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7 (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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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7 (방콕)

아랑다리 5 4579

아 쓰다보니 오늘 양이 많네요. 욕심 부리지 말고 적당히 써야겠습니다. 기적적으로 올라간듯. 


내일 드디어 미얀마로 떠납니다. 댓글은 여기도 좋지만 아무래도 블로그가 확인이 편합니다. 


여튼 즐거운 하루 되세요~


http://lkfar.tistory.com/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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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다. 수요 공급의 법칙을 무시하지 말자. 여행 다니면서 항상 생각했던 부분인데 오늘 다시 한번 깨닫는다.

200바트, 이번 여행에서 가장 저렴하게 잡은 방이다. 마이네 리버사이드가 300바트였으니 그거에 비해도 훨씬 저렴하다. 어제 방에 들어올때만 해도 이런 노다지가 왜 안알려졌을까 생각했건만...


일단 창문을 열수가 없다. 방충망이 망가져서 테이프로 붙여놨기에 이걸 뜯고 밖의 창문을 열면 다시 봉합에 문제가 생긴다. 에어컨이 없는 팬방에서 창문을 못 연다는건, 찜질방에서 선풍기 하나 틀고 자는 거와 같다.

그나마 홈매트 덕분에 모기의 습격은 피했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꿀팁인데, 더운 지방 갈때 홈매트를 들고 가면 의외로 잘 이용된다. 동남아 모기라고 다를거라 생각하는데, 그냥 모기는 모기일뿐. 이거 틀어놓고 모기 물린적 한번도 없다.

이 방의 또 하나 문제는 수압. 아침에 상쾌하게 근심을 해소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물을 내리는데, 안내려간다. 막힌게 아니라 수압 때문에 안빠진다. 일하면서 막힌 병기는 수도 없이 뚫어봐서 안다. 이건 막힌게 절대 아니다. 아... 이대로 가긴 싫은데. 결국 4번인가를 시도 후 다행히 내 분신은 터널 저 넘어로 다행히 넘어갔다.


푹 잔게 언젠지 기억이 안난다. 도미토리 가면 사람들 신경 쓰여서 잘 못 자고, 싱글룸은 또 뭔가 변수가 생겨서 못 자고. 잠만 잘 자면 이제 다른건 다 적응됐는데. 근데 사실 서울에서도 잘 못 잔건 매한가지다.

오늘은 방콕으로 가는 날. 빌어먹을 에어아시아 때문에 미얀마로 넘어가기 전에 방콕에서 강제 1박을 하게 됐다. 카오산은 저번에 가서 다시 가기 싫고, 어디로 가지? 어제 저녁부터 아침까지 고민이다. 일단 태사랑 지도를 펴놓고 동선을 확인해본다.


지도에서 멋진 문구를 발견한다. 확실히 이 사람들, 여행을 아는 사람들이다. 진짜로 여행은 남이 가는 길을 가는게 아니다. 물리적으로 같은 길이라도 나만의 길과 나만의 추억, 나만의 스토리를 만드는거라 생각한다.

근데 그래서 어디를 가지? 좀 찾아보니 아무래도 왕궁과 사원이 유명하다. 소수의 몇명을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하여 만든 왕궁은 일말의 관심도 없고, 사원은 그래도 한번 가볼까 싶다. 태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원 하나 정도는 가봐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두개가 유명해보이는데 그냥 땡겨서 왓아룬을 가보기로 한다. 이유는 없고, 그냥 계단을 올라가서 위에서 뷰를 보고 싶고, 야경이 보이는 곳에 앉아서 책도 좀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도 비행기에서 그 사원의 역사에 대해서는 공부 좀 해야겠다.


그런 이유로 드디어, 운동화로 갈아신는다. 슬리퍼는 가방 안으로. 너는 미얀마 가면 나오거라. 그리고 짐을 싸기 시작한다. 싼다기 보다는 언제나 그렇듯이 쑤셔넣는다.

다 싸고 나가볼까 하는데 복대가 안보인다. 허... 갑자기 정신이 바짝 차려진다. 배낭여행자의 쿨한 패션이 아님에도 내 지갑과 내 여권은 소중하기에 항상 복대를 차고 다녔는데 안보인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거기 있는 여권이 문제다.

짐을 다시 다 쏟아붓는다. 없다. 언제지? 어디서 잃어버린거지? 과거 행적을 뒤집으며 화장실까지 싹 다 뒤진다. 분명히 어제 방에 올때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아닌가, 빠이에서 잃어버렸나? 빠이까지 왕복 6시간, 눈앞이 깜깜하다.

