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많은 멋진곳 놔두고 요즘들어 생각나는 매쌀롱(매살롱) 차밭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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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많은 멋진곳 놔두고 요즘들어 생각나는 매쌀롱(매살롱) 차밭마을

고구마 11 518

 

 

여행지에서는 열심히 여행을 다니지만 사실 여행이라기보다는 생활에 가까워서 여행자특유의 여유로움과 낭만어린 시선으로 태국이나 태국인을 바라보게 되지는 않더라구요... 

하여튼 감성적으로다가 좀 이런 목석같은 스타일인데, 요 얼마간은... 언젠가 태국에 가게 되면 그곳에 다시금 가봐야지... 라는 맘이 들면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곳이 있어요. 

치앙라이 주의 도이 매쌀롱(매쌀롱 산)입니다. 

 

치앙라이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국경인 매싸이 방향으로 붕붕 달리다가, 매짠이라는 마을에서 내려서 썽태우를 타고(중간에 다른 썽태우로 한번 갈아탐) 꼬불꼬불 오르락내리락 산길을 빙빙 돌아가다 보면 도착하는 산속의 작은 마을. 산등성이를 따라 마을이 있고 양쪽 산비탈에는 차나무 들이 심어져 있어요. 

 

이곳은 2차대전이 끝나고 중국의 국공내전 당시 운남에서 밀려 내려온 국민당 잔류세력과, 문명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소수민족(고산족) 들로 채워진 이방인들의 마을입니다. 

이방인들이 고립된 고산지대에에서 차밭을 일구고 살고 있다... 뭔가 좀 마음을 울리는 서사가 있지요.

 

어쩌다 이곳에 국민당 잔류세력이 자리잡게 되었는지는 혹시라도 궁금하시면 10년전에 요술왕자가 쓴 글인데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거야요. 이게 한국전쟁과도 연관이 있는 일이거든요...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myinfo&wr_id=19712

 

 

 

 

몇 년전 연말연시 연휴기간에 갔을때는 여기 놀러오는 현지인들이 꽤 많아져서 방도 없고 시끌벅적한게 좀 유원지 같은 느낌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런 특수연휴기간이 아니면 지금도 고즈넉할겁니다. 

매쌀롱을 처음 간, 대략 20여년 전에는 마을 아이들이 산짐승 잡아다가 목에 끈 달아서 막 델꾸 다니고 하더라고요. 그 아이들 이제 성인이 되었을 텐데, 지금도 여전히 거기서 살지 아니면 도시로 나갔을지 궁금하네요. 간혹 도시로 나가서 일하는 고산족과 중국인(태국 국적이 없는)이 있던데 태국에도 영주권 비슷한게 있는 것 같아요.

 

동트기 전 농구장 뒷길에 바지런하게 새벽시장이 열리는데 지대가 높다보니까 우리나라랑 비슷한 작물도 보이고, 쌀쌀한 날씨에 어깨를 움츠린 우리에게 딱 마시기 좋은 따끈한 두유가게도 있고, 갓김치 비슷한 고춧가루를 무친 채소절임도 있고요... 망고, 보리수 열매, 옥수수, 고구마 같이 그때그때의 제철 채소들과 과일이 소박하게 나와 있어서 10밧 20밧에 사먹기도 하고 그랬어요.

 

새벽시장을 구경하고 저멀리 동편 산봉우리에 해가 솟아오를때면 터덜터덜 내리막길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운남면교관에 들러서 아침식사를 합니다. 이름 그대로 ‘면’과 ‘만두(교자)’를 파는 식당입니다. 

맨 처음 먹었을 20년전 즈음에는 20밧 했는데 요즘은 40밧 정도 할거에요. 그 당시 꼬마였던 어린이들이 지금은 애기 엄마가 되어서 장사를 거들고 있었어요. ^^

우리나라에 있을때는 이렇게 이른 아침에 위장에 뭔가가 당췌 들어가질 않는데 여기서는 마냥 술술 들어갑니다. 보드라운 면발에 고기 고명에 완탕까지 클리어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면  그 날 하루는 그냥 평화 그 자체였어요. 

정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곳이였다니까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곳... 너무 그리워요. 

베란다에 앉아서 뭉글뭉글 푸르른 차밭 사이로 해 뜨는거 보고, 저녁엔 온통 강렬한 석양빛 사이에서 둥둥~ 그러다가 다리에 힘을 좀 붙이고 싶으면 근처 왓 싼띠끼리에 올라가고요. 여기 계단이 무려 700개가 넘어서 다리가 후덜덜해집니다. 

 

무진장 심심하지만 그래서 평화로운 곳, 이방인 특유의 연대가 있고, 차밭의 푸른빛이 눈을 편안히 해주는 곳, 그래서 저절로 근심걱정을 내려 놓게 되는 곳...

