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4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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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4 (빠이)

아랑다리 9 4114
http://lkfar.tistory.com/59 

론리에서 이곳을 카오산로드와 비교하더니 비슷한 구석이 확실히 있다. 어제 저녁에 서양히피들이 저녁 12시가 넘어가도록 놀아서 시끄러워 죽는줄 알았다. 숙소가 가까운게 좋은 줄 알았더니 이런 단점이 있다.

어쩔 수 없이 이어폰을 끼고 누웠다. 침대가 푹 꺼진다. 아 여기 처음에 기분 업되서 들어왔는데 영 아닌거 같다. 이불도 감촉이 너무 찝찝해서 패딩을 꺼내서 입고 눕는다. 내가 이럴 정도면 진짜 심한건데... 오늘 잘 수 있을까? 몸은 피곤한데 워낙 민감해놔서 걱정이다.

하고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났다. 역시 피곤에 장사 없는 법인가보다. 사실 좀 늦게 한 새벽 2시쯤 잔거 같은데 7시에 일어났다. 그런데도 푹 자서 그런지 몸이 상쾌하다.

어제 저녁에 Lai와 Lan, 두 싱가폴 총각들과 메일로 잠깐 얘기를 나눴었다. 오늘 아침 7시반에 투어 간다고 같이 가자길래, 일단 나는 아침에 숙소부터 알아봐야 해서 안된다고 했다. 대신에 시간 나면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했는데 wifi 끊기면 연락이 안되서 어찌 될지는 두고 봐야겠다. 안되면 왠지 미얀마에서도 우연히 한번쯤 만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참고로 노여사는 인도, 네팔, 태국을 3달 여행하면서 어떤 한 남자를 약속도 없이 4번인가 만났다. 그것도 나라를 바꿔가며. 그놈이 나보다 더 인연이었을려나... 사실 여행지에서 여행자들이 가는 곳이 어느정도 제한되어 있어서 이런 영화 같은 이야기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래도 생각나니 기분이 좋진 않군. 쳇.

해우소에서 근심을 털고 아침을 시작할까 했는데 욕심이었나보다. 나중에 아침 먹고 다시 와야겠다. 일단 오전에 분위기도 좀 보고, 아침도 먹고, 커피도 한잔 하러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그러고보니 안씻었군. 이미 나왔으니 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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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나왔나? 가게들이 다 문을 닫았다. 약간 홍대 오전을 보는 느낌이다. 저녁에 다 한바탕 달리쉬고 오전에는 쉬나 보다. 돌아다니면서 방 있나를 보는데 좀 괜찮다 싶으면 한결 같이 Full이 붙어 있는 것이 이곳의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게다가 어제 경험으로 이 거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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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깔끔해 보이는 게하가 보여서 들어가서 방 가격을 물어본다. 2500바트라고 한다.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물어보니 맞다. 노여사랑 가끔 샤넬 매장에 흥미 삼아 관광 삼아 갔을때의 표정을 짓는다. 나는 충분히 살 수 있지만 뭔가 이곳 분위기가 아방가르드한 내 스타일과 맞지 않군. 종업원의 표정을 무시하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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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현지인들한테도 인기 많다더니 무시할 수 없는 곳이구나. 어제 자기 전에 태사랑에서 어떤 사람이 자기 지금 있는 숙소를 올린 기억이 난다. 350바트라고 했던가? 그쪽이나 한번 가볼까 싶어서 걸음을 언덕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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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들은 다 문을 닫았는데 길거리에 가두식 식당 하나가 열려 있다. 마침 배고픈데 잘됐다. 아메리칸 스타일로 먹으려던 생각을 접고 앉는다. 흠 여긴 중국 사람이 꽤 있다. 근데 뭐 사실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주문한 닭죽이 나와서 먹는데 중국여자 둘이 와서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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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으로 "hello"라고 인사를 하는데 씹는다. 흠, 그렇군. 중국인들은 뭔가 좀 배타적인 분위기가 난다. 그래도 인도에서 같이 다녔던 중국 여자애는 안이랬는데. 하긴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 외국에서 한국 사람을 통틀어서 싸잡아 얘기하면 사실 말이 안된다 생각하면서 우리네도 항상 그러는거 같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 이미지는 뭐지? 정이 많지만 억지 부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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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들이 가고 어느나라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중국 사람은 아닌 남녀 한쌍이 자리를 잡고 앉는다. 또 습관적으로 "hello"하며 인사를 한다. 앗, 저 남자의 눈빛은... 여행 와서 타지인과의 대화를 원하는 그 눈빛. 느낌이 좋아서 얘기를 계속 한다.

