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뚱거리면서 걷는 우리 걸음걸이가 인생의 축약본 같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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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뚱거리면서 걷는 우리 걸음걸이가 인생의 축약본 같다는 생각이...

고구마 23 386

 

지난 주말은 다른때와는 달리 살짝 바쁘게 지냈어요.

 

토요일 인쇄소에서 달력을 받아와서, 게시판에 출시 공지 올리고

신청 받아서 주소를 라벨링하고, 납작하게 쌓인 골판지를 각 잡아서 상자로 만들어서 테이핑하고, 거기에 달력이랑 지도 갯수 맞춰 넣고, 최종적으로 뽁뽁이로 감싼것을 포장하고 마무리하는 일들이요.

토요일, 일요일 내내 포장하고 오늘은 우체국 가서 몇시간 보냈네요.

 

물론 대부분의 일은 요왕이 다 한거긴하지만....-_-;;

저는 전체과정중에서 단순반복 보조일만 했는데요, 그것도 처음에는 잘 못했어요. 

 

작은방에 둘이 오종종하게 앉아서 한명은 접고 한명은 테이핑하고 이런식으로 딱딱 분업하니까 뭔가 생산적인 가내수공업장 분위기도 나면서 아주 생소하지만 좋은느낌이 들었어요 ^^

사실 안해보던 일이라서 손에 제대로 익지를 않아서, 초보자가 겪는 시행착오 이런건 있었지만요.... 

 

하여튼 차곡차곡 쌓인 박스들을 우체국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첫 발자국은 일단 집에서 주차장까지 상자들을 데리고 가는거였어요.

새로 장만한 살림살이인 미니 카트에 종이박스들을 우리키만큼 높게 쌓아서 뒤뚱뒤뚱 조금씩 전진하는데 일단은 좀 아슬아슬하네요. ^^ 

나름 별일없이 잘 굴러가나 싶었는데... 허걱~ 이런, 점자 블록 요철이 있는 구간을 지나면서 카트 무게중심이 흔들거리더라고요. 재빨리 살짝 기울어진 박스탑에 달라붙어서 불안한 흔들림을 수습하고, 다시 둘이서 살금살금 옮겨왔어요. 살얼음판 위를 지나는거처럼 약간 조심스럽게요.

드디어 차 앞까지 다 오긴했는데 안도감에 카트를 갑자기 멈추어서 그런지 갑자기 상자들이 앞으로 우르르 쓰러지려는하는 광경이..... 

어어억~ 하면서 후다닥 달라붙어서는 넘어지려는 그것들을 재빨리 붙잡아 다시금 바로 세우고 주섬주섬 수습도 하고 재차 열 맟춰서 차안에 차곡차곡 쌓아넣으니... 

 

이 짧은 구간의 이동이 마치 인생의 축약 같다는 생각이 살짝 스쳤어요.

삶 자체가 조마조마하기도 하고요, 잘 될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쓰윽 밀어부쳤는데 기우뚱 기울기도 하고... 기울어진 채 근근히 살다가 또 엎어지고, 엎어졌다가도 또 수습하여 제자리로 돌아오고... 그런 인생사요. 

 

하여튼 뭐 그렇습니다요. ^^

 

개인적으론 올해가 좀 의미가 있었던 해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일로 다사다난해서 그런가 2018년 12월을 보내는 이 시간들이 다른해에 비해 뭔가 좀 다르게 느껴지네요. ^^

  

 

그리고 이제 몇 주후면 익숙해져야 하는 새로이 부여되는 나이...아악~

올해 1월에 먹은 나이도 익숙치않은데 이렇게 한 살이 또 카운트가 되다니...ㅠㅠ 

 

다들 무탈하고 행복하게 한해 마무리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추위에 건강 유의하시고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생각하며 잘 보내시길요~

 

 