제가 요즘 아침잠이 없어져서 새벽에 일어나도 딱히 할 일이 없이 있는데... 매쌀롱에서라면 이 이른 시간에도 시장을 구경하고 양손에는 과일과 튀김도 사서 들고는, 따뜻한 먹을것들로 배도 채웠겠지... 싶어서 이래 생각이 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당시 사진이나 몇장 올려봅니다. ^^

 

 

 

 

 

 

매쌀롱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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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뒷쪽 718 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불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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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찻집, 차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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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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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와 떡 두종류, 그리고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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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도넛, 맨 아래는 보리수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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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면교관의 국수, 완탕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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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쌀롱의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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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Comments
냥냥 2020.03.16 18:03  
고구마님의  이런  글은  처음인거  같애요.
늘  중립적인  느낌을  받았거든요.

다음  여행땐    십여년만에  치앙라이도  들르고
도이  매쌀롱도  가고싶네요.
밤하늘  별도  잘  보일것  같아요.
고구마 2020.03.17 06:11  
엇...어떤 면이 다르게 느껴지셨을까요? 저도 좀 궁금한데요. ㅎㅎ
저도 요즘은 다음 여행때는 어디갈까? 간혹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세계적 상황이 이렇다보니 뭔가 더 아련해진거 같아요. ㅠㅠ
이런이름 2020.03.16 18:14  
보리수 열매도 과일처럼 먹는 모양이군요. 얼핏 보기엔 대추나 산사과와 비슷해 보이는데요. 맛은 어떤가요?
(약재 중에 보리수 열매도 있기는한데 이게 떫은 맛을 이용하는 거라 과일로 먹는 줄은 몰랐습니다.)

근데 이건 다단계 글인데요? 링크해서 들어가면 링크가 또 4개가 나오네요. 그걸 또 다 읽고나면... 어떤 전쟁이던 개인에게는 상처를 남길 뿐이죠.
고구마 2020.03.17 06:12  
시큼하고 미미하게 단맛이 났어요. 전 나름 잘 먹었던거 같고요.
요왕은 잘 안먹더라고요. 시고 별 맛이 없다고...ㅜㅜ
뽀뽀송 2020.03.16 21:05  
매쌀롱은
아침도 좋고
오후도 좋고
해넘어가는 어스름한 저녁도 좋으나
해가 지고 나면,
적막의 마을
고요를 넘어선 괴괴함이 감도는 마을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독고다이 여행자는 감당키 힘든
외로움과 처절한 대면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너무 힘든 곳이었어요.

'싱하'덕에 이틀밤을 잤습니다.
고구마 2020.03.17 06:14  
술 좋아하시면 그나마 저녁시간을 잘 보내실수 있는데
여기서 먹은 술은 숙취도 덜하다고 그러더라고요. ㅎㅎ
jindalrea 2020.03.16 21:56  
우와~ 디게 멋진 곳이네유~~^^b
고구마 2020.03.17 06:14  
북부여행때 방문하기 괜츈한 곳이야요. ^^
타이거지 2020.03.17 07:49  
매쌀롱을 추억해 보니,
네번째 방문..합쳐보니..삼개월 넘게 체류한 것 같군요^^!
평화롭고,정감있는 마을..
매일.아침시장을 통과해..그 계단을 오르며..숫자를 세어 보지만..숨이 케켁^^
모기와 전투하느라..718???..확인 사살을 못 했다능 ㅡ.ㅡ"
그립습니다..
운남면교관 국수..꼬치..아침시장에 빠덩고와 봉다리^^두유..
삑까이 양.."띠~옹" 쎄웬 ㅠㅠ
고구마 2020.03.17 17:17  
타이거지님. 잘 지내시죠. 저희도 새로운 환경에서 나름 적응해가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인 중에서 매쌀롱에 이렇게 오래 장기여행한 분은 타이거지님이 수위권일거야요. ^^
코로나 때문에 나라간의 하늘길도 다 닫히다시피하고...ㅠㅠ
요즘은 예전 생각이나 하고 있습니다.
저녁에 매쌀롱 노점에서 고기랑 찰밥 쏨땀 먹던 추억이 참 몽글몽글해져요.
윈디걸 2020.03.19 11:24  
안녕하세요^^
몇년전 매싸롱에서 혼자 3일을 보낸적이 있었어요
하필 쏭크란날이어서 치앙라이에서 힘들게 이동하여 매쌀롱에 도착했을때 물바가지를 받고 흠뻑 젖었어도 행복한 기억이었습니다
낡은 숙소에 처박혀서 알 수 없는 태국어가 흘러나오는 브라운관 티비를 틀어놓고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배고프면 운남면에 교자한그릇 하고 길따라 슬슬 걷고 낮잠자고 했던 그 시간들이 그립네요
산책하다가 아무 카페에나 들어갔는데 앞에 펼쳐진 풍경에 넋놓고 사색했던 기억도 생생하네요
매쌀롱도 여기 태사랑 여행기를 보고 찾아갔었는데 ㅎㅎ
10월에 신랑이랑 아시아지역 1년여행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ㅠ 아무래도 ㅜ 내년으로 미뤄야할것 같네요 ㅠ 이번에 가면 아시아 곳곳의 숨은곳들의 정보를 꼭 공유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ㅎㅎ
아무쪼록 코로나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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