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증인 요청을 받았을 때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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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증인 요청을 받았을 때의 기분

sarnia 16 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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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친구가 안락사를 선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말기 OO암을 앓고 있는 이 환자 분은 얼마 전 회생불능판정을 받았다.

병원은 이 환자의 요구에 따라 안락사를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2016 년 6 월 Bill C-14 이 연방의회를 통과함으로써 안락사가 합법화되었다. 

안락사를 'medical assistance in dying' 이라고 부른다. 

 

회생불능판정을 받은 말기 불치병 환자가 극도의 고통을 견딜 수 없어서 의료기관에 안락사 조력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은 환자가 지정한 두 명의 증인을 불러 환자요청에 대한 증인서명을 받는다. 

 

증인서명을 할 사람은 18 세 이상의 성인으로서 주로 환자의 친구나 지인이 된다.

환자의 상속인이나 환자의 사망시 보험 등의 수혜자가 될 사람은 증인이 될 수 없다.   

 

이 절차를 시작하기 전에,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자연사할 때까지 고통완화치료(palliative care)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선을 다해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른 의료행위와 마찬가지로, 안락사를 선택하든 palliative care를 선택하든 비용은 들지 않는다.      

 

두 명의 증인으로부터 증인서명을 받으면, 

두 명의 의사 또는 간호사가 각각 독립적으로 환자가 치유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이며 해당 질병으로 인한 자연사가 합리적으로 예견된다는 소견서에 서명해야 한다. 

 

두 명의 증인서명과 두 명의 각각 독립된 의료진의 소견동의가 있으면 

환자가 두 명의 증인과 의료기관 대리인이 지켜보는 앞에서 최종서명 날인하고, 10 일 간의 유예기간을 가진 뒤 의료진은 환자의 안락사를 도와준다.

안락사 도움이 진행되는 순간 전까지, 환자는 어느 때라도 자신의 의사를 변경할 수 있다.   

이 생애 마지막 10 일 동안 환자는 다른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특별한 시간'을 가지게 될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환자를 잘 모르지만, 그 환자로부터 증인서명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람은 잘 안다.  

 

안락사에 대한 찬반고민을 하기 전에, 

내가 그런 경우에 처하게 되었을 때 스스로는 안락사를 선택할 것인가 말것인가 생각하기 전에, 

 

만일 내가, 

terminally ill 의 고통을 받는 친구로부터 안락사를 원하는 증인서명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과연 그 서류에 서명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복잡한 질문이 떠 올랐다.  

 

쉬운 일이 아니야 .. 

 

16 Comments
비육지탄 2020.05.04 09:01  
ㅠ 안락사를 동의 한다거나, 허락 한다는게 아니라
그렇게 진행 하겠다는걸 알고있는 증인이라는 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픈 일이고, 쉽지않은 일 일것 같습니다..
sarnia 2020.05.04 09:09  
네.. 
환자가 안락사를 원한다는 사실에 대한 증인으로서 서명하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부탁받고 나서 며칠 간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합니다. 
환자는 고통이 극심하다가도 마약성 진통제를 맞으면 쌩쌩하고 멀쩡하다고 합니다.
증인 등 방문객은 그럴 때 만나는데,
보기에 멀쩡한,, 때로는 농담도 하고 웃기도 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런 서류에 서명한다는 것이 참 고통스럽다고 하는군요.
왜 안 그렇겠어요.
필리핀 2020.05.04 10:27  
비육지탄님께 우수 댓글러상 줘야 함다!

사니아님께는 우수 답글러상 줘야 함다!
비육지탄 2020.05.04 10:33  
그만큼 한가하다는 반증인거 압니다 ㅠ
그래요 저 심심해요
여기서 이렇게 이런저런 소통하고 의견 나누는 재미로 살아요 ㅠ
필리핀 2020.05.04 10:32  
저는 제 의지대로 행동을 못할 상황이 닥치면
안락사를 하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기에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근데 증인을 환자가 지정하는 건 너무 가혹해요
증인으로 지정된 친구나 지인은 얼마나 곤혹스럽겠어요
배심원처럼 원하는 사람 중에서 추첨을 하면 좋겠어요
비육지탄 2020.05.04 10:38  
저는 불치병에 걸리면 지인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거나
더이상의 케어가 무의미 해 질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미련없이 파타고니아 같은 세상 끝으로 여행을 떠나
자연과 함께 마지막을 맞으리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했어요...
아 오늘 아침부터 센치해지네 ㅎㅎ
필리핀 2020.05.04 10:49  
파타고니아에서 돌아가시면
자연을 오염시키는 건데요?
죽을 때는 깨끗하게 가야져~ㅎㅎ
비육지탄 2020.05.04 11:00  
다 양분이 되는거져...;;;
정 그러시다면 푼타 아레나스 남극해의 고래밥이나 될께요
빨가벗고 가면 오염 안되지 않을까요 ♥
sarnia 2020.05.05 08:22  
오, 한국에도 배심원 제도가 있나요?
여기는 원하는 사람 중에 추천하는 게 아니라 랜덤으로 당첨되면 의무적으로 나가야 합니다.
저도 한 번 당첨된 적이 있어요.
그때 무슨 이유인가를 그럴싸하게 둘러대고 거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 오래돼서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요.

오늘 관련법들을 봤는데 상당히 엄격하군요.
외국에서 오려는 원정 안락사 희망자들(특히 미국)을 원천봉쇄하고 있어요.
필리핀 2020.05.05 08:36  
몇년 전부터
국민참여재판이라는 게 생겨서
배심원제도가 있긴 한데
아직은 요식적 행위에 불과해요..
냥냥 2020.05.04 11:26  
마음엔  뭔가 한가득인데
표현이  안되네요.

이런  저런것들에    중심을  세워둬야할  나이가  되었는데  여전히  어설픈  생각만  가득합니다.
sarnia 2020.05.05 08:15  
일부 종교가 안락사를 자살과 동일시하고, 자살하면 지옥에 간다는 둥 이상한 요설을 풀어대는 바람에 안락사를 망설이기도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안락사는 자살과 다르고, 설령 자살을 하든 뭘하든 지옥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본능적 자각’이 모든 사람에게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Satprem 2020.05.04 12:45  
안락사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은 분에게 증인으로 부탁을 했다면, 증인으로 부탁받은 분도 정신적 부담이 적었을 수 있었으리라 여겨지네요.
그런데 머리 속의 생각과 가슴 속의 감정이 일치하기 어려운 분들도 무척 많은 듯 싶더군요.
sarnia 2020.05.05 08:23  
저는 개인적으로 안락사에 찬성하는 입장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한 친구가 그런 지경에 처해 저에게 증인 서 주기를 부탁했을때 곤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본문에 이야기한 제 지인 분도 안락사에 찬성하는 분 입니다.
그러니까 환자가 부탁했을 것이고 본인도 수락했겠지요.
그래도 며칠동안 고민을 했다고 하는군요.
syshin 2020.05.05 10:06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음......안락사 증인은 관점을  Judge 나 Witness, Supporter 보다는 Helper 로 접근하는게 어떨까 싶네요...아직은 세상이 어려워하는 선택을 한 누군가를 위해....그외는 다 그후에 살아가야하는 자들의 자기본위지요...
sarnia 2020.05.05 10:37  
좋은 생각이예요.
증인은 helper
의료진은 assistant
삶과 죽음을 선악처럼 분리해서 생각하지 말고 자연의 조각들이라고 생각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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