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시골영감 카오산 갔던 이야기 3 (사진 1000장 아저씨)
아유타야 1일투어를 가는 봉고차 안에 한국인은 나혼자뿐인줄 알았는데
현지에 도착해서 보니 30대쯤 되어보이는 아저씨가 한명 더 있었다.
이 아저씨는 무거워보이는 카메라를 메고 있었는데 나를 보고 계속 사진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였다.
그런데 내가 아예 카메라를 갖고있지도 않은데다 사진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고
그나마 억지로 사진 이야기를 해봐도 내가 뭔말인지를 알아먹지를 못하니 완전 실망하는것 같았다.
그런데 가보신분은 알겠지만 아유타야 유적지는 꽤나 넓어서
덥고 더운 날씨에 왔다갔다하면서 구경하는것이 보통 힘든일이 아니라
그냥 하루 시간 때울려고 따라온 나같은 노인네는 그냥 그늘진곳에 배째라 하면서 퍼질고 앉아서
계속 콜라만 마시고 혼자 놀고있는데
이 아저씨는 무엇이 그리 바쁜지 쉴새없이 다니는데
전체적인 동선 조절을 못해서 그런지 내 앞으로 금방 또 지나가고 좀 있으면 또 지나가고 하는데
내가 "어딜 그리 바삐 다니시오?" 물었더니
"사진 찍어야지요" 하고는 부리나케 또 사라졌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놀고있는 나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유적지 앞에서 자기 얼굴이 들어간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기위해서였다.
친구간에도 함께 여행을 다니면 싸워서 우정에 금간다고 하는데
생판 모르는 두 사람이 더군다나 사진 좋아하는 사람과 사진 싫어하는 사람이
뙈약볕 아래 함께 다니니 어찌 즐겁겠는가?
나는 나대로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서로에게 불만이 가득한데
그러나 뭐 따지고보면 딱히 싸울일도 없기 때문에 그럭저럭 넘어갔는데
그 사람보다는 내쪽에서 공연히 힘들게 끌려다닌것 때문에 불만이 더 심해서
돌아오는 봉고차안에서 함께 앉아 대화를 해도 대화가 심하게 삐딱하다.
아저씨....."저 인도에서 한달 있다가 오는길인데 인도에서 사진 천장넘게 찍었어요"
나.........."사진 천장 찍어서 뭣하는데요? 그냥 쳐다보고 오면 되지요."
아저씨....."참나! 여행 다녀오면 남는것은 사진뿐이라고요!"
나.........."난 여행 다녀와서 돈 남는게 좋던데요."
아저씨....."이 사진 함 봐봐요. 이 흑백사진 어때요?"
나.........."찍는 대상이 칼라인데 왜 흑백으로 찍어요? 있는 색갈 그대로 찍어야지요"
아저씨....."참 뭘 모르시네. 이런건 흑백으로 찍어야 느낌이 확 와 닿는다구요"
나.........."그냥 뭔가 있어보일려고 흑백으로 찍으신것 같은데요....농담이예요"
아저씨...."이 인도기차 사진 어때요? 사진이 좀 흔들렸지만..."
나........."사진이 왜 흔들려요? 카메라가 흔들렸겠지요. 아님 기차가 흔들렸거나"
아저씨...."근데 이 아저씨가 아까부터 진짜.........원래 성격이 그러세요?"
그때부터 카오산에 도착할때까지 서로 말없이 그냥 왔다.
내가 이 글을 올리는것은 언젠가는 그 아저씨한테 사과하고 싶었는데
만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그 아저씨는 아마도 내가 노인네가 아니면 갖은 욕을 퍼부었을것인데 용케도 참아주신것 같다.
아유타야에서 만난 카메라 가방 멘 한국 아저씨
깊이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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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도 영감탱이야
아유타야에 다녀온 이야기를 쓸려면 뭔가 아유타야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야 될것아닌가?
그런 생각들 하고 계시는거죠?
에효...
제 생각은 이랬어요.
그렇게 높은 탑 세워놓고 그렇게 많은 부처님들 만들어 모셔놓고 잘 되게 해달라고 빌어도
버마군대가 와서 휩쓸어버리니 아무 소용 없더라는것 아닙니까?
그런거 다 소용없어요.
스스로 준비하고 힘을 길러야되지
싹싹 빌어서 잘된다면
파리는 왜 제트기가 못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