물어보니 베트남에서 왔단다. 나는 어디서 왔냐고 묻기에, 믿기지 않겠지만 한국이야, 라고 대답해준다. 그런데 그 순간 여자애 눈빛이 초롱초롱해진다. 남자애가 얘가 한국 드라마 매니아라고 부연 설명을 해준다.

오, 드디어 이번 여행에서 한류를 몸서 체험하는 순간이다. 제일 좋아하는 배우가 증던겅 이라길래 누군지 한참 묻다가 장동건인걸 깨닫는다. 잘생기고 봐야 하는건 하늘, 땅, 바다, 강 넘어 만국공통이다. 아 드러워서... 그래도 뭐 나정도면...?

나는 아이유팬이라고 당당하게 얘기해준다. 잘 모른다. 지은아... 너도 한류 좀 타고 뻗어나가자. 친절히 설명해준다. 삼촌의 이 마음을 우리 이유가 알아줄런지...

이 두 사람 굉장히 친절하다. 내가 어제 왔다니까 이곳 괜찮은 곳을 막 설명해준다. 스쿠터는 꼭 빌리고, 폭포 어디하고 선셋뷰 좋은 곳도 알려준다. 커피 마시기 좋은 카페랑 등등을 지도에 적어준다. 그리고 그 지도를 나에게 건네준다.

[이경훈님이 지도 아이템 1개를 습득하였습니다. 탐험 +1, 경험치 +300]

그냥 한번 해보고 싶었다....

고마워서 나도 한국인들만 아는 고급 비밀 정보를 건네준다. 다른 드라마 보지 말고 '연애시대'와 '네 멋대로 해라'를 보거라. 진짜 고급 정보인양 막 검색해보더니 열심히 받아적는다. 근데 한국 드라마 붐의 이유는 뭐지? 재미 없는건 물론 아닌데 그 정도의 퀄리티인가? 하긴 나도 미드 보다가 한드 보면 또 엄청 잼있을때가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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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탐험 원정이 아직 안 끝났기에 이만 이별 인사를 한다. 기념 사진을 찍자고 해서 찍어준다. 나와도 기념 사진을 찍다니... 진짜 한류팬인가보다. 둘이 아직은 커플이 아니라길래, 언젠가는 될거야 라며 축복을 해준다. 여자애 표정은 썩소고 남자애는 환해진다. 어떤 관계인지 대충 그림이 나오는군.

인사를 하고 어제 봤던 '빠이린'을 찾아서 천천히 걸어가본다. 이곳에는 왠 개가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걸어가다 보니 똥개들 사이에서 우아한 자태를 드러내는 군계일견 한마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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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외모지상주의... 다른 개들은 무시하다가 얘한테는 다가가서 만져주고 인사도 나눈다. 좀 도도한 개다. 꼬리도 안흔들고 무시하길래 그냥 일어난다. 역시 개보다는 고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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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개, 내가 일어나니까 갑자기 따라 일어나더니 내 앞을 걸어간다. 마치 나를 인도하는 듯 하다. 인도에서도 이런 경험이 있는데... 일단 따라가 본다. 가다가 내가 오는지 확인도 하면서 간다. 그러면서도 여기 저기 영역표시는 참 부지런하게도 한다. 많이 심심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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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걷다 보니 앞에 다른 똥개 집단이 나타난다. 그때서야 군계일견이 멈춘다. 영역이 여기까지인가보다. 거 그냥 오줌 한번 찍 싸면 자기 영역이 되는건 아닌가보다. 돌아서는 도도한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나는 내 가던 길을 마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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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린'은 메인 거리와 약간 떨어져 있다. 딱 좋다.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이면서 조용한 것이 숙소로는 제격인듯 하다. 물어보니 하루에 350바트, 이틀하면 할인 안되냐고 물어보니 어머니 질색하시면서 안된단다. 뭐 여러가지 괜찮아보이기에 일단 하루만 계약을 한다. 혹시 샴푸 있냐고 물으니 샴푸는 없지만 비누는 있단다. 다행이다. 어제 숙소에 비누가 없어서 고생했다. 노여사가 쓰라고 준 바디로션은 진짜 바디로션이었다. 난 당연히 바디샴푸인줄 알고 아무리 거품을 내도 거품이 안나더라. 아니 나보고 바디로션으로 뭘 어쩌라고 준건지. 설마 바르고 다닐거라 생각한건 아니겠지. 결국 어제는 샴푸로 샤워까지 했다. 샴푸 피부에 안좋다던데...