아 오버하지 말자. 차근차근 다시 찾아본다. 침대 밑을 보고 배게를 들춰보... 배게 밑에 고요히 잠들어 있다. 아침부터 운동 잘 했다.

이제 짐을 들고 길을 나선다. 또 다시 어깨에 7.5키로, 오늘도 공항 무사히 지나가보다. 지금 시간이 8시. 10시10분 비행기이니 아침을 먹고 출발하면 적당할듯 하다. 

어제 그 귀여운 늙은 개한테 인사를 하고 싶은데 안보인다. 아쉽다. 프론트에 있는 분께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선다.


운동화가 뭔가 낯설다. 이건 여행 패션이 아닌데... 어제 산 선글라스를 꺼내서 낀다. 이 200바트짜리 가짜 레이번 선글라스를 끼면 뭔가 스스로 멋있어졌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물론 착각이겠지.

조금 내려가다 테라스가 이뻐보이는 레스토랑이 보여서 들어간다. 여기서 밥도 먹고, 오늘 숙소갈 위치라도 대략 봐야겠다. 예약은 안했지만 그래도 방콕이 빠이처럼 작은 동네도 아니고 어느 구역으로 갈지는 찾아놔야 한다.


아.. 비싸다. 내가 올 곳이 아닌가? 그래도 와이파이도 잘 터지고 자리도 마음에 들어서 주문한다. 커피까지 해서 135바트, 어제 숙소가 200바트인걸 생각하면 사치다.

주문 받는 아이가 인상이 좋다. 그리고 많이 친절하다. 이제 떠나냐고 해서 오늘 방콕 갔다 내일 미얀마로 간다니 자기가 미얀마 사람이란다. 호, 이건 정보를 얻을 기회! 만약 한군대만 간다면 어딜 가겠냐고 물어보니 바간이나 인레호수란다. 다 아는 정보라서 식상하긴 하지만 사실 그거 말고 나올 대답이 있나 싶다.



오믈렛과 빵, 별거 아니지만 뭔가 먹음직스럽게 잘 나온다. 거기에 커피 한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아메리칸식 브레크퍼스트를 먹는다. 와이파이가 연결되서 서울에 있는 사람들과 카톡도 하고 숙소 검색도 하면서 먹다보니 이제 슬슬 출발할 시간이다.

아까 그 미얀마 청년한테 여기서 공항까지 얼마 줘야 적당하냐니까 100바트란다. 그럴리가. 훨씬 먼 공항에서 버스정거장까지가 100바트였는데. 50바트에 가야겠군 생각하며 길을 다시 나선다.


치앙마이의 메인거리는 어제와는 딴판이다. 조용한 거리가 어제와 같은 곳인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제 그 난리를 쳤는데도 길이 깨끗하다. 매주 하는 행사다보니 시스템이 잘되어 있나보다.

쌩타우 맞나? 그 빨간색 미니버스가 지나가길래 공항까지 얼마냐고 물어본다. 100바트란다. 허, 진짜 그런건가? 아닐거 같은데. 일단 보내고 다음에 오는 미니버스를 다시 잡고 물어본다. 또 100바트. 이건 아닌거 같은데. 약간 표정 관리하면서 말도 안된다. 50바트에 가자, 그러니 타란다. 그럼 그렇지. 여행 다니면서 과하게 디스카운트를 외치는 짓은 진상이라 생각하지만 현지인과 다르게 바가지를 쓰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관광객을 다 호구로 보는 거 자체가 잘못되었다. 이 부분은 한국도 마찬가지지.



뒷자리에 앉아서 공항으로 향한다. 이제 치앙마이는 떠나는구나. 이곳은 하루 밖에 있지 않았기에 그다지 감상이 없다. 어느 한곳을 하루 보내고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거는 거기 사는 사람들에게도 예의가 아닌듯 하다. 나에게는 조금 버거운 도시였지만 분명히 다른 경험으로 왔으면 다른 매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20분 정도 걸려서 공항에 도착한다. 50바트를 주고 공항에 들어선다. 공항을 자주 오다보니 그냥 내 집처럼 편안하다. 어쩌면 어제 잔 숙소보다도 심적으로는 더 편한지도 모르겠다.

공항으로 들어서서 셀프 체크인을 찾는다. 어차피 짐 부칠것도 아니니 이게 편하다. 가는 길에 짐 무게를 재는 저울이 보인다. 다시 한번 재볼까? 근데 사실 달라질게 없다. 그래도 기대를 하고 올려본다.



