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실패로 돌아가버린 발리시골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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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실패로 돌아가버린 발리시골 생활기

고구마 14 734

발리에 도착하게되면 많은여행자들이 제일 먼저 묵게 되는 발리 남부의 해변들

꾸따 르기안 스미냑... 세상 대부분의 인기 있는 해변들이 다 그러하듯

여유를 가지고 편하게 지내기에는 거리가 너무 바글바글하고 복잡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좁은 양방향도로에 택시와 오토바이가 서로 스치듯이 지나가고, 거기에 경쟁적으로 촘촘하게 들어서 가게들, 그리고 항상 호객을 시도하며 말을 걸려고 하는 사람들까지...

그리고 여느 동남아 도시가 그러하듯 보행자가 걷게되는 인도가 참 좁고 안전치 않은 모양새여서 줄지어서 한줄로 살금살금 걸어야되는것도 피곤하고....

 

해변은 해변이니까 그렇다치고도...

십년전즈음 왔을 당시 우붓은 정말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정말로 한적한 동네였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기억을 안고 다시 와본 우붓은...아~ 많이 변했네요. 사람이 정말 많아졌어요.

지금 헤아려보니 그 당시에는 2002년 꾸따해변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폭탄 테러의 여운이

가시질않아 한시적으로 관광객이 많이 줄었던거 같습니다.

 

지금은 중국인 여행자가 숫적으로 가세해서 유동인구도 많고, 우붓조차도 메인거리는

늘어난 차와 오토바이로 피로감이(?) 느껴질정도...

십년전에는 발리 방문객 리스트에 중국이름이 올라가지 않았던거 같은데

지금은 부동의 1위 호주, 그다음 일본에 이어 중국이 3위 방문자수네요.

 

그래서 이 모든 와글와글한 상황을 등지고 시골로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남부 해변 다음으로 쳐주는 발리의 인기 관광지인 우붓에서조차도

여행자의 물결을 피할수없다고 생각하고는 말이에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메인 거리만 비켜나면 우붓만큼 시골생활과 편의생활을

양방향으로 즐기기에 적격인 곳도 없었건만 ,며칠 지내다보니 좀 뜨고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발리 지도를 펼쳐놓고 고른 곳, 해발도 높고 위치도 산골짜기인 Munduk 문둑 이라는 시골로 향합니다.

이곳은 발리의 수도 덴파사에서 발리 제2의 도시 싱가라자를 향해 북쪽으로 한참을 쭈욱 올라가다가 브두굴 호수 사원을 지나 좀더 북쪽으로 달리다가, 산꼭대기 갈림길에서 획~ 좌회전해서 꼬불꼬불한 도로를 한참 더 들어가면 나오는 생짜 시골이에요.

 

전 매쌀롱에서도 잘 지내고 반 끄룻도 좋아하는 성향이니까, 여기서도 잘 지내게 될줄 알았지요.

 

하지만...

발리 자체의 인구가 많다는걸 잠깐 까먹어버렸어요.

인도네시아가 세계 인구 Top4니까요.

여기오니 걸어서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지만서도...

무엇보다도 그 좁은 왕복 2차선 굽이진 길을 주민들이

수많은 오토바이와 트럭, 차를 타고는 너무 전속력을 내서 횡횡 달립니다.

안전운전의식이 없나봐요. 다들 스피드레이서입니다.

경사길에서 엑셀을 당겨버리니 매연은 필수로 부아앙~ 풍풍~ 뿜어져나와요.

 

오기전에 상상하기로는...유유자적 푸른 시골길을 한들한들 누비는 상상을 했는데

실제로 와보니 해변이나 우붓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안전의 위협을 진심으로 느끼게되고, 무서워서 몸을 바짝 긴장시키며 두리번거리면 걸으니

고작 2-300미터 걸어내는것도 힘이 드네요.

 

근데 이걸 어쩌나....

Munduk 이라는 낮선곳으로 향하면서 초보여행자가 가지는 불안감+ 노파심이 숙소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져서 , 인터넷을 통해 게스트하우스급 숙소를 4박이나 예약/결재를 해버린것..