내려오면서 커피 한잔 마실 곳을 찾는다. 오늘은 오전에 좀 쉬다가 짐을 싸들고 점심을 먹으러 간 후, 스쿠터를 빌려서 숙소로 체크인, 그리고 좀 놀러 다녀야겠다. 스쿠터 타는거 자체는 그다지 걱정이 안되는데 딱 하나 걱정인게 태국은 좌측통행이라는 점이다. 운전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게 은근히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오늘은 천천히 최대한 안전하게 좀 돌아봐야겠다. 혹시 냇가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 아예 수영복을 입고 다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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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근처에 커피집을 찾아 들어간다. 아직도 문을 연 곳이 그리 많지 않다. 그것도 그런게 이거 다 했는데도 이제 9시다. 늙어서 잠이 없어진건지 여행 다녀서 그런건지, 뭐 둘다일수도 있겠다. 아까 베트남 여자애 페북 친구 요청이 왔길래 수락한다. 조금 있다 사진이 올라왔다고 해서 확인해보니 아까 찍은 기념사진이다. 아니 굳이 내 태그까지 붙여서 올릴건 없잖아. 내 초상권은 어디에... 강제 인증이 되어버렸다. 복수다, 나도 강제 인증해주지 뭐. 커피 한잔 마시며 오전 얘기를 글로 마무리하는데 그분이 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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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슬슬 근심을 털어낼때가 됐군. 정리하고 일어나서 숙소로 향한다. 오늘도 깔끔하게 근심을 털고는 시간이 좀 일러서 침대에 좀 누워있다가 살짝 잠이 든다. 깨어나니 11시. 이제는 나갈 시간이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나선다. 짐이 그다지 없으니 짐싸는건 순식간이다. 그냥 가방에 쑤셔넣으면 된다. 하나 문제는, 빨래할 속옷과 새 속옷이 섞여버려서 어떤게 어떤건지... 그냥 입지 뭐. 새삼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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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데 마이랑 눈이 마주친다. 어색하게 인사를 한다. 마이, 미안한데 여기는 정말 아닌거 같아. 이 시설에 300바트는 솔직히 너무 비싸... 게다가 전원 꼽는 곳에 플러그를 꼽을때마다 불꽃이 튀는게 너무 불안하다. 전자과로서 합선의 위험성이 다분한 곳은 안되겠다.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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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서 고민 하다 스쿠터를 빌려주는 AYA로 향한다. 사실 정식 면허가 없는지라 굉장히 찝찝한 상황이지만 이틀 동안 이곳을 볼려면 어쩔 수 없다고 자기 합리화를 한다. 대부분 그리하지만 그래도 사실 이건 옳지 않은 일이다. 그냥 다음번에 오게 될때면 정식 면허증을 따고 와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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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를 작성하고 제일 싼놈으로, 파손보험만 포함하여 하루에 140바트, 이틀에 280바트에 빌린다. 헬멧은 반드시 필요할듯 해서 100바트 디파짓을 맡기고 고르러 안쪽에 있는 헬맷 백화점(?)으로 들어간다.

서양 오라버니들은 대충 아무거나 써도 어울리는데, 난 무엇을 쓰더라도 찐따 같아 보인다. 그렇다고 안쓸수도 없고...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그래도 게중에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놈으로 고른다. 쓰고 거울을 보니 왠 오징어 한마리가... 그래도 하나 좋은 점은 'ㄴ' 머리를 가려준다는거. 그래봤자 찐따A에서 찐따B로 수평 이동하는 것 뿐이겠지만.