23 Comments
필리핀 2018.12.10 17:56  
수고 많으셨습니다!!
달력 기대되요^-^
고구마 2018.12.10 19:58  
어헝...필리핀님 기대에 부응해야될텐데 말이야요. ^^
cafelao 2018.12.10 18:13  
저는 이제 만나이로 계산하고 싶어요 ㅠㅠ
나이 듦은 어쩔수 없는거고 그냥 우아하게 나이들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으니요
고구마 2018.12.10 19:57  
우리나라 나이체계가 이젠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일반적인 나이랑 행정적인 나이랑 2개가 쓰이니 헷갈리고...
이거 예전 중국식 나이 세는 방법이어서 아시아 전역에서 쓰던건데
정작 중국 베트남은 혁명 일어나서 바뀌고  ㅜㅜ
강희제 2018.12.10 19:08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왕님께는 고구마님이 계시고, 고구마님께는 요왕님이 계시니, 뒤뚱거려도 넘어지지 않고 항상 즐겁고 행복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더불어 태사랑이 태국이 없어질 때까지 존속하기를 기원합니다.
고구마 2018.12.10 19:56  
아마도 둘이서 짐상자 앞뒤로 붙어서 오종종하게 뒤뚱거린걸 본 사람은 엄청 웃겼을거예요.
덕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적도 2018.12.10 20:11  
처음 하시는 일이라 더욱 힘드셨으리라 생각되네요!
너무 힘드시면 인쇄하는 곳에서 배송 까지도 하던데요
보람은 있는 일인데  나이가 드실수록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구마 2018.12.10 23:36  
그러게 말이에요. 게다가 요왕이 지시하는바를 처음에는 좀 못해서 ㅎㅎㅎ
이번만 하고 말거같긴해요. ^^
Binny 2018.12.10 20:30  
가내수공업^^
저도 올해 청첩장이랑 답례장 접고 넣고 스티커 붙이느라 ㅎㅎㅎㅎ 그거 다 해서 양가에 보냈더니 아휴~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넘 고생 많으셨습니다. 남은 연말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고구마 2018.12.10 23:38  
결혼전에 준비할건 정말 어마무시하죠.
아주 중요한건데 누구나 처음 하는거다보니 신경도 엄청 쓰이고요.
비니님 달콤하고 깨 볶는 연말연시 되시겠네요. ^^
펀낙뻰바우 2018.12.10 21:36  
가끔 고구마님 글 읽으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사소한 에피소드에도 생명력을 불어넣어 잔잔한 수필로 승화시키는 탁월한 능력자이십니다.~~~