7키로! 오, 뭐지? 너 나 몰래 다이어트했니? 버린 것도 없고 뺀 것도 없는데. 로션 좀 바른게 문제가 될리는 없고 말이지. 생각해보니 운동화를 빼고 슬리퍼를 넣었다. 그 차이가 500그람인가보다. 아 진작 이럴걸. 오늘은 당당하게 들어갈 수 있겠다.



셀프체크인을 마치고 보딩하는 곳으로 들어가기 위해 체크인 수속대로 향한다. 쉰다 해도 그쪽으로 가서 쉬어야 마음이 편하다. 가방을 수속대에 넣고, 복대를 벗고, 핸드폰, 카메라를 넣는다. 근데 얘네는 공항 들어올때 체크하고 여기서 꼭 또 다시 체크한다.

금속탐지기를 잘 통과하고 기다리는데 내 가방이 나왔다가 다시 들어간다. 그리고 스탭들이 화면을 보면서 뭐라 그런다. 뭐지? 문제될게 있나? 스탭이 오더니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라고 한다.

뭐지? 올려놓니 열어서 짐을 빼란다. 아 이거 민망한데. 오전에 쑤셔놓았던 빨래 안한 속옷과 옷들이 주루룩 나온다. 내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이쁘게 짐을 쌌을텐데. 세면도구통을 꺼낸다. 아 이것도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 꺼내서 보더니 클렌져인가 얼굴 닦는 비누를 버려야 한단다. 아 그거? 버려버려. 어차피 한번도 안썼다. 왜 가져왔나 싶다.

그러더니 안에 또 검은 봉지를 꺼낸다. 아! 이건 문제다. 잠시 잊고 있었던 소주 3병! 이거 뜯지도 않은 건데 문제가 될런가? 생각해보니 원래 100미리 이상이면 문제인데, 올때 아무 문제가 안되서 그냥 생각 없이 있었다.

꺼내길래,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거 한국 소주에요, 뜯지도 않았어요, 라며 호소한다. 사실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아닌건 아닌거겠지. 급하게 보니 하나당 200미리다. 아 진로야 진로야. 이왕이면 100미리로 만들 것이지. 누굴 탓하리.

그렇게 나에게 3가지 추억을 가져왔어야 했던 소주 3병은 강렬한 하나의 기억을 남기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애들아 안녕. 이건 너희 잘못이 아닌 내 잘못이야. 앞으로는 100미리씩 나눠서 가지고 오든가 할께.

이럴줄 알았으면 싱가폴 애들하고 먹을걸 그랬다. 엊그제 삼겹살파티에도 훌륭했을텐데. 좋은 교훈을 얻는다. 아끼면 똥 된다. 

생각해보니 어차피 버림 받을 애들이었다. 상황상 짐을 부칠수도 없고 미얀마 갈때라도 걸렸을거다. 그냥 내가 꼼꼼하지 못했던거지. 그래도 다행히 내가 애정하는 로션은 뭐라 안해서 통과됐다. 근데 왜 걔는 되는거지? 걔도 100미리 넘을테고, 무엇보다 개봉을 한 애인데. 치약도 뭐라 안하고. 쳇.


들어와서 7번 게이트 앞에 자리 잡는다. 이번에는 게이트 표시가 잘 되어 있다. 한시간 정도 남아서 역시 키보드를 피고 자리를 잡는다. 이젠 워낙 익숙하다.

다리에 모기 자국이 수두룩하다. 어제 로비에서 글 올리느라 물린거, 오늘 점심 먹으면서 물린거, 그리고 그 이전에 수없이 물린 자국들이다. 그런데 몸도 적응했는지 희한하게 물린 후 몇시간 지나면 그다지 간지럽지 않다. 사람도 모기에 적응하나보다.