스쿠터를 타고 일단 아까 예약한 빠이린 숙소로 간다. 길은 익숙하고 한번 가봤던 곳이라 큰 어려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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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린에 들어가니 아까 봤던 마음씨 좋아보이는 사장님이 반겨준다. 그런데 앞에 돼지만한 고양이가 한마리 누워있다. 빠이에서 처음 본 고양이다. 이곳은 길개들은 많은데 길고양이는 없다. 오랜만에 본 고양이에 순간 반가워서 사장님한테 나도 고양이를 키운다는 묻지도 않은 말을 하며 쓰담쓰담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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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를 받고 짐을 놔두러 내 방으로 가는 길에 고양이 뭉텅이를 발견한다. 아 이 귀여운 놈들. 물어보니 사장님 동생이 키운단다. 아가 같아서 만져줄려고 보니 임신해 있다. 얘가 얘네 전부의 엄마인가보다. 물론 아빠는 다 다른듯 싶다. 제일 동안인 애가 엄마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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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놈이 완전 우리 둘째 고양이랑 똑같다. 아까 그 돼냥이는 경험이 없어서 서툴렀지만 이쪽은 내 전공 분야다. 공략 포인트를 슬쩍 슬쩍 만져주니 바로 '그르르' 거리면서 좋아라 한다. 배 발라당 해서 턱밑도 만져주고 좀 놀아준다. 고양이 장난감 하나 기똥찬거 있는데 내일 한번 만들어볼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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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숙소로 가봐야지. 아 여기 좋다. 테라스에 있는 의자도 환상적이고 바로 뒤에 숲이라서 분위기, 경치, 공기 다 좋다. 침대는 왜 두개지?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이틀 있을 생각이니 하루에 한 침대씩 자면 청소는 안해도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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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이 다 열려 있어서 좋긴 한데 벌레 걱정이 든다. 이대로 두고 나가면 저녁에 벌레 사파리 한복판에서 잘듯 해서 문을 다 닫고 나온다. 좀 아쉽다. 열어놓았을때는 경치가 죽였는데 닫으니 평범한 숙소가 되어버렸다.

스쿠터를 몰고 좀 익숙해질겸 한참을 동네를 돌고 돈다. 여기가 어디지? 길을 잃어버린듯 한데 조금 돌다 보면 또 익숙한 장소가 나타난다. 걸어다닐때는 금방 지리가 익혀졌는데 타고 다니니 감이 달라서 쉽지 않다.

돌아다니다가 기름 넣는 곳이 보여서 주차한다. 기름을 50바트에 파는데 그냥 병을 준다. 어쩌라는거지? 어버버하고 있으니 의자를 들고 넣어준다. 하긴 저정도 넣는데 차 주유소 같이 되어 있을 필요는 없겠지.

슬슬 배가 고파진다. 일단 밥을 먹을려고 적당한 곳을 찾고자 계속 해맨다. 대부분 캡틴아메리카 같이 생긴 서양오라버니들이 진을 치고 있다. 중국인들이 판친다더니 어찌 된거지? 사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오히려 서양 히피들이 난 더 싫다. 저녁에 너무 시끄럽게 논다. 놀러왔으니 노는건 좋은데 피해는 안주면서 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이쪽 문화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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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커리를 시켜서 밥과 함께 먹는다. 아무 생각없이 두부 야채 들어간 것이 싸서 시켰는데 이거 의외로 맛있다. 뭐 나한테 맛 없는게 뭐겠냐만은, 약간 된장찌개 느낌도 나고, 무엇보다 두부의 식감이 우리나라 것보다 약간 단단한게 아주 맛나다. 인도 빠니르였나? 그거와 좀 비슷한 느낌이다. 배고팠는지 또 밥과 함께 폭풍 흡입한다.

밥 먹고 좀 쉬고 있는데 'Lai' 한테 메일이 온다. 내가 아까 시간 되면 같이 점심 먹자는걸 지금 봤단다. 숙소도 옮겼고 밥도 먹었다고 미안하다며 저녁 일몰이나 같이 보자고 한다. 그럴까? 첫 일몰이긴 한데, 어차피 일몰은 여러명이 가도 다 개인적으로 보게 되어서 상관 없을거 같기도 하다. 6시쯤 아까 베트남 친구들이 알려준 Pai Canyon에 있을거니까 날 보고 싶으면 그쪽으로 오라고 한다. 근데 의도하지 않았는데 남자들만 이어지는 이유가 있을려나. 그렇다고 아쉽다는건 아니고.

밥을 먹었으니 빠이 읍내를 좀 벗어나서 주변을 찬찬히 돌아봐야겠다. 헬맷을 쓰고 무조건 안전운전을 한다. 여행 다닐때는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다. 다치면 어떤 좋은 경험도 순식간에 안좋은 기억이 되어버린다.

일단 수건과 우비를 깜박하고 안챙겨서 숙소로 돌아간다. 누워서 잠깐 쉰다. 이대로 좀 잘까? 약간 귀찮아져서 밍그적 거리다, 그래도 일어난다. 가는 길에 카페 유명한 집 있다고 들은거 같은데 들려서 아메리나 한잔 때려야겠다.

