다 입장권 규정이 달랐는지 600밧을 가이드에게 추가 지불했다.
배를 타고 라오스 국경을 찍고 온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자세한 일정은 아래에 ↓
1일차
인천 > 방콕
픽업 차량 타고 숙소로
체크인 후 꿀잠
2일차
왕궁
뚝뚝 탑승
쿤댕국수
카오산 구경
- 헤나 / 마사지
피자컴퍼니
3일차
매끌렁+담넌 사두억 투어
짜뚜짝 시장
- 비바8 빠에야
- 여권케이스 만들기
림남 무까따
4일차
자이언트 스윙
민주기념탑
쌘쌥운하 배 탑승
싸얌에서 BTS 원데이패스 구입
이탈리안 레스토랑
싸얌센터 설빙
실롬 쿠킹스쿨
아시아틱 대관람차 탑승
5일차
MRT 탑승
크리스챤 병원 / 실롬 컴플렉스
룸피니 공원
쾅씨푸드 훼이쾅 점
빅씨 쇼핑
- 유심 구입
씨암 니라밋
편의점 음식으로 야식
6일차
훨람퐁 기차역
짐 보관
카오산에서 점심 / 시름시름 앓기
기차 탑승
7일차
치앙마이 기차역 도착
썽태우 탑승
숙소에 짐 맡겨놓기
근처에서 아침식사
왓 쩨디루앙
타패 문
씨파 국수
빨래 맡기기
님만 해민 네일샵
미소네 삼겹살
8일차
그랩카 대절
도이 수텝
뿌핑 궁전
몽족 마을
미소네 도착, 픽업
나이트사파리
9일차
그랩카 대절
보쌍 우산마을
싼캄팽 온천
왓 판 온 야시장
미소네에서 저녁식사
10일차
치앙라이 투어
편의점 음식으로 야식
11일차
치앙마이 > 방콕
픽업 차량 타고 파타야로
그랩카 탑승
센탄 페스티벌
- 피자컴퍼니
- 오락실
12일차
수영장 / 웡아맛 비치
망고스틴 타임
호텔 내 레스토랑 저녁식사
마사지 / 와이파이존
망고 타임
13일차
아침 수영
체크아웃 후 짐 맡기기
호텔 내 레스토랑 음료
센탄 마리나
- 빅씨
- 맥도날드
픽업 차량 타고 공항으로
방콕 > 인천
이와 같은...아주 빡센 일정을 소화했다 ㅋㅋㅋ
엄마가 마사지 받다 다쳐서 병원 간 것, 큰애가 체해서 기차역에서 무한정 기다린 것, 내가 체해서 누워만 있었던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이 좋았다.
마침 내가 같이할 수 없는 일정이 미리 그랩카 기사님과 일정을 정해놓고 움직이기로 한 날과 치앙라이 투어 날이라 마음 놓고 편하게 쉬었다 ㅋㅋㅋㅋㅋ
다행히 다들 체력적인 문제는 없었고 엄마, 이모가 각각 총무를 봐주고 (이모가 원하던 대로) 애들한테 간간이 영어를 시키니까 이전의 여행에서 내가 모든 걸 다 책임진 것보다는 훨씬 편했다.
그리고 일부러 동생들한테는 유심을 끼워주지 않았는데, 이유인 즉슨 와이파이가 되는 곳만 찾으면 아주 핸드폰을 붙잡고 내려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서야 한 말이지만 유심을 끼워줬다면 핸드폰만 보느라 여행이 안 됐겠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ㅋㅋㅋ
근데 이모도 유심 끼우고 나서는 카톡 보내느라 핸드폰 많이 본 게 함정...ㅋㅋㅋ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을 잘 얘기하지 않는 동생들 덕분에 ^.^
내가 지금 상전을 모시는 건지 싶어서 힘들었고
이모는 마사지도 한 번 밖에 못 받았다며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한파가 몰아치는 때에 땀 빼게 해줬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성공적인 여행이었다 싶다.
1인당 경비 총 150만원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