생각해보면 자연의 신비가 참으로 놀랍다. 모기가 사람의 피를 먹어서 생존하고, 그 모기는 그 위의 포식자에게, 또 그 포식자는 그 위의 포식자에게, 결국에는 최상위 포식자인 사람에게 돌아온다.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균형이 유지된다. 로보트의 이족 보행에 대한 균형을 만드는 것도 제어공학 입장에서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변화무쌍한 자연이 균형을 유지하며 무너지지 않는 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나는 종교인은 아니기에 그렇다고 신의 신비를 논하지는 않는다.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나도 한때는 종교인으로 살았었다. 어렸을때는 신부님 옆에 서 있는 복사 역할도 꾸준히 하면서 새벽미사때 졸다가 미사중에 넘어진 기억도 있고, 대학교 가서는 전례부를 하며 미사의 사회 담당을, 군제대 후에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에게 교리를 가르쳐주는 선생님 역할을 4년간 수행하기도 하였다. 보통 사람들이 그런데 왜 종교를 이제 안믿어요, 라고 물으면 "진화론을 믿기 시작해서요"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정확히 얘기하자면 인간중심의 가치관을 더이상 믿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과학을 공부하는 학도로서 진화론과 창조론의 공존이 가능하다 믿었다. 시간의 개념은 상대적이기에, 창세기에 나오는 '첫날 빛이 생겼다'의 첫날이 하루가 아닌 엄청나게 긴 시간을 뜻한다는 생각이다. 인간을 하루만에 만들었다는 것도 진화되는 과정을 통틀어서 하루라는 개념으로 잡는다면 굳이 창조론과 진화론 중에 하나를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었다.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인가? 문득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계가기 있었던건 아닌데 그냥 문득 생각이 들었다. 창조론, 진화론은 방법적인 얘기가 아니라 목적의 문제이구나. 인간을 중심으로 세상이 만들어진건지, 어쩌다 보니 인간이 자연에 적합하여 진화가 된것뿐 다른 동식물보다 전혀 특별한 것은 없는건지의 문제이다. 나는 후자를 믿는다. 물론 사람이 특별하다고 믿는다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마음 편하자고 가치관을 정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인간이 만물의 중심이며 모든 것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라, 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가. 그 이후 성당을 안나가기 시작했다.

인도 여행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두가지이다. 처음 델리에서 자이살메르까지 혼자 기차를 12시간인가 타고 가는 중, 현지인과 얘기를 섞은 적이 있다. 그쪽에서 먼저 술을 권해서 마시고 나도 지니고 있던 소주 3병 중 한병을 꺼내서 공유했었다. 얘기를 하다 자연스레 종교를 묻기에 나는 원래 천주교였지만 지금은 무교다, 라고 했더니 그 말을 그 사람들은 이해를 못했다. 종교를 바꾼다는 것은 국적을 바꾸는 정도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어서였다. 사람은 자기가 자라온 환경을 벗어나기 힘들다. 우리라고 뭐가 다를까.

두번째는 음식을 먹은 후 쓰레기를 버릴때였다. 먹은 용기를 버릴려고 쓰레기통을 찾는데 아무리 봐도 안보인다. 그때 아까 그 청년이 웃으면서 내 쓰레기를 받더니 기차 밖으로 그냥 던져버렸다. 당시에는 이건 뭔가 싶었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생각이 조금 바꼈다. 이건 사실 나만의 생각이긴 해서 틀릴 수도 있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인도 사람들은 교리상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 보기에 굳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행동할 필요를 못 느끼는게 아닌가 싶다. 물론 이런 행동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내 기준에서 벗어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건 이런, 우리가 우리의 익숙한 comfort zone에서는 절대 느끼지 못할 것을 다른 곳에서는 느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자기의 고정관념이 적용되지 않는 걱을 보면서 생각의 테두리를 부셔보기. 모두가 자기는 어느정도 생각이 있으며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일까. 물론 어느정도 선에서는 만족하면서 지내는 것도 행복의 필수조건이라 믿는다. 단지, 알고 만족하는 거와 모르고 만족하는 거에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무지로 인한 행복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가벼운 행복이다.



뭐 이건 모두 내 생각이고 가치관이기에 누군가에게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다. 종교 또한 논리의 영역을 벗어나는 부분이기에 신념을 가지고 따르는 자는 모두 존중하고, 가끔은 존경한다. 그나저나 확실히 비행기만 타면 말이 많아지는건 확실하군.

그러고 보니 이번 비행기에서도 창가자리에 앉게 되었다. 창가 자리와의 인연이 놀랍다. 생각해보면 한줄에 6자리, 그중에서 창가자리가 2개니 확률은 1/3이다. 근데 사실 그중에서도 난 항상 오른쪽 창가자리에 앉았지만 그건 무시하기로 하자. 지금까지 총 비행기를 3번 탔으니 확률로만 따지면 1/27, 즉 3.7%, 분명 쉽지 않은 확률이긴 하다. 이거는 좀 지켜볼까나?


내 앞자리에 서양 남성분이 앉아있고 그 대각선 건너편에 이탈리아 여성분이 있다. 둘이 얘기를 나누는데 이건 누가봐도 여성이 작업을 거는 모습이다. 현실에도 이런게 있단 말인가. 남자분 잘 생기지도 않았는데. 근데 들어보니 여자분은 돈므앙에서 바로 다른곳으로 떠난다. 이어지지는 못하겠구먼. 아쉬워서 어쩌나. 