폭포가 있다길래 일단 바지를 수영복으로 갈아입는다. 사실 수영복인지 바지인지 아무도 모른다. 나 보는 사람도 없으니 어차피 상관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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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길에 엄마냥이를 좀 만져주고 스쿠터에 오른다. 이제 좀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조심 또 조심. 지도를 꺼내서 길 좀 보고 길을 나선다.

이 길이 맞나? 일단 대충 가본다. 중간에 경찰들이 핼멧 안하고 있는 청년들을 단속한다. 거의 다 안하고 있던데 뭔가 불시검문의 느낌이다. 나야 당연히 간지핼멧을 쓰고 있으니 무사패스.

큰길을 따라 쭉 달린다. 날씨가 좀 흐린게 비가 올려나 싶다. 우기에는 반드시 꼭 하루에 비가 한번씩은 오는건가? 나중에 섬에 가면 어쩌지 싶다. 근데 진짜 이 길이 맞나. 일단 뭐 가봐야겠다.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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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스쿠터가 잔뜩 서 있고 외국인이 서 있는 곳이 보인다. 뭐지? 일단 나도 주차를 하고 합류해본다. 아 여기가 지도에 있던 스트로베리 뭐시기인가 보다. 근데 어쩌라는거지? 아무것도 볼게 없다. 아마도 비수기라 그런듯 싶다. 여기 그럼 왜 모여있는거지? 사진 찍고 놀고 있는데 사진 찍을 것도 사실 없다. 희한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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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발하자마자 바로 카페가 나타난다. 아 여기가 원래 오려던 그 카페인가 보다. 일단 길은 잘 들었나보다. 카페인 섭취도 할겸 주차하고 들어와서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35바트, 한국이라면 이런데 있으면 가격 차이가 꽤 날텐데 읍내와 차이가 없다. 이건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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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중국인이 꽤나 보인다. 엽서도 전시되어 있다. 아차, 원래 노여사한테 가는 곳에서 하나씩 엽서를 쓰기로 했는데 잠시 잊고 있었다. 방콕이야 다시 돌아가니까. 엽서가 20바트라 하나 사면서 이거 우표값은 따로 안줘도 되냐고 물어본다. 부치면 14일 후면 중국으로 배달해준단다. 중국으로 가면 안되는데... 현지인 취급에서 이제는 중국인인건가. 나라는 놈, 도데체 몇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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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치가 아주 좋은건 아닌데, 음악도 좋고 커피도 마시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앉아서 엽서를 쓰고 노여사한테 회사 주소를 물어본다. 저번에 보낼려고 했더니 회사로는 절대 못 보내게 하던데... 너도 사회적 이슈인 오피스 와이프 뭐 이런건 아니겠지. 가끔 이런거 보내서 이 여자 내 여자니까 건드리지마! 라는 무언의 경고를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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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이 안온다. 이러기 있기 없기. 집으로 보낼까 하다 엽서를 그냥 들고 길을 나선다. 돌아오는 길에 들려서 넣고 가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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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자동차 운전도 그다지 안좋아하고 스릴을 즐기는 편이 아닌데 아무도 없는 시골길을 달리는건 나름 묘한 매력이 있다. 원래 목표로 했던 폭포로 계속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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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들어간다. 다 좋은데 안경을 하나 사야하나 싶은게 계속 먼지가 눈에 들어간다.  한 삼십분에서 한시간을 가니 드디어 폭포에 도착한다. 

드디어 수영 한번 해보는건가? 들뜬 마음으로 계곡으로 가본다. 어라? 똥물이네? 왠만하면 걍 들어갈텐데 이건 좀 심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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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아이들 몇명이 빤스만 입고 수영하고 있다. 인도에서 그 더럽다는 겐지스강도 수영해서 건넌 나이지만 굳이 여기를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안생긴다. 이거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좀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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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훈남훈녀 커플이 위에서 내려온다. 사실 남자 생긴건 잘못 봤는데 여자분은 방콕의 그분처럼 또 어마어마하다. 현지애들 난리났다. 같이 놀던 현지 여자애들은 남자들 또 저런다며 비웃는다. 남자들은 도데체 왜 이리 가슴을 좋아하는걸까? 그깟 지방 덩어리. 뭐 나도 다르진 않겠지만. 

스쿠터를 타고 다시 내려온다. 이제 희망은 선셋 포인트로 잡은 캐널뿐. 시간이 좀 이르지만 나서본다. 