게다가 현지에 와서 상황을보니 예약을 하지않고 직접 숙소로 와서 방을 구하면

에이젼시를 통해 예약을 한것에 비해 아주 아주 훨씬 더 싼가격에 구할수 있다는 것까지...정말 분통까지 터지네요.

에이젼시에서 제일 저렴한 방을 구한다고 구했는데, 여기와서 보니 그 돈이면 훨씬 더 좋은방을 얻을수 있는...아악!! 이게 뭐야.

그러니 꼼짝 달싹을 못하고 이 마을에 갖혀 지냅니다.

게다가 태국에서는 웬만큼 작은 규모의 마을에도 세븐이 있어서, 뭔가 주전부리를 할수있는데 여긴 정말 그런것도 하나 없고...

 

논길 걷는 체험한다고 도로를 벗어나 마을안쪽으로 들어갔는데

길만 잃고 만나는 마을마다 무서운 동네 대장개들한테 몇 번이나 쫒김이나 당하고... 

식당이 변변치 않은지라 먹는건 맨날 나시고렝(볶음밥)만 먹으니

나중에는 그냥 사료먹는거 같은 기분마져 들어요.

우리의 숙소에 대한 평가중 좀 높은 항목을 차지하는게 통신상황인데

인터넷은 거의 되지도 않아서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하는데

속도는 우리나라의 한 1/300 정도 되는거 같습니다.

게다가 높은 고원지대에 위치해서 평지랑은 기후가 다른지 비가 매일 오는군요. 정말 눅눅해지는 방안과 우리의 상태...한가지 장점은 굉장히 시원해요. 밤에는 도톰한 이불을 덮어야할정도?

 

정말 숙소예약 결재만 아니였다면 하루만 자고 도망쳐 왔을텐데

밤에 잠들때마다 하루하루를 카운트다운 하는 심정으로 지내고

결국은 다시금 남부로 후퇴하듯 내려와 버렸습니다.

시골이라 공기 좋을줄 알았더니 도로에 나가면 매연에

방에 앉아있으면 옆집에서 뭘 그렇게 태우는지 나무 태우는 매캐한 연기가

시도 때도없이 풀풀 들어오니...

 

이곳은 먹구름 끼니까 전화조차도 불통이니, 인터넷은  뭐 몇수 접어야지요.

(이 동네 숙소의 인터넷은 3G를 잡아서 와이파이로 쏴줍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된 것은...여행지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상태가 좀 그런거 같애요.

길위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일반적인 여행지말고 이 낮선 길위에서도 뭔가

아늑하고 고립된 보금자리를 찾고자하는 열망이 그 낮선 시골로 인도한거 같습니다.

 

사실 여러모로 보아 발리에서는 남부해변과 우붓이 최고지요.

하여튼 도시로 출발~ 만만세~를 외치며 후퇴했던 발리 시골 생활...

앞으로 우리의 거처를 정할 때, 현실적으로 고려해야할 기준을 새삼 확인한건 건질만한 장점이였다고 생각이 되면서, 떠나기 전에 번잡해보였던 모든 것들에 새삼 애정이 돋습니다.


14 Comments
레몬맛사탕 2013.04.02 12:32  
발리도,,, 라오스도,,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는동안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는 말에 멈칫거리게 되네요.

그래도 늦었다 싶을때가 가장 빠른 법이라 했으니
더 늦기전에 얼른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쯤 가려나...
(라며 항공권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아이고..)
고구마 2013.04.05 18:13  
발리는 그래도 참 예쁘고 즐길거리도 많고 좋은 섬인거같아요.
전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방은 가본적이 없지만, 발리는 일반적인 인도네시아수준보다는
좀더 잘살고 뭔가 화려하고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약간 경제특구같은 느낌?
제리양 2013.04.02 13:36  
ㅠㅠ 글을 읽으면서 제가 그 곳에 가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탈출?하셨다니 다행이에요~^^

저는 제작년에 발리를 처음 가보아서 10년 발리가 상상이 안되지만 제가 갔을때도 일반통행 도로와 복잡하고 좁은 도로와 인도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도 또 가고싶기도 하니 참 아이러니하네요 ㅎㅎ