뭐 이륙하자마자 착륙이다. 사람들이 줄서서 나가길래 다 나가길 기다렸다가 천천히 터벅터벅 걸어나온다. 오전 11시반. 남고 남은게 시간이다. 어차피 이시간에 돌아다니면 더워서 죽는다. 

태사랑 지도에서 보니 여기서 BTS 정거장까지 셔틀이 있다고 하던데 잘 안보인다. 그럴때는 해매지 말고 바로 인포메이션으로 간다.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사왓디깝"을 외친다. 포인트는 다소 민망하더라도 끝까지 손을 내리지 말것. 몇일 경험상 이것만 해도 사람들이 굉장히 호의적이 된다.

물어보니 6번 출구에서 A1 셔틀을 타라고 한다. 38바트. 두손을 다시 모으고 천천히 "깝꾼깝"을 외치는 것도 잊지 앉는다. 인포 아가씨 매우 좋아한다. 


출구로 가서 셔틀에 올라탄다. 역시 인사 한방에 무너지는 여성운전자분, 아 나의 매력이란... 에어컨도 나오고 현대적이진 않지만 깔끔하다. 30바트를 준비하고 있으니 출발 후 수거하신다. 



생각보다 금방 도착한다. BTS역이라고 얘기해줘서 내린다. 내려서 보니 지하철역이 바로 있지만 원래 가려던 모칫역이 아니다. 쳇 함정이구먼. 지나쳐서 더 가니 위로 올라가는 역이 나온다. 모칫역이가고 써있다. 



안에서 표를 파는 분이 있는데 'Change'라고 써있다. 잔돈 바꿔주는건가? 근데 또 42바트라고도 써있다. 뭐지?


줄이 길기에 일단 옆에 자판기로 가본다. 역 노선이 있고 물끄러미 보다보니 내가 가는 라타체윗역까지 37바트인듯 하다. 이정도는 이제 자판기를 활용해야지. 잔돈을 긁어모아서 넣을려고 보니 동전만 받는다. 

에잉? 그래서 체인지라고 한건가? 근데 잔돈 바꿔주는 기계는 없고 사람이던데. 그냥 저기서 사면 되는건가? 알쏭달쏭한 시스템이구먼. 일단 줄을 선다. 

내 차례가 되어서 당당하게 라타체윗 37바트를 외친다. 맞긴 한데 여기는 기본 42바트만 판매하고 나머지는 자판기를 이용해야 한단다. 그 잔돈을 이 사람이 바꿔주는거고. 황당할 정도로 어이없는 시스템이다. 뭔가 이유가 있을까? 잔돈바꾸는 기계를 하나 두던가 그냥 이 사람이 다 하게 하던가. 누구 머리에서 나온간지.



어쨌든 자판기로 가서 이번에는 표를 제대로 산다. 넣고 들어가는건 뭐 똑같다. 단지 저번 표는 칩 같았다면 이번거는 카드형태다. 



차가 와서 탄다. 비싸서 그런지 에오컨이 빵빵하다. 전광판에서 삼성 노트4 광고를 한다. 뭔가 반갑다. 이거 근데 생각해보니 2명 이상이면 택시가 낫겠다. 셔틀 포함해서 67바트, 리 저렴하지는 않다. 

5 Comments
jindalrea 2015.04.28 14:26  
시간 날 때.. 1편부터 봐야 겠어요.. ^^
그래도.. 잘 읽었다는 흔적 남기고 갑니당..
난잘될거야 2015.04.29 15:52  
글을 재미있게 쓰셨네요!ㅋㅋㅋ 물어보고 혼자생각하고 답하고 ㅋㅋㅋㅋㅋ 혼자한 여행길이 상상이 되는 글이네요~ㅋㅋㅋ
매력떵 2015.05.11 00:09  
이분도 대단하십니다~
저도 언젠가 나홀로 여행을 계획해봐야겠어요~
마이쮸웅 2015.05.12 12:23  
우와~ 글 진짜 잘 쓰시네용~ 사진도 잘 찍으셔서 확확 와 닿네용.
혼자서 긴 여정을 잘 소화해 내시다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ㅎ
너만좋아해 2015.08.28 16:18  
윗분과 같은 댓글이네요~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이렇게 길게 쓰려면 필력이 좋은 분이심이 틀림없어요 ㅎㅎ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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