내려오다 아까 올때 무심코 지나쳐온 호수? 저수지?가 눈에 들어온다. 소들이 워낭소리를 내면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데 그 소리가 워낙 좋아서 잠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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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러 가니 다른 외국인도 몇명 찍는다. 소들, 다 먹은건지 귀찮은건지 이곳을 떠난다. 이게 아닌데. 방해하고 싶었던게 아닌데 무지 미안하다. 좀 떨어진 계단에 앉아서 잠시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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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저쪽에 있던 개 하나가 전투적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야 오지마, 줄거 없어. 그래도 와서 얼굴을 비비며 들이대길래 좀 만져준다. 근데 진짜 줄거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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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냥 가기 무안한지 내 뒤에 엎드려눕는다. 그냥 심심했던 거일까나? 여기는 관광지도 아니고 해서 사람도 없으니 뭔가 놀고 싶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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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놀아줄까 싶어서 막대기를 던진다. 너 뭐하니 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이거 아니구나. 미안해. 그냥 가만히 있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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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정해진 관광지보다 이렇게 아무데서나 아지트를 잡는게 뭔가 더 내 장소같고 좋다. 근데 다 좋은데 여기도 이 똥물은 어찌 못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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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선선하고 좋다. 근데 이 수영복이 겁나 민망하다. 그냥 원래 입던 바지 입고 올걸. 본격적으로 속옷도 벗고 입고 온건데. 후..

비는 안오려나보다. 슬슬 캐년쪽으로 가볼까 싶어서 일어난다. 헐 근데 여기도 와이파이가 잡힌다. 빠이는 정말 와이파이 안되는 곳 찾기가 더 힘들구먼. 단절을 위해 올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떠나가는데 이놈의 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사실 이렇게 이곳에서 맨날 새로운 사람과 만남을 가지고 이별을 가질려면 마음이 공허할거다. 그럼에도 매번 사람을 보면 반갑게 달려드니 개는 참 인간의 친구이긴 하다. 나도 고양이 두마리를 키우지만 아예 안데려온다면 모를까 한번 데리고 오면 어떤 핑계를 댄다 하더라도 버리는건 가족도 버리고 자기 자신도 버리는거다.
9 Comments
쵸파짱 2015.04.25 07:22  
와......빠이를 정말 가고 싶었는데 ..치앙마이만 머물다와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여행기를 보는데  저도 빠이에 있는 기분이네요.......^^이렇게나마 위안을..ㅠㅠ ㅋㅋ
여행기 잘보고 갑니다~^^다음 실시간 여행기도 기다릴게여~ ㅎㅎ
이연주예요 2015.04.25 08:34  
와 여행하면서 일일히 사진찍고 그 기록 남기는게 쉽지 않는 일인데 대단하시네요. 잘 보고 갑니다~
어랍쇼 2015.04.25 20:25  
너무 재밌게 잘보고 있습니다.
여행중에 이렇게 디테일한 글과 사진을 그것도 이렇게 위트있고 센스 넘치게 남기시다니..!
정보와 재미 두마리 토끼를 잡은..
 느낌적인 느낌있는 글이예요~^^
앞으로의 여행기도 계속 기대할께요~
아랑다리 2015.04.26 01:24  
어? 혹시 클량에도 댓글 다셨었나요? 아님 느낌적인 느낌이라는게 요즘 유행어? 본 기억이 있어서요  여튼 잼있게 보신다니 감사합니다. 정보는 전달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신경은 딱히 안 쓰고 있어서. ^^;;;
어랍쇼 2015.04.26 06:51  
클량이 뭔가요ㅡㅡ?
전 태사랑서 첨본여행긴데...
정보도 잘 전달되고 신경 안쓰고 시크하게 쓰신 글임에도
쫄깃한 감성까지 전달됐습니다.
(혹시나'노여사'라는 여친분이 제가아는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봤네요~ㅋ)
아랑다리 2015.04.26 13:13  
아 제가 활동하는 클리앙이라는 덕후 사이트입니다. ㅋ 거기랑 여기 두군데만 올리거든요.
이제 한시간 후면 빠이는 안녕이네요. 여친을 알리가... 하긴 세상은 좁으니까요. ㅎ
랄루 2015.07.26 20:25  
ㅋㅋㅋ고양이들 너무 귀여워여 ㅋㅋㅋㅋㅋㅋ 잘읽고갑니당
청송 2015.11.28 00:29  
옛날 빠이가 아니네요. 한가하고 느릿했는데......
말숭이 2016.05.07 15:00  
고양이들 완전. 귀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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