롬복은 언제 가셔요?!
완전 기대하고 있어요~^^
고구마 2013.04.05 18:15  
도로와 인도의 구분이 없고 운전 험하게하는건 아마 앞으로 더 심해질거 같습니다.
롬복은...곧 가긴갈거같은데, 아~ 움직이기 싫군요.
이젠 뭐 다 그 바다가 그 바다고해서...감수성 센서가 고장이 났나봅니다.
거창사과 2013.04.02 20:14  
고수님들도 실패를 하시네요.ㅎㅎ 고수님들의 실패경험이 다른 여행객들에겐 피가 되고 살이되는 소중한 자료가 되겠지요.
고구마 2013.04.05 18:12  
저희 ... 많이 허술한 사람들이에요. ^^
리버티 2013.04.04 21:58  
3/21 꾸다 도착해서 예상했던 물가보다 너무 올라 3일만 묵고 부랴부랴 우붓으로 이동해서 9일을 더 보냈어요.
우붓은 제가 상상했던 조용한 동네는 아니었지만 구석구석 예쁜 곳이 많아 용서하기로.. ^^;;
우붓 사니아 하우스 묵었었는데 넘 예쁘지만 배수시설은 엉망..
뒤에 대나무밭에서 매일 나무가지랑 이것저것 태우는데 매케한 연기가 안개낀 것처럼... 널어놓은 빨래감에선 탄내가 배고.. ㅋㅋ
그래도 힐링할만한 동네긴합니다.
고구마 2013.04.05 18:10  
오~ 저희랑 비슷한 기간에 우붓에 계셨네요.
그럼 갈룽안 축제 보셨어요? 집집마다 숙여진 벼모양을 한 커다란  벤조르를 늘어뜨리고 축제준비를 하던데 말이에요. 우붓에서는 볼만하지 않았을까 싶던데...실제로는 어떠했는지요.
세븐 2013.04.04 23:25  
번접스런 우붓도 그립고 꾸타도 그립네요..  그렇게 가고 싶었던 부킷 라왕에서 오랑우탄만 보고 삐끼같은 정글가이드와 습하고 더운 날씨에 이틀만에 도망나온 그런 기분일까? 상상만 해봅니다
고구마 2013.04.05 18:06  
그게 참 도망나올땐 지긋지긋해서 도망치는건데, 시간이 흘러 추억이되면 또 그립고 아련해진다 말이야요. ^^
깔깔마녀 2013.04.05 13:42  
아...정말 감탄이 나오는 글이예요..
어쩜 이렇게 글을 잘쓰시는지..
나도 같이.. 이게 뭐야~~~  하게된다는.. ^^
그래도 큰 위험, 사고없이 지내다 나오셨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네요..
항상 마음엔 산속마을을 그리워하고  실제로 땅이나 마을을 찾아 헤매기도 하지만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같은 것 같아요...
고구마 2013.04.05 18:05  
그게...우리나라에서도...
실제 상상하는 시골생활과 현실세계에서의 귀농생활과는 괴리가 있다고 하던데...
이번 여행에서도 그거랑 비슷한 메카니즘이 아닐까 싶기도해요.

전 정말 그 무서운 도로에서 차에 안치이고 내려온것만해도 정말 큰복받았다 생각합니다.
물고기날다 2013.04.05 16:07  
발리는 매년 다르더라구요. 물가도 매년 치솟고,
부동의 외국인 1위 호주인 뿐아니라 Eat Pray Love의 영향으로 유럽인, 미국인도 넘쳐납니다.
(우붓이 그 정점이죠.)

발리에서 쌩자 시골을 가려면 서해안(?)으로 가면 됩니다.
뭐 대부분 3일을 못채우고 남부로 탈출해 오지만요.
고구마 2013.04.05 18:03  
정말 물가가 많이 오른거 같습니다. 십년전과 비교할건 아니지만 그 시절에는 저희...5만 루피 짜리 방도 만족하면서 묵었었어요. 심지어 아침까지 주면서요.
그런데 지금은 어림도 없는 소리고...아멧에서 180,000루피 주고 묵었던 와와웨웨빌라2도 지금은 거의 800,000루피를 상회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물고기날다 라는 닉네임...무척 자유롭고 서정적이면서, 동시에 좀 비장미도 느껴지고 그런...인상적인 닉네임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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