고구마님 말씀처럼 다들 무탈하고 건강하게 한 해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새해 태사랑 회원님들끼리는 사소한 일로 감정 싸움 안 하는 따뜻한 태사랑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싸바이 싸바이 미쾀쑥 여여~~~
고구마 2018.12.10 23:40  
흑흑. 좋게 생각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싸바이 싸바이 미쾀쑥 여여...정말 진심으로 바래요.
비육지탄 2018.12.11 00:39  
동감입니다
고구마님은 같은 글을 쓰시더라도 너무 예쁘게 쓰세요
저처럼 염세적인 사람도 결국은 동화되게끔 잘 쓰십니다
저도 자고 인나서 카렌다 주문해서 적자폭을 늘리도록 할께요 ㅋㅋ ^^
동쪽마녀 2018.12.10 22:28  
어휴.ㅠㅠ
저는 고구마님과 요술왕자님께서 직접 일일이 포장하시고 라벨링 작업까지 하셔서
우체국 가셔서 직접 보내실 것이라고는 정말이지 상상도 안했습니다.
저는 작년의 경우 손가락이 너무 많이 아파서 아예 쓰지도 못했지만   
거의 해마다 연하장을 직접 써서 보내기도 하고
여적 2G 사용자인지라 생존신고 겸 여행지마다 엽서 촘촘히 보내고 하기 때문에
우체국에서 뭘 보내고 부치고 하는 것이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너무 잘 압니다.
달력 볼 때 마다 감사한 마음이 들겠구먼요. 
정말 고맙습니다, 고구마님 요술왕자님.
늘 말씀드리지만 복 많이 많이 받으실 거예요.
저도 한 마디 보태옵니다.
태사랑 포레버!!^^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고구마 2018.12.10 23:42  
참 웃긴게 저도 달력을 만들겠다. 라는 생각을 할때는 이런 일까지는 잘 생각이 안닿았어요.
제 생각의 한계는 그냥 달력을 받아오는것 그것까지였는데....
하여튼 이번에 해보면서 물류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 대단하더라고요.
그 시스템 안에서 챙겨야할것도 많고 힘도 많이 쓰실텐데...
이젠 택배 받을때 느낌이 살짝 다를거 같기도...
동마님 행복하고 평안한 12월 되시길 바랩니다요.
루나tic 2018.12.10 22:33  
수고하신 분이 계셔서 저와 제 주변 지인들이 선물을 받게 되는..그나저나 전 가끔 제 나이가 헤깔려서 검색해볼때도 있는데 올해 마지막 달이라는게 실감이 잘 안나요.ㅎㅎ
고구마 2018.12.10 23:44  
그쵸그쵸. 가끔 내 나이가 몇인지를 상기할때 살짝 헷갈릴때가 있어요. 하하..이게 뭐야...
그래서 전 이제부터 벌써 내년나이에 익술해질라고 부릉부릉 시동걸고 있어요.
angra 2018.12.11 10:52  
달력 주문했는데, 고구마님과 용왕님의 숨은 노고가 있었군요.
한해 동안 고생많으셨고, 내년에도 좋은 일들만 생기시길 기원합니다.
눈팅족이긴 하지만 태사랑이 내년에는 더 나은 사이트가 되길 기원합니다. ^^
고구마 2018.12.11 21:00  
덕담 진심으로 감사해요.
내년은 모두에게 복이....
타이거지 2018.12.12 03:46  
고구마님의 표현력은..늘 나리지근하게~섬세하다보니,
작업 현장이 리얼하게 보여집니다^^.
한땀한땀..수작업.
요즘..스으윽~ 돈이면 "뚝딱세상" 일사천리.
기계를 잘 다루고,요리할 줄 알면.."팡팡 터지는세상".
조금 더 낮은 가격으로 배포하시려고..노가다 현장스케치가 그려 졌겠죠..ㅋ
수고 많으셨습니다^^.
복 받으세욧~!! ^.^
고구마 2018.12.12 09:45  
타이거지님.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ㅠㅠ 뭐라고 더 드릴 말씀이 생각이 안날 정도로요. ㅠㅠ
아마 우리 모습을 아시니까 그 오종종한 가내수공업 광경이 리얼리티있게  연상되실듯....
타이거지님도 올해 정말 애 많이 쓰셨고 , 곧 출발하시는 여행
안전하고 좋은일만 수 놓아지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샤이닝55 2018.12.12 05:06  
작은 아들이 물었어요. 이거 뭐야?  응~ 친구가 보낸 달력 ㅎ.
포장에 까만 태사랑 주소 이뻐요. 로고도 이뿌고,
투명테잎가로세로 고구마님 솜씨군요.
여러개 한 묶음이면 그래도 간단했을텐데 저처럼 딸랑 한 개 씩이라면
달력 400개, 뒤뚱뒤뚱 옮기기 쉽지않았을듯해요.
고마운 마음으로 일년내내 잘 사용할게요. 두 분 늘 건강하시고요~ 화이팅!
고구마 2018.12.12 09:47  
오.. 감사합니다.
사실 이게 처음 하다보니 요령이 없어가...길을 좀 둘러가게 되었어요.
알고보니 쉬운길이 있었는데....ㅎㅎ ^^
덕담